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6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소년공 출신 李 대통령, 노사정 아우르는 대타협 실현해 달라”

[새 정부에 바란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소년공 출신 李 대통령, 노사정 아우르는 대타협 실현해 달라”

[새 정부에 바란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소년공 출신 李 대통령, 
노사정 아우르는 대타협 실현해 달라"
정해민 기자
입력 2025.06.13.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태경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중단됐던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노동 정책에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주 4.5일제, 정년 연장 등 노사 간 강한 충돌이 예상되는 현안들이 포함돼 있다. 노란봉투법은 임기 초부터 처리될 가능성이 크고,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는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통해 노동 현안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다.

−기업들은 우선 추진될 노란봉투법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의 핵심은 하청 업체 노동자들이 자신이 속한 하청 업체가 아닌 원청 기업과의 교섭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대기업이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우려와 최저임금 수준밖에 못 받는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 사이에서 타협 지점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노사가 각각 무엇을 양보해야 하나.

“노란봉투법 개정이라는 상황까지 온 데에는, 수십 년간 하청 단가를 쥐어짜 온 원청 대기업들의 책임이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적절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단가를 제대로 쳐준다면, 노조법 개정 관련 사회적 합의 지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은 대기업·공기업 등 정규직 중심이다. 이들 역시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중소기업·하청 노동자의 임금 수준 개선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노동계 책임도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시해야 한다. 대기업 임금을 천천히 올리고, 중소기업이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양대 노총이 이런 논의를 회피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설득하고 독려할 책임이 있다.”

−정년 연장이나 주 4.5일제 도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고령화로 인해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제도가 잘못 설계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할 수 있다.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 고용이 줄고, 인간의 생산성을 추월하는 AI(인공지능)와 로봇 도입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주 4.5일제도 마찬가지다. 사업 여건이 열악하고 임금도 취약한 중소기업에 주 4.5일제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화 논의도 현장 실태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정부가 내야 할 정책 성과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주요 노동 정책은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성급하면 노동계든 경영계든 강한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따져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노사정 중심의 경사노위 테이블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청 노사, 5인 미만 사업장 노사,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소비자, 전문가까지 포함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

−‘소년공 출신’ 이 대통령에 대해 노동계에서 기대하는 바가 큰데.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 전태일 정신을 잘 아는 분이라고 본다. 제가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으로 있던 시절, 전태일 50주기 추도식을 경기도와 함께 열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본인도 소년공 출신임을 밝혔다. 전태일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대기업 정규직이었지만, 자신의 처우 개선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시다나 미싱사들을 위해 살신성인했다. 이 대통령 역시 그런 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도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고(2조), 노조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3조)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이라고도 한다. 2009년 쌍용차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이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자, 이들을 돕기 위한 성금이 노란 봉투에 담겨 전달된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한석호

1964년 경북 예천 출생.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재학 시절 학생운동에 입문해 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성당 투쟁동지 위원회를 결성해 투쟁하다 구속됐다.

노동운동의 중심지였던 인천에서 현장 노동자 조직 사업에 참여했고, 민주노총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다.

민주노총 출범 후에는 금속산업연맹 조직실장과 사회연대위원장을 지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을 맡았고, 불안정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출범한 한국노동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재명#노조#AI




정해민 기자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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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407030600015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낳은 10 대 90…‘일상의 불평등’ 때문에 절망”

입력 2024.07.03 

한석호 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한석호 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1983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시작했다. 1988년 인천에서 노동운동에 발을 담근 이래 금속산업연맹(현 금속노조) 조직쟁의실장, 민주노총 조직실장, 미조직·비정규 사업실장, 연대사업국장, 사무부총장, 사회연대위원장을 지냈다. 2020년 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 실행위원장을 맡았고, 2022년부터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다 지난달 10일 물러났다. 학생운동·노동운동 과정에서 세 차례 구속됐다. 저서로 <누리야 아빠랑 산에 가자-고교생 딸과의 3년간 산행기>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운동 위기가 운위되지 않은 해가 없다. 구조적 원인이 주기적 임금 인상과 승진·복지 혜택이 주어지고 노동조합 보호를 받는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 사업장)과 고용 안정성·임금·복지가 취약하고 노조 보호를 받기도 힘든 2차 노동시장(비정규직·플랫폼 사업장 등)의 분단, 다시 말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것도 알려진 얘기다. 그렇다면 위기의 해법 역시 1·2차 노동시장 간 격차 해소·완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거칠게 분류하면 노동운동 내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국가와 자본을 압박해 2차 노동시장의 처우를 1차 노동시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1차 노동시장만큼은 아니더라도 2차 노동시장의 고용과 처우를 지금보다는 한결 두텁게 보장하고, 이를 위해 1차 노동시장이 연대의 손을 내밀어 2차 노동시장에 보다 많은 사회적 자원이 투입되도록 선도하는 것이다.

한석호 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60)은 후자를 강력히 주장하는 노동운동가다. 그는 민주노총에서 무던히도 문제를 제기했으나 반향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 무력감이 쌓여 민주노총에 거는 신뢰의 마지노선이 무너졌던 것 같다. 그때부터 한 전 총장은 민주노총 울타리 바깥에서 발언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노동에 적대적인 보수정부의 위원회이기도, 조선일보 지면이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의 선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이 ‘연대’라는 가치에 충실한가, 연대의 정신을 상실한 노동운동을 노동운동이라 부를 수 있는가 회의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노동운동의 위기, 2차 노동시장 종사자들의 노동 위기, 삶의 위기 앞에서 주류 노동운동이 한가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거나, 관성처럼 튀어나오는 급진적 정답이 손해보지 않으려는 대기업 정규직의 이기심을 가리는 치장물은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 역시 한 전 총장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일을 풀어가는 방식을 두고는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극단적으로 진영화한 사회에서 한 진영의 틀을 깨고 나와 중심을 잡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 번 틀을 깨고 나오면 탈주의 가속도가 붙게 마련이다. 기존 진영에선 척력이, 반대 진영에선 인력이 작용한다. 이런 힘들에 버티면서 중심을 잡으려면 초인적인 균형감각이 필요하거니와, 그렇지 못해 반대 진영의 극단으로 가버린 사례를 우리는 여럿 알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향신문 사무실에서 한 전 총장을 만났다.

조선일보·전태일재단 ‘노동 기획’ 혼란…이사장과 내가 물러나면서 마무리
하청노조에 교섭권 생기더라도 성과급 놓고 원·하청 노조 간 ‘이익 갈등’ 불가피

공정거래법·근로기준법 사이 영세 상인 등 문제…‘노란봉투법’과 별개로 풀 필요
사회적 대타협 핵심고리는 ‘상속세’…마련된 재원, 2차 노동시장으로 돌려야

1차 노동시장 때리는 데서 멈춘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아직 평가할 게 없다

- 근황이 어떤가요.

“조선일보·전태일재단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공동 기획’과 관련해 재단 내 혼란이 있었고, 이덕우 이사장과 제가 지난 10일자로 재단에서 동시에 그만두면서 마무리했습니다.”

- 정부가 꾸린 ‘노동약자 정책 전문가 자문단’ 공동단장이시죠.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약자 지원법’을 만들라고 지시해서 고용노동부가 꾸린 건데, 법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8월까지 결론을 낼 예정입니다.”

- ‘노동약자’가 무엇입니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절반을 넘습니다. 여기에다 영세 사업주, 영세 상인들도 노동약자라고 봐요.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이나 노동3권, 공정거래법으로는 풀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방송작가나 프리랜서 중에는 노동에 대한 적정한 대가나 노동시간을 원하면서도 ‘노동자성 인정받는 거 싫다’고 하는 사람도 꽤 된단 말이에요. 이들에게 근로기준법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거죠. 사업주의 지불능력 등 문제 때문에 개별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걸 국가와 사회가 나서 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 교섭권 보장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접근법과는 다르네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 하청노조에 교섭권을 준다고 해도 원청이 교섭을 안 받으면 방법이 없어요. 파업을 했다고 쳐요. 그럼 원청이 다음에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버릴 텐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지금은 원·하청 교섭이 열리면 다 풀릴 것처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원·하청 교섭이 열리면 원·하청 노조가 첨예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성과급 배분 문제가 걸리잖아요. 하청노조도 성과급을 나눠달라고 하지 않겠어요? 원·하청 노동자 간 이익 갈등이 생기는 거죠. 원·하청 노동자가 그런 식으로 맞닥뜨리게 하는 게 맞냐는 문제의식이 있어요. 그런 식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이야기를 하는 거고요.”

- 사회적 대타협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교섭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건 계속 넓혀 나가야죠. 다만 선의로 만든 법이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노동약자에게 교섭권을 주는 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풀리지 않는 것도 봐야 한다는 거군요.

“그렇죠. 지금 원청의 사용자성을 얘기하는 사업장은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 하청 사업장이에요. 그렇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더 많은 노동자들은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또 공정거래법과 근로기준법 사이에 있는 영세 사업주들, 영세 상인들은 어떻게 할 거냐는 겁니다. 노란봉투법과는 별개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거죠.”

-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얼마나 심각합니까.

“지난해 10대 재벌 총수들의 배당금이 8196억원이에요. 1조원이 안 돼요. 근데 10대 재벌 성과급은 10조원이 훌쩍 넘어요. 사회적 총액으로는 재벌 총수 배당금의 10배가 넘어요. 대기업 정규직들은 성과급 안 받아도 우리 사회 상위 10%예요. 독일은 국민소득 5만달러인데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이 10만달러를 받아요. 독일의 2차 노동시장은 4만달러를 받고요. 우리는 국민소득 3만달러인데 자동차 공장 정규직들이 10만달러를 받는 거예요. 한국의 2차 노동시장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니까 2만달러, 3만달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거고요. 독일이 4만달러와 10만달러의 격차라고 한다면, 한국은 2만달러와 10만달러의 격차인 거죠.”

- 하청노조가 교섭권을 갖게 되면 원·하청 이익 갈등이 생길 거라고 했는데, 그걸 푸는 건 노동운동의 몫일 텐데요.

