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의 관점으로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기
아래 댓글의 링크는 며칠전에 흥미있게 읽은 한 중국 ’애국주의’ 논객의 글이다. 그가 블링컨의 방중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면, 중국의 소위 ‘매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읽을 수 있다. 물론 그의 생각이 중국 공산당의 시각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중국 공산당이 중국의 민간 애국주의자들의 의지를 읽으려할 때, 이런 생각들을 참고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오늘도 한겨레 신문의 한 기고문을 읽고, 가슴이 조금 답답해졌다. 점잖게 중국을 비판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시각이 아무리 봐도 우리의 시각이 아니라 미국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중국을 비판하든, 미국을 비판하든, 이제는 좀 우리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글의 내용은 중국의 위안화를 이용한 미 달러화 대체의지 및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것이다. 어림없다는 것이다.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일을 평가할만한 능력이 없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대해 한가지 의문이 있다. 중국의 위안화 사용확대와 일대일로 전략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인가?
그게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측의 이야기는 일관되어 있다. 우리 앞마당은 우리가 지킨다는 것이다. 즉, 중국이 외국과 거래를 할 때, 미국을 제외한 상대방은 위안화를 사용해 달라는 것이다. 또, 일대일로 전략도 기본적으로 중국 자신의 에너지와 식량 공급선을 만들고 지키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다시 요점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미국의 전체 밥그릇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우리 밥그릇은 우리가 챙기겠다.” 미국은 중국의 밥그릇도 (통화와 에너지, 식량) 계속 자기 통제하에 두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중국의 위안화나 일대일로를 반길 수 없다.
여기서 과연 우리의 이익은 계속 미국의 패권에 종속돼야 하는가, 아니면 중국의 패권에도 기댈 수도 있는 것인가? 사실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왜 미국의 패권을 신앙처럼 떠받들면서 모든 논의를 전개시켜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중국의 패권이 우리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처럼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래서 앞으로 10년간은 특히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다만, 중국과 미국이 서로의 밥그릇을 인정하는 양강체제로 천천히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이런 평형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양국의 사이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중국은 자기 나와바리를 벗어날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중국이 생각하는 자신의 나와바리가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그는 두가지를 이야기한다.
1. 대만이 중국에 복속된다.
2. 동아시아에 역사적인 전통질서가 회복된다.
한국인들은 1번도 찜찜하지만 특히 2번에 반대할 것이다. 중국이 지역패권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없겠지만, 예전처럼 주변국가, 특히 한국을 번속국으로 삼고자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결국 한국에게 중요한 건 중국이 동아시아를 자신의 나와바리로 설정할 때, 얼마나 우리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고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때, 미국의 힘을 이용할 수도 있고, 동아시아 혹은 동아시아 바깥의 다른 나라들과 힘을 합쳐 중국이 함부로 한국을 대할 수 없도록 힘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할 수도 있다.
이것이 꼭, 미국의 요구, 미국의 정서로 세상을 바라봐야만 (마치 과거 조선이 명의 관점으로 청을 바라봤듯이)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미국의 관점 자체는 상당부분 이미 중국의 패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으로 변화했을 수도 있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나는 받는다.
나는 정치외교경제에 대해서 문외한이라서 분명히 이런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다만, 한국 사람들의 집단적인 심리나 정서와 이에 영향을 받는 관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점이 많이 느껴져서 쓸데없이 한마디를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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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글을 쓰면서 좀 망설였다. 막 책도 한권 냈는데, 꼭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런데, 아무래도 좀 더 보충해서 내 생각을 얘기해야겠다. 출판사 분들께는 미안한데 그래도 할 수 없다. 나는 엊그제 한겨레에 실린 그 글의 폐해를 사람들이 좀 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남의 눈치 보느라 할말도 못하고 살면, 언론의 자유가 없는 중국보다 뭐가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나?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정치외교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그 글을 쓴 모 교수와 국제금융에 관해서 논쟁을 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좀 이상한 게 있다. 이건 상식차원의 질문이다.
나는 지난 몇달간 유튜브에서 미달러와 위안화의 국제통화로서의 위상변화에 대한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거의 공통적으로 미국 달러는 갈수록 영향력을 상실하고 위안화 혹은 다른 대체통화(?)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이들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면 이 또한 누군가의 음모론이 아니라 그냥 각 경제주체가 상황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움직이다 보니까 발생하고 있는 일들이다. 미, 중의 선전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극적인 유튜브 방송의 특성상, 한쪽 방향으로의 변화를 과장하고,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측면들이 있지만, 이게 큰 흐름의 변화를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분명히 멀지 않은 미래에 때에 따라서 위안화를 국제 결제에 사용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 일대일로와 관계된 다양한 이해관계에 노출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중국이 자기 나와바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미주대륙에 있거나 먼 유럽에 위치한 나라가 아니라 중국의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글로벌 경제위상과 상관없이 중국과 관계된 경제권내에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만일 중국이 한국기업에서 물건을 수입하면서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한국 기업이 그걸 쉽게 거절할 수 있을까? 또 실제 한국에서 중국물건을 그렇게 많이 수입하고 있으니 위안화에 대한 실수요가 있는 상황인데, 왜 한국의 경제주체들이 그걸 마다하겠나?
그런데, 저 교수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런 일은 당분간 발생할 염려가 없으니 안심해도 될 것 같고. 그냥 '오만한 중국인'들에게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이나 주면 될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이 정말 그런가?
이건 중국의 패권을 어떻게 가치판단하느냐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겁을 먹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지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싱하이밍의 발언이 기분나쁘니까, 이렇게 한마디하고 끝내면 그만인 것인가? 지식인의 역할이 정말 그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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