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3
이나미 (지은이)책세상200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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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판 확인일 :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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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184쪽130*205mm258gISBN : 9788970132945
코리아 인권 - 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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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리뷰
보수 언론들은 세무조사라는 탄압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외친다. 모 국회의원은 "전교조는 가장 사회주의적인 집단"이라며 공세를 편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는 뜻일게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우 '자유' 혹은 '자유주의'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선한 용법으로 쓰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에서 쓰이는 '자유주의'는 보수주의, 나아가 권위주의와 친제국주의로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부정적인 개념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 사회공리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 모순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제1장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서는 저자의 이러한 입장들이 쉽고 간결하게 드러나 있다. 우리가 많이 쓰고, 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차이와 차별, 민주주의와 개인주의 등의 개념이 저자만의 어휘로 다시 그려진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사탕발림으로 달린 '민주주의'를 버릴 때가 된 것이다. 사실상 자유민주주의는 어불성설이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본래 화해할 수 없는 이념인 것이다."
"자유주의적 자유는 구체적인 의미에서 '강한 개인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강자는 당연히 자유롭고 싶다. 간섭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약자이다. 실직자는 자유롭다. 그러나 그것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는 직장에 매이고 싶고 일에 억눌려지길 원한다."
이러한 저자의 단순명쾌한 정의는 우리가 품고 있던 상식에 찬바람을 맞게 해준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자유주의를 비롯한 관념들에 이렇게 많은 함정이 있었다니.
이 책은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을 「독립신문」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꼼꼼한 텍스트 분석과 활동하던 인물들의 성향을 추적하여 「독립신문」이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주의를 띠고 있음을 밝힌다. 참여했던 개화파 지식인들이 이후에 친제국주의적.반민중적으로 변모했다는 점은 애초에 자유주의가 민(民)과 거리가 멀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자유주의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거치며 권위주의적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재벌과 이익단체들에 의해 '재산권을 지킬 자유'로 축소되기도 한다. 이제는 '신자유주의'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자본의 무제한적인 자유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채롭게도 음악인 신중현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그는 박정희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은 진정한 '자유인'이었지만 '자유주의자'는 아니었다. 누군가 진정한 자유인이라면 자신을 어떤 '주의'로 묶지 않았을 것이기에. 저자는 '자유주의'는 결코 '개인의 자유'를 지켜주지 못한다며, 자유주의가 아닌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한국 사회에 유포되어 있는 자유주의의 맹점이 그 뿌리에서부터 드러나 있다. 자유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촉구되는 요즘, 이 책은 색다른 분석대상과 날카로운 성찰을 바탕으로 자유주의에 대한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특히나 그 성찰은 약자의 편에 서는 사회 정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더욱 값지지 않을 수 없다. - 정선희(200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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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제1장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1. 나누기와 주유주의
2.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3. 독립적인 개인의 자유와 쾌락
제2장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1. <독립신문>의 역할
2. 민족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자유주의
제3장 한국 자유주의의 내용
1. 자유와 이익
2. 생명, 자유, 재산의 권리
3. 자주독립한 사람
4. 양반 비판의 이유
제4장 자유민주주의가 친제국주의가 된 까닭
1. 자유주의와 제국주의
2. 이익 추구와 경쟁심 강조
3. 사회진화론과 개화
4. 기독교와 수용의 전파
5. 인종주의와 제국주의의 미화
제5장 자유주의가 반민중적인 까닭
1.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2. 여러 가지 민 개념
3. 민권과 군권
4. 위민과 민본
5. 반대의 권리와 민란
맺는 말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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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보수주의는 결코 날개가 아니다. 그렇다면 균형을 위해 진보라는 날개와 함께 어떤 날개가 필요한가? 아마도 그것은 '성찰'이라는 날개가 아닐까? 성찰은 진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완성되도록 돕는다. 성찰은 진보가 지금보다 더 나은 현실을 가져오도록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에 대해 숙고하며 미래의 부작용에 대비하게 한다. 그런데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는 성찰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자유주의에 대한 하나의 성찰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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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따라야 할 아무런 규범이 없다. 이기주의가 미화된다. '난 이기적이야'라고 자처하는 여성은 '부르주아' 화장품을 쓰고 '임페리얼' 분유를 아기에게 먹이며 '다이너스트' 차를 탄다. 온갖 공주, 왕자, 여왕이 부활하고 있다. 이기적이고 권력을 쥐고 있고 부자라면 오늘날 최고의 자랑이다. 그러한 강요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부와 권력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자부심을 느낄 수 없게 한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게 만든다. 도처에 '영혼이 없는 전문가와 심장이 없는 관능주의자'만을 만든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이나미 (지은이)
2015~2018 현재 한서대학교 동양고전연구소 연구위원
2015~2016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2012~2015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연구교수
2015~현재 한국정치사상학회 이사
2016~현재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연구이사
2001~현재 한국정치연구회 연구위원
[저서]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한국의 보수와 수구』
최근작 : <한국시민사회사 : 국가형성기 1945∼1960>,<나이 들어도 괜찮을까?>,<이념과 학살> … 총 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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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온타스 2018-05-03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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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논리지만 자유와 민주가 화해할 수 없다면 제거해야 된다는 사고방식은 참 정신승리 사고방식이다.자유주의와 평등주의는 어떠한가? 저자의 논리대로 화해하고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자유평등정의 세계 선진국 여러나라 사법부의 슬로건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굴러라굴러 2016-12-31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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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의 속내 새창으로 보기 구매
저자는 '나는...... 한국 자유주의 및 자유주의 일반을 비판하기 위해 이책을 쓴다.' 라는 말로 책을
쓰게된 동기를 말하고,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그것을 방치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자유를 적극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자유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라고 하며
글을 맺고 있습니다. 어떤 주의라는 것이 그것을 주장하는 특정 계급, 집단의 사상을 반영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자유주의라는 것이 문자 그대로의
자유주의라기 보다는 그 자유를 어떻게 해석하고,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지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자유주의적 선언들이 정당화 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이유에 의해서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정당성을 얻는다고 볼때 많은 사람들의 지지라는 것 역시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집단은 결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자유를 보장하려는 생각도 의지도 없는 것이고 이를 위해 반공, 애국, 책임, 의무 등을
강제하고 상황에 따른 논리전개로 그들만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지식인들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개진하고 이 대안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서 정당성을 얻게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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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0-02-22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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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구 반공주의 입장에서 본 자유주의의 기원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은 소장 정치학자가 본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에 대한 책으로 서구에서 생각하는 자유주의(liberalism)과는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른 한국에서의 자유주의라는 사상이 어떻게 나타났으며 한국의 소위 '보수'세력들에 의해 어떻게 향유되고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데 사용되어 왔는지, 그리고 구한말 도입 이후 자유주의가 어떻게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과 결합해 제국주의(Imperialism) 를 합리화해 왔는지 그 원인을 살핍니다.