“지금은 불가능해요. 양노총 주력 조합원들이 1차 노동시장의 정규직들이에요. 지금도 양노총이 마음만 먹으면 그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요. 원청노조를 중심으로 둔 산별노조, 아니면 양노총이 이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면서 싸우면 돼요. 현장 핑계를 대고 안 하는 거죠. 그런데 하청노조에 교섭권이 생겼다고 산별노조·양노총이 하청노조 편들면서 성과급 나누라고 얘기할 수 있겠냐는 거죠. 그 문제는 모르는 척 외면하면서 하청의 교섭권 확보 얘기만 하는 건 비겁한 거예요. 솔직하지 못한 거죠.”

그의 말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때 실력이 검증된 7~8년차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을 전교조가 반대했잖아요. 지금도 공공운수노조 유명 사업장의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데, 원청노조가 그걸 반대해요.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져 하청노조가 교섭권을 갖게 돼도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벌어질 거예요.”

-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1차 노동시장 정규직들이 연대라든가 측은지심을 잃어버리고 임금 기계가 되어 버린 것부터 바꿔내는 거대한 흐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건 노동운동의 힘으로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런 얘기를 꺼내는 순간 주력 조합원들이 ‘무슨 개소리냐’ 할 거예요. 그래서 사회적 압력이 필요합니다.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이 문제를 사회화시켜야 해요.”

- 노동운동 구호는 ‘비정규직 철폐’였는데, 한 전 총장은 질 좋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층, 주변부, 외부자 이런 게 2차 노동시장을 표현하는 언어들인데 당사자들은 이렇게 호명되는 걸 싫어해요. 이주노동자들이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으려고 한국에 몰려오잖아요. 이 일자리가 다른 나라 노동자에게는 나쁜 일자리가 아니라는 거죠. 2차 노동시장 노동자들도 들어보면 3~4년에 한 번은 베트남이든 태국이든 일본이든 여행을 다녀올 수 있고, 비정규직도 자가용을 할부 끊어서 몰 수 있고요. 그런데도 동창회에 가서 자기 자식이 비정규직이다, 프리랜서다 이러면 기가 죽어요. 저는 이게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의 일상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봐요.”

- 일상의 불평등이요?

“불평등을 얘기할 때 1 대 99가 있고 10 대 90이 있어요. 1 대 99는 구조의 불평등이고, 10 대 90은 일상의 불평등이지요. 자본주의 초창기에는 모든 노동자의 의식주 자체가 어려웠기에 1 대 99 불평등 해소가 중요한 사회 문제였어요. 그러나 지금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최상위 1%와의 격차 때문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상의 삶에서 비교가 되는 10 대 90 불평등 때문에 화가 나고 절망하는 겁니다. 아이의 장난감, 학용품, 여행지까지 갈라놓은 불평등인 거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만든 일상의 불평등입니다.”

- 비정규직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까.

“불가능하죠.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고용과 임금과 복지 등에서 균등하게 맞춰야 하고 그러려면 기존 정규직의 양보와 나눔의 연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해요.”

- 항시 해고 위험이 있는 비정규직이 온전히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나도 쉽게 해고하려고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2차 노동시장의 많은 사업주는 진심으로 직원 처우를 고민하고 있어요. 2차 노동시장의 상당수는 정규직·비정규직 개념 자체가 없기도 하고요. 그들의 다수는 해고 위험 때문에 노조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노조를 해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이유가 더 커요.”

-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지금 노동 문제, 일자리 문제는 노사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풀려요. 1차 노동시장에서 노사 갈등은 없어요. 재벌 총수가 많은 배당금을 가져가기 위해 정규직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거죠. 정규직 입장에선 성과급을 그렇게 받으니까 재벌 총수가 배당금을 많이 받아가도 불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1차 노동시장 노사는 자기들끼리 윈원하고 있다, 상생을 넘어 동거하고 있다고 봐요. 반면 원·하청 기업, 원·하청 노동자, 배달 라이더 요금 같은 생산자·유통인·소비자, 세대, 젠더 갈등이 중첩된 다중 갈등이 있어요. 고용과 일자리 문제는 이 당사자들이 다 참여하는 테이블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봐요. 이 테이블에서 유럽에서 하듯이 4~5년 걸려서라도 사회적 논쟁을 붙이고 격하게 토론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답을 내놔야죠. 나는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 고리는 상속세라고 봐요.”

- 상속세 인하는 보수진영의 의제 아닙니까.

“양노총이 주도하는 사회적 대타협은 불가능해요. 주력 조합원들이 현 상태에서 얻는 것이 더 많거든요. 결국 사회적 압박이 노사정을 향해야 합니다. 재벌은 1차 노동시장에서 초과이윤을 걷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는 소비자,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다시 말해 전 국민의 땀이 들어가 있어요. 그러니 초과이윤 일부는 정규직 노사 너희들끼리 알아서 나눠 먹되 일정 부분 이상은 세금으로 사회에 환원하라는 거죠. 그러면 상속세 인하하고 차등의결권 줘서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안정적으로 경영권·소유권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죠. 그렇게 마련한 재원을 2차 노동시장으로 돌리는 겁니다. 물론 1차 노동시장에 있는 정규직들에게 돌아갈 사회적 인센티브도 고민해야 되겠죠.”

- 비정규직 기간 연장도 필요하다고 보세요.

“기간제 노동자들과 얘기해보면 절반 정도는 기간을 늘려 계속 일하고 싶다 하고, 절반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이 되면 좋겠다고 해요. 그냥 기존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데 2년이 되면 사표 내고 다른 기간제 일자리 알아봐야 하는 게 불안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단 말이죠.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 기간 연장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봐요.”

- 현 정부에서 ‘노동약자 정책 전문가 자문단’에 참여 중이고,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했고, 경사노위 공익위원으로도 지원했죠.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투쟁하는 그동안의 방식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지금 노동운동은 노동계급을 해체하고 있는 일상의 불평등 문제가 현실에서 얼마나 깊고 심각한지 진지하게 분석하며 요구하고 투쟁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양노총 주력 조합원들은 투쟁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정규직 노조는 이제 불법파업 안 합니다. 그런 지 10년도 훌쩍 넘었어요. 2차 노동시장 문제와 관련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도 않고요.”

- 이 정부의 노동정책에 기대가 있어 그러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라서가 아니라 정부이기 때문에 그러는 거죠.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계속 만나서 떠들어야죠.”

-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노동개혁의 핵심은 2차 노동시장을 안아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현 정부는 1차 노동시장의 조직된 노동을 때리는 데서 멈췄어요. 이제라도 2차 노동시장 문제를 풀려고 하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결론이 나온 게 없어서 아직까지는 평가할 게 없어요.”

한 전 총장의 주장은 매우 논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에서 보듯 비정규직 일자리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인식은 노동 유연화를 정당화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기 쉽다.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모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는 그의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노동약자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노란봉투법 입법을 부차적인 문제로 인식되게끔 하는 효과를 갖는다. 한 전 총장의 사회적 대타협론은, 노동자는 노조로 뭉쳐야 한다는 자강의 논리, 특히 노동약자의 교섭권 확보를 위한 제도 확보 운동과 단단하게 묶이지 않으면 시혜적 상층 교섭 문제로 왜소화할 수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상위 10%로 설정한 그의 ‘10 대 90’의 불평등 구조론은 불합리한 노동시장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흐리고, 노동시장 문제를 노·노 갈등 문제로 치환할 위험성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장이 노동 유연화를 추진하고,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대기업·정규직 불문하고 노조·투쟁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정부·보수언론과 협업하는 모습이 저런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것도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격렬한 논쟁이 불가피한 주제들이다. 어쩌면 한 전 총장 의도도 그것인지 모른다. 자신을 불쏘시개 삼아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는 것. 그럼으로써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오랜 무기력과 침묵과 회피의 빙벽을 깨는 것. 한 전 총장은 노동운동 인생 전체를 건 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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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 노동운동가' 한석호의 이유있는 변신
백승현 기자기자 구독
입력2023.03.21 

"노동시장 이중구조 언제까지 책임만 따질건가…노동계가 앞장서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언제까지 책임을 따지고 있을 겁니까. 이제는 노동계가 앞장서서 풀어보자는 겁니다. 그게 상생임금위원회에 들어간 이유입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해 "양대 노총 조합원 상당수는 이미 상위 50% 기득권층"이라며 "재벌, 정부 탓만 하지말고 먼저 무언가를 내놓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관수동 전태일기념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한 사무총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상생임금위원회에 전문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전태일재단에 공문을 보내 한 사무총장의 상생임금위 참여 철회와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어찌 그럴 수 있냐며 떨어져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는 그대로 얻어맞을 생각"이라며 "지불능력·근로기준법 바깥의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위해 상생임금위에 계속 참여해 일하겠다"고 민주노총의 사퇴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보낸 공문에서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전태일재단 사업에 대해 후속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이 전태일재단에 할 수 있는 이렇다할 조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민주노총이 나 개인에 대해 공격한 것이 아니라 재단에 요구를 한 것이라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라며 "지금도 밤에 잠을 잘 못잔다"고 했다.

