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6

[취재파일] 6년 만에 돌아온 '하야부사2'…지구에 '투하'할 선물은?

[취재파일] 6년 만에 돌아온 '하야부사2'…지구에 '투하'할 선물은?



[취재파일] 6년 만에 돌아온 '하야부사2'…지구에 '투하'할 선물은?
소행성 '류구' 토양…'생명의 기원' 밝혀낼까?


유성재 기자 <다른 기사 더보기>입력 2020.12.04 17:26
수정 2020.12.04 17:26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구에 돌아왔습니다. [취재파일] 독자들께는 지난해 11월 "하야부사2, 드디어 지구 귀환길에 오르다"라는 취재파일(

▶ [취재파일] 하야부사2, 드디어 지구 귀환길에 오르다

)을 통해 소개해 드린 바 있는 하야부사2의 지구 귀환 여정이 1년 여 만에 모두 끝난 것입니다.

워낙 오랜만에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 소식을 전해드리기 때문에 간단하게 하야부사2에 대해 설명해 드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습니다. 하야부사(송골매)는 일본이 개발한 소행성 탐사선으로 1호는 2003년에 발사돼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한 뒤 2010년 귀환했습니다. 1호는 귀환 당시 이토카와의 미립자 샘플을 담은 캡슐을 지구에 극적으로 투하하고, 본체는 대기권 진입 시의 마찰열로 새하얗게 불타 소멸했습니다. 그 뒤를 이은 하야부사2가 2014년에 발사돼 6년 동안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이번에 지구권으로 돌아온 것입니다.2015년 12월 4일, 발사 1년 뒤 하야부사2가 촬영한 지구(출처 : JAXA, 도쿄대학)

하야부사2는 지구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3억 km 떨어진 소행성 '류구(용궁)'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직선거리가 3억 km라고는 하지만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력 그네'와 공전 주기를 계산해서 짜 넣은 항법을 채택해 실제 전체 이동 거리는 왕복 52억 4천만 km에 달합니다. 2014년 12월 발사된 이후 류구에 도착한 것이 3년 반 뒤인 2018년 6월 27일의 일이었고(JAXA 발표 기준), 류구 상공에서 1년 반 정도 머무르면서 소형 탐사 로봇(로버) 7대를 류구 표면에 안착시키고, 토양 샘플을 측정하는 등 여러 임무를 수행했습니다.2018년 6월 26일, 하야부사2가 상공 20km에서 촬영한 소행성 류구(출처 : JAXA)

특히 이 가운데 몇 개는 '세계 최초'로 기록돼 있습니다. 복수의 소형 탐사 로봇을 소행성 표면에 내려놓은 것. 소행성 표면 착륙 시의 정밀도를 60cm 범위 내에서 실현한 것, 인공 '크레이터'를 만들고 그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관측한 것, 같은 천체(류구)의 2개 지점에 착륙한 것, 지구와 달 이외 천체에서 '지하 물질'을 채취한 것 등입니다.
2013년 10월, 하야부사2에 탑재될 충돌 장치를 실험하는 모습(출처 : JAXA)

물론 하야부사2가 가장 큰 관심을 끈 이유는 류구의 토양 샘플을 지상과 지하에서 각각 채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2월 22일에 하야부사2는 류구 상공에서 표면으로 내려가 표면의 흙을 채취한 뒤 바로 이륙하는 이른바 '터치 다운'을 수행했습니다. 이어 4월 5일에는 충돌 장치를 작동시켜 류구 표면에 인공 '크레이터'를 만들었는데,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폭약이 소량 들어간 '총알'을 소행성 표면에 발사해 땅을 살짝 파이게 만든 겁니다. 하야부사2가 이 자리에 다시 착륙해 표면으로 드러난 지표 아래의 흙을 채취한 게 7월 11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 뒤 하야부사2는 류구의 상공에서 조금 더 머물다가 지난해 11월 13일에 지구를 향해 귀환을 시작했습니다.2018년 9월 21일, 하야부사2가 류구 상공 70m에서 촬영. 하야부사2의 그림자가 선명하다(출처 : JAXA)

