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세계관에 갇혔다’…정의당 틀 깨자는 ‘탈이념 제3지대론’
임재우 기자
등록 2023-04-20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세 번째 권력’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조성주·류호정·장혜영 공동위원장. 사진 ‘세번째 권력’ 제공.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이 열렸다. 정의당의 장혜영·류호정 의원,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 등이 주축이 된 이들은 ‘정의당을 해체하자’는 정의당 의견그룹이다.
이들의 목표는 ‘낡은 진보정치 청산’이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노동조합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그치는 정당”, “민주당 왼쪽을 자처하며 잔여 권력을 기대하는 사실상의 위성정당”, “폐쇄적 운동권 정당”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끊임없이 지적돼온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진보정당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주 전 부의장은 “보수주의뿐 아니라 (운동권의) 구좌파(민중민주 계열)나 엔엘(NL, 민족해방 계열)도 ‘권위주의적 경향성’을 갖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인이라면 기존의 진보·보수에 모두 존재하는 권위주의에 맞서 자유주의적 다원성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 사이가 아니라, 권위주의·포퓰리즘과 자유주의·책임정치 사이에 전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수·자본·검찰을 거악으로 여겨온 진보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넘어, ‘대화가 가능한 정치’를 해보자고 주장한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동시에 초대한 출범식은 그들의 지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진보정당 안에서 ‘탈이념 제3지대론’이 나온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전까지 진보 진영에서 나온 제3지대론의 연합 상대는 많이 가도 ‘민주당 내부의 왼쪽’까지였다. 그런데 ‘세번째 권력’은 진보냐 보수냐를 뛰어넘자고 한다. 진보정당이 대안이 되지 못한 역사에 더해, 청년층의 탈이념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세번째 권력’에 참여한 이는 50여명으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의당 현역 의원 2명이 공동운영위원장에 이름을 올리고, 당 지도부인 이기중 부대표 등까지 참여하면서 당내 논란도 일고 있다. 정의당 당원인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이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함께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성찰과 모색’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 이런 흐름과 연동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분당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당 일각의 의심은 강하게 부정했다. 류호정 의원은 “정의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당내에서 권한도 책임도 크다. 새로운 정치로 가는 전환을 함께 맞이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15일 공동위원장을 맡은 류호정·장혜영 의원, 조성주 전 부의장과 나눈 일문일답.
15일 정의당 주도의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거악 척결 세계관’ 끝내야…상대를 악마화하지 않는 정치하겠다”
—‘세번째 권력’과 기존의 진보정치가 구분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조성주 전 부의장(이하 조)=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진보정치를 구성했던 지난 20년의 세계관이 ‘반독재 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민주당의 세계관’과 구분되기 어려웠다고 본다. 거대한 악이 있고, 그 거악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 앞에서 모두가 총단결해야 한다는 거다.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세계관인데, 저희는 그런 거악이 없다고 본다. 나아가 거악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고도 본다. 그 거악이 군부독재였다가, 재벌이 됐다가, 검찰이 된 것인데, 그렇게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만 놓고 봐도, 노동시장과 기업·노동자들이 공존하면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재벌·기업·자본이라는 거악을 척결하는 방식으로 노동의 권리가 넓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진보정치’라는 이름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조=‘진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많이 오염되어 있고, 그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보정치는 국유화와 공공성 등 ‘국가의 힘’을 통한 해법을 주로 제시해 왔는데, 불평등 문제는 그렇게 해결할 수 없다. 시장과 사회의 힘을 적절히 배합해야 하는데, 진보정치가 이를 굉장히 소홀히 해왔다.
—보수정당 소속이거나 이른바 ‘제3지대’에 있는 인사들에게도 문을 열어놓는 것인가.
장혜영 의원(이하 장)=저희는 ‘최대공약수’를 규정해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은 모든 의제가 자신이 속한 진영의 시점으로 왜곡되고 있다. 우리의 진단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전에 어떤 생각을 가졌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류호정 의원(이하 류)=이준석 대표가 축사에서 이야기했듯이 지금처럼 서로를 악마화하지 않는, 토론의 대상으로 만날 수 있는 상대방을 원한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 상대라면, 조금이라도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저희 역시 그런 상대가 되길 바란다.