◆"노동계는 재벌 소유·경영권 인정, 경영계는 5인미만 근기법 전면적용 동의해야"한 사무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전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83학번인 그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시작해 1987년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투쟁동지회 사건으로 처음 구속된 이후 2001년까지 세 차례 감옥을 다녀왔다. 쇠파이프, 화염병으로 무장하고 늘 선봉에 섰던 그였지만 2001년 이후 노동운동이 조합원 이익만 대변하며 취약계층을 외면하는 데 대해서는 줄곧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한 사무총장은 취약계층,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하위에 있는 근로자들은 '바깥노동'이라고 불렀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바깥노동의 다수는 매일 8시간 이상 일하면서 2만불도 안되는 소득으로 살아간다. 이들에게 2만불과 3만불의 중간, 그러니까 연소득 3000만원은 보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노사 간의 사회적 대타협이 해법이라고 했다. 한 사무총장은 "당장 되지는 않겠지만 상생임금위에서 무언가 작은 성과를 내면 노동계에서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노사단체만 앉혀놓거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가면 안되고 보다 확장된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주고받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도 처음에는 재벌해체론자였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일구는데 있어 재벌의 긍정적 역할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또 전문경영인들과 달리 무한책임을 지는 오너 경영도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계도 노조에 대해 적대를 거두고 노조의 기본권을 다 인정하고,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데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과 원칙을 떠나 가장 영세한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너무 야속한 규제이고, 사업주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은 사회적으로 책임져줘야 하는 문제"라는 게 한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주52시간 논란, 실사구시로 풀어야"민주노총의 사회적대화 참여와 관련해서는 "들어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이 노사관계와 정치 분야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형님, 동생하며 공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했지만 이제는 '적대적'이라는 말도 희미해진 게 현실"이라며 "다만 민주노총이 대화에 복귀하려면 보다 강한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주 최대 69시간 근무’로 논란이 되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임금보다 (근로)시간을 중시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임금을 더 받기 위해 연장근로를 원한다”며 “근로시간 개편 문제는 실사구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맞서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양대노총의 대응이 아쉽다고 했다. 한 사무총장은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는 비영리법인인 전태일재단도 홈페이지에 회계 내역을 모두 공개한다"며 "정부에 제출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인터넷으로 국민들에게는 공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전태일재단의 한해 살림 규모는 3억~4억원 수준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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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2차 노동시장’ 조직화…차기정부, 새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필요”

HERI 이슈 | 한국노동재단 한석호 상임이사

노동시장 복잡화·분절화 급속 진전
정규-비정규직 이분법적 접근 한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하려면
정규직 노조의 사회연대전략 필요

진영·노사 넘어 격차 해소 힘 모아야
2차 노동-재벌도 사회적 대타협 참여


곽정수기자
수정 2025-03-31
기사를 읽어드립니다
20:42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상임이사가 2월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재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상임이사가 2월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재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국경제 불평등의 종합판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을 위해 한국노동재단(공동이사장 송경용 신부·이미영 대리기사)이 지난 1월22일 출범했다. 비정규직·플랫폼·프리랜서·영세 자영업자 등 2차 노동시장 종사자들의 조직화와 지원을 위해 노동자, 노동운동가, 시민운동가, 경영계 출신 인사들이 힘을 합쳤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상임이사를 지난 2월11일 서울 금천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노동부 통계로 2022년 기준 10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노동자가 1600만명인데, 노조 조직률(조합원/전체 노동자)은 0.5%도 안 된다”면서 “플랫폼, 프리랜서, 고용원이 없는 ‘3.3 노동자’(3.3%의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영세사업자로, 사실상 노동자 성격이 강함), 소상공인 등 변형된 형태의 노동자까지 합친 2차 노동시장이 적게는 1500만~1600만명, 많게는 2천만명(전체 취업자의 3분의 2)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 상임이사는 “노동시장의 복잡화·분절화로 자본-노동,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전태일 열사의 ‘풀빵 정신’을 살려서,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이 기금을 조성해 2차 노동시장을 지원하는 ‘사회연대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진영과 노사를 넘어서 전 사회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에 매달려야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면서 “차기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 직속으로 2차 노동시장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발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 2차 노동시장이 취업자의 3분의 2

―한국노동재단은 어떤 곳인가?

“국내 노동분야에서 민간차원으로 만들어지는 첫 재단 법인이다. 하청노동, 불안정노동, 플랫폼, 프리랜서, 영세 소상공인 등 2차 노동시장 당사자들의 조직화와 지원 활동을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려면 당사자들이 조직화 되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재단에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단 이사진에 2차 노동시장 당사자들이 최소 3분의 1 이상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공동 이사장도 송경용 신부님과 이미영 대리기사가 함께 맡는다. 노동시장 문제는 단순히 노동의 힘만으로 풀 수 없다. 경영계 출신으로 금동혁 우리밀 회장과 김경식 이에스지(ESG)네트워크 대표(전 현대제철 전무)가, 시민사회에서 송 신부님과 함께 윤순철 경실련 전 사무총장이 참여한다.”

―정부 통계로는 비정규직이 900여만명(전체 임금노동자의 41.7%)이다. 재단은 조직화 대상인 2차 노동시장을 훨씬 크게 보는데.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프리랜서의 경우 사실상 노동자인데 사용주가 직접 고용을 회피하는 ‘위장된 프리랜서’와, 본인의 선택에 의한 자유로운 개인사업자 등 두 종류가 있다. 대기업에 소속된 사내 비정규직이 웬만한 하청기업의 정규직보다 임금, 복지, 근로조건이 더 좋다. 또 1차 노동시장의 정규직이 웬만한 중소사업장의 사업주들보다 조건이 좋다. 노동시장 구조가 복잡해지고, 분절화하면서 예전처럼 자본-노동,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게 됐다. 노동은 무조건 약자, 자본은 강자이고, 비정규직은 무조건 안좋고, 정규직은 좋다는 도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두가지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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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통계로도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데.

“여기에 두가지 난제가 있다. 첫 번째는 격차 확대 문제다. 한국경총 자료를 보면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대졸 초임이 2023년 기준 평균 5001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2500만원 정도다. 같은 대졸 청년이라도 대기업에서 첫발을 내디딘 사람과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2배의 격차가 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또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올라가는 계층 상승 사다리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중도 2000년에는 65%였는데, 2023년에 53.6%로 낮아졌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들어갈 바에는 차라리 쉬겠다고 하는 것도 이해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두번째 난제는?

“일상의 불평등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2차 노동시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안좋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하거나, 하청공장에서 일하면 경쟁에서 밀린, 부족한 청년으로 인식된다. 불평등 지표로 1대 99나 10대 90을 얘기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1대 99보다 10대 90의 불평등이 더 심각하다. 1대 99는 1%로 대표되는 소수의 자본과 99%의 노동 내지 민중이라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평등 성격이 강했다. 반면 10대 90은 일상의 불평등 성격이 강하다.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노동자가 같은 동네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 옆집은 외식 나가는데, 우리 집은 못 나가면 바로 비교된다. 이런 불평등이 던져주는 상실감과 비애감, 자존감 하락이 한국사회를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진보-보수 간 갈등에 이어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이 두 번째로 많다. 노사갈등, 빈부갈등보다 더 심하다.”

 비정규직 철폐와 처우개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어떤 새로운 접근과 시각이 필요한가?

“기존에는 원론적 대안 중심의 운동이었다면, 앞으로는 현실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동안은 비정규직은 철폐해야 한다거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전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은 아주 안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라고 주장했지만, 이제는 현실적 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진영과 노사를 넘어야 한다. 보수-진보, 노-사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전 사회가 함께 매달려야 한다. 궁극적인 해법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비정규직=나쁜 일자리’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게 비정규직의 현실을 인정하라는 얘기는 아닐텐데.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 전략을,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 전략을 각각 내걸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편 게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로, 비정규직(계약직)이 중규직(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다. 정규직보다 처우는 낮지만, 임금을 정규직의 70% 수준까지 올리고, 정년보장을 이뤘다.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철폐 전략도 현대차 등에서 불법파견 소송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정규직 철폐와 처우 개선은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다. 위장된 비정규직은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불가피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비정규직은 처우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웨덴의 자동차 회사들은 파견 노동자들에게 본사 임금의 중간 수준을 지급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일부 정규직이 반발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비정규직의 독자 세력화가 해답인가?

“2000년 초반 비정규직 노총을 만들자는 얘기가 노동운동 안팎에서 있었다. 양대 노총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 첫째 이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이 더 심화해서, 노동운동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비정규직 문제를 풀려면 정규직들과 연대해야 하는데, 반대로 대립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양대 노총이 계속 비정규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노동재단이 정규직이나 노조하고 갈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사회연대전략은 자본의 앞잡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대기업·정규직 중심 1차 노동시장도 형편이 어려운 2차 노동시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연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2015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본격 제기했다. 양대 노총의 주력 조합원은 이미 소득 기준 상위 10% 안에 든다. 양대 노총의 정규직 조합원(약 220만명)이 1인당 매달 1만원씩 내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노조 바깥의 아랫단에 있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영세 소상공인, 청년 실업자들을 지원하자고 했다. 그러면 한국사회에 어마어마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민은 노조에 손뼉 칠 것이고, 기업들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고, 정부도 세금을 투입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공감했을 것 같은데. 사회 일각에서는 귀족노조 비판도 있지 않나.

“아니다. 민주노총의 공식 의견이 아닌데 왜 사회연대위원장 직책으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질책을 받았다. 양대 노총의 기본 논리는 가진 것 없는 노동자들이 왜 기금을 내느냐,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2017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징계성 공개사과를 했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다시 얘기했다.”

―코로나19 위기로 2차 노동시장의 어려움이 컸는데, 어떤 얘기였나?

“양대 노총이 1차 노동시장의 임금 동결을 선언하자고 했다. 안받은 돈으로 기금을 만들어, 노조 바깥의 아랫단 2차 노동시장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자고 했다. 일부 노조는 이런 요청에 동참했지만, 노동계 전반으로는 한석호가 자본의 앞잡이 노릇 한다, 손모가지를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현대자동차 노조의 전 간부가 회사 경영진에게 임금동결과 기금조성 방안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경영진이 ‘회사로서는 임금이 이중인상되는 결과가 되는데, 미쳤느냐’고 거절했다고 한다. 노조가 임금동결분을 기금으로 내면, 회사도 그만큼 기금을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본의 앞잡이라면, 재계가 임금동결과 기금조성 제안을 받았겠지?

