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용 기자
입력 2025.09.03
[소년이 자란다]③유튜브와 아이들
극우·보수 성향 채널 12개 분석 결과
저격, 좌표찍기, 밈 형태 소년층 소구
정보 전달보다 의견으로 사실 비틀어
"이승만 과오=모솔 연애 실수" 비유
편집자주
어느 날 극우적 생각을 내보이며 부모를 걱정시키는 아이. 더 나아가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에 참여한 10대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는 것인가. 한국일보는 10대 극우화의 현상과 원인을 파고들었다.
이미지 확대보기극우 성향 유튜버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이화여대에 난입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의 피켓을 빼앗아 찢고 있다. 신남성연대 유튜브 캡처
"저도 목사님 말씀이라고 해서 다 믿는 건 아녜요. 유튜브 보면서 다 검증하죠."
올해 초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했던 김모(16)군은 "정치적 사건과 주제를 이해할 때 믿을 만한 유튜브 콘텐츠를 찾아본다고 했다. 가장 신뢰하는 유튜버는 '그라운드씨'(본명 김성원·36)다. 김군은 원래 보수 성향인 종합편성채널의 뉴스를 자주 봤지만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이 채널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라고 부르는 패널이 출연하는 걸 보고 극우 유튜버의 '시사 강의'를 듣게 됐다고 한다. 그라운드씨는 12·3 불법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는 인물이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강경 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들이 고령층이 주로 보는 유튜버들과는 전혀 다른 전략으로 10대 구독자를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저격'이나 '밈(인터넷 유행물)'처럼 젊은층이 익숙한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여행 등 일상의 이야기로 청소년들을 '모객(구독자 모으기)'한 뒤 왜곡된 역사관과 음모론을 퍼뜨려 10대 우경화의 토양이 되고 있다. 실제 유튜브에서 정보를 주로 얻는 청소년들이 극우·음모론을 더 많이 믿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극우·보수채널의 소년·청년 타깃 전략
한국일보는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함께 극우·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12개의 최근 1년 치 콘텐츠(2024년 7월 1일~2025년 6월 3일) 1만5,538건을 심층 분석해 청소년·청년과 중·노년이 각각 주로 시청하는 채널의 분화 양상을 확인했다. 이 채널들은 한국 정치와 근현대사를 영상의 핵심 소재로 삼아왔거나 비상계엄·탄핵 정국 때 정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만들었던 곳이다. 청년을 겨냥한 채널은 모두 20·30대 유튜버가 운영했고 중·노년 채널은 50대 이상 유튜버가 운영하고 있다.
본보와 언더스코어는 이 채널들의 영상에서
- △진보 또는 보수 정치인(지지자)이 다뤄진 빈도 수와 내용
- △페미니즘과 남성 인권을 다룬 빈도 수와 내용
-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탄핵 관련 언급 여부
- △미국, 중국, 일본 언급 빈도 수와 내용
- △음모론적 논리 구조 등
29개 변수에 대한 값을 오픈AI의 추론 모델인 'o-4 미니'를 통해 얻어 분석했다.
분석 대상 극우·보수 유튜브 채널
●10대 등 젊은층이 많이 보는 유튜브 채널(총 5개) *괄호 안에 구독자 수(9월 2일 기준)
△성제준TV(106만명)
분석 대상 극우·보수 유튜브 채널
●10대 등 젊은층이 많이 보는 유튜브 채널(총 5개) *괄호 안에 구독자 수(9월 2일 기준)
△성제준TV(106만명)
△그라운드씨(90만명)
△신남성연대(75만명)
△윤루카스(52만명)
△호밀밭의 우원재(50만명)
●고령층이 많이 보는 유튜브 채널(7개)
△진성호방송(187만명)
●고령층이 많이 보는 유튜브 채널(7개)
△진성호방송(187만명)
△펜앤마이크TV(178만명)
△신의한수(160만명)
△신인균의 국방TV(152만명)
△고성국TV(131만명)
△가로세로연구소(102만명)
△이봉규TV(97만명)
※연령대별 구독자 비율은 웹사이트 분석 사이트인 ‘녹스인플루언서’에서 제공
젊은 유튜버들이 10대 등을 붙잡기 위해 쓰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외부의 적 때리기'다. 내 편을 감싸는 데 시간과 노력을 조금 덜 들이는 대신 상대편을 공격하는 데 화력을 집중한다. 이번 분석을 주도한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저격'과 '좌표찍기' '밈(인터넷 유행)을 활용한 조롱' 등은 청소년·청년 세대에게 익숙한 온라인 문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음모론과 극단적 주장을 퍼뜨리기도 한다.
