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6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현 단계를 진단한다 참관기 2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현 단계를 진단한다 참관기  2

강성현
September 3 at 2:21am ·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긴급 심포지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현 단계를 진단한다> 참관기 <2>
2. 왜 ‘12.28 합의’ 참사로 귀결되었나?
김창록 교수는 발표에서 박근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연계시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돌연 아베 정부의 퇴행적 입장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돌발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원덕 교수가 흥미로운 코멘트를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모든 한일 외교의 ‘입구’(전제조건)로 설정한 것 자체가 이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분명 이런 구도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진전되지 않으면, 한일 관계, 특히 미국이 바라는 한미일 삼각 동맹의 한 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입구로 삼은 것에 대한 비판은 한일 외교의 점진적 개선과 진전 속에서 ‘출구’로서 ‘뮈안부’ 문제 해결을 상정했어야 했다는 대안에 힘을 실어준다. 예컨대 북핵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북관계의 입구로 북핵문제의 해결을 전제하면, 대북 갈등을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협력해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반대로 점진적인 관계 개선 속에서 북핵문제의 해결을 출구로 모색하는 것이 이른바 햇볕정책 아니었던가?
내가 거의 유일하게 이원덕 교수의 논의에서 동의했던 것은 이 부분밖에 없다. 입구론 기조의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 그러나 이원덕 교수는 이렇게 이루어진 합의도 주어진 현실로서 받아들여야 하고, 그 속에서 개선을 꾀할 수밖에 없다는 논의를 전개했다. 그러나 그 논의는 디테일하게 인과적 고리들을 걸며 디테일하게 늘어놓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이상주의적 내용들이었다. 무엇보다 고리 몇 개가 깨지면 다 흐트러지는. 다시 말해 현실을 이야기했지만, 지극히 이상적이었다. 김창록 교수와 이상희 변호사는 애써 미리 현실을 예단해 가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지극히 현실주의적 시각으로 전개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원덕, 남기정 교수의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나중에 “무엇이 몸통이고 꼬리인가?” 부분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다.)
다시 돌아와 ‘위안부’ 문제 해결을 ‘12.28 합의’ 방식으로 풀어낸(?) 박근혜 정부의 사정은 무엇일까? 이는 정용욱 교수가 말한 ‘합의’를 초래한 ‘상황적 제약’의 변화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정용육 교수는 한일 관계의 차원이 아니라 동아시아 스케일에서 발생한 탈냉전 구조에서 신냉전 구조로의 전환에 주목한다. ‘신냉전’이라는 것은 과거 냉전으로의 회귀라기보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및 태평양으로 회귀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이라는 냉전 유물을 끄집어낸 것을 빗댄 것일까? 아무튼 정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1990년대 동북아에서 탈냉전 구조로의 전환과 동시에 부상했다면, 그 퇴행은 동북아에서 신냉전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에게 ‘위안부’ 문제는 ‘사드’ 반대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며, 이 연결은 결국 평화와 인권의 문제인 것이다.
이것이 ‘상황적 제약’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 상황적 제한을 뚫고 나오는 여러 층위의 행위자들의 역량이 또한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다. 그것은 정부의 외교 역량일 수도 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해 시민사회의 여러 당사자들의 역량일 수도 있다.
일본 아베 정부, 시민사회, 특히 ‘리버럴’의 분화와 갈등은 논외로 치자. 한국의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명시적인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이 참사의 상수임도 분명하니 논외로 치자. 그렇다면 이 상황적 제약을 뚫고 나올 수 있는 행위의 역량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것이 양현아 교수의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 배포된 토론문의 내용은 피해자의 범위와 피해자 치유의 진정한 의미, 그것이 어떻게 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른바 한국 외교의 역량과 현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복잡한(사실 별로 복잡하지 않았다) 외교 게임을 여러 경로로 늘어놓는 논의를 할 때, 이를 개탄했던 것이 양현아 교수였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국내외적 자원들(특히 그간 구축해놓은 유무형의 국제연대의 결과물)이 얼마나 많은지를 환기해주었다. 문제는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정부 당국과 일부 부정적인 외교적 관점이라 했다.