“(웃음을 지으며) 그 이후 결국은 노조의 사회연대기금 조성이 실현됐다. 민주노총의 보건의료노조·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의 금융노조· 공공연맹·공공노련 등 5개 산별 노조가 공공상생연대기금을 만들었다. 또 이와 별개로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가 우분투재단을 만들었다. 한국노총 금융노조도 금융산업공익재단을 만들었다. 이제는 양대 노총 안에서 사회연대기금 조성이 자연스런 일이 됐다. 내가 처음 얘기했을 때는 완전히 이단 주장이었는데, 이제는 정통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징계를 취소하고, 복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웃음지으며) 사회연대기금은 받아들여졌지만, 다른 사회연대전략까지 수용된 것은 아니다. 기승전‘임금인상’ 노선을 중단하라, 성과급도 적당하게 받아야 하고, 하청 노동자들에게 이윤을 분배하자는 주장은 여전히 불편해하는 것이다. 노조 안에서는 나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다만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발언을 못할 뿐이다. 하지만 노사관계도 변하고 있다.”

―한국은 적대적 노사관계가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변화가 있는가?

“한국노총은 기본적으로 노사상생 노선이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다. 반면 민주노총은 노사 대립이 기본 노선이다. 하지만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 보면 대부분 노사상생을 하고 있다. 파업을 선언해도 이면에서는 노사가 (회사를 위해) 조율한다. 현대자동차의 노사관계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노사관계 연구자들은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노조가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2018년 부산지하철 노사가 임금 양보 등을 통해 신규채용을 100명에서 540명으로 늘리는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도 임금 인상분의 10%를 기금으로 떼어서 하청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한다. 한국노총도 사회연대전략을 결의했다. 노동계가 진화하고 있다.”

■ 사회적 대타협의 조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으로 사회연대전략과 함께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한다. 기존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데.

“현행 경사노위는 20세기 산업구조를 기반으로 해서 노는 노대로, 사는 사대로 내부적으로 이해가 일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회적 대화 틀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이 방식으로는 사회적 대화가 안 된다고 보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을 모두 참여시키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한다. 노동자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원청 노동자, 하청 노동자, 플랫폼, 프리랜서, 3·3노동자가 모두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사용자에서도 한국경총이 대표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원청기업, 하청기업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타협이 가능하다고 보나?

“노사 어느 일방의 요구를 관철하는 게 아니라,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맞교환이 되어야 한다. 재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경영권이다. 주식의 차등의결권 허용과 상속세 인하를 생각할 수 있다. 대신 고용 확장, 초과이윤의 일정 부분을 세금이나 기금을 통한 사회환원, 노동조합 존중, 원하청 협력 등을 이행해야 한다.”

―노동계는 반대급부로 무엇을 내놔야 하나?

“기업별 임금 극대화 전략에서 사회적·산업별 임금 조율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현대차나 삼성전자 노조가 무조건 임금인상을 많이 해달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위-아래 임금격차를 생각해서 요구해야 한다. 일부만 임금인상을 해서 토끼처럼 앞으로 뛰어나가고, 나머지는 거북이처럼 뒤처지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화했다. 한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인데, 노동시장 상층부는 이미 5만달러 시대의 임금을 받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개선될 때까지 10~20년 동안은 천천히 임금을 올리고, 이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 대신 임금 인상을 양보한 정규직은 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직원 10만명이 지난해 받은 성과급이 1인당 평균 5천만원으로, 총액으로는 5조원이다. 정의선 회장의 배당금은 1800억원이다. 정 회장의 배당과, 현대기아차 직원의 성과급을 각기 절반으로 줄여서 조성한 기금(2조5천억원+900억원)으로 하청 노동자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지원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을 대기업 정규직 노조로 전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유력시되는데, 차기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대통령 직속으로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기구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관한 종합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대타협을 추진하는 것이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한국노동재단 공동 이사장인 송경용 신부(왼쪽)와 한석호 상임이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 재단 사무실 앞에 나란히 섰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국노동재단 공동 이사장인 송경용 신부(왼쪽)와 한석호 상임이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 재단 사무실 앞에 나란히 섰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오직 전태일…진보도 보수도 아닌 자유 노동운동가”

한석호 상임이사는

학생운동 출신의 노동운동가이다. 30여년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민주노총 등에서 조직·쟁의·선봉대 업무를 담당했고 진보정당운동, 문화운동, 평화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는 민주노총에서 투쟁의 선봉대를 10여년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구속·수배·고문을 당하고, 궁핍에 시달리며, 감옥에도 세차례 다녀왔다. 그런 그가 노동운동을 향해 논쟁적이고, 민감한 쓴소리를 쏟아내며 불편한 존재가 됐다. “노조운동은 조합원의 임금·처우 개선에만 관심이 있고, 무기력·무능력·무책임이라는 3무의 늪에 빠졌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등 전체 민중을 돌아보지 않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위해 보수와 진보가 협력해야 한다.”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2024년 3월 조선일보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관한 공동기획을 주도했다. ‘반노동’ 보도로 악명 높은 조선일보와 손잡은 것은 전태일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가와 자본의 책임은 희석하고, 노-노 갈등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 한해 전에는 윤석열 정부의 상생임금위원회에 전문가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그에게 “스스로 ‘노동운동가 한석호’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면 정통에서 이단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누구나 진영의 품 안에 있으면 안온하다. 진영 바깥을 향해 욕하는 게 가장 쉽다. 그런데 나는 진영을 향해 쓴소리하면서, 척박하고 외로운 경계 지대로 자신을 추방했다.” 그는 탈진보를 선언했다. “이제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주변에서는 그가 보수로 갈 것이라거나, 다른 뜻이 있는 것 같다고 수군댔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는 진보와 보수만 있는 게 아니라, 경계인도 있다”며 “이제는 자유 노동운동가”라고 말한다.

그는 자기 진영을 향해 쓴소리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전태일 열사의 영향을 꼽는다. 전태일은 가난한 노동자였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동료들의 권익을 위해 몸부림치다가 끝내 자기 몸을 불살랐다. “전태일은 자기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 전태일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어린 여성 노동자를 위해 교통비를 털어 풀빵을 사주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직접 모범업체(태일피복)를 구상하고, 언론에 호소하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편지도 쓴 것도 자신보다 처지가 어려운 시다와 미싱사들을 위한 헌신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전태일 운동을 우리 사회에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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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산업·노동 4.0위원회’ 만들어 개선 나서자

관리자
2025-04-08
조회수 90


30년간 대-중소기업 연봉차이 13억원, 골병드는 한국의 경제와 사회 … 노·사는 물론 진보와 보수 모두 머리 맞대야


“지금의 노동시장은 노동과 자본 구도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다중·다층 생태계다. 30여년 걸쳐 심화된 문제로 단기간에 파격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노사정을 포함한 각계각층, 그리고 진보·보수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2차 노동시장 당사자가 조직돼 목소리를 내야 한다.”

14일 서울 금천구 한국노동재단(재단)에서 만난 한석호 재단 상임이사의 첫 일성이다.

재단은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목표로 지난 1월 22일 창립했다. 국내 노동분야에서 민간차원으로 만들어진 첫 재단 법인이다. 이사진에 비정규·중소·하청·플랫폼·프리랜서 등 2차 노동시장 당사자가 1/3 참여한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경영계와 시민사회도 함께한다. 송경용 신부와 이미영 대리기사가 공동이사장이다. 재단은 2차 노동시장 당사자들의 조직화와 지원활동을 한다. 당사자의 목소리로 사회적 대타협의 흐름을 형성하고 정부와 국회 등을 통한 법·제도 개선 및 실효적 지원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책에 개입한다. 이것이 재단을 창립한 첫째 이유라고 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노사정 모두가 해소를 주창해왔지만 오히려 확대·고착화되고 있다. 한 상임이사는 10년 전 조직운동의 소득이 상위 10%에 진입했다는 주장부터, 노조의 사회연대기금 조성 등에 앞장서왔다. 그에게 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향에 대해 들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상임이사는 1983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에 입학해서 학생운동을 하고 1988년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선봉대와 금속산업연맹 선봉대를 거쳐 민주노총에서 조직실장 사무부총장 사회연대위원장 등을 역임한 38년째 노동운동의 산증인이다. 윤석열정부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전태일재단 사무총장때 조선일보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공동기획을 주도하는 등 기존 노동계와는 다른 행보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다른 노동단체와 달리 경영계 인사가 재단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경영계 출신으로 금동혁 우리밀 회장, 전 현대제철 전무였던 김경식 ESG(환경·사회·지배구조)네트워크 대표가 참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갈등이 진보·보수 갈등이고 두번째가 정규직·비정규직의 갈등이다. 그리고 노사갈등이다. 전통적 노사갈등보다 노노갈등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파이를 나누면 몫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반대하는 노노갈등은 실재하는 현상이다. 노동계만의 힘으로는 풀 수 없다. 노사를 비롯한 전사회가 나서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한국 노동시장은 높은 임금에 고용안정에 기업복지가 풍부하고 노조와 정치의 보호도 받는 대기업·공공부문 등의 ‘1차 노동’과 낮은 임금에 고용불안정에 기업복지가 취약하고 노조와 정치에서 소외된 비정규·중소·하청·플랫폼·프리랜서 등의 ‘2차 노동’으로 분절됐다. 2차 노동시장에 입사해서 1차 노동시장으로 옮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노동계급 내에서 계층 사다리가 끊어져 버렸다.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

2022년도 12월 세전 기준 통계청의 ‘기업 규모별 평균소득 현황’(연봉)을 분석해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30년간 일한 노동자의 총 누적 임금격차가 13억원이었다. 30대 10년간 3억600만원, 40대 4억7520만원, 50대 5억4240만원으로 3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 차이다. 자산소득이나 다양한 기업 복지는 빠진 거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채 값 이상 차이가 난다. 1차 노동의 토끼뜀 임금인상과 2차 노동의 거북이걸음 경주가 30년 넘게 쌓이면서 발생한 문제다. 이런 상태에서 정규직이 수천만원의 성과급까지 챙기면 그 주변 하청과 비정규직은 무지하게 속상해 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1대 99의 불평등보다 10대 90 불평등이 사회를 더 힘들게 한다. 최상위 1%는 내 옆에 없어서 잘 느끼지 못하는 구조의 불평등이고 10대 90은 바로 옆에서 비교되는 일상의 불평등이다. 이중구조 때문에 아이들은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극심한 교육경쟁으로 내몰린다. 다수 청년은 2차 노동시장을 기피한 채 그냥 쉬고 있으며 결혼과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1차 노동시장은 줄어들고 2차 노동시장은 늘어난다. 1차 노동시장 노동자의 자식 90%도 2차 노동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자식들이 이 저주를 떠안게 된 것이다.