※연령대별 구독자 비율은 웹사이트 분석 사이트인 ‘녹스인플루언서’에서 제공
젊은 유튜버들이 10대 등을 붙잡기 위해 쓰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외부의 적 때리기'다. 내 편을 감싸는 데 시간과 노력을 조금 덜 들이는 대신 상대편을 공격하는 데 화력을 집중한다. 이번 분석을 주도한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저격'과 '좌표찍기' '밈(인터넷 유행)을 활용한 조롱' 등은 청소년·청년 세대에게 익숙한 온라인 문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음모론과 극단적 주장을 퍼뜨리기도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래픽=송정근 기자
청소년·청년 유튜브 채널과 중·노년층 채널을 비교해 보면 특징이 또렷이 보인다. 중·노년층 채널의 영상 중 국민의힘 정치인이 언급된 비율은 75.6%로 청년층 유튜브(67.9%)보다 7.7%포인트 높았다. 대신 젊은층 유튜브는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을 더 많이 소환(전체 영상 중 77.6%에서 언급)해 집중 타격했다. 중·노년층 채널 영상이 민주당 정치인을 언급한 비율은 74.3%였다. 또 젊은층 채널들은 진보 성향 지지자를 깍아내리는 데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 채널들의 영상 중 진보 지지자가 언급된 비율은 30.5%였는데 이는 중·노년 채널보다 9.3%포인트 높은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보수성향 청년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에 올라온 영상 섬네일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저격'하는 내용이 대다수다. 유튜브 캡처
예컨대 청년 유튜브 채널인 '성제준TV'(구독자 106만 명)는 최근 한 달간 모두 48개의 영상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41개에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김혜경 여사를 제목 또는 섬네일(견본 이미지)에 넣었다. '이재명 대통령직 끝났다' '재명이 정상회담 망했다' '이재명 비상사태'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용자들을 낚은 뒤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 김 여사 사진에 '불륜 최초 폭로 김혜경 난리났다'는 문구를 넣은 영상도 올렸는데 마치 이 대통령과 김 여사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듯한 주장도 했다.
페미니즘도 청년 유튜브 채널의 주요 공격 소재다. 주 이용자인 10대 남성 등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슈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청소년·청년층 채널은 중·노년층 채널보다 페미니즘에 적대적 입장을 보인 콘텐츠 비율이 2.7배 높았다. 특히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유튜버들이 정치 이슈에 매달리기 전에는 젊은층 유튜브 채널과 고령층 채널의 페미니즘을 다룬 콘텐츠 비율이 4배 차이 났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래픽=송정근 기자
극우 유튜브 채널 '신남성연대'는 업로드한 영상 3, 4개 중 한 개꼴(28.6%)로 페미니즘을 공격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채널 운영자인 배인규씨는 지난 3월 영상에서 "본인들의 따님이 페미니즘을 한다고 하면 귓방망이를 후려 갈겨라" "페미니즘은 정신병" 등의 혐오적 표현을 내뱉었다. 그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이화여대 집회 현장에 난입해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고 이를 고스란히 중계했다.
일부 청소년은 이조차도 감싼다. 본보와 인터뷰한 한 고교생은 "신남성연대처럼 강하게 막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보수 성향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려 할 때 진보 단체들이 방해 공작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가 난입해 피켓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모습. 신남성연대 유튜브 캡처
친근하게 접근하고 의견 표명 많아
"10대에서 20대 초반에는 피부가 좋을 수가 없어요. 저도 이때 피부가 정말 안 좋았어요. (오늘은) 피부 관리에 대해 이야기해 볼 겁니다."
보수 유튜버 '윤루카스'(지난 7월 15일 올린 영상 중)
여행과 미용, 예능, 아이돌 등 일상의 소재를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10대들이 많이 보는 유튜브 채널의 특징이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도 청년층이다 보니 자신의 관심사나 일상을 자연스럽게 말하며 어린 구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이렇게 '라포르(상호 신뢰)'를 쌓으면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역사·정치적 의견을 섞어 전달한다.
분석 결과 청소년·청년층이 주로 구독하는 보수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 중 정치 현안을 언급한 비중은 85.16%로 중·노년층이 주로 시청하는 채널(92.18%)과 비교해 7.0%포인트 낮았다. 반면 일상 소재 콘텐츠 비중은 청소년·청년층 채널이 15.66%로 중·노년층 채널(10.66%)보다 4.8%포인트 높았다.