저자에 따르면 자유주의는 서구에서 발생 당시부터, 자본가 계급의 '재산과 교양'을 기반으로 하여 처음부터 빈곤계급을 포괄하지 않은 상태로 인간의 자유평등과 합리주의를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자유주의의 이중성이 나타나고 저자는 이에 주목합니다.
애초부터 자본가계급(capitalist class or boourgeoisis,資本家階級) 을 대상으로 발전된 자유주의를 한국의 기득권세력은 '자유'를 자신의 재산권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의 재산만 지킬 수있다면, 집권세력은 그 어떤 세력이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이러한 현실인식은 한국에 자유주의가 도입되고 난 후 어떻게 군부독재세력이 집권을 할 수 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합니다. 자신의 재산권만 지킬 수 있다면 누가 통치해도 상관없다는 이들의 '천박함'이 독재세력들이 집권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 주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자유주의에서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경제적 자유만을 강조하다보면 이것이 다수 민중의 복지를 추구하는 민주적 정치적 자유주의와는 전혀 상반된 의미를 강조하게 되고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또한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유주의(특히 경제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이익과 경쟁을 당연시하는 이유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Winner Takes All) 는 논리의 사회진화론, 그리고 더 나아가 힘센 문명국가가 힘이 약한 비문명 국가 또는 후진국가를 식민지로 포섭해 '문명화'를 시켜준다는 제국주의와의 공존을 그다지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승열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이런 시각은 또한 서구가 아시아보다 우월하다는 서구중심주의를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입니다.
이런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은 20세기의 수많은 비극을 잉태했습니다. 19세기말부터 시작된 서구의 제국주의 열강의 국제적 경쟁은 끝내 두번의 세계대전으로 세계를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은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를 위한 정책으로 큰 영향을 끼친 케인즈주의 정책의 일시적 우위이후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행정부가 기본 기조로 삼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시대를 풍미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따라서 21세기하고도 17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경쟁과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역시 위에서 설명한 '경제적 자유주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런 이유로 민주국가의 통치원리에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개념을 함께 받아들여 경쟁과 개인의 이익을 절대시 하는 자유주의를 다수 국민 지배로 균형을 잡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수의 지배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개인의 이익과 재산권의 절대화는 결국 사회를 극한의 양극화(polarization)로 몰고 갑니다.
수구 반공주의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한국의 양극화 (polarization)가 극대화되고, 결혼율이 떨어지고 자살률이 올라간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찿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제 개인적이 사족(蛇足)을 붙입니다.
지난 대선 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바른정당'이 제대로된 한국의 '보수'를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지지율이 미미해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났지만, 결국 한국 보수의 미래는 바른정당이 표방하는 '보수'의 이념이 어떻게 한국에 자리를 잡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보수를 표방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올바른 의미에서의 '보수'정당이 아닙니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군사독재정권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당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까지 그 원류가 올라갑니다), 사실상 수구 반공을 표방하는 정당입니다.
보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원칙에 대한 소신이라든가 법치주의에 대한 관념이 전무합니다. 지난 박근혜정부 시절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전제 왕조국가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할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으며, 모든 통치관계는 통수권자와의 친소관계를 통한 권위주의로 일관되었습니다. 당시 자유 한국당이 한 일이라고는 '거수기'역할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 한국에 진짜 보수세력이 나타나야 하고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국민들이 응원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집권민주당은 중도 보수에 속해 있지만, 한국에서 중도 보수가 아닌 보수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습니다. 정의당이 속한 진보도 그 외연을 넓혀야 겠지만 제대로 된 이념에 굳게 뿌리박은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이제는 자리를 잡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제나 비이성적 결정을 해온 60-70대만이 지지하는 자유한국당은 그래서 앞으로 그들의 수구 반공주의의 스탠스를 바꾸지 않는 한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들은 지난 10년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공동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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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Kim 2017-06-16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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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새창으로 보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자유라고 주장한 박영효는 친일인사가 되었고, 민권을 소리 높여 주장한 독립협회는 외국 군대를 불러서라도 동학을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단지 자유롭고 싶다는 '소박한' 신념이 친제국주의로 발전했으며 반민중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러한 귀결은 자유주의의 본질 자체에서도 도출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아나키즘, 포스트모던적 자유주의는,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극우 이념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 이념은 그것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이미 자유주의가 아닌 것이다."
이나미,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책세상, 2001, 145쪽에서 인용함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지만 현실에서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타인에게 간섭하고 강요한다. 가수 신중현이 '미인'이란 노래를 발표한 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알지 못할 이유로 금지곡이 된 이후 그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정부는 물론 외세와도 싸워야 했다(본문 참조).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그때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소위 (신)자유주의자들 아닌가. 이게 바로 자유주의의 아이러니이자 문제점이다.
얇은 책이지만 꽤 공부가 많이 되었다.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이 사상이 어떻게 태동해 이땅에 전해지게 되었는지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짧지만 자유주의가 현실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결국 저자는 이 자유주의에게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놀라운 주장이었다. 내 머리 속에 민주주의만큼이나 자유주의도 당연한 것이었기에 말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상식나 사실들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책들 말이다. 가령 백승종 선생님이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에서 정조가 신세계를 추구한 혁신군주가 아니라 성리학 체계를 공고하고자 한 보수주의자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데서 어리둥절함을 느끼지만 이것이야 말로 책읽는 재미 아닐까?
