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의 항일독립운동 사적지 탐방에 즈음하여
‘시민모임 독립’은 7월4일부터 8일까지 일본 안에 있는 한국독립운동 사적지를 답사하려고 합니다. 4박 5일 동안 일본에 산재한 독립운동 사적지를 모두 훑어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크게 세 지역을 중심으로 답사하려고 합니다. 오사카(大阪)․교토(京都) 지역과 가나자와(金澤) 지역 그리고 도쿄(東京) 지역입니다.
오사카․교토 지역에는 윤봉길 의사가 상해 거사 후 일본으로 호송, 제 9사단 주둔지역인 가나자와로 옮기기 전에 약 한달간 구류되었던 구금소가 있고 임진왜란 때 조선 침략을 총 지휘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축성한 오사카 성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조선인이 많이 살았던 지역이어서 일본에 이주한 조선인의 삶과 각종 독립운동의 흔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교토에서는 일본에 유학한 윤동주․정지용 시인의 흔적을 비롯하여,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수된 문화의 흔적, 임진왜란 때 침략군이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다 무덤을 만들었다는 귀무덤(耳塚) 등이 있어서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가나자와 지역은 교토에서 북향, 우리나라 동해와 맞닿아 있는 일본의 서북지역입니다. 듣기에 생소한 이곳은 윤봉길 의사의 순국 흔적이 있는 곳입니다. 상해 의거 후 윤 의사는, 상해 파견 일본군 부대인 제 9사단의 본부가 있는 가나자와로 옮겨져 그곳에서 순국했습니다. 오사카 구금소에서 1932년 12월 18일 가나자와 소재 제9사단 위수구금소로 옮겨진 윤 의사는 그 이튿날 오전에 순국했습니다. 해방 후 김구선생이 유해봉환 작업을 할 때 이곳 쓰레기 더미 옆 암장지에서 유해를 찾아 효창원에 안장했습니다. 이 근처에는 일본으로 끌려와 노예노동을 당했던 조선인들의 노역장도 볼 수 있습니다.
도쿄 지역에는 한국독립운동 유적지가 많은 곳입니다. 1919년 2.8독립선언의 중심역할을 했던 조선YMCA 회관과 히비야(日比谷) 공원을 비롯하여, 1932년 1월 8일 궁성으로 돌아가던 히로히토(裕仁)에게 이봉창 의사가 폭탄을 투척한 곳, 김지섭 의사의 니주바시(二重橋) 투탄 사건의 현장, 그리고 이봉창 김지섭 의사가 옥고를 치렀던 이치가야(市ケ谷) 형무소 터, 서상한 의사의 의거지역과 양근환 의사의 의거지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조선 침략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조선독립운동의 현장을 살피면서 선대들의 조국 사랑과 함께 식민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번 답사는 1923년 9월 1일부터 시작된 ‘간토(關東) 조선인 대학살’ 사건 100주년을 맞아 행하는 행사이기도 해서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 해 9월 1일 간토지역에 대지진이 일어나 수많은 가옥이 불타고 사상자를 냈습니다. 이를 계기로 조선인에 대한 유언비어가 조직적으로 유포되었고, 일본 군경민(軍警民)에 의한 조선인 학살이 자행, 6천명이 넘는 조선인이 집단학살되었습니다. ‘간토조선인대학살’입니다. 아직도 이 문제는 진상 밝히기를 거부한 채 양국 정부도 의도적으로 외면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답사는 비명에 가신 채 아직도 정처를 찾지 못해 한일간을 떠돌고 있는 선대 혼령들께 술 한잔, 꽃 한송이라도 올려 그들의 혼령을 위로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답사는 독립운동가 후예이면서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자이기도 한 이준식 박사와, 일본에서 오랜 동안 윤동주를 연구해왔고 일본 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해 온 김응교 교수의 안내를 받을 것입니다. 두 분의 안내와 강의가 이번 답사를 한층 의미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모처럼의 기회에 답사에 함께 하시는 여러분들께서 좋은 교제를 나누며 의미 있는 답사 여행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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