고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는 "젊은 세대가 많이 보는 정치 유튜버들은 외향을 잘 가꿔 아이들에겐 '잘생기고 멋진 형'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자세히 들어보면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언뜻 똑똑하고 말도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래픽=송정근 기자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해서 이들이 전달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온건한 건 아니다. 유튜브 영상을 '정보 전달형'과 '의견 표명형'으로 구분지어 분석해보니 청소년·청년층이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이 중·노년 채널보다 의견 표명형 영상이 4.8%포인트 많았다.
청년 보수 유튜버들이 전달하는 정치적 의견 중 왜곡되거나 치우친 내용이 적지 않았다. 윤루카스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양민학살 등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모솔 찐따(연애를 못 해본 어수룩한 사람을 비하하는 말) 친구가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만들면 '잘했다'고 말해준다", "'왜 그런 식당을 갔어'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했어'처럼 욕부터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누가 뭐라 해도 건국 초기 끝내주는 리더를 만나 지금까지 꿀을 빨고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이성교제를 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여러 실수를 하게 되는 것처럼 처음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했던 이승만 정권에서 벌어진 심각한 부정선거와 인권 탄압 등 역사적 과오조차 가볍게 치부하자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일상적 소재를 주제로 얘기하는 보수 성향 청년 유튜버. 유튜브 캡처
청년 유튜버 영상 중에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히 비트는 내용도 많다. 우파 유튜버인 '호밀밭의 우원재'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5·18의 진실'이라는 영상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5·18의 공은 분명히 크다"면서도 "동시에 명백한 한계와 문제점도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날 상당수의 사람들이 5·18은 평화적 비폭력, 불복종 운동이었고 전두환 정권과 계엄군의 일방적 폭력만이 있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민주화 이후인 1995년 검찰의 5·18 관련 사건 수사 보고서를 보면 당시 시위대는 차량을 이용해 다양한 지역으로 진출해 무기를 탈취, 무장장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일부 계엄군과 시위대의 대치 상황에서 일부 시위대의 선제적 무력 행위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났다는 정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중화기로 무장한 시위대 중 일부는 사격을 하며 이동했고 총격전을 벌였으며 옥상 등에 기관총을 설치해 진지 사격을 했다"고 말했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이에 대해 "역사왜곡의 전형인 사실관계 비틀기"라고 비판했다. 당시 광주 시민이 무장한 건 계엄군이 시민들을 학살한 이후 방어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계엄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 사용은 있었지만 법원에서 방위적 차원으로 인정받았다"며 "무장을 한 시민들이 서로를 약탈하거나 해를 입힌 사례는 한 건도 없었기 때문에 5·18 민주화운동은 세계적으로도 비폭력 평화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한편 유튜브로 정보를 주로 얻는 청소년·청년들은 뉴스(기성 언론)를 주로 보는 또래들보다 극우적 사고나 음모론에 매몰된 경향도 보인다. 이는 본보가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와 함께 21대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전국 만 16~18세(고1~3학년 해당) 459명과 19~22세 611명 등 총 1,070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한 결과에서 확인됐다. 응답자들에게 ‘윤석열의 계엄령은 바람직했다'는 문항을 던지고 1(매우 반대)~5점(매우 찬성) 사이로 응답하게 했는데 뉴스를 주로 이용하는 응답자들은 평균 1.80, 유튜브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2.00으로 응답했다. 또 '선거에서 개표 부정이 발생하기 쉽다'는 문항에는 뉴스 주 이용 응답자가 2.70으로, 유튜브 주 이용 응답자는 3.30으로 답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래픽=송정근 기자
박진솔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장은 "가짜뉴스를 강하게 규제하는 법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데 정부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이 탓에 구글 같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도 독일의 나치 문제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래픽=박종범 기자
<소년이 자란다>시리즈
①소년을 만나다 ②10대와 정치 ③유튜브와 아이들
④독일의 교실 ⑤핀란드의 교실 ⑥대책 없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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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언더스코어는 독자들이 조금 더 상세한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수·우파 유튜브 콘텐츠 분석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아래 QR코드나 링크를 타고 들어가시면 보고서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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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우파 유튜브 콘텐츠 분석> 보고서 전문 보기 QR 코드
링크 : https://bit.ly/hankookilbo_underscore_youtube_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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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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