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30

손민석 | 안티조선운동 등의 가장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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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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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December at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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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운동의 대의는 정보의 유통을 담당하는 언론매체가 그 기능을 활용해 특정한 정치적/사회적 헤게모니의 행사의 주체가 되는 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노무현이 조선일보와 싸웠던 것도 지역주의 등의 정치적/사회적 헤게모니의 전파자이자 행사자로서의 조선일보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고, 강준만의 문제제기도 그런 것이었다. 물론 이들이 언론매체의 역할과 기능을 과대평가했다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내의 정보유통의 역할의 수행에 있어서 아무리 매체가 다양해져도 언론매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자 등의 정보 수집과 언론매체의 정보 가공 능력을 분명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주 내에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설글에서 이 부분과 연결된 논의를 다룰 것인데 노무현, 안티조선운동 등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의 조직화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무현도 "깨어있는 시민"을 강조했지, 그들의 정당으로의 조직화를 강조하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느꼈던 부분이지만 개인에게 너무 많은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깨어 있"는데 드는 비용의 문제가 생겨난다. 안티조선운동도 결과적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을 친일언론매체로 규정함으로써, 다시 말해서 친일파로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공격하게 되었다.
 레닌에게 있어 언론의 문제는 상당히 중요했는데 그가 이때 중요시 했던 것은 정당 조직이다. 언론매체가 퍼지는 범위만큼 그 언론매체를 실어나를 "인간"의 조직화, 유통망의 형성을 중시했던 것이다. 전국적 규모의 언론을 조직하자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유통망을 당조직과 연결시켜 확장하자는 말이었고 동시에 이것은 당 조직=정보유통망에 연결된 인간들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조직하자는 말이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이 문제를 인터넷을 위주로 한 포퓰리즘적 대중동원으로 많이 해소해버렸다. 실제 인간의 조직화, 매일매일의 기도 혹은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는 것처럼 실생활에서 조직화되고 당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편하게 후원하고 개인적으로 연결되고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는 여론의 형태로 남아버린 것이다. 
 레닌의 통찰을 오늘날에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적용하려면 당의 기관지를 실어나르고 전국 각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 인간조직을 중시했던 것을 핵심으로 봐야 한다. 결국 사람이 정보를 유통하는 것이다. 당의 정보유통망에 포섭되어 당의 사람으로 재조직되고 그를 통해 정치적 헤게모니를 확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매번 엘리트주의적인 전위당의 이미지만 그리며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 여러모로 아쉽다. 엘리트주의적인 게 왜 문제이며, 전위당이 왜 문제인지 제대로 설명하기보다 근대주의적이라거나 독재적이라는 식으로만 비판하는 건 레닌의 핵심논지를 무시하는 일이다. 
 오늘날의 한국에서 노무현, 안티조선운동 등이 지녔던 문제의식이 민주당의 '포위된 요새' 의식을 강화하는 것으로 왜곡되는 방식을 고려한다면 레닌의 문제의식에 기초한 비판과 대안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90%의 언론매체가 친윤매체이며 기자들은 민주당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퍼뜨리는 것을 선호한다는 유시민의 피해의식은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정보를 공급할 것인가 하는 보편적인 문제와 정치조직이 자신의 지지자들 혹은 활동가들에게 적합한 정보유통 및 정체성 형성이라는 특수한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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