이나미의 이 책을 읽으며 온통 밑줄을 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몇 번이나 되돌아가 다시 읽었다. 내겐 소설만큼이나 흥미를 안겨준 책이다. 그의 다음이 기대된다. 다시 자유주의에게 뒤통수를 맞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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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ulp 2014-04-2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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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주의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와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정작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나 자신도 학교에서 배운 것 이외에는 자유주의라는 말자체는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본래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이념인 것이다(본서 제28쪽 참조)”라며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서 우리가 통상적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잘못된 생각을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지은이는 제1장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서 자유주의적 자유는 구체적인 의미에서 ‘강한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전제로 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부 이익단체들이 보인 정치적 행동과, 언론 재벌이 부르짖은 언론의 자유 는 재산권에 대한 권리 주장과 탈세 조사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와 같은 자유의 특질을 그대로 드러낸 좋은 예라고 하며, 자유주의가 등장하게 된 계기 자체가 유산자 계급이 자신의 재산권을 법적, 정치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있어서의 자유주의는 어떠한 모습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현재의 자유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생산적인 비판을 위해 필요한 전제가 된다고 할 것이다.
지은이는 자유주의는 개화파에 의해 소개되었고, 이는 ‘독립신문’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독립신문’은 주로 그 동안 유교에 의해 경시되었던 이익 개념과 상업에 대해 재평가하며, 개인의 생명권, 자유권, 재산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독립신문’의 태생적인 한계성(유교에 반대하는 입장)은 사회진화론과 인종주의, 심지어는 제국주의에로 경도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유교와 동일한 입장에서 민중을 불신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유주의가 갑자기 민주주의의 개념을 필요로 하였던 것은 다수자의 협력과 지지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즉 하층민에 우호적인 민주주의의 개념을 수용한 것으로, 이는 자신들의 개인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지은이는 박정희 정권 시절 신중현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면서 “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도, 이를 진정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인내와 성찰을 필요로 한다. 개인의 자유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적극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그것을 방치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자유를 적극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자유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라고 끝을 맺고 있다(본ㅅ 제148쪽 내지 149쪽 참조).
한․미 FTA와 세계화로 전 세계가 떠들썩한 지금 신자유주의로 다시 한번 우리들의 조명을 받고 있는 자유주의는 이전의 자유주의로 인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았던 희생에 비해 더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자유주의의 논의이지만 지금의 정부는 개화파가 유교에 맹목적으로 반대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엿는데, 지금 현정부도 경제운영에 있어서는 박정희 정권시절의 경제체제에 대한 반대 아닌 반대를 통하여 자유주의를 부르짖고 있다. 이는 지은이도 설파였듯이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와 하상 같이 붙어 다니는 개념이 아니듯이, 작금의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하는 책이다. 즉 우리의 자유주의가 가진 맹점을 극복하고 대중이 단합할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이 절실한 때이다.
지은이의 꼼꼼한 글솜씨가 돋보이는 책이지만 독립신문에 대한 글 중에서도 “민‘에 대해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문고본으로서의 책이 가지는 균형감을 떨어뜨리는 면이 없지 않아 있으며, 보수주의를 하나의 욕망으로 보고 자유주의를 이념으로 보고 서술한 점은 보수주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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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6-08-28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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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그 불편한 동침 새창으로 보기
# 어른들은 문희준을 보고 웃지 않는다.
미국의 지성이라 불리우는 노엄 촘스키 교수의 잘 알려지지 않은 경력은, 그가 꽤나 업적있는 언어학자라는 사실입니다.
전에 어느 책에서, 노엄 촘스키 교수의 집필 내지는 활동과 그의 경력인 언어학자와의 필연성을 평한 것을 봤는데, 논리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상당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구조주의나 언어학자들이 이룬 성과에 대해서 잘은 모릅니다만,
'언어'나 '개념'이 우리의 사고를 제약하고, 우리의 대화를 가로막는 것 즈음은 수긍할 만 합니다.
가수 문희준씨에 얽힌 일화들을 모르는 어른들은,
'무뇌중' 이나 '뷁' 이란 이상스런 단어에 낄낄거리며 웃기는 커녕, 고개를 갸우뚱 할겁니다.
그에 얽힌 '일화'들이란,
다름아닌, '언어나 개념의 사회적 맥락' 이라고 폼나게 말 할 수도 있겠죠.
# 자유주의를 보고 웃지 않는다?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을 개화시기의 <독립신문>으로 보는 이나미씨는,
방대한 양이었을 당시 발행부들을 들추어보며 자유주의의 개념을 찾아갑니다.
그녀의 책을 읽는 독자는, 고개를 갸우뚱 하는 어른과도 같습니다.
갸우뚱 했다기에 뭐 좀 재밌는 표현이겠거니 했는데, 알고보니 늘상 사용하는 '자유' 라는 단어.
아니, '자유' 도 논쟁의 대상이란 말인가요? 우리는 이미 갸우뚱 하는 군인입니다.
그녀가 책의 말미에 한토막 소개하는 몇해전 자유주의 논쟁을 둘러보면,
'갸우뚱 할 만 하다' 는 것을 알게됩니다. 이 논쟁에는 꽤나 알려진 선수들이 등장합니다. 소설가 복거일씨, 공병호연구소 공병호 소장,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시사평론가 유시민씨, 한국일보와 어디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고종석씨와 진중권씨.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떠나, 소위 선수들인데. 그들이 모여 하필이면 '자유주의'에 대해서 논하다니, 갸우뚱 할 만 한가요?
더 재밌는 사실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로 박정희 대통령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 자칭 자유주의자 복거일씨는, "민주주의의 위협을 줄이는 것이 자유주의자의 몫이다" 라 했고, 공병호 소장은 "대중민주주의 아래에서 폭력의 뿌리는 유권자 대중이다" 라고 했으며, 진중권씨는 이 두사람과 고종석씨를 비교해 가짜 자유주의자와 진짜 자유주의자를 얘기했답니다.
아 자유민주주의자들은 어찌 하란 말인가.
