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3

"일본이 동학군에 저지른 일 알리려 17년째 답사 옵니다"

"일본이 동학군에 저지른 일 알리려 17년째 답사 옵니다"

"일본이 동학군에 저지른 일 알리려 17년째 답사 옵니다"
강성만입력 2022. 10. 18.

나카츠카 아키라 나라여대 명예교수
'동학농민군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
일본 시민 13명 함께 3년 만에 찾아
박맹수 원광대 총장과 2006년 시작


17일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 강성만 선임기자

“제가 히로시마에 있는 일본해군병학교(사관학교) 예과에 입학한 게 1945년 4월이었습니다. 바로 미군이 일본 오키나와에 상륙한 시기였죠. 그런데도 그때 일본 전역에서 고교생 4200명이 자원해 해군병학교에 입학했어요. 일본인들이 다 바보였던거죠.”

근대 한-일 관계와 일제의 한국 침략사 연구 권위자인 나카츠카 아키라 일본 나라여대 명예교수의 회고다. 올해 만 93살 고령에도 그는 ‘제17회 한일시민이 함께하는 동학농민군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을 위해 17일 일본 시민 13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와 박맹수 원광대 총장 주도로 2006년 시작된 이 답사 여행에는 그간 일본 시민 229명이 참여했다. 지난 2년은 코로나 팬데믹 탓에 온라인으로 행사를 열어 현장 탐방은 3년 만이다. 18~21일 나흘간의 이번 답사에는 청일전쟁 격전지 월봉산과 나주 동학군 진압부대 주둔지(금성관), 정읍 무명동학농민군위령탑, 전봉준 고택, 대둔산과 우금치 전투지 등이 포함됐다. 19일에는 한·일 시민과 나주시가 내년에 나주에 함께 세우기로 한 동학농민군 위령비 건립 후보지도 둘러본다.

박 총장은 “나주는 일본 동학진압군이 주둔한 탓에 동학군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어두운 역사의 진원지인 나주에서 한일 화해와 동아시아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는 차원에서 한·일 시민이 함께 위령비를 세우기로 했다. 동학 답사에 참여한 일본 분들 중심으로 1천만원을 모으고 한국 시민과 나주시가 각각 1천만원과 3천만원을 분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일본 답사단과 함께 만난 나카츠카 교수에게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는 게 뭐냐고 묻자 그는 “일본인들이 청일전쟁에서 뭘 했고, 동학은 왜 일어났는지, 일본인들이 잘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주는 일본군의 동학농민 학살 근거지였다. 이번 답사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일본인들을 위한 교육 목적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2년 전 나주 한·일 학술대회에 발표한 글에서 “동학농민혁명의 항일 봉기는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패권 체제가 성립할 전야에, 그 패권에 대한 선구적인 이의 제기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역사교육에서 동학을 서양에 반기를 들었다는 정도로만 가르치고 있다는 게 나카츠카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지난 동학 기행에서 얻은 깨달음 등을 더해 지난 8월 저서 <일본과 한국·조선의 역사>(고문연)의 개정증보판을 20년 만에 내기도 했다.

나카츠카 교수가 지난 8월에 펴낸 <일본과 한국·조선의 역사> 개정증보판.

그는 지난 동학 여행 중 전북 정읍에서 무명동학농민군위령탑을 봤을 때를 가장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탑에 효수(죄인의 목을 베어 높은 곳에 매달던 처형)당한 농민군 얼굴들을 새겼더군요.” 내년 답사 때는 어디를 가보고 싶냐는 질문에는 “동학농민군이 (일본군에 쫓겨) 나주에서 장흥·해남·진도로 갔다. 장흥, 진도는 가봤는데 아직 해남은 답사를 못 했다. 언젠가 찾고 싶다”고 답했다.

화제를 돌려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한 한일 관계를 풀 해법이 뭔지, 물었다.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었다는 일본 정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어요. 일본은 불법적인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머지않은 시기에 동아시아에서 전쟁 비극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이 과거 아시아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지금도 잘 정리를 못 하고 있어요. 중국도 옛날 중국이 아니고요.”

인터뷰 끝에 “1945년 일본인들은 바보였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 똑똑해졌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받았다. “어느 정도는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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