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전부터 한국의 진보와 보수정당들이 진화하는 것을 바라왔다.
보수는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따뜻한 자유민주주의로, 진보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당연한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로, 그리고 보수 진보 양당에 공히 삼투할 수 있는 문명전환을 추구하는 녹색정치의 발전을 기대해 왔다.
이 세 영역이 경쟁하고 갈등하면서도 인류적 과제와 나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자 연합정치가 꼭 성사되어야할 과제로 보아왔다.
그런데 그 전제가 되는 것이 각각의 진화인데, 그것이 지금의 정치 현실이나 정당의 현실로 볼 때 무망無望해 보인다.
무망해 보이는 것을 전제로 연합정치를 그려보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지금의 정치 현실에 대한 환멸은 정치허무주의나 극단적인 퇴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우리가 그 동안 달성한 물적 제도적 바탕들이 있어서 새로운 정치나 정당에 대한 요구가 새로운 전환을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삼자 연합정치 대신에 이런 삼자를 융합하는 새로운 정당의 모습을 그려볼 수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지금까지 세계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정당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양당의 적대적 공존이라는 독점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제3의 정당은 어떤 목표와 강령과 정책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까?
종래의 제3정당 식의 실패한 경험들을 정치공학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으로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담아내기 힘들다고 본다.
삼자 융합의 새로운 정당의 실현가능성은 없을까?
사실 내가 지역정당이나 지역모델에 관심이 가는 것은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인데, 좀 더 나아가 전국 정당으로 출범해 24년 총선에 임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지층(地層)의 아래에서 흐르는 여러 물줄기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질적(質的) 진화가 이루어진 정당이 총선에서 5% 이상의 득표가 가능하다면, 그 의석수에 관계없이 진정한 제3당의 권위를 갖게 되고, 낡은 정치 질서를 변화시키는 마증물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염원들이 크다.
상상력을 해방하고, 정치적 대의 앞에 권력의지를 양보할 수 있다면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지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49%로 유지하면 된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