# 민주주의는 옵션이다?
뭐 이미 뱉은 말이니, 복거일씨와 공병호 소장은 자유민주주의자임에 앞서, 자유주의자 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란,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일종의 옵션(option) 과도 같아요. '민주적인 자유'는 없을 수 있어도, '자유' 만큼은 없어서는 안되는거죠.
감히 민주주의가 옵션이라니.
놀라는 분들은 십중팔구(十中八九) '자유'와 '민주' 모두가 보편타당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소위 '자유민주주의자' 일겁니다.
자 여기까지 따라온 분들 중,
되돌아가려는 분이 있다면, "민주주의가 어떻게 옵션일 수 있어?" 라고 반문 내지는 비판할 것이요,
그들의 얘기를 끝까지 경청할 분들은, 필연적으로 "그럼, 너희가 말하는 '자유'는 뭔데?" 를 질문하게 될겁니다.
전자는, 후자처럼 새삼스래 자유의 개념을 묻지는 않겠지만,
이미 그는 개념을 전제하고 있는겁니다. '자유'란 '민주'와 공존 가능한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 <독립신문>에 대한 상이한 평가
따라서, 전자와 후자의 논쟁은,
'자유'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을겁니다.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의 저자 이나미씨는,
그 질문의 답을 개화시기 <독립신문>에 던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독립신문>이 역사에서 덜 중요하게 평가받는 것을 비판하며,
<독립신문>이야 말로, 한국에서 유교 이후에 자유주의를 처음 도입한 언론매체라고 합니다.
인용하자면, 한국에서 개화사상이 시작된 것은, 박규수가 신미양요를 겪고 1872년에 중국을 다녀온 뒤에 김옥균 등을 지도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서재필과 윤치호가 갑신정변 이후 미국으로 망명하였다가 귀국해서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 <독립신문>입니다.
사회 교과서에 익히 출제되었을 법한 내용이군요. 허허
<독립신문>은 최초의 민간신문이자, 최초의 한글신문이고, 국문역사상 최초의 띄어쓰기가 시도된,
여튼 '최초' 신문이고, 대중적인 영향력 또한 막강했습니다. 최대 3천부까지 발행되었는데, 당시 신문을 돌려가며 읽었던 것 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흥미로운 사실은,
<독립신문>에 대한 학계의 평가가 서로 모순된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개화운동이 민주주의와 자주독립을 주장함으로써 민중 계몽과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이들은 사실 친일적, 반민중적, 반민족적이었다는 부정적인 평가입니다.
이나미씨는, 서로 대립적인 견해의 판 자체를 깹니다. 기준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거에요.
<독립신문>의 사상을 민족주의 내지는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판단하면 분명 모순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겁니다. 하지만, 자유주의 관련해서 판단하면, 독립신문의 모순적 요소 - 즉, 민족과 백성을 위하는 내용과 외세 의존적이고 민중 불신적인 내용의 공존 - 를 설명할 수 있다는겁니다.
이나미씨는 저 위 단락에서 말씀드린 바에 따라 구분하자면, 후자이군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원칙에 따르자면, 수용되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 <독립신문>에서 가장 강조하는 사상은 자주독립과 문명개화 사상으로, 그것의 주요 개념은 자유권, 독립권, 교육, 개화, 진보, 법의 중요성, 군주에 대한 충성, 애국 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이익을 추구하고 재산권을 갖는 개인의 자유, 경제적 활동의 중요성 등 근대 자유주의의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교육과 법, 진보, 개화 등은 이러한 자유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었다. "
# 자유주의를 말해보자.
'자유주의'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만큼, 그 의미도 너무 다양해졌습니다.
이제 '자유'만으로는 자유주의를 설명할 수 없게 되었죠. 누구의,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동상이몽(同床異夢) 하며 얼굴 붉히기 십상입니다.
사실, 이제껏 제 깜냥으로는, 해방 이후의 반공정국까지가 되짚어간 한국 자유주의사상의 끝자락이었습니다.
한국의 자유주의는, 해방 이후의 북한 사회에 대한 반정립적 성격이 강했고, 그 기준에 서있던 것은 바로 재산권, 경제적 자유주의였습니다.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느냐" 는 물음이 곧, 자유주의자이냐 아니냐를 결정했죠. 북한은 -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법적으로는 - 개인의 재산권을 부정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에 따르면,
자유주의의 기원은 해방 이전까지 거슬러올라가 <독립신문>에 이르게 되는데, 그녀가 <독립신문>의 자유주의 사상에서 주목한 것 역시 경제적 자유주의에요.
# 무턱대고 자유주의?
경제적 자유주의는 재산권을, 정치적 자유주의는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뜻하는데,
무턱대고 '자유주의'라 했을 때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게 되죠.
재산권이라는 경제적 자유주의는, 경제적 강자에게 필요해요.
경제적 약자는, 말 그대로 행사할 재산권이 미약하니, 특별히 자신의 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주창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집회의 자유니 결사의 자유니 하는 정치적 자유주의는, 정치적 약자에게 필요하죠.
정치적 약자는, 여럿의 약자가 모여서(결사) 요구(집회)할 수 있는 보호를 필요로 하니까요.
결국, 에둘러 '자유주의'라 했을 때는, 경제적 강자와 정치적 약자가 함께 할 자리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상식적으로, '동맹'이란, 공통의 이해관계를 기본으로 할테니,
경제적 강자와 정치적 약자의 '자유주의' 동맹이 실로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분명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 강자가 정치적 자유를 필요로 해야하고, 정치적 약자가 경제적 자유를 필요로 해야하죠. 누가 손해보는 장사 하려고 하나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둘 다 썩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집회 결사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도, 데모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권을 주장하는 것도, 도무지 어색하거든요.
이 '자유주의' 동맹엔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 에둘러 자유주의
누가 보기에도 부자연스러운 그들은, 당연하게도 '자유주의' 동맹을 맺은 적이 없어요.
다만, 누군가 한쪽이 에둘러 '자유주의'를 말 할 뿐이죠.
'자유주의' 동맹을 표방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치적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정치적 약자 보다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경제적 강자로 보여집니다.
경제적 강자가 가짜 동맹을 표방하는 이유 역시도 상식적입니다. 동맹상대 혹은 동맹상대에 동조하는 세력을 아우르기 위해서죠.