●우리사회가 20여년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제기했지만 더욱 확대되고 있다.

첫번째 이유는 지금의 노동시장은 노동대 자본 구도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다중·다층 구조다. 전통적인 노사갈등, 정규직·비정규직 또는 원청·하청 노동자의 노노 갈등, 대·중소기업 또는 원·하청 기업의 사사 갈등, 최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소상공인의 을들의 갈등, 청년과 장년 노동자 또는 직무급이냐 호봉급이냐로 드러나는 세대 갈등, 생산자·유통자·소비자 간의 이해 갈등 등 더욱 심화되고 복잡해졌다. 어느 하나만으로 접근해서는 풀 수 없다.

두번째는 이 문제를 앞장서 제기하는 것이 노동운동인데 그 주력이 1차 노동시장의 조직노동이다. 조직노동이 자신의 이해를 중심으로 노조를 하다 보니 노동운동은 지불능력 및 근로기준법 바깥의 2차 노동을 소홀히 하고 노노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평등과 연대를 본령으로 하는 노동운동의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세번째는 정치의 문제다. 보수는 소홀했고 진보는 외면했다. 국민의힘은 노동약자 프레임으로 이중구조 문제를 들고 나왔지만 친경영 성격을 띠는 데다 노조 주력과 갈등한 역사 때문에 노동문제에 소홀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은 노동에 적극적이긴 한데 표가 되는 조직노동 눈치를 보면서 1차 노동시장의 요구에만 과도하게 충실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든 것은 재벌로 대변되는 자본과 정부의 책임이 큰데 지금에 와서 노동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에는 노사정 각각의 공7과3이 있다. 이중구조는 각각의 과 30%가 뒤엉켜 만든 합작품이다. 정부는 수출위주 중화학공업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끈 공이 있지만, 중소기업과 지불능력 바깥 산업을 배제하면서 이중구조를 심화시킨 과가 있다. 재벌 등 중심부 자본은 세계 경쟁력을 갖추며 선진국 진입에 앞장선 공이 있지만, 하청 후려치기 등을 통해 지불능력 바깥 주변부 노동과의 격차를 심화시킨 과가 있다. 노동운동은 저임금을 탈피한 공이 있지만, 기업별노조 체계 속에서의 기승전-임금인상에 매몰돼 임금을 사회적으로 조율하지 못한 채 ‘중심노동’대 ‘지불능력 및 근로기준법 바깥노동’의 소득격차를 심화시킨 과가 있다.

●재단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극심한 진영논리가 이중구조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에 대한 노동계 일각의 반대가 그 사례다. 노동약자지원법은 시혜적인 지원에 그쳐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과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으로 맞섰다. 하지만 각 법안은 대상의 층위가 다른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대상은 잘 나가는 원청을 둔 하청노동자들이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사업계약을 맺고 소득세 3.3%를 내는 노동자들이다. 두 법이 적용되더라도 노동약자지원법을 필요로 하는 범주는 따로 있다. 노동약자지원법은 현 노동법 체계의 보호 범위에 들어올 수 없지만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으로 공제회 등 상호부조 활성화 지원, 법적 분쟁 발생 시 상담·조정 지원, 표준계약서 마련 등이 담겼다. 그동안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내용인데 동일한 선상에 놓고 우선순위나 경중을 매기고 있다. 진영논리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자는 의미다.

●노사 리더십이 부족하지 않나.

경영계가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하면 이득이 있겠다는 유인 요건을 줘야 한다. 재벌과 대기업이 경영권과 소유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상속세를 없애든지 인하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지금의 여야 상속세 인하 경쟁이나 정년연장 등을 독립된 사안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의 영역으로 가져와서 원·하청, 대·중소기업 상생 등 이중구조 개선과 묶어서 대타협을 이끌어야 한다.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도 하후상박 임금인상을 감내하면 국민연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하든지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있다.

30여년 켜켜이 쌓이고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기존 경사노위에서 하듯이 몇개월 또는 1년 논의해서는 어림도 없는 문제다. 5년 10년 내다보면서 그리고 20년 이후의 대한민국을 고민하면서 독립된 기구로 구성해야 한다. 또 다층적인 갈등이나 이해구조를 갖고 있는 대상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체여야 한다. 기존 노사정은 물론 5인 미만 노동자, 플랫폼 노사, 프리랜서 노사, 심지어 소비자 대표자들로 폭넓게 구성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원·하청,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대전환, 고용정책, 임금체계 등을 담아야 하고 꼭 대타협을 해야 한다 이전에 사회적 논의부터 해나가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영국이 가야 할 복지국가의 토대가 된 ‘베버리지 보고서’나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독일의 ‘노동 4.0 백서’ 같은 ‘대한민국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독립된 기구로 한국판 ‘산업·노동4.0 위원회’를 만들어 합의된 것은 합의된 대로, 쟁점이 있으면 있는 대로, 논란이 됐으면 논란대로 보고서에 담고 그것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하고 필요할 때 꺼내서 계속 숙의할 수 있는 보고서여야 한다. 그 이후 사회적 대타협 과정을 거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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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national/labor/2023/02/25/NCPB4U5KLJA67DD4M4HCN73OQ4/



한석호 "민노총이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 맞겠다"

상생임금위원 사퇴 압박에도 회의 참가

곽래건 기자
입력 2023.02.25.


“(사업주의) 지불 능력과 근로기준법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요구를 사회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죽을 줄 알면서도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렸습니다.”
한석호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정부 주도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밝힌 각오다. 한 총장은 2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상생임금위 2차 회의에 참석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민주노총에서 상생임금위원 사퇴와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한 총장의 상생임금위 참여를 반대하며 지난 8일 전태일재단에 3월 2일까지 한 총장의 사퇴 여부를 알려달라고 협박성 통첩을 한 바 있다. 상생임금위원을 사퇴하지 않으면 전태일재단에서 제명하도록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민주노총은 전태일재단과 더이상 함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 총장은 민주노총에서 조직실장과 사회연대위원장, 비상대책위원 등을 지낸 명망 있는 노동운동가다.

한 총장은 이날 “저에게 상생임금위 참여는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 형국”이라며 “40년 운동가의 삶이 끝장날 수 있다는 악몽에 시달리며, 어떤 밤은 홀로 들판을 헤매다가 어떤 밤은 철망에 갇혀 있다가 어떤 밤은 흐느끼다가 눈뜨는 나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떨어져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는 그대로 얻어맞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상생임금위는 호봉제 등 연공급 위주 임금 체계 개편,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고용 안정성 격차로 빚어지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일 정부 주도로 발족한 단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재부 등 관계 부처 고위 공무원과 학계·현장 전문가 등 20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상생임금위를 내세워 임금 체계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임금 삭감을 추진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민노총 내 대표적 노동운동가인 한 총장이 참가를 결정하자 “윤석열 정부 노동 개악에 명분만 더해주고, 들러리가 될 것”이라면서 비난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민노총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도 “반노동 기구인 상생임금위는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기구인데, 이런 곳에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들어간 것은 (전태일 열사) 이름을 파는 것” “민주노총이나 전태일재단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민노총은 이튿날인 8일 양경수 위원장 명의로 전태일재단에 공문을 보냈다. 전태일재단이 한 총장을 상생임금위에서 탈퇴시키고, 그게 안 되면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에서 사퇴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러지 않으면 전태일재단에 대한 민노총 참여를 재고하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총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내 청춘 다 바친 내 조직(민주노총)이 나를 배척한다는 것이 참 힘들다. 속상하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상생위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 총장은 회의에서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의 핵심은 (사업주의) 지불 능력이 있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안’과, 그렇지 못한 ‘바깥’의 격차에 있다”며 “(이렇게 바깥에 있는) 하청 노동, 불안정 노동, 영세 소상공인, 플랫폼, 프리랜서 등이 무려 150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 다수는 매일 8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연 2만달러(약 2612만원)가 안 되는 임금·소득으로 살아간다”며 “이들에게 연 소득 3000만원은 보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사회적 임금 및 사회적 소득 등을 거론했다. “(상생임금위가 추진하는) 임금 체계 개편 이전에 하위 임금은 많이 인상하고 상위 임금은 적게 인상하는 ‘하후상박 임금 연대’나 상위의 소득 점유율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고 남는 것은 바깥 노동으로 돌리는 ‘소득 연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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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2차 노동의 삶과 꿈을 찾는, 한국노동재단




수정 2025.03.18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상임이사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에 따르면, 어떤 두 청년이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입사해 60세까지 일할 경우 30대 10년간 누적 임금 격차는 3억원, 40대를 거쳐 50대까지 30년 동안의 총누적 임금 격차는 13억원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인 12억원보다 더 큰 격차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2000년 65.0%에서 2023년 53.6%로 낮아졌다. 이처럼 과도한 임금 격차가 주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냥 쉬는 청년이 50만명을 돌파했다. 중소기업에 입사해 대기업으로 전직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아니던가.


한국 노동시장은 ‘높은 임금, 고용 안정에 기업 복지가 풍부하고 노조와 정치의 보호도 받는 대기업·공공부문 등의 1차 노동’과 ‘낮은 임금, 고용 불안정에 기업 복지는 취약하고 노조와 정치에서도 소외된 비정규·중소·하청·플랫폼·프리랜서 등의 2차 노동’으로 분절됐다. 이 현상을 노동시장 이중구조라고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한민국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1차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극심한 교육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고, 적지 않은 청년은 2차 노동시장을 기피한 채 그냥 쉬고 있다. 이는 결혼율과 출생률 저하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용품과 장난감, 어른들 계모임과 동창회 등 일상에서 비교되는 1차 노동과의 생활 격차는 2차 노동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의 자존심도 꺾어 버린다.


