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 야만의 유신 시대'와 그것에 저항한 이야기
[서평] 유신청산민주연대 엮음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
20.12.17
-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 - 한국 현대사의 망령
- 동연(와이미디어)2020-12-18
유신체제 청산을 바라는 이들에게 필독서가 나왔다. 말하자면 '유신청산의 정석'이라고나 할까. 18년간 이어진 '무법 야만의 시대' 국가폭력의 실상과 이를 바로잡으려고 목숨을 바쳐 저항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기득권을 지키려 역사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수구 정치와 검찰·재벌 등의 집단이기를 바로잡고, 유신독재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의 해원(解寃)을 도울 법제개혁, '유신좀비' 처벌과 특별법 제정 등 사법정의를 바로세우고 생활 속 유신잔재를 청산할 방안을 빼곡하게 담았다.
유신체제가 막을 내린 지 40년. 불과 4~5년 전 대법이 유신독재를 옹호하며 '사법농단, 재판거래'한 사실이 들통났다. 유신잔재 청산은 당장의 살아있는 과제인 셈. '긴급조치 위헌·무효' 판결을 뒤집는 '메멘토(기억상실) 판결'로 민주주의와 시대정신을 배반한 양승태 대법을 단죄할 근거가 여기 있다.
"청춘·목숨 빼앗긴 이들엔 해원, '유신좀비' 청산 가이드"
87년 투쟁 뒤 들어선 민주정부. 십수년 집권했어도 수구보수 정치권 및 재벌·검찰 등 기득권 세력은 요지부동이다. 금·흙수저와 헬조선 자조가 나오는 건 유신체제 심판·청산이 없었던 탓이다.
유신청산민주연대가 15일 새 책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 현대사의 망령)을 발간했다.
▲ 유신청산민주연대가 15일 새 책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 현대사의 망령)을 발간했다.
ⓒ 최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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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출간한 책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 현대사의 망령, 도서출판 동연 펴냄)은 유신청산민주연대(이하 유신청산연대, 상임공동대표 김재홍·박현옥, 운영위원장 이대수)가 엮었다. 김누리, 김재홍, 송병춘, 한홍구, 홍윤기, 이종구 등 학계·시민사회 전문가 18명이 썼다. 단체 창립 뒤 6개월여 가졌던 토론회·집담회 자료 등 활동 역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주제로 예상하듯, 읽기가 수월치는 않다. 어렵다는 게 아니다. 유신체제의 불법성, 탄압내용, 법논리가 흥미와는 좀 거리가 있어서 그렇다. 홍윤기 교수의 학창시절 이야기, 한홍구 교수의 중앙정보부 이야기는 달리 재미있다. 40년 전의 아픈 이야기들이다. 아직도 유신 굴레를 벗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갈 길을 찾는 지침서가 되리라 기대한다.
정책을 만드는 이나 현대 정치 경제 법률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 그리고 유신잔재 청산을 염원하는 시민사회 활동가에게는 필독서를 넘어서는 텍스트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 1부에선 유신체제 성격 규명에서 홍윤기 교수(동국대 철학)는 대학시절 엉겁결에 시위 주범으로 처벌받은 예를 들며 정권의 폭력을 고발한다.
- 김재홍 유신청산연대 상임대표(전 서울디지털대 총장)는 안보를 핑계로 한 병영국가의 군사권위주의 정치폐해를 진단한다.
- 임지봉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국민주권․권력분립․법치주의․입헌주의․민주공화를 위배한 무헌법 헌정중단 암흑시대 폐해를 소상히 열거한다.
- 유신청산연대 엮음, 김재홍·홍윤기·이종구·송병춘 글
- 2부 유신체제 반민주 통치행태 논의에서 한홍구 교수(성공회대)는 미국 CIA․FBI를 본뜬 중앙정보부로 어떻게 군․경찰․검찰을 조정감독하며 정권을 유지했는지를 분석한다.
- 오동석 교수(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실체적 불법과 절차법 불법을 저지른 '헌법적 불법' 체제를 해체한다.
- 임영태 '반헌법행위자열전' 추진위원은 사법부가 '박정희 법무관·개 노릇'을 사실, 1412건의 긴급조치 위반 판결 등을 해부한다.
- 3부 유신잔재 대증적 청산 논의에서 김재홍 유신청산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신군부를 거쳐 박근혜에 승계하는 가산주의(막스 베버) 통치를 꼬집고, 남북대결·개발독재·정치타락의 잔재를 청산할 정부와 의회의 노력을 주문한다.
- 정호기 강사(전남대 NGO협동과정)는 거창·노근리학살 등 개별법과, 의문사·과거청산 등 공동법의 제정·집행 한계를 짚으며 과거청산을 재성찰할 때라고 지적한다.
- 권혜령 전 진실화해위 긴급조치 조사관과 이정일 변호사(민변 소속)는 대법 판결을 뒤집고 국가배상 배제(고도의 정치행위)와 공무원 직무 정당성(악의 평범성)을 부여한 양승태 대법의 사법농단을 바로잡을 포괄법률 제정 시급성을 설명한다.
- 4부 유신체제 재발방지 면역적 청산 논의에서 이종구 명예교수(성공회대 사회학)는 '위헌합법론'(긴조는 위헌, 판결은 합법)과 소멸시효를 단축한 대법 농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판결 변경 △특별법 제정 △법원장 선출제 필요성을 강조한다.
- 송충기 교수(공주대 사학)와 교수(중앙대 유럽문화학부)는 68운동과 통일독일 뒤 '나치 부당판결 파기법' 제정으로 본궤도에 오른 독일의 나치청산 이야기를 전한다.
- 이장희 명예교수(한국외대 법학)는 국제인권이사회 자유권이행위 개인통보제도를 활용한 피해 구제를 주문한다. 송병춘 변호사(긴급조치사람들 법률사법대책위원장)는 유신청산특별법(안)을 만들어 제안한다.
- '고도의 정치행위, 악의 평범성' 양승태대법 면죄부
- 끝으로 유신체제 피해자들은 집담회에서 헬조선, 흙·금수저 등 젊은 층 절망과 검찰·사법부·언론·의료계 등 소위 사회 엘리트 집단의 '밥그릇 지키기' 등이 유신독재 때 체화된 기득권 집단이기에서 발혔됐다고 진단한다. 때문에 정부·국회의 유신체제 무효·사과 선언과 삶 속에 박힌 '적폐 쇠말뚝' 뽑기 노력을 서두르라고 강조한다.
-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을, 국방위)은 책 모두에 실은 추천사에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교수·학생·언론인·종교인·문인 등 수많은 이들이 해직·투옥·고문(살해)을 당했고, 인권이 말살됐으며 민주주의가 파괴돼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질곡이 되고 있다"며 "불법적 헌정질서 파괴와 국가폭력 실상을 밝히고 가해자 처벌, 피해자 배보상, 그리고 법제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책"이라고 언급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저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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