'자유주의' 동맹 아래 정치적 약자들의 동조 - 그것이 심정적이든 직접적이든 - 를 얻어내고자 함일겁니다.
'정치적 약자'는 누구일까요?
우리 모두가 정치적 약자입니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에서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강자'가 있을 수 없으니까요.
# 나름의 비용
동맹과정이 일방적이었던 쌍방적이었든,
여하튼 동맹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탄탄대로를 달립니다.
그런데, 에둘러 표방한 동맹일지라도, 동맹은 동맹인 법.
경제적 강자들도 나름의 비용은 치뤄야했습니다.
경제적 자유가 주된 목적이라 하더라도, 동맹을 깨지 않으려면, 적당히 정치적 자유주의도 이루어야 했으니까요.
못된 말로, 가끔 정치적 자유에게도 먹이를 줘야했겠죠.
저는 이 시점이 87년 6월항쟁이라고 생각해요.
87년 6월항쟁은 4ㆍ19와 함께 정치적 자유에 있어 상징적인 날이니까요.
6월항쟁의 가시적인 성과는 대통령직선제였죠.
그런데, 이 동맹의 성격을 이해하신 분이라면, 정치적 자유도 '대통령직선제'라는 당시로서는 꽤나 대단한 성과를 얻었는데, 경제적 자유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리라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80년대 후반은 한국의 경제규모가 눈부시게 성장하던 특징적인 시기에요.
전에 후기를 올렸던 <한국재벌연구>에서 읽은거지만, 한국의 기업들에 '입법'이라는 제재가 가해진 것은 80년 중후반 들어서에요.
물론, 그 이전시기에는 기업의 해외진출로를 모색하는 것과 더불어 지원이 극에 달했었죠. 전성기라고나 할까요. 한국의 유수 기업들이 최고의 성장기를 구가한 것도 바로 이 시기입니다.
# 같지만 다른 두 사람
이나미씨가 먼지 묻은 <독립신문>까지 뒤적여가며 하고싶었던 얘기는 바로,
이 부자연스러운 동맹이었을겁니다.
처음에 잠깐 끌어썼던 지식인들의 논쟁으로 돌아가볼께요.
이 지식인들의 논쟁은 99년 한겨레21 특집기사로 다루어진 것이죠.
복거일씨와 공병호소장 모두 소문난 논객들인데, 두사람의 공통점은 경제적 자유주의의 관점을 견지한다는 것입니다.
집필분야만 조금씩 다르죠. 복거일씨가 좀 더 폭넓게 쓰는 편이고, 공병호소장은 경제 경영분야에 치중하는 편입니다.
진중권씨가 '진정한 자유주의'를 논한 것은 공병호소장이 아니라 복거일씨에 대해서에요.
진씨는 공병호소장이 쓴 <10년 후 한국>을 저평가하면서, 그의 논리는 '시장주의'가 아닌 '시장만능주의'라고 한 적은 있지만, '자유주의' 자체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었거든요.
그가 유독 복거일씨 앞에서만 자유주의를 논하는 것을 보면,
그 역시 이나미씨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자유주의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진씨가 유달리 '진정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까지 자유주의를 고집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이나미씨와는 사뭇 다른 태도이죠.
더구나, 이나미씨 역시, 책의 말미에 이 논쟁을 살짝 소개하며 진중권씨가 아닌 복거일씨의 손을 들어주고 있구요.
진씨가 말하는 '진정한' 이라는 기준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가 얼마나 적절하게 조화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는, '경제적 자유주의 아래 정치적 자유주의는 억압될 수 있다' 라는 공병호씨는 이 균형을 깬 것이고, 진정한 자유주의자의 자격을 잃은 셈이 됩니다.
하지만, 이나미씨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의 동맹 자체가 온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둘의 균형을 뜻하는 진씨의 '자유주의의 진정성'이라는 기준은 성립하지 못하는겁니다. 그녀는 복거일씨야 말로 자유주의자'다운' 자유주의자라며 손을 번쩍 들어줍니다. 재밌군요.
통속적인 관점에서 좌파논객으로 묶일 이나미씨와 진중권씨.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 두사람은 문제설정 자체를 달리 하고있을 뿐 아니라, 그 입장에도 현격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 독립선언이냐 균형유지냐
기존의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로 그 명칭을 변경했어요.
신자유주의가 버젓히 20:80의 사회로 자신을 홍보하는 것을 보면, 경제적 자유주의가 자유주의 동맹 내에서 노골적으로 큰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물론 이것은, 동시에 정치적 자유주의의 입지가 여지없이 줄어들 것을 예고하기도 하구요.
독립선언이냐, 동맹내 자리다툼을 통한 균형유지냐.
여러분은 같지만 다른 이 두 사람의 입장을 어떻게 바라보세요?
# 더 읽어야 할 책 - <자유론>, <사회계약론>
암흑으로 비유되는 중세에서 벗어나게 한 근대 자유주의 사상들.
아무렇지 않게 그 진보성에 경탄해왔던 사람이라면,
<독립신문>은 물론, 밀의 <자유론>과 루소의 <사회계약론> 을 '자유주의의 기원' 이라는 관점에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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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05-05-13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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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이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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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고기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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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 두 권 새창으로 보기
문고판은 분량이 적으니 아무래도 책 한 권을 떼는 것이 쉽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처럼 책을 정해진 기일내에 많이 떼는 것을 목표로 삼는 사람에게 적당한 것이 문고판일 것이다.(이런 식이다. 수원과 대전을 왕복하는 동안, 어? 벌써? 몇 장 안 남았네? 하는 뿌듯함...) 그렇다고 문고판만 주야장천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읽고 싶은 문고판은 있는법! 여러 문고판이 있는데, 이번에 접한 것은 책세상의 우리시대 시리즈 이다. 이 시리즈의 첫권이 탁석산 선생의 ... + 더보기
쉽싸리 2011-05-03 공감 (28)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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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프리드릭 <정치사상 강좌>_검색무력화 도서(5) 새창으로 보기
알라딘 검색무력화 도서 (5)<정치사상 강좌>, 칼 프리드릭, 법문사, 1981 칼 요하임 프리드리히(프레드릭)의 <정치학사상 강좌>라는 책이 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아주 오래 전 동아일보 신간 소개란(내 기억에 저자가 '칼 프리드리히'라 표기 돼 있었다!)에서이다. 신문의 서평을 보고 책을 사 볼 요량으로 대형 서점에 갔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을 구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자가 C.J. 프리드릭 으로 표기 되어 있는 거다. 책 제목도 <정치사상강좌&... + 더보기
yamoo 2016-05-22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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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03-28 공감 (9)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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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자유주의 새창으로 보기
최장집은 역시 자유주의자였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말했듯이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현실주의적 입장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전통적 사유와 만날 수 있을까.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제1회 대안담론 포럼 (2010년 6월 11일)
제2세션 발제문 요약
발제자 :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자유주의를 한국의 정치 현실로 가져오는 문제
: 정치적 실천의 관점에서 그것의 의미는 무엇이고, 무엇에 기여할 수 있나?