—결국 우파로 가겠다는 선언과 무엇이 다르냐는 반응도 있다.
조=지금 한국사회 정치나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권위주의적 경향성에 대항해 어떻게 자유주의적 다원성으로 나아갈 것이냐다. 한국의 보수주의뿐 아니라 구좌파나 엔엘(NL)에도 ‘권위주의적 경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갈등과도 연관된 문제다. 한국의 2030 엠제트(MZ) 세대와 기존 세대 사이에는 문화적 갈등도 있지만, 분명한 ‘가치적 갈등’도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하키 단일팀 문제가 그랬다.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정치인이라면 기존의 진보·보수에 모두 존재하는 권위주의에 맞서서 자유주의적 다원성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지난 11일 전남 목포 청년회관 앞에서 재창당 전국대장정 기자회견을 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 정의당 제공
“현상유지적 재창당으로 가면 정의당 소멸…이제 논쟁 시작할 것”
— ‘자강론’을 강조하는 이정미 대표의 재창당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장=지금 지도부의 인식은 ‘이대로 가다 보면 우리에게 기회 올지 모른다’로 보인다. 이런 현상유지적 인식으로 가면 당은 소멸한다고 본다. 우리가 스스로를 재구성해야만 살아갈 길이 있다.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하고, 그 논쟁의 중심에 비전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터놓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열려야 한다고 보는데, 현재 지도부는 그걸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조=한 마디로 ‘나이브’하다. 재창당이 아니라 조직 재정비다. 기존의 진보정치를 해체하는 수준의 재구성이 있지 않으면 지금의 정의당 실력으로는 어떤 전략과 전술을 써도 (재창당에) 성공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조=한 가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에 대한 토론이다. 지금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2000원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영업자들은 결사반대한다. 이를 책임 있게 조정하고 대안을 찾는 게 정치인데, 진보정치는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하면 민주노총과 똑같이 ‘1만2000원 인상’을 주장하게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 최저임금을 책임 있게 대하는 게 무엇인지 논쟁해보고 싶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당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류=저는 정의당의 비례대표 의원이고, 당내에서 권한도 책임도 크다. 안에서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설득해서 다 같이 새로운 정치로 가야 한다. 그런 전환을 함께 맞이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당에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이 그렇게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너무 우울한 상황이 아닌가. 오늘 오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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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 프로필naver 대표계정 입니다.Dragon2023.04.20 18:40 · 수정됨 · 공유됨(1)
정의가 없고 정체성도 없는 정의당 떨거지들 다음총선에서 살아날 길이 없으니
최후에 발악을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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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프로필naver 대표계정 입니다.ce****2023.04.20 15:41
젊은 꼰대들 모여서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꼴이 참.. 못봐주겠네. 이준석, 박지현, 류호정, 장혜영. 당신들 모여서 찍은 사진이 청년정치의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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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공감2반대0
점순이 프로필naver 대표계정 입니다.점순이2023.04.20 14:52 · 수정됨 · 공유됨(1)
정이당이나 한겨레나 방향없는 난파선 같네요. 이 지경이 되는데 책임있는 사람 다 모였네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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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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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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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이미 그 자체로 "제3지대"이다. 정의당이 실패했다면 누가 가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의당이라는 플랫폼을 갖고 그 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나는 정의당 당원도 아니고 정의당에 호감도 없다. 그쪽에서도 어차피 나를 부르지도 않지만, 나도 그쪽에서 제안 와도 받을 생각없다. 그러니까,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하는 말이다. 제3지대라는 게 될 게 아니다. 진보정치에 오히려 안 좋은 영향만 끼친다. 1987년 이후의 제3지대 운동에서 성공한 사례가 뭐가 있나? 성공한 사례들은 제3지대로 몸값 올려서 양당제로부터 러브콜 받은 경우밖에 없고 그나마도 손학규, 이인제, 안철수 등의 계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 실패했다. 정치인 본인도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제3지대를 꿈꾸며 자기 인생 바친 사람들은 어떻게 된건가. 남의 커리어에 사용되고 버려진거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특히나 진보정치를 하겠다는 이들이 그렇게 남의 인생 가볍게 생각해도 되는건가?