유형근의 책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에 실린 한 여성의 가슴앓이를 소개한다. “계모임을 하면 2명은 비정규직이고, 2명은 자동차고, 2명은 석유화학단지고 이렇게 있어요. 연말 되거나 이러면 한참 연말정산이 뜨거울 때 ‘니 연봉이 얼마냐’부터 이러면, 그 친구랑 나랑 가만히 있죠. 연봉이 얼마 안 되니까. 다들 억, 억 이러는데 우리는 뭐. 다 같은 동기들의 계모임이에요. 근데 나눠져 있으니까.”


개미자리라는 생명이 있다. 개미가 잘 다니는 곳에 자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길가 빈터와 보도블록 틈새 등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키는 2~20㎝, 작고 연약해서 잡초 취급을 받으며 개미처럼 쉽게 짓밟히고 뭉개진다. 2차 노동시장이 개미자리 처지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전통적 노사 갈등을 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노 갈등, 원청과 하청기업의 사·사 갈등, 최저임금과 영세 상인의 노·상 갈등, 청년과 중년 노동의 세대 갈등 등이 다층적으로 얽히고설켜 이해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문제를 풀려면 진보와 보수가 함께 나서야 하고, 노총과 경총 중심의 기존 노사정뿐 아니라 각계각층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중구조 개선의 사회적 과업에 벽돌 한 장 보태려고 지난 1월22일 한국노동재단을 창립했다. 2차 노동 당사자와 노동계, 시민사회, 경영계 등이 의기투합했다. 한국노동재단은 진영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질문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연대와 협력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다. 노사정이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나누도록 호소할 것이다. 이해 갈등의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추진의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개미자리가 자연을 풍성하게 하는 존재이듯 2차 노동은 국내총생산(GDP), 내수, 취업률, 대기업의 생산, 사회 안정과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2차 노동시장에도 삶이 있고 꿈이 있고 자부심이 있다. 개미자리가 당당하게 가슴 펴고 일하며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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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501

조선일보와 손잡는 게 '전태일 정신'이란 최고의 모독

전지윤 편집위원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입력 2024.03.09 

키워드#전태일#조선일보#한석호#윤석열#노동시장 이중구조

  • 충격을 낳은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의 공동 기획
  •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모독해온 조선일보의 역사
  • 노동운동이 조선일보 취재 거부해 온 역사적 이유
  • 노조 혐오를 부추겨 탄압 뒷받침하려는 기획 의도
  • 기득권 우파, 윤 정부와 밀착하는 한석호 사무총장
  • '민주당 2중대 탈피론'이 낳은 또 다른 선로 이탈

조선일보가 창간 104주년을 기념하면서 최근 ‘전태일재단’과 손잡고 <12 대 88의 사회를 넘자>라는 공동 기획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가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고 상생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그 취지와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극우 보수적이고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대변해 온 족벌언론이지만 가끔은 이런 역겨운 기획 기사를 통해서 구색을 갖추려고 해왔기 때문에 크게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기획 연재를 보고 노동운동 안팎의 많은 이들이 충격에 가까운 실망과 분노의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전태일재단이 여기에 함께하고 있어서였다.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실천하기 위해 만든 재단”이며 “노동운동을 이끌어갈 횃불이 될 것”이라고 했던 재단에서 다른 곳도 아니라 조선일보와 함께 이런 기획 연재를 한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태일’은 한국 노동운동에서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오랜 세월 전태일 열사나 한국 노동운동과 매우 고약한 악연을 맺어 왔다. 먼저 조선일보는 박정희 시대의 당시 다른 족벌언론들과 마찬가지로 전태일 열사가 그토록 고통스럽게 바꾸고자 한 끔찍한 노동 현실을 외면하던 언론 중의 하나였다. 물론 조선일보는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자신들의 추악한 역사를 감추면서 ‘우리는 전태일의 일기장을 입수해서 보도했다’며 물타기를 해 왔다.


조선일보 화면 갈무리

하지만 그 실체를 보면 결코 아름답지 않다. 조선일보의 당시 사회부 기자는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그에게 일기 같은 게 있을 것인가”하는 삐딱한 멸시의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지키다가, 일기장을 발견하고는 빼앗다시피 해 그것을 가져가 보도했다. ‘특종’ 욕심이 박정희 정부에 대한 눈치를 앞섰던 셈이다. 하지만 유가족과 동료들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분신 직후, 조선일보사에서 기사 작성에 참고한다며 가져갔는데, 일기의 중요한 부분들이 예리한 면도칼에 의해 잘려 나가 없어져 버린 채 되돌아왔다. 이후 동지의 가족은 1년여에 걸쳐 없어진 일기를 되찾으려 무진 애를 썼으나,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머리말)

이후에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와 동료 노동자들이 만든 청계피복노조는 박정희 정권에게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수시로 경찰에 두들겨 맞으며 감옥에 끌려갔고 노조 사무실이 침탈당하고 노조가 파괴됐다.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는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으로 끌려가 고문당하고 감옥에 갇혔다.

그동안에 조선일보는 누구보다 앞장서 박정희 군사정권의 독재와 노동자 탄압을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1972년 10월 유신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알맞은 조치”라며 환호했고, 영구집권을 위해 국회 해산, 대학 휴교, 언론 검열 등 민주주의를 짓밟은 박정희의 비상계엄령을 “구국의 영단”이라고 칭송했다.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독재 정권에 대한 조선일보의 충성과 아부는 전두환 정권에서도 계속되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의 정신을 상징하는 ‘전태일’에 대한 조선일보의 노골적인 적개심은 그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예컨대 2000년대에 들어서도 조선일보는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보다 전태일이 더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역사 교과서를 “독극물”이라고 비난하는 칼럼을 실었다. “좌편향 교과서들이 전태일을 부각시키고, 이병철·정주영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사설도 썼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한 것은 이런 조선일보의 불만을 수용한 것이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전태일 열사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2016년 연말에 <월간조선>에 실린 뉴라이트 류석춘 교수의 <‘전태일 평전’의 3가지 함정>이라는 글이다. 여기서 류석춘 교수는 전태일 열사가 당시 평화시장에 침투한 외부 세력의 사주를 받아서 분신한 것처럼 냄새를 풍기면서 이렇게 모독하며 깎아내리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행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륜을 저버리는 비도덕적 행동이다…. 비겁하고 손쉬운 선택일 뿐이다. 전태일의 극단적인 선택은 불가피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아름답지도 않다. 다만 불행했을 뿐이다.”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등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예우하고 그 후손들을 지원하자는 ‘민주유공자법’을 끈질기게 반대하고 막아온 장본인도 바로 조선일보다.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나 취재 협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력하게 존재해 온 이유는 이처럼 역사적 근거가 있는 것이지, 무슨 사사로운 감정 때문이 아니다.


2016년 연말에 월간조선에 실린 ‘전태일 평전의 3가지 함정'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이러한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전태일재단도 이러한 조선일보의 과거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뒤집거나 새롭게 재평가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함께 손을 잡고 공동 기획 연재를 시작한 것일까? 이것은 두 가지 차원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첫째는 조선일보와 기득권 우파들 속에서 나타난 변화다. ‘전태일’을 단순히 부정하기보다는 자기들 멋대로 ‘재해석’해서 오히려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의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를 유예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 김웅 의원의 "전태일 정신은 보수의 이념과 다르지 않다"는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책략’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을 내세워 조직된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상황과 통합됐다. 이에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열악한 노동자와 청년들을 위해서’라며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을 파괴하는 각종 개악을 추진하고 화물연대, 조선소 하청 노조, 건설노조에 대한 살인적 공격과 탄압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무법천지 노조공화국”, “민노총은 시대의 괴물”,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 등등의 화살을 쏘아댔다. 특히 ‘건폭몰이’ 과정에서 건설노조원 양회동 씨가 분신 사망했을 때 조선일보의 ‘활약’은 악랄했다. 조선일보는 또다시 ‘불순 세력이 죽음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필했다’는 가짜뉴스로 고인과 유가족의 피멍 든 가슴에 칼을 꽂았다.

윤석열 시대 2년 반이 지난 지금 실질임금 인상률, 노조 조직률, 노동자 간 임금 격차, 비정규직 증가 비율 등 모든 지표의 심각한 후퇴는 더 어렵고 힘든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더 큰 고통이 가해졌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조선일보가 힘을 실어 온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의 필연적 결과이다.

이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을 문제 삼는 기획 연재를 시작했다. 이것의 의도가 열악한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이 아니라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으로 “수출과 세계 경쟁력에 보탬”이 되려는 것에 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상위 12%의 노동자들만 대변하는 민주노총이 하위 88%의 고통을 방치하며 상생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노조 혐오를 부추기는 게 이번 기획의 의도라는 것은 각 기사마다 열광적으로 달리는 ‘민노총을 없애야 한다’는 댓글들을 봐도 알 수 있다. 반면에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든 핵심 책임자인 재벌들은 이 기사들에서 '모범적인 상생과 연대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래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며 더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더구나 조선일보는 전태일 3법, 노란봉투법 등 하위 88%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핵심적 법과 제도를 한사코 가로막아 왔다. 즉, ‘아무리 반노동자적인 족벌언론이라도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더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눈감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변명으로 전태일재단의 행위를 설명하거나 변호해주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둘째로 봐야 할 것은 전태일재단에서 나타난 변화인데, 주목할 것은 전태일재단에서 영향력이 크고 이번 공동 기획을 주도했다는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다. 오랜 노동운동 활동가인 한석호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 때 소위 ‘조국 사태’를 거치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더니 검언 카르텔 쪽으로 기울며 진중권 등과 비슷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정규직 노조에 대한 반감으로 발전시키던 한석호 사무총장은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은 윤석열과 조선일보에 대한 호감으로 발전시켰다. 스스로 말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도긴개긴이다”는 ‘기계적 양비론’에 따르더라도, 둘 다에 반대하는 게 맞지만 그는 기묘하게도 기득권 우파와 타협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의 조선일보 인터뷰 화면 갈무리

“이제는 그만, 진보 외투를 벗는다”고 하면서 족벌언론들에 나와서 민주노총을 공격하고, “윤 대통령이 이중구조 문제를 화두로 던졌을 때 박수를 쳤다. 취임사에서도 ‘연대’라는 말을 여러 차례 쓰더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고 윤정부의 '상생임금위원회'에 들어갔다. 나아가, 국민의힘 언저리에서 자리를 노리던 김경율 등과 어울리더니, 결국 이번에 조선일보와 공동 작업의 다리를 놓았다.

