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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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물의 길을 봤는데 사실 이 영화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혐의를 벗기는 애당초 어려워 보이는 영화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참 심하다 싶다. 스토리 갖고 뭐 얘기할 것도 별로 없다. 그냥 매번 느끼지만 미국인들은 인디언 서사 가져와서 자기비판을 하는 듯이 하다가도 결국 인디언 등의 소수자들은 소수자화된 백인이 이끌어야 한다는 걸 참 부끄러움 없이 드러낸다. 미국식 가부장주의가 원시부족의 전사 문화나 공동체주의와 결합하면 나오는 게 딱 아바타 같다.
"아버지는 지킨다. 그게 존재이유다" 계속 이 말을 하는데 지금 아바타로 날아가는 시대의 미국 해병대 출신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싶기도 하고..
서부 개척기의 미국과 인디언의 대립을 배경만 바꿔서 재현한 게 예전에 인디언을 악으로 묘사했던 서부영화를 반대로 뒤집어놓은 듯해서 식상하게 느껴졌다. 과거에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가족을 이끌면서 인디언들과 싸우고 개척도 했다면 지금은 반대로 인디언의 입장에서 침략해 들어오는 근대기계문명에 맞서 가족을 지키고 개척과 개발을 부정하는 가부장제가 됐다. 조금 내 꼬인 속을 반영해 아니꼽게 생각해보면 인간과 나비족이 섞인 건 동성애 혹은 트랜스젠더와 같은 이들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하다.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입장에 속해 있다가 전통적인 가부장제로 복귀한 탈脫동성애 혹은 탈脫소수자인 제이크 설리가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적응하면서 동성애적인 근대기계문명에 대항해서 싸운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가부장제한테 그게 가장 '자연화된' 질서라고 본다면 자연과 나비족이 잘 조응하며 조화를 이루는 판도라 행성은 가부장제 자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CG 영상도 기대했던 것만큼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앞서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기술적을 잘 구현된 것과 별개로 나오는 동식물이 너무 지구 생명체와 흡사해서 이질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서부개척의 역사와 고래로 상징되는 지구의 환경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들을 따온 듯하다. 자연 대 기계문명의 대립구도를 갖고 무언가 문명비판을 하고 싶었던 듯한데 진부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이런 영화는 보지 않기로.. 내 취향이 아니다.
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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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또 사람이 왜 그렇게 꼬였냐고, 재미없으면 안보면 되지 않냐고 할 사람이 있겠지만 내가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기분나빴던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가 겉으로 표방하는 메시지와 영화의 논리적 구조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조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왜 그렇게 꼬였냐고 하길래 길게 글을 쓸까 하다 말았는데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자연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고 사는 나비족과 툴쿤족이 인간들의 기계문명에 대항해 승리하는 구조인데
실상 내용을 보면 나비족과 툴쿤족들이 표방하는 "비폭력"의 원칙으로 승리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인간화", 더 정확하게는 "미국화" 되어서 승리한다.
영화 외적인 부분을 끌고 들어오자면 우리는 이미 아메리칸 인디언 사회가 백인들과의 대립 속에서 그들의 원리원칙을 지키다가 끝내 백인의 근대국가에 대항할 "국가"조차 만들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걸 알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 역사에서 배운 건 고작 인디언들이 미국인들처럼 하지 않아서 문제였다, 정도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비폭력을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인간들한테 처참하게 죽을 때까지 "지느러미 한번" 휘둘러 본 적이 없는 툴쿤족의 무리에서 폭력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쫓겨난 툴쿤족 파야칸이 폭력을 사용해서 인간들을 막 죽이기 시작하니 툴쿤족을 연구한 학자가 막 좋아한다.
쟤네 똑똑하다니까? 막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겉으로 보면 툴쿤족을 포경하는 선장을 놀리는 장면인데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파야칸이 폭력을 쓰는 걸 찬양하는 듯이 읽힌다. 너네도 우리처럼 됐구나! 그래! 하면 되잖아!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고래에서 따온 나비족과 툴쿤족이 인간처럼, 아니 미국인들처럼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걸 찬양하고 그러는 게.. 와, 미국인들은 정말 지독하다.. 영화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이 스토리가 역사적으로 폭력적인 서구문명이 인디언들 말살했으니까 영화적으로라도 인디언의 비폭력과 평화의 원칙이 근대문명에 승리하면서 저런 조화로운 관계가 우위에 있다는 걸 드러내는 '뻔한' 내용이겠구나 예상했는데
이건 뭐.. 인디언들 두번 죽인다. "니네 조상들이 제대로 저항 못해서 죽은거임ㅎㅎ" 인터넷 악플러가 이렇게 단 댓글 수준의 내용을 3시간에 걸쳐서 풀어낸다. 여자 캐릭터들은 또 뭐 하나같이 비이성적이고 감성적이고.. 말하면 입 아프다.
이 영화는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불쾌하기 그지없는 영화인데 이런 얘기하면 또 PC가 어떻네 개소리들을 늘어놓으니.. 3시간 내내 영화가 턱턱 걸리는데.. 내가 영화 기준이 높은 사람도 아니다. 차라리 셰이프 오브 워터 같은 영화, 훌륭하잖아.
마이클 섀넌 손가락 썩어들어가다 끝내 떨어지는 장면 봐봐. 상징적이잖아. 자연과 대비되는 근대문명의 폭력성과 부패성을 보여주는건데, 이건 이미 거의 완전하게 자연과 동일화 되어서 살고 있는 판도라 행성에 제이크 설리라는 바이러스가 들어와서 얘네의 조화로운 문명을 타락시키는 내용이다. 스토리 구조상 그런데 그걸 제임스 카메론은 자기가 나비족 편인줄 아니까 되게 황당한거다. 미국인이 지도해서 미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미국의 침략에 승리하면 그게 승리한건가? 내용상 패배한건데..
오늘 한참 관련 얘기하는데 하면 할수록 너무 욕할 지점이 많아서 아바타 1이 망했어야 미국인들의 이런 개소리를 안 보는데.. 싶었다.. 차라리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시리즈가 똑같이 그놈의 부친살해 모티브에, 미국적 사고방식을 진부하게 반복하지만 훨씬 깊이가 있다. 보면서 미국 패권이 쇠락한다는 게 맞나..? 그런 생각만 든 영화였다. 지적으로 너무 후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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