들어가며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자유주의의 위상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화 이후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건국 이후 자유민주주의는 국가건설을 정당화하는 이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정치적 실천을 통해 보편적인 이념으로 자리 잡은 데 반해, 자유주의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념이 자유주의의 중심 가치를 포괄하는 동안에도 자유주의가 정치이념으로서 중심적인 위상을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유주의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한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과부하(過負荷)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민주화가 자유주의적 계기를 가져왔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러지 못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화과정에서 독재권력을 타도하는 정치적 목표를 넘어, 인간의 자유와 평등 같은 자유주의적 가치와 원리가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 그러한가? 한국의 민주화는 정치체제를 민주화하는 정치투쟁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원리들은 민주주의 투쟁의 결과로 획득되기 이전에 이미 헌법 조문을 통해 법적으로 명문화돼 있었다. 법의 실제가 아닌 형식만을 본다면 한국은 처음부터 민주주의 국가였고 자유주의 국가였다. 따라서 실제 현실의 관점에서 자유주의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1) 보편적 인권 사상, 2) 국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3) 정치를 이해하는 방법이라는 세 가지 문제영역에서 자유주의를 검토해보도록 하자.
1) 보편적인 인권 사상
한국의 민주화는 헌법 조문으로 존재했던 정치적 자유를 포함하는 보편적인 권리에 대해 법의 실제적 효능을 크게 확대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본권은 민주주의 실천에 의존적인 유동성을 보여왔다. 서구에서 자유주의의 이념과 가치는 시민 개개인과 사회 전체의 규범이자 가치로서 널리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체제나 정권의 성격을 넘어서는 효능을 갖는다. 현재 한국의 보수정부 하에서 민주주의 실천이 위축되면서 시민적 기본권이 곧바로 위협되는 현상들은 이와 뚜렷한 대조를 보여준다. 정부에 대한 반대를 차단하고 약화시킬 목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치적, 법적 조치들이 일상적으로 널리 시행되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많은 사례 가운데 최근의 한 사례를 살펴보자. "불심검문개정안"(5월 27일 국회행정안전위 통과,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이 그것이다. 경찰이 범죄가 의심되는 누구에게나 불심검문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한 것이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국가인권위는 이 법안이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국회에 수정보완을 권고했다. 놀라운 것은 이 문제가 국회 안팎에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별다른 비판과 문제제기 없이 어떻게 국회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었나 하는 것이다. 냉전시기 권위주의 하에서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헌법 위에 있었던 법이다. 탈냉전과 민주화는 헌법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보안법의 지위를 헌법에 종속시키는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은 서구의 왕정이나 귀족정 시기와 같이 여전히 권력에 의해 자의적으로 제한되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시민사회에서도 이러한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해 무관심할 때가 많다. 민주주의 하에서도 국가의 목표와 의사가 개개 시민의 자유 위에 군림하기 때문에 시민의 자유는 항상적인 위협 하에 놓여있다. 여기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간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프레시안
민주주의는 정치적 평등과 다수 지배의 원리를 통해 집합적 결정을 만들어내며 그것은 곧 법으로 구현된다. 이에 비해 자유주의는 모든 개인에 대해 평등하게 인신, 양심과 종교, 안전, 재산소유 등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며 이러한 권리는 법적, 형식적 자유의 보장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한 불평등은 상관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현실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에 비해 진보적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기반을 갖지 않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는 법적, 절차적 측면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권을 구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실질적 측면에서도 그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권위주의적 방법으로 국가 공(강)권력에 의해 이뤄지는 개인자유의 침해는 그 대상이 기존의 지배적 권력에 대한 비판자들이거나 사회적 소수자들 혹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진보파들이 보수파들에 비해 민주주의의 원리와 가치를 구현하는데 더 열성적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개인의 권리를 수호함에 있어 자유주의 가치의 관점에서 그렇게 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개인의 권리는 한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이나 합의 또는 특정집단 내의 지배적인 가치관이나 행동양식보다 개인의 자율성과 기본권이 우선한다는 관념과 문화, 사회적 가치가 자리 잡을 때 실현된다. 이 점에서 한국의 진보파들이 얼마나 이러한 가치와 관점을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2) 국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중앙집중화에 대응하는 자율적 결사체와 지방으로의 권력분산
60년대 미국정치학자 그레고리 헨더슨은 한국의 정치를 위계적으로 중앙집중화된 권력의 정점을 향하여, 공간적으로 서울로의 집중을 결과하는 "소용돌이의 정치"로 특징지은 바 있다. 이후 이 현상은 더욱 강화되어왔다. 6,70년대의 국가주도 산업화는 산업과 경제엘리트의 구조를 집중화시켰다. 민주화와 신자유주의의 도래는 이 구조를 완화시키지 못하고 더욱 강화시켜, 서울하고도 강남, 경제엘리트 중에서도 소수의 재벌, 문화·교육에 있어서도 소수의 대학으로 집중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초집중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토크빌의 이론을 빌어 말한다면, 분단국가의 건설과 이념갈등의 과정에서 기존의 중간집단들은 해체된 반면 사회변화와 발전에 따른 사회의 자율적 중간집단이 발전하지 못한 결과이다. 과거 일정하게 유지되었던 지방적 자원들과 자율성들은 국가건설, 전쟁, 산업화 등의 격변적 사회변화로 해체되었다. 산업화가 동반한 생산자집단과 사회적 약자의 조직들, 기존 사회질서에 이견을 말하는 지적, 문화적 비주류엘리트가 자율적 조직화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은 허용되지 않았다. 가치와 이념의 다원화, 사회경제적, 교육문화적 자원의 다원화가 허용되지 못하면서 모든 것이 하나의 지배적 가치, 이념, 정점을 향해 치닫는 일원적 사회구조가 형성되었다. 흥미있는 것은, 한국 사회의 병폐로 지적되는 지역주의, 지역감정은 지역에 대한 충성, 지역의 자율성과 그에 바탕한 발전을 위한 지역의 열정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지역 지지기반을 배경으로 한 정치엘리트들이 중앙의 권력과 자원을 어떻게 획득하거나 분점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중앙을 향한 지역간 경쟁은 지역분권화, 권력과 사회경제적, 문화적 자원의 지방분산을 가져올 수 없다. 서울로의 중앙집중은 정치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엘리트들의 정점을 향한 수렴현상이 만들어낸 공간적 특성이다.