이 논평이 흥미로웠던 것은 역사 대 외교, 또는 가치 대 힘의 구도가 단순 대립된 채 양자택일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함의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평행선이었을 것이다. 외교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라면,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터이다. 더 나아가 역사와 가치도 우리가 가진 중요한 명분이고 어떤 의미에서 외교 자원이며 힘(정당성)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 무엇이 몸통이고, 꼬리인가?
4. 합의 폐기는 현실적이지 않다?
5. 나오며
이렇게 본격적으로 구성해 보니 매우 피곤하다. 가벼운 참관기이면 족한데, 내가 왜 일을 크게 벌이고 있을까? 써야 할 글 빚들이 약간 과장해 태산인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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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Hyesook Park, Joon Young Jung and 49 others
1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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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강태형
강태형 대신 꼼꼼하게 읽겠습니다...^,^;
1 · September 3 at 2:29am
강성현
강성현 어이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댓글을...^^
1 · September 3 at 2:38am
강태형
강태형 출근 안해도 되는 날이라 맘편히 책을 보느라...^,^;
1 · September 3 at 2:40am
Joon Young Jung
Joon Young Jung 깔끔하게 정리된 비판적 실황중계록. 현재 진행적인 쟁점이라면, 일방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주장을 담은 글들보다, 주장과 주장이 맞닿아 마찰하는 지점을 성찰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조합하여 '판단'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투명한 영역들을 드러내는 실황중계록이 훨씬 더 쓸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듬. 이런 류의 실황중계록을 모아서 펴내는 계간 잡지를 하나 창간하면 어떨까 하는 '몽상'도 해봄. ^^
4 · September 3 at 2:12pm · Edited
Euiyoung Nam
Euiyoung Nam 실황중계록에 우와! 좋아요 백만개입니다!^^
September 3 at 2:12pm
강성현
강성현 역시 선배의 언어가 참 유려하네요.^^ 오늘 밤에는 심사 3개를 몰아서 하고, 이 글 쓰고 나니 또 벌써 지치네요. 북토크의 과한 수다도 여진이 남아 있고... 토론문 하나 더 쓰려 했으나 일단 자야겠음. ㅠㅠ
2 · September 3 at 3:03am
강성현
강성현 잘 생각해보니 발표 하나에 토론 5명인데, 서로 긴장감 있게 대립 갈등의 확산을 자제해가며 토론을 진행했던 것이 꽤 괜찮았어요. 나름 생산적~
3 · September 3 at 3:10am
이정선
이정선 아, 역시 양현아 선생님 ㅠㅠ
1 · September 3 at 3:36am
강성현
강성현 제가 양샘 글에도 없는 말을 너무 잘 정리한?^^
1 · September 3 at 1:45pm
Shin Chang
Shin Chang 써야할 글 빚보다는 내가 지금 관심가진 게 더 중요하죠. 난 알면서도 빚쟁이를 의식해서 쓰지 못할 뿐. 당신이 용자요.
2 · September 3 at 4:30am
강성현
강성현 샘이 음주페북 했다는 사실만 몰랐어도 제가 헤벌쭉~했겠지요...^^
1 · September 3 at 1:44pm
Young  Kim
Young Kim 꼼꼼한 참관기 고맙게 읽고 있어. 나처럼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고마운 참관기. ^^
1 · September 3 at 10:42am
Kang Haejung
Kang Haejung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 못해 아쉬웠는데...감사합니다
1 · September 3 at 12:30pm
강성현
강성현 김영 강혜정 별 말씀을... 그냥 제가 여기에 신경이 가 있다보니 열 일 제치고 이리 하게 된 거지요.ㅜㅜ
2 · September 3 at 1:43pm
Euiyoung Nam
Euiyoung Nam 다망하신 가운데 참관기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m(_ _)m
1 · September 3 at 2:13pm
김상환
김상환 덕분에 참여 못한 저희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
1 · September 3 at 2:17pm
Seongnae  Kim
Seongnae Kim 문제의 핵심을 간파한 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잇는 환경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이 바로 그동안 위안부 운동과 연구가 성취한 정상적 시민공동체의 힘이 아닐까 감히 믿어봅니다.
September 3 at 6:3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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