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얼굴’에 ‘블랙리스트 가담’ 소설가 오정희라니
2023.06.14 11:24 입력이영경 기자
문화예술단체, 기자회견서 분노 표출
“‘블랙리스트’ 사찰·검열·배제한 인물
피해자들에 사과는 커녕 성찰도 없어”
2023 서울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소설가 오정희.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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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시행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었던 소설가 오정희가 서울국제도서전 홍보 대사로 위촉된 데 대해 문화예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이후(준) 등 문화예술단체는 14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있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은밀한 방식으로 위법하게 실행하는데 앞장 선 혐의를 갖고 있다”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진상조사위)’ 조사와 백서 등에 따르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서 사회참여적 예술인으로 지목된 블랙리스트들을 사찰, 검열, 배제하는데 앞장섰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오정희 소설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제5기) 위원이자 위원장 직무대행으로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들(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라며 “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심의에서 심사위원들이 배제조치에 끝내 반발하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적접 30여 명을 무더기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실행에 가담하였다. 당시 오정희 소설가는 블랙리스트 실행 사실을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정희 소설가는 지금까지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어떠한 성찰적 태도조차 보여주지 않았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대한민국 문학과 도서출판을 대표하는 국제행사의 홍보대사로 ‘블랙리스트 실행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에서 한국작가회를 비롯한 일부 문학,문화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가담자로 지목된 오정희 소설가의 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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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을 주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홍태림 정책팀장은 오정희 소설가의 홍보대사 위촉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홍씨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와 제도개선을 위한 운동에 연대해 왔던 출협이기에 순리대로 해결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나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문제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오정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사회적 면죄부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며 사직서 제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블랙리스트 피해사례는 9273건, 피해자는 8931명, 피해단체는 332곳이다. 이중에서 진상조사위를 통해 피해 조사라도 진행된 경우는 145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전히 대다수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마주해야 했던 국가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 피해에 대한 사회적 기록, 피해보상을 통한 명예회복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2017년 9월21일 열린 문학 분야 토론회에서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학계를 대상으로 한 대표적 블랙리스트 사례라고 밝힌 바 있다. 오정희 소설가는 2018년 한국문학관 초대 이사로 선정되었으나, 블랙리스트 관여 문제로 문화예술계에서 반발해 자진 사퇴한 바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오정희는 <중국인 거리>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등의 작품을 남긴 한국 문학의 원로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코엑스에서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을 주제로 개최된다. 소설가 오정희와 함께 소설가 김인숙, 편혜영, 김애란, 최은영, 천선란이 ‘도서전의 얼굴’인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출협은 이날 오후 4시에 ‘서울국제 도서전 개막식전 오정희 작가의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선정 항의 시위에 대한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입장’을 내놨다.
출협은 “홍보대사 선정은 서울국제도서전 운영팀의 자율적이고 독립적 의사에 따라 운영돼 왔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 집행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며 “오정희 작가의 홍보대사 선정과정에 문체부도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출협은 “홍보대사가 선정되고 홍보물이 배포된 후 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됐던 ‘블랙리스트’ 관련 활동 단체들의 문제제기와 방문이 있었다”며 “위촉 철회부터 의견상 약간의 스펙트럼이 있었지만 홍보물 완전폐기의 현실적 어려움을 밝히고 향후 추가적 언론노출이나 공개 행사 자제 등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국제도서전 운영팀은 언론간담회 취소를 비롯해 홍보물 노출 자제,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날로 예정된 홍보대사 6인 토크쇼에 오정희 작가 참가 취소 등을 추진했다.
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선정과정과 결과가 좀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의견수렴을 통해 좀더 폭넓은 공감대와 합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오전 개막식 행사 전 ‘시위’에 포함된 문제제기 진정성이 우리 사회에 수용됨으로써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국제도서전 포스터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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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관여’ 소설가 오정희,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사퇴
등록 2023-06-16 21:47
양선아 기자
작가회의 등 반발에…출협 “심려 끼쳐 사과드린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오정희 소설가가 16일 자진 사퇴의사를 밝혀왔다고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밝혔다. 서울국제도서전 누리집 갈무리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중 한 명으로 위촉됐던 오정희 작가가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홍보대사를 사퇴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16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 “오정희 작가가 사퇴 의사를 밝혀왔다”며 “오 작가의 홍보대사 위촉과 관련해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저자, 출판사 등 여러분들에게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출협은 또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시간이 흘렀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진실에 기반한 책임자 규명과 제도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이후(준),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소속 문화예술계 인사 10여명은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지난 14일 도서전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오 작가의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들은 “오 작가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 핵심위원”이었다며 오 작가의 홍보대사직 해촉을 요구하고 출협과 문체부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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