당초 하야부사2가 향했던 소행성 류구는 유기물 등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하야부사2가 가져온 류구 지상과 지하의 토양을 비교 분석하면 태양계의 탄생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큽니다. 지하 토양은 태양 빛이나 방사능의 영향으로 인한 변화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 류구 토양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바닷물과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도 공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야부사2가 지구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선배 하야부사1처럼 본체가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야부사2는 소행성 류구로부터 소중하게 가져 온 토양 샘플이 든 캡슐을 내일(5일) 지구 근처에서 분리하고 다시 우주로 향합니다. 이번 목표는 아폴로 소행성군에 위치한 소행성 '1998KY26'으로, 역시 류구처럼 유기물이 풍부할 것으로 보이는 천체입니다. 하야부사2가 이 소행성에 도착하는 시기는 2031년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하야부사2에서 분리된, 소행성 류규의 지상과 지하 토양 샘플이 담긴 캡슐은 어떻게 될까요? 캡슐은 내일(5일) 오후에 하야부사2에서 떨어져 나온 뒤 지구로 낙하를 시작합니다. 대기권에 초속 12km의 빠른 속도로 돌입한 뒤 고도 10km에서 내장된 낙하산을 펼쳐 속도를 줄인 캡슐은 모레(6일) 새벽에 지표면에 착륙할 것으로 보입니다. 캡슐 착륙의 전 과정은 완전 자동 제어로 이뤄지는데, JAXA는 착륙 지점을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우메라 사막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JAXA의 회수반은 캡슐에서 나오는 비컨 신호를 탐지해 착지 지점을 파악한 뒤 헬기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캡슐의 회수 작업은 지난 2010년 소행성 이토카와의 미립자를 가져온 하야부사1 당시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번에 달라진 것은 캡슐을 회수한 직후 캡슐 내부의 가스를 빼내 간이 분석 작업을 거치는 것입니다. 보관 과정에서 토양 자체가 방출했을 가능성이 있는 기체까지 놓치지 않고 분석하려는 의도입니다.

그 뒤 캡슐은 전용 밀폐용기에 담겨 일본으로 이송됩니다. JAXA는 도쿄 근처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의 우주과학연구소로 캡슐을 옮겨 지구의 물질과 섞여버리지 않도록 설계된 환경에서 캡슐과 샘플을 분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하야부사2가 류구에 두 번 착륙했을 때 각각 얼마만큼의 샘플을 채취했는지가 판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JAXA는 전체 샘플의 60%를 NASA 등을 포함한 일본 내외의 각 기관에 연구 목적으로 배포하고, 40%는 미래에 더 정밀한 분석 기술이 나올 때까지 보관하게 됩니다.

소행성 이토카와의 미립자 샘플을 지구에 전달하고 타버린 하야부사1의 최후를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번 하야부사2의 귀환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또 본체가 샘플이 든 캡슐을 분리한 뒤 다시 다른 소행성 탐사를 위해 떠나는 이야기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일본인들에게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하야부사2의 귀환이 큰 위로로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기권에 돌입한 뒤 불타 유성처럼 보이는 하야부사1의 마지막 모습 (출처 : JAXA/타이완국립중앙대학)

▶ 특파원이 전하는 월드리포트 - 다른 기사 더보기

[취재파일] 하야부사2, 드디어 지구 귀환길에 오르다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19.11.13


 독자들께는 실로 오래간만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4월 말, 하야부사2가 지구로부터 3억 km 떨어진 소행성 '류구'의 표면에 작은 금속탄을 발사해 '상처'를 낸 것을 확인했다는 

