2025-09-11

이충원 - 에즈라 클라인과 데릭 톰슨의 최근 저서 어번던스(Abundance)

이충원 - 에즈라 클라인과 데릭 톰슨의 최근 저서 어번던스(Abundance) 닛케이 논설위원 오타케 히로유키가... | Facebook]

이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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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클라인과 데릭 톰슨의 최근 저서 어번던스(Abundance)
닛케이 논설위원 오타케 히로유키가 흥미로운 칼럼을 썼네요.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책을 소개한 건데요.
"진보층은 규제완화와 공공투자를 통해 공급의 병목현상을 해소하면서 '풍요로운' 국민생활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인 씨 등의 주장은 여기에 있다."
에즈라 클라인은 NYT 기자로, VOX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고...이 분 책은 국내에 번역된 게 한권('우리는 왜 서로 미워하는가') 있는데, 어번던스는 없네요. 아, 영어의 벽^^
폭넓게 책을 읽어야 이런 새로운 발상도 만날 수 있는 거군요.

이충원

- Deep Insight : 빼앗기보다 창조하는 풍요로움을(닛케이 9.11 조간 오피니언면)/오타케 히로유키
"어떤 가족이 멋진 색상의, 냉난방 장치, 파워 스티어링, 파워 브레이크가 장착된 자동차를 타고 피크닉을 간다고 가정해보자." 미국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가 1958년 출간한 저서 '풍요로운 사회'의 한 구절이다.
가족은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와 낡은 건물이 즐비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의 더러운 개울가나 악취가 진동하는 공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주어진 것의 불균형을 생각하며 이것이 미국의 특성이 아닌가 자문한다.
갤브레이스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누리는 '풍요'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가난'에도 초점을 맞췄다. 활발한 생산과 소비에 열을 올리는 민간 부문과 인프라 구축과 환경 보호에 손을 놓고 있는 공공 부문과의 불균형을 우려한 것이다.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미국에서도 부와 빈곤의 명암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부유층과 빈곤층. 가진 도시와 가지지 못한 지방. 성장하는 기술-금융 산업과 쇠퇴하는 제조업. 갤브레이스가 살아있었다면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동시에 강하게 경종을 울렸을 것이다. '풍요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한성의 자본주의(Finitude Capitalism)'---. 프랑스 경제-역사학자 아르노 오랑은 최근 저서 '수탈당한 세계' 등에서 새로운 중상주의와 경제적 민족주의가 만연한 현 시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풍요를 좌우하는 자원과 토지는 한정되어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에 만연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불러온 제로섬 사고가 형태를 바꿔 부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그 전형일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나 적자를 승패와 동일선상에 놓고 다른 나라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자국 수출품의 확대를 강요한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영유권이나 파나마 운하 반환까지 요구하고 있다.
제로섬 사고의 자본주의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의 경쟁을 넘어선다. 무역과 이민을 적대시하는 것이 트럼프와 같은 우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면, 부유층과 대기업을 공격하는 것이 좌파 포퓰리즘이다.
한정된 부를 국내외에서 서로 빼앗아간다는 발상으로 미국은 과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시야가 좁고 무책임한 처방에 의존해서는 번영의 초석을 다질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풍요로움을 창조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주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즈라 클라인과 데릭 톰슨의 최근 저서 '어번던스(Abundance=풍요로움)'이다.
미국에서는 주택, 교육, 의료, 인프라 비용 상승이 심각하다. 주요 대도시권의 중고주택 가격은 1가구 기준 가계 연소득의 5배에 달하며, 구매가능성 기준인 3배를 넘는다(미국 하버드대, 중앙값 기준).
4년제 사립대학의 평균 학비는 물가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 학비가 30년 전의 1.7배에 달한다(미국 교육단체 칼리지보드). 철도 1km당 평균 철도 건설비용은 주요 59개 국가-지역 중 8번째로 높다(미국 뉴욕대).
비단 최근의 인플레이션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경 보호와 안전 확보에 관한 법규, 이해관계자와의 조정에 소요되는 번거로움과 시간 등의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 국민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제약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캘리포니아, 뉴욕 등 민주당 텃밭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미국의 '결핍'을 핑계로 중상주의와 배타주의를 정당화하는 보수층과 달리, 진보층은 규제완화와 공공투자를 통해 공급의 병목현상을 해소하면서 '풍요로운' 국민생활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인 씨 등의 주장은 여기에 있다.
국방과 성장 기반을 위협하는 복합적 위기에 노출된 미국은 당파를 초월해 국가 주도형 경제정책으로 기울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역할의 중요성도 여야를 막론하고 재인식되기 시작했다.
감세와 규제 완화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공급측면 경제학(공급 중심 경제정책)을 추진한 공화당 레이건 정부. 공공투자로 인프라 정비, 온난화 방지 등을 통해 성장의 벽을 허무는 '현대판 공급측면 경제'를 지향한 민주당의 바이든 정부. 다음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정책 논쟁에 어번던스 구상은 확실한 한 획을 그었다.
2024년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의 재기를 위한 이 구상의 이념은 중도 자유주의자뿐만 아니라 온건 보수층 일부도 공감하고 있다. 반면 환경과 인권 경시, 대기업의 독점을 우려하는 좌파 자유주의층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어 새로운 분열의 축이 될 가능성도 있다.
"100년 안에 지구상의 성장은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다". 국제기구 로마클럽은 1972년 보고서에서 인구 폭발과 자원 고갈 등을 경고했다. 하지만 급속한 기술 혁신의 힘으로 인류가 수많은 성장의 한계를 극복해 온 것도 사실이다.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우세한 시대에도 풍요는 빼앗는 것보다 창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갤브레이스는 교육을 포함한 인적 자본 투자를 특히 중시했다.
안이한 분배정책과 배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일본에도 묻고 싶다. 그 끝에 '풍요로운 사회'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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