몽테스큐나 토크빌의 이론은 봉건적 지방분권으로부터 중앙집중화한 절대주의체제로의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의 귀족적 권력의 자율성이 해체되면서 중앙집중화를 가져오는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토크빌이 자율적 중간집단을 말할 때, 그것은 지방의 자율성과 근대화에 의한 기능적 분화에 의한 자율적 집단 모두를 포괄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봉건적 지방분권의 경험을 갖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해방 후 국가건설과 산업화이후에도 지방분권화의 경험을 갖지 않았다. 그러므로 한국 현실에서 지역적, 공간적 분권화를 곧바로 시도하는 것은 그 자체로 효과를 갖기 어렵다. 이점에서 중앙집중을 완화하는 기능적, 계층적 수준의 자율적 집단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있다. 자율적 집단의 발전이 집중화한 중앙권력을 그리하여 지역적으로 집중화된 서울중심 권력을 완화하는 가져오게 될 때, 그것이 지방분권화의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앙집중화와 서울집중에 대한 해결책은 사회의 주요 영역과 수준에서 이익, 가치, 열정을 달리하는 사회집단들이 자율적으로 결사체를 형성하여 사회관계와 가치의 구조를 다원화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자율적 결사체를 조직, 형성하고 민주주의의 제도 안에서 이들이 자기의사를 대표하는 것을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동심원적 엘리트구조를 다변화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국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강화를 의미한다.
토크빌은 권력의 중앙집중화와 그로 인한 국가집행부권력의 강화를 제한하고 한 사회가 자유로운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방편으로 사회적 가치, 풍습, 행동양식을 특징짓는 문화(moeur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권력의 중앙집중화와 이를 시현하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집행부권력의 강화는 단지 권력관계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양식과 깊이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허약한 사회의 기초 위에 강력한 국가가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가치는 국가중심적이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국가는 처음부터 민족공동체의 제도화로 인식되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내재적으로 정당한 것이고, 국가목표를 성취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정치공동체인 것이다. 한 사회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도, 이를 최대의 효율성을 통해 집행하는 것도 이 목표달성을 위한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자원을 동원하는 것도 국가이고, 국가의 집행부이고, 대통령이다. 이것은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에서, 국가 권력의 작동방식에서 잠재적으로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성격을 갖도록 하는 측면이다. 일이 되게 하는 것도 국가의 행정기구와 그것과의 연계이고, 비판하고 불평하는 것도 국가를 향한 국가중심성이 특징을 이룬다. 이러한 과정과 조건에서 개개시민들이 권위주의적, 온정주의적(paternalism) 가치관과 사고방식, 행동양식을 습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의 정치의식과 행동양식은 압도적으로 국가와 개개시민들이 대면하는 영역에서 형성되고 발전한다. 여기서 자율적 결사체, 그것의 가장 포괄적 정치조직으로서 정당의 역할이 왜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적 가치를 습득하는데 있어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가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토크빌이 민주주의에서 결사체가 갖는 의미를 강조하는 중에서도 특히 정치적 결사체(곧 정당)의 역할에 주목했던 까닭은 그것이 다른 자발적 결사체의 활동을 자극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당은 정치를 경험하고 그 효능을 스스로 터득하는 정치교육의 場이다. 자율적, 자유주의적 인간은 이 장, 이러한 공적 공간에서 발생한다. 좁게는 대통령, 넓게는 국가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좌와 우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의 정치의식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한국 사회가 "소극적 자유"의 가치를 얼마나 수용하고, 얼마나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이 문제에 대한 고려를 회피하는 태도는 개혁의 열정이 강한 진보파들 사이에서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3) 정치를 이해하는 방법으로서의 자유주의
한국의 민주화는 강력한 권위주의적 국가 권력에 대항했던 운동에 의한 민주화로 특징된다. 운동이 수반했던 엄청난 열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은 특정의 민주주의관을 발전시키는 모태가 되었다. 구질서가 존중하지 않았던 것은 민주주의만이 아니었고, 자유주의도 그러했다. 민주주의를 추동했던 중심적인 사회세력이 쟁취하고자 했던 것은 민주주의였고, 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데는 이렇다 할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그 결과 자유주의의 기반 없는 민주주의가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다. 민주화운동을 이념적으로 주도했던 민중주의는 민주주의와 (혁명적/급진적) 민족주의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민주주의관은 민주주의의 의미를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대의제민주주의의 범위를 훨씬 넘어 이상주의적이고 추상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은 이상적인 공동체는 진보적이고 올바른 이론과 그 기획에 의해 일거에 성취될 수 있다고 믿는 진보적 엘리트들 사이에서 정서적 급진주의 또는 급진적 정서주의를 만들어 내는 배경이 되었다.
