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중심 섰던 한국 교회, 국민 앞에서 사죄하자 [왜냐면]
장헌권 | 광주 서정교회 목사. ‘광주전남 민주화운동 동지회’ 상임고문
지금 한국 교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시작부터 무속 세력과 함께 한국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를 정치 도구로 활용했다. 윤석열 내란 세력 중심에 한국 교회가, 권력이 된 종교가 있었다.
국민들은 지난 1970~80년대 군사정권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민주화를 외친 한국 교회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지켰던 민주주의에 커다란 장애물이 된 교회에 배신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군사정권과 공생하고 뉴라이트 탄생을 거쳐 극우화까지 이른 한국 교회는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었다. 작금에 개신교 망국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개신교가 망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다.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필자 역시 교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참으로 부끄럽고 고개를 들 수 없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내란사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급속하게 전환되었다. 결국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이 역사의 혼란기에 극우 기독교 세력이 한국 사회의 혼란을 초래했다. 하나님과 십자가를 앞세우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온갖 가짜뉴스와 욕설과 폭력으로 도배된 집회를 생각하면 지금도 자괴감이 든다.
탄핵 반대 집회를 전국에서 열었던 손현보 목사는 어느 잡지와 인터뷰에서 “나는 이번 대선에서 우파 후보가 될 거로 믿는다. 하지만 만약 좌파가 선출되고 이재명이 되더라도 그분이 정치를 잘한다면, 그리고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만약에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면 전면적으로 반대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교회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 특히 동성애를 프레임으로 해서 개신교는 정치 권력화했다. 결국 신앙이 정치화된 것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을 따르는 극우 성도들과 극우 목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 주동자 중 상당수가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호도된 기독교인이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전광훈 목사(예장 백석 대신 교단에서 파직됨)는 교회 자금으로 서울서부지법 폭동 가담자들을 지원하고, 구속된 피고인들의 영치금 등을 지급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채상병 사건과 관련된 구명 로비에 연루된 혐의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이영훈 목사(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들은 “기도해 준 죄밖에 없다”고 밝혔지만, 기도의 이름으로 권력에 아부한 부끄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수년간 개신교는 반공주의, 국수주의, 혐오와 배제라는 극우적 언어를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단으로 규정된 신천지와 통일교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가정연합은 “대한민국의 안위와 번영을 위해 예배드리고 기도할 뿐”이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자신들의 종교적 언어를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사회에 적용하고 있다. 교회의 공공성이 상실된 것이다.
9월이면 한국 교회를 대표되는 각 교단에서 총회를 한다. 총회는 정책과 함께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회의다. 손현보 목사가 소속된 고신 교단 헌의위원회가 소속 3개 노회가 올린 손현보 목사 조사 헌의안을 기각했다가 강력한 항의에 의해 다시 다루기로 했다. 필자가 소속된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 교단의 총회 주제는 ‘용서, 사랑의 시작입니다’이다. 무엇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진정한 용서와 사랑은 죄를 고백하고 회개할 때 가능하다.
한국 교회는 정치 권력과 밀착한 지난 과오를 인정할 뿐 아니라 내란사태를 지지하거나 동조한 일에 대해서 하나님과 역사 앞에 마음을 찢으면서 통곡하는 회개가 필요하다. 또한 공개적으로 사회와 국민 앞에서 사죄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회가 퇴행적 극우 세력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 현실의 참담한 상황에서 교회의 본질을 향하는 십자가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2025-09-02
[출처] 내란 중심 섰던 한국 교회, 국민 앞에서 사죄하자/ 장헌권|작성자 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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