취재파일( ▶ [취재파일] 세계 최초로 소행성에 '인공 크레이터'…하야부사2, 이제 미션 '막바지') 이후 6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 뒤 7월 11일에 하야부사2는 소행성 류구에 두 번째로 '착지'해 4월에 살짝 걷어낸 류구의 표면 아래 지하에서 튀어 오른 '암석(혹은 돌조각)' 채취에 도전했고, 그 뒤에도 류구 상공에 머물며 여러 가지 관측 미션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 하야부사2가 약 1년 5개월 동안 머물던 소행성 류구 상공에서 지구를 향해 나머지 '절반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JAXA는 오늘(13일) 홈페이지를 통해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를 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하야부사2가 기체에 탑재된 화학 추진 슬러스터(추력 발생장치)를 가동해 초속 9.2cm의 느린 속도로 류구 상공의 정지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하야부사2에는 자세 제어와 짧은 이동을 위한 화학 추진 슬러스터가 모두 12기 탑재돼 있는데, 이번에는 Z축 방향의 분사 장치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번 분사를 통해 하야부사2가 류구(궤도)로부터 완전히 이탈한 것이 확인되면 추력 발생 장치를 정지하고, 메인 엔진인 이온엔진을 사용해 지구를 향한 본격적인 귀환길에 오르게 됩니다.  화학 추진 슬러스터 하야부사2는 2014년 12월에 발사돼 3년 6개월 뒤인 2018년 6월에 류구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소행성 류구의 토양 또는 암석 샘플을 직접 채취하는 세계 최초의 미션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류구 상공에 도착해서도 6개월이 넘는 관측과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2월 1차 착지에 성공해 류구 표면의 암석 샘플을 채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앞서 말씀드린 대로 4월에 '금속탄'을 발사해 행성 표층 아래의 암석을 표면으로 꺼내 놓은 뒤, 7월에 2차 착지로 지하 암석을 채취했을 겁니다. 제가 계속 가정형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하야부사2가 지구로 가져올 캡슐을 열어봐야 최종적으로 성공 여부가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귀환 과정이 순조롭다면, 하야부사2는 내년 12월에 지구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러나 하야부사2 본체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것은 아니고, 샘플이 들어있는 캡슐을 지구로 '발사'할 예정입니다. 발사 예정지, 그러니까 하야부사2의 샘플 캡슐이 착륙하는 지점은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의 사막 지대로 되어 있습니다. 캡슐을 지구로 사출(射出)한 하야부사2에게는 다시 우주 관측 등 다른 미션이 부여될 예정입니다. 지난 2010년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복귀했을 때 지구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본체가 불타는 중에도 아슬아슬하게 소행성 토양이 든 샘플 캡슐을 지구에 전달하고 산화했던 '하야부사1'과는 다른 일생을 살게 되겠네요.      아무튼 JAXA는 오늘(13일) 하야부사2의 지구 귀환에 대해 상당히 사무적인 어조로 간단하게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소행성탐사기 '하야부사2'의 소행성 류구 출발에 대해] 국립연구개발법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소행성탐사기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로부터 출발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JAXA는 2019년 11월 13일, 하야부사2의 화학추진계 슬러스터를 분사해 궤도 제어의 운용을 실시했습니다.  하야부사2로부터 취득한 데이터로부터, ▷ 하야부사2의 화학추진계 슬러스터의 분사가 예정대로 이뤄져, 속도 초속 9.2cm로 류구로부터 이탈을 개시한 것 ▷하야부사2의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의해 '하야부사2'가 11월 13일 10시 5분에 소행성 류구를 출발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지구 귀환을 향해 이온엔진 등의 탑재기기류 점검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11월 13일의 '하야부사2' 운용시간: 11월 13일 8시 00분~11월 13일 13시 30분)   화학추진계 슬러스터의 분사는 11월 13일 운용 중에 미리 탐사기에 송신한 명령 프로그램의 타임 시퀀스 안에서 자동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JAXA는 담담한 발표자료의 끝에 하야부사2 프로젝트 멤버 몇 명으로부터 받은 코멘트를 덧붙였습니다. 하야부사2 프로젝트팀의 인간적인 면이 느껴져 조금 더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 귀중한 선물(지상/지하의 암석)과, 시간을 잊을 정도로 몰두했던 한 순간을 선사한 류구를 곧 출발합니다. 당신 덕분에 우리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야부사2'는 앞으로 일직선으로 지구로 향합니다. 고마워요 여신님, 다시 만날 때까지. (프로젝트 매니저 쓰다)   - 류구가 보이기 시작한 때부터 1년 반,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류구 그 자체에 대한 감동, 초고난도였던 미션을 차례차례 돌파한 감동, 그리고 많은 분들로부터 받은 따뜻한 응원에 대한 감동입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마지막 미션에 도전합니다. (미션 매니저 후루카와)   - 지난 1년 반, 곤란한 운용의 연속이었지만 말 그대로 '원 팀'의 정신으로 이겨냈습니다. 이제 후반전이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정신이 바짝 듭니다. 계속해서 안전하고 확실한 운용으로 소행성의 샘플을 받아 내는 걸 목표로 하겠습니다. (서브매니저 나카자와)   - 어떤 모습일까 두근두근했던 우리들을 일순 고뇌의 밑바닥으로 떨어트렸던 류구와도 이제 작별이라고 생각하면, 안심이 되면서도 서운하기도 합니다. 하야부사2의 긴 여정도 이제 종반. 팀 모두 하나가 되어 임무를 이어가며 완주해서,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끝까지 정신 바짝 차리겠습니다. (프로젝트 엔지니어 사이키)   - 이온엔진과 함께 류구를 향한 여정을 완주한 것이 1년 반 전이었습니다. 도착의 환희도 잠시, 그때부터 24시간 운용을 포함해 류구 체재가 시작됐습니다. 5년처럼 길게 느껴졌던 류구 체재도 이제 끝나고, 다시 이온엔진의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노를 확실하게 잡고, 닻을 내릴 곳까지 끌어오고 싶습니다. (이온엔진 시스템·홍보 담당 세타)   한일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지 않고, 일본에 대한 우리의 감정도 상할 대로 상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정치와는 무관하게 인류 최초로 소행성 탐사의 마지막 장에 접어든 하야부사2의 도전과 성취를 지켜보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아직은 갈 길이 먼 우리에게도 작지 않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비로소 지구로 돌아오는 여정을 시작한 하야부사2. 내년 말 지구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그 안에 품고 있을 소행성 류구로부터의 '선물'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주목됩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521429&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