철학에서 정서주의(emotivism)는 어떤 실재성/현실성을 서술하지 않고 또한 무엇이 진실이고 진실이 아닌지를 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도덕적 진술은 단지 그것을 말하는 사람들의 감정/정서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정서주의가 추상적 이념과 과도한 열정으로 덮씌워지면서 급진화된 양상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이러한 급진주의가 수반하는 정치관은 현실에 천착하는 사고와 행동양식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그 정치적 실천은 현실로부터 괴리되는 경향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러한 경향이 민주주의의 정치적 실천이나 과정과 쉽게 접합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자유주의의 냉정한 현실주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이 지점에 있다. 자유주의의 정신적 원천은 신의 명령에 따르고자 하는 도덕적 의무감을 개인 생활의 중심에 놓는 신교, 특히 칼비니즘으로부터 왔다. 여기서 매우 인상적인 것은 그들이 현실을 변화시키려 하든 수용하려 하든 신의 명령에 복무한다는 격렬한 열정을 냉정한 열정으로 그 성격을 전환시킨 힘이다. 그것은 어떻게 격렬한 도덕적 감성이 현실을 냉엄하게 다룰 수 있는 힘으로 전환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것은 로크의 "정부에 대한 두 개의 논설"이나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에서도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한국에서 분출되는 정치적 열정은 이러한 냉정한 현실주의를 생산해내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최근 년에 들어와 보수주의 또는 보수주의적 운동의 관점에서 자유주의를 신자유주의와 동일시하면서 자유주의를 속류화하거나 급진화하여 실제로는 자유주의로부터 일탈한 사례들에 대해서는 다른 지면에서 보다 상세히 논의할 것이다. 여기서는 진보적 운동이 변혁이론을 중심으로 어떻게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최근 지자체선거 이후 한 진보적 지식인 서클은 변혁적 민주주의관을 어떻게 대중과 결합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대해, "부르조아적 반자본주의, 지역생태주의, 제3세계민족주의, 글로벌케인즈주의, 사회운동노조주의, 사회주의"등 급진적 또는 진보적 이념을 광범하게 포괄하는 급진민주주의 프로젝트를 제시하였다(경향, 6/5일자). "한국 사회 변혁"을 지향하는 이러한 이념과 운동이 한국 사회의 진보 전체를 말하거나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혁이론과 운동전략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민주주의관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운동전략과 방향이 한국 사회의 일반대중, 소외계층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향상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이렇게 추상화된 이념은 전혀 현실에 기초하거나 현실을 대면하고 있지 못하다. 고도로 추상화된 급진이론은 진보적 엘리트의 지적 프로그램일 수는 있어도 대중의 삶의 조건을 실제로 다루는 문제를 둘러싼 관심사항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그것이 대중과 결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이 지체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시민들이 대의제민주주의 그 자체가 갖는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대의제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제도들과 그것을 실천하는 방식이 대의제민주주의가 상정하는 이상적 기준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은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조차 크게 제한되고 있는,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것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편 변혁적 운동론에서는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내용에서도 반자본주의적 생산체제 혹은 사회주의가 이념적 준거로서 진지하게 고려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반신자유주의 혹은 총체적으로 오늘의 경제조건을 이상주의적으로 바꾸고자하는 변혁적 모토나 이론을 천명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해결의 방법은 무엇보다 먼저 모든 사회계층에 예외 없이 그러나 차등적으로 몰아닥친 이제는 현실이 되어버린 신자유주의의 충격의 실상을 파악하는 것, 다음으로 경제와 시장에서 개혁할 수 있는 범위가 무엇이고, 그로부터 어떤 대안이 가능한가를 발견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정치를 통해 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깊이 사고하고,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일이다.
위에서 말한 변혁적 사고에서 문제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권력과 갈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현상에 대한 이해가 미약하다는데 있다. 자유주의의 현실주의적 정치철학자들이 강조하는 실천이성은, 인과관계를 통해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 현실을 다루는 문제에 대한 겸허함과 권력의 사용을 수반하는 정치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성의 한 유형이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조건, 정치문화에서 자유주의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면 민주주의가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상념되는 이상과 목표가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도한 열정을 차가운 열정으로 전화시켜, 현실 문제의 복합적 구조 속으로 침투하고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예술을 창출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자유주의를 논의하는 데 있어 다음의 세 가지 맥락이 중요하다. 첫째, 한국 사회는 이데올로기갈등이 심하고 좌우이념대립이 심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유주의는 어떤 위상과 역할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둘째, 보다 중요하게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풍요롭게 하는 사회윤리적 가치의 이념적 자원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대한 고려이다. 셋째, 정치적 이념은 비전, 가치, 정책방향을 통해, 여러 사회세력들 사이의 정치적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에서 본 발표자는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면서 자유주의는 어떤 지위와 역할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했다. 본 발표자의 관점에서 위의 문제영역 모두에서 자유주의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유주의를 논의하는데 있어 본 발표자는 자유주의만이 중요한 이념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현존하는 정치이념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이념으로 한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어떤 이유로 그것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 접기
허리우스 2010-07-04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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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이나미
공부하는 나부랭이, 무중력고기 2012. 6. 12. 12:43
읽은 지 꽤 됐는데 이제야 감상을 올린다.
상당히 얇은 두께에 내용은 알차게 재밌다. 구한말 개화자강파,애국계몽세력의 저항논리를 민족사학의 시각이 아닌 정치사상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그들의 저항이라고 하는 것은, 전자의 시각에서 보면-비록 사회진화론과 동양평화론의 이중성에 잘못 넘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기본적으로 민족을 최우선하여 일제에 대항한 것이었고, 후자의 시각에서 보면 자유주의 사상에 입각한 특정 계급의 이권 수호에 불과한 것이었다. 저자는 그 자유주의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으로, 지금의 신자유주의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민권 사상에 대한 관점이었다. 자유주의의 민권 개념은 "개인들의 재산, 생명, 자유의 보호이며,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의 참여를 배제시키고자 하는 것"(125ㅉ)이라고 한다. 여기서 '개인'은 약한 다수가 아닌 엘리트 소수를 의미한다. 저자는 한국 자유주의 사상의 기원을 독립신문의 내용에서 찾고, 많은 부분을 인용한다. 기사에서 '인민', '국민', '신민', '백성' 등의 명칭이 갖는 미묘한 의미에 주목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저자가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역사학에서 짚어내지 못한 부분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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