이것은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 등의 사례와 함께 검언 카르텔의 조국 마녀사냥에 동조하며 ‘민주당 2중대를 벗어나자’고 강조하던 진보 인사들이 어떻게 길을 잃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여러 사례 중의 하나이다. 아무리 한석호 사무총장의 힘이 강하다고 해도 전태일재단의 구성원들이 이것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 것도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실, ‘전태일 정신’을 들먹이다가 어느새 그 이름을 팔아서 기득권 우파 쪽으로 넘어간 사람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라고 불리던 재야인사 장기표 씨와 ‘전태일과 함께 활동한 동료’라던 김준용 국민노총 사무총장은 이제 족벌언론의 단골 출연자나 우파 정당의 단골 출마자가 돼 있다.

한석호 사무총장이 그 길을 뒤따르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매우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는 얼마 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전태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 전태일 또한 무엇이라도 했을 것이다”라면서 자신의 변화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떤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전태일 열사가 반노동자적 족벌언론의 우두머리인 조선일보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운동 공격을 돕기 위해 마련한 기획에 협력했을 것이라는 생각처럼 전태일 정신에 대해 잘못된 해석과 모독은 없다.


전태일재단은 열악한 노동자들을 위해서 조선일보 사주일가의 불로소득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 - 김의겸 의원실 자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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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언론
전태일재단-조선일보 공동기획, 당장 중단해야
나는 대리기사다
"동생 묘지서 함께 윤석열 파면 소식 들었습니다"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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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 (ja**) 2024-03-09 16:56:40 IPBEST 이건 아니잖소!
도저히 할말이 없습니다.
전태일 열사를 이토록 모욕하다니...답글 작성
29 0

지○ (le**) 2024-03-09 19:22:53 IPBEST 아무리 지멋대로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밤사이 혀를 섞냐.
친일수구세력의 전위세력인 조선하고 말여.

무능하면 그 자리에 앉지나 말지,
자기무능을 진보의 무능이라니.
하여간 수준 안되는 자들이, 자기잘란것만 내세우며
목숨으로 지켜낸 진심들을 짖니기고 밟아댄다.

명찰에 정의라고 새긴 놈치고
정의로운넘 못봤다.답글 작성
23 1

손기○ (sg**) 2024-03-09 20:07:03 IPBEST 족벌 찌라시에게 골수를 빨리드만 정신과 혼을 팔라먹고 있네.
그렇게 이 더러운 세상을 살아가는게 힘이 들든가?답글 작성
15 1

이영○ (li**) 2024-03-12 20:29:58 IP당장 조선일보와 공동기획을 멈추세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한석호사무총장은 제정신인가요?답글 작성
1 0

김이○ (le**) 2024-03-11 17:37:03 IP어처구니없는 일이 여기서도 발생하다니답글 작성
0 0

정승○ (cl**) 2024-03-11 11:57:58 IP전태일 열사님 이를 어쩐단 말입니까?답글 작성
4 0

이세○ (ch**) 2024-03-09 23:27:41 IP님이여!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소서!답글 작성
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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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04/03/P3WWQNAFMBFTTEPY2VRO6QWRUU/

[김윤덕 칼럼] "전태일을 진영에 가두지 말라"는 한석호의 절규

노사, 좌우의 '상생' 보여준 전태일재단·本紙 공동기획
'12대88′의 사회적 파장에도 강성 노동계 압박으로 사퇴한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낮은 곳의 노동 품은 전태일, 진영·매체 가리지 않아… 백의종군하며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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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재단과 조선일보가 공동기획한 '12대 88의 사회를 넘자' 3회에 실린 구두공 송모(75)씨의 손. 50년간 서울 곳곳의 구두 공장에서 일해온 그는 곡선으로 휜 구두 밑부분에 단단한 가죽을 정확하게 본드로 붙이는 작업 등을 오래 하다 보니 관절이 휘고 피부 곳곳이 벗겨졌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전태일재단과 조선일보가 공동기획한 '12대 88의 사회를 넘자' 3회에 실린 구두공 송모(75)씨의 손. 50년간 서울 곳곳의 구두 공장에서 일해온 그는 곡선으로 휜 구두 밑부분에 단단한 가죽을 정확하게 본드로 붙이는 작업 등을 오래 하다 보니 관절이 휘고 피부 곳곳이 벗겨졌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전태일 재단은 그 흔한 스타벅스 하나 없는 창신동 봉제골목에 있었다. 서울시가 청계천 변에 세운 전태일 기념관에 재단이 있는 줄 알았다고 하자, 한석호는 “전태일이 봉제사들 곁에 있어야지 어딜 가느냐”며 하회탈처럼 웃었다. 뼛속까지 노동자인 그는 전태일 재단의 사무총장이다.

우리는 지난겨울 처음 만났다. 폭설이 내린 날 한석호는 사뭇 긴장된 표정으로 조선일보 본사를 찾아왔다. “고작 조중동과 인터뷰 안 하는 걸 원칙으로 여기는 진보의 외투를 벗겠다”고 선언해 민노총을 발칵 뒤집은 그였지만, 평생을 강성 투사로 살아온 이가 보수 언론의 문턱을 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노동의 이중구조 문제에 보수도 따뜻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한석호의 호소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했다고, 조선일보와 만났다고 온갖 뭇매를 맞았지만, 인터뷰 직후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신음하는 88%의 저임금 근로자 실태를 조선일보가 특별취재팀을 꾸려 심층 보도하겠다고 하자 그는 만세를 불렀다. 전태일 재단과의 공동 기획 ‘12대88의 사회를 넘자’의 시작이었다.

첫 회가 나온 3월 5일, 한석호는 전화통에 불이 났다며 흥분했다. 전태일 재단과 조선일보가 어떻게 손을 잡았느냐는 질문이 압도적이었단다. 고용노동부와 상생임금위원회, 국민의힘과 서울시로부터 대안을 논의해 보자는 연락이 줄을 잇는다고도 했다. 창립기념일을 맞은 한국노총 행사장에서도 온통 ‘12대88′ 얘기뿐이었다고 했다. 비판도 있었다. 민노총은 “이 땅의 모든 노동자를 모욕했다”며 비난했고, 몇몇 시민 단체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규탄 성명을 냈다. 그러나 한석호는 껄껄 웃었다. “저는 도무지 굽혀지지가 않는 유형이라서요.”

4명 남은 ‘전태일 친구들’이 고집불통 한석호의 든든한 ‘빽’이었다. 불붙은 전태일의 몸을 겉옷으로 덮어 끄며 울부짖었던 동료 재단사 최종인은 “우리 태일이의 소망을, 어머니 이소선의 정신을 살아생전 조선일보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욕을 먹더라도 흔들리지 말라”며 응원했다고 한다.

서울시 동대문구 창신동 봉제골목에 자리한 전태일 재단. /김윤덕 기자
서울시 동대문구 창신동 봉제골목에 자리한 전태일 재단. /김윤덕 기자

한석호가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 그로부터 20여 일 후였다. 조선일보와의 공동 기획을 재단 이사회 동의 없이 진행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사장이 동의한 사실을 이사회가 몰랐다는 걸까. 설령 사실이더라도 근신 정도에 그칠 일이 사퇴로 번진 건 강성 노동계의 압력을 재단이 견디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한석호는 장문의 소명서를 남기고 물러났다. “전태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어린 여공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일념만으로 물불 가리지 않다 산화한 전태일입니다. (조선일보와의) 공동 기획에도 응했을 것입니다.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고, 당시엔 보수 언론이었던 경향신문 기자에게 매달려 ‘골방에서 하루 16시간 노동’ 기사를 싣게 했습니다. 그 전태일의 절반이라도 채우다 죽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진영과 노사의 그물망에 개의치 않겠습니다.”

피 끓던 20대, 체제를 전복시키고 싶었다는 한석호는 민노총 위원장도 될 수 있었던 인물이다. 거대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하청 근로자와 영세 상공인들의 고통을 눈감고 외면했다면 그는 투사의 훈장을 달고 지금쯤 국회의원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석호는 편한 길을 가지 않았다. 평생을 막노동자로 산 아버지 때문이었다. 70년대 중동 사막의 건설 현장에도 있었던 배관공 아버지는 “하루의 ‘노가다’가 끝난 뒤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어 호프집에 들어섰다가도 올망졸망 자식들 얼굴이 떠올라 되돌아 나오던” 가장이었다. 늘 후줄근한 점퍼 차림의 아버지가 시내를 걷다가 “저 삘딩, 내가 지었다”며 뿌듯해하던 모습이 한석호에게 노동의 가치, 소금 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을 버리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이유다.

빈 속에 깡소주를 들이붓고 있을 한석호가 걱정돼 전화를 걸었다. 나는, 연 4000만원 활동비로 네 식구를 감당하면서도 상위 50%라며 미안해하던 한 가장의 일자리를 잃게 했다.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극으로 치닫는 사회, 타협과 양보는 없고 서로를 죽이려는 검투의 장이 된 대한민국에 ‘전태일 정신’을 두루 퍼뜨리겠다는 한 노동운동가를 응원하겠다는 얄팍한 공명심으로.

그러나 전화기 너머 한석호는 씩씩했다. “백의종군 하려고요. 이제 겨우 한 걸음 뗀 거 끝장을 봐야죠. 말했잖아요. 나란 놈은 도무지 꺾이지 않는 유형이라고, 하하하!”