정의당이 실패했다면 그 내부에서 실패를 되짚어보고 성공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들은 자꾸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습성들이 있고 그래서 "전통"이라는 게 생기지가 않는데, 안 좋은 습관이다. 영속하는 건 조직이지, 개인이 아니다. 조직이라는 건, 적어도 정치의 영역에서는 "집단적 주체"이다. 개인은 그 주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자 정당이라고 했을 때 그 정당은 집단으로서의 노동자 전체를 대표하는 추상적인 의미의 "계급 그 자체"이다. '나'라는 개인을 구성하는 정체성은 다양하겠지만 적어도 노동자 정당에 속해 있다면 그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사회적 주체로서의 계급의 구성원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 정당이 아니라도 시민단체든, 정당이든, 하다못해 조기축구회에 속해 있어도 소속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거다. 개인은 그런 의미에서 사회와 연결되는거고, 선진사회일수록 개인이 다양한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다원주의적인 질서를 형성하게 되는거다.
자꾸 무슨 다원주의가 그냥 말만 하면 형성되는건줄 아는데 내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 많고 그 정체성 간의 교차가 이뤄지고 그런 게 되어야 다원주의, 관용 등이 정착되는거다. 서구 등의 선진사회에서는 내가 특정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다른 이들의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는 말을 넣기 위해 수십, 수백만의 인간들이 죽었다. 걔네는 외려 그런 정체성을 너무 존중해주다보니 민족공동체가 복수의 정체성을 지닌 공동체들로 나눠지는 바람에 지금 저 지경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이 그런 사회인가? 한국은 하나의 정체성밖에 없고 오히려 다양한 정체성의 기반이 되는 시민사회에서의 조직화를 지금 제3지대 운동한다는 인간들처럼 계속 파괴하는 운동들이 일어나서 문제이다. 정의당이 당원과 지지자들한테 당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심어주지도 못했는데 그걸 지금 파괴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무슨 양당제 비판하면서 다원주의가 어쩌고.. 본인들부터가 그런 정체성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조직을 비난하고 해체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다원주의적 질서를 만들겠다는건가?
조직을 자기 출세에 이용해먹는 저질의 정치를 하면 안된다. 조성주, 류호정, 장혜영 등이 자꾸 정의당이라는 조직을 자기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비겁하고 저열한 인간들이다. 나는 이런것들이 어차피 당연히 망하겠지만 더 빨리 망하는 게 좋은 사회라 본다. 다시는 정치 못하게 아예 폭망해야 한다. 특히 류호정, 장혜영 같은 것들은 페미니즘, 청년정치 등의 가치를 팔아서 저 자리까지 올라갔으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얘네가 망하면 이제 저 가치들도 같이 떠내려간다. 아주 나쁜 정치인의 전형이다. 왜 이쪽에는 이런 것들밖에 안 굴러들어오는지.. 정의당 당원도 아닌데 진짜 너무 화가 난다니까 보고 있으면. 뭐하자는거야 대체.
Myeong-Su Song
이관식 하대용 Jo Daein 이장규 님네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해집니다만.
Reply5 d
이장규
저는 뭐 애초에 심상정 등이 문제라는 쪽입니다. 장혜영 등을 영입한 것도 심이구요. 애초에 당 활동을 안 한 사람을 청년여성이라는 이유로 영입해서 표를 얻자는 식의 사고방식 자체가 당장의 득표율만 생각할 뿐 조직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없었음을 의미하지요. 사실 정의당 자체가 (더 정확히는 통합진보당 자체가) 서로 합쳐지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선거승리를 위해 합쳤을 뿐 당으로서의 일체성이 별로 없었지요...
아, 선거승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대연합할 수 있지요. 다만 그건 별도의 과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장기적인 지향이 다른 사람들을 한 정당에 몰아넣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서구나 남미처럼 이중당적이 가능해서 원래의 이념정당과 선거용 연합정당에 둘 다 참여하는 게 가능하다면 다르지만요 (저는 이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중당적이 불가능한 상태에선 단일화 등으로 조정하는 것 이상은 쉽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 단기적인 선거승리를 위해 억지로 당을 합치면 당 자체의 강화발전보다는 (어차피 단기 목표가 우선이다보면 현재의 정당이 얼마나 지속될 지 불확실하니까), 정치인 개개인의 전망을 우선시하게 되지요. 이게 정의당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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