지난 1월 9일 조선일보 본사를 찾은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그는 "노동의 이중구조, 임금의 양극화로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들과 영세 상공인들에게 보수도 따뜻한 관심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태경 기자
지난 1월 9일 조선일보 본사를 찾은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그는 "노동의 이중구조, 임금의 양극화로 고통받는 저임금 노동자들과 영세 상공인들에게 보수도 따뜻한 관심을 보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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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맞겠다" 전태일재단 총장, 민노총 압박에도 상생委 참여
곽래건 기자
입력 2023.02.24.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상생임금위원회 위원들이 2023년 2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노총이 위원회 탈퇴를 압박했지만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결국 정부 주도의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했다. 한 총장은 민주노총 출신의 노동운동가로, 민주노총에서 조직실장과 사회연대위원장, 비상대책위원 등을 지냈다.

한 총장은 2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상생임금위 2차 회의에 참석해 “민주노총으로부터 상생임금위원 사퇴와 전재일재단 사무총장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민노총 사퇴 압박에도 결국 참가를 강행한 것이다. 한 총장은 “저에게 상생임금위 참여는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 형국”이라며 “40년 운동 삶이 끝장날 수 있다는 악몽에 시달리며, 어떤 밤은 홀로 들판을 헤매다가 어떤 밤은 철망에 갇혀 있다가 어떤 밤은 흐느끼다가 눈뜨는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의) 지불능력과 근로기준법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의 요구를 사회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죽을 줄 알면서도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렸다”며 위원회 참가 이유를 밝혔다. “빨리 떨어져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는 그대로 얻어맞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한석호 전태일 재단 사무총장

상생임금위는 호봉제 등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과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고용 안정성 차이가 현격한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일 정부가 발족시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재부 등 관계 부처 고위 공무원과 학계·현장 전문가 등 20명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상생임금위를 내세워 임금 체계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임금 삭감을 추진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노총 안에선 대표적인 노동운동가 중 한 명인 한 총장의 위원회 참가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명분만 더해주고,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비난이 강한 상태다.

상생임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그는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 사퇴를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 한 총장은 회의에서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의 핵심은 (사업주의) 지불능력이 있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안’과, 그렇지 못한 ‘바깥’의 격차에 있다”며 “바깥에서 일하는 노동자 다수는 매일 8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연 2만불(약 2612만원)이 안 되는 임금·소득으로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연 소득 3000만원은 보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사회적 임금 및 사회적 소득 등을 거론했다. “(상생임금위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 이전에 하위 임금은 두텁게 인상하고 상위 임금은 얕게 인상하는 ‘하후상박 임금연대’나 상위의 소득점유율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고 남는 것은 바깥 노동으로 돌리는 ‘소득연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곽래건 기자


2023.02.25 11:36:24
정신을 가다듬고 약간의 미래를 내다 보아도 현재의 처신 방향을 정할 수 있지요. 그런데 좌파와 민노총은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고 오직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니 매우 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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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사랑

2023.02.25 09:36:33
대단한 결심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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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모별

2023.02.25 06:06:01
진짜 진보와...종북좌파의 차이점. 민노총이 죽어야...기업/경제가 살고...전교조가 죽어야 교육이 살며...민변이 죽어야 법조게가 살고...민언련/언노련이 죽어야 참언론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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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대기업'만'의 고임금 행보 멈춰야 한다
한국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인데 대기업 임금 10만달러, 홀로 뜀박질
이 때문에 심해진 이중 구조로 원·하청 불신, 그냥쉼 청년, 저출산…

대기업 임금 인상 폭 줄인 돈으로 하청 단가 인상, 사회 안전망 강화
한 기업의 노력만으론 불가능… 기업 총수 결심과 한경협 협조를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입력 2025.05.26.

10년 전부터였다. 당시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이었다. 노동이 상층과 하층으로 분단된 상황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 휩싸여 있었다. 각종 불평등 통계를 엮어 주변에 뿌렸다. 매일노동뉴스라는 노사정 전문 매체에 칼럼을 썼다. 대한민국 주력 노조 조합원은 소득 기준 상위 10%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지불 능력 있는 대기업 임금은 토끼뜀 뛰고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거북이걸음 해서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자꾸 심화하니까, 노동 간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기업별 임금 극대화 전략을 사회적 임금 조율 전략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코로나 위기 때는, 두 노총 조합원 임금을 동결하고 그 동결분으로 연대기금을 만들어, 소득 삭감 위기에 몰린 노조 바깥 비정규직·영세상인·하청노동·청년실업을 돕자고 했다.

노동계 술자리에서 간간이 오가기는 했으나,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엄두 내지 못한 얘기였다. 연 1억 받는 상층 노동자도 밑바닥이라는 관념이 팽배한 노동계였다. 노동 문제의 모든 책임은 경영계와 정부에 있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노동계였다. 그랬는데 민주노총의 중심부 직책을 달고서 이중 구조 심화에 노동계 책임도 있다고 겁 없이 주장했다. 조직의 주요 직책을 걸고서 조직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주장한다는 이유로 징계성 사과도 감수해야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 자본의 앞잡이라는 둥 보수로 변절했다는 둥 노동계 일각으로부터 줄기차게 욕먹고 있다.

이제는 경영계에도 욕 좀 먹으려 한다. 임금 극대화 전략은 노동계에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기업 경영진도 기업별 고임금 정책을 구사한다. 그것을 충족하려고 하청 단가 후려치기라는 불공정 수단을 쓰기도 한다. 대기업 고임금 정책의 배경에는 노조 파업을 방지하고 필요 인력을 확보해서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

문제는 그 의도를 충족하는 상태를 훌쩍 넘겨버렸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인데, 대기업 임금은 7만·8만불에서 10만불 시대로 저 홀로 뜀박질하고 있다. 20만불까지 치고 올라갈 기세다. 노동소득분배율이 80%인 중소기업은 3만불 시대의 임금을 맞추는 것도 버거운 상태다. 그 때문에 심화하는 이중 구조는 원·하청 불신, 그냥 쉼 청년, 저출산, 중소기업 인력난 등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이어졌다. 또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인상 욕구를 자꾸만 부채질해서, 현대차 계열사 및 삼성전자 등의 임금·성과급 갈등 사례에서 보듯 경영에 크게 부담되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경영계는 대기업‘만’의 일률적 고임금 정책을 그만 멈춰야 한다. 대기업 임금을 아예 올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또 몇억·몇십억을 줘서라도 붙들어야 하는 특출한 인력은 예외로 하는 얘기다. 주장의 요지는 대기업 임금 인상 폭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래도 대기업이 두 배 이상 받는다. 대기업 고임금 정책의 축소로 남는 초과 이윤은 하청 단가를 높여 중소기업의 생산성 및 임금 향상에 사용하고, 사회로 돌려 사회 안전망 강화에 쓰도록 해야 한다. 한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어떤 대기업이 임금을 대폭 올리면 다른 대기업도 따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재벌을 중심으로 공통 기준을 세우고 사회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일본은 임금의 사회적 조율을 경영자 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이 주도한다. 유럽은 노조 상급 단체와 경영자 단체가 협력해서 주도한다. 우리는 한경협(구 전경련)이나 경총에 역할을 부여하면 된다. 물론 대기업 고임금 정책은 경영 전략이라서, 총수가 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세상에서 시 문학적 능력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 중 하나가 구구단입니다. (…) 정신적, 도덕적 자본을 해마다 일정한 비율로 늘릴 수 있다면, 발전은 무한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도덕적 자본에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면, 그 작은 씨앗은 마치 구구단을 적용한 듯 무한하게 큰 나무로 자랄 것입니다.”

경제학 교과서의 표준 ‘경제학 원리’의 저자로 미시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피도 눈물도 없던 자본에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숨결을 불어넣어 자본주의 진화 발전에 혁혁하게 공헌한 앨프리드 마셜의 말이다. 대한민국 경영계에 던지는 메시지 아닐까 싶다. 대기업 총수들과 경영계의 인식 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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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107

쎄모
2025.05.27 14:48:31
임금투쟁을 일삼아 임금올리라고 매년 투쟁을 해온 노동계가, 고임금 원인을 임금인상을 막으려는 총수나 경영계라고 주장하다니! 이런 적반하장의 글을 버젓이 조선일보 기사로 편집하다니! 아~ 이것이 조선일보의 현 수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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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모
2025.05.27 14:43:14
서두를 보니 민노총출신이 쓴 글로 보인다.적반하장! 경영진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임금 적게 올리려하고, 민노총 등 노조는 매년 임금인상 투쟁을 일삼고 임금 올리라고 머리띠 매지 않았던가? 그런데 글 내용은 기업총수나 경영계가 임금을 올려왔으니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다니! 이런 적반하장의 한심한 글을 올린 조선일보 편집진은 역시 노조집단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조선일보의 수준낮은 편집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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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은 누구
2025.05.27 04:18:39
민주노총과 민주당, 기득권 카르텔의 공모자들 민주노총은 더 이상 노동자의 대변자가 아니다. 1억 연봉 귀족노조를 지키기 위해 이권집단, 이익카르텔일 뿐이다. 그런 민노총의 뒤를 묵묵히 받쳐주는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약자 코스프레"로 표를 끌어모으고, 정작 노동시장 내부의 차별과 불평등엔 눈을 감는다. 왜? 민노총 표가 무서우니까? 민노총의 조직적 지지 없이는 선거를 못 치르니까. 민주당은 말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대기업 정규직만을 위한 정당이다. 하청 노동자? 청년 실업자? 소상공인? 그들의 고통은 보여주기용 슬로건에 불과하다. 민노총의 이기주의와 민주당의 위선이 손을 맞잡은 결과,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철저히 두 조합-정규직 노조와 민주당-의 놀이터가 되었다. 이 구조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청년은 계속 비정규직에 머물고, 중소기업은 사람 못 구해 문 닫는다. 진짜 개혁은, 민노총의 기득권을 부수고, 민주당의 위선을 걷어내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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