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n A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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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경제일보> 에 게재된 내용입니다.2022.12.2
구글 번역에 손질하여 올립니다.
이회성李恢成 (1935~ .87歳)
<다듬이질하는 여인>(1971발표,1972제66회아쿠타가와상수상)
민족의 딸∙ 어머니 그리고 개인 사이에서
이 소설은 재일외국인 최초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일본 사회에 재일교포의 현실을 문학을 통해 알리는 계기가 된다. 작가 자신이 정치조직에서 벗어난 시기이면서 민족적 정체성를 담은 재일교포문학의 방향성을 다지는 동시에 작가의 출발점이 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무대는 가라후토樺太(현재 사할린)로 조선인 일가가 일본도 조선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여러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주인공인 '나'의 '집이라는 작은 조선’과 마오카真岡(현재 호르무스크) 국민학교에서 황국신민교육을 받으며 ‘일본을 매일 드나드는' 일본인으로 자라는 조선 소년의 이중생활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피식민자의 민족, 일본 사회, 개인의 삶 속에서 갈등하는 가족, 특히 어머니를 중심으로 유년기의 '나'가 어머니와 보낸 일상의 기억들을 담고 있다. 서른 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어머니와 같은 나이가 된 작가가 주인공 ‘나’의 시각에서 전통적인 어머니상을 다듬이질하는 모습과 일상을 통해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매일 밤 늦게까지 다듬이질을 하는 광경을 보면서 싫증이 날 만도 한데 엄마가 타닥타닥 방망이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라며 집안일과 다듬이질에 여념이 없는 소박한 어머니를 담은 표현은 한 장의 풍속화를 떠올리게 한다. 다듬이질하는 서정적인 모습이나 소리는 <민족의 딸> <조선의 어머니>와 같은 중층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식민지지배 사회와 가부장제에 종속된 어머니와 조부모, 식민지 체제에 협력하며 제도화된 입장에 설 수밖에 없이 협화회에 가입한 아버지가 정치적으로 종속된 입장 또한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식민지 체제에 협력하는 아버지의 고충과 우울이 아버지의 입장을 폭력적으로 만들고 가정 내에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도로 묘사되고 있다. 재일조선인문학을 비롯한 이회성 문학에 등장하는 왜곡된 아버지상은 종래부터 재일조선인의 가정내 폭력의 원인을 일본의 차별적인 사회구조에 있다고 치부해 왔으나 좀더 본질적인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머니 장술이는 조선의 친정에서 '첩'이라는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혼담을 듣고 이를 거부하며 자신의 삶의 담대한 출발을 위해 '경기가 좋은' 종주국 일본으로 혼자 건너와 새로운 삶을 시도하게 된다. 도일 후 결혼을 하지만 남편의 폭력과 빈곤은 장술이가 품고 실현하고자 한 주체적 근대성을 좌절시키는 요인이 되고 만다. 제국주의 국가와 가부장중심 사이에서 이중의 폭력을 견디며 살아 오면서 결혼 후 피식민자이면서 '기모노를 입고 파라솔을 쓰고' 아들과 함께 조선의 귀향길에 오른 술이의 파격적인 패션은 종속의 외면화 이자 내면화된 모던 여성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내선일체나 협화회의 강요에는 반발하는 민족의 딸∙ 어머니로 내면화된 복수의 정체성 또한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식민지하에 있으면서 민족성 계승, 예로부터 내려오는 가부장제 인습에의 거부, 새로운 문화에의 추구 등 복수의 가치관이 부딪치며 혼재하는 시기에 <민족의 딸·어머니>와 <개인의 삶>의 틈새에서 살아야만 했던 여성 장술이의 우울한 상황을 엿 볼 수 있다. 가정내에서의 계속된 부부싸움과 폭력으로 마침내 가출을 결심하게 된다. 그녀에게 모던 패션의 상징이었을 기모노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장면은 피식민자에게 모던한 패션이면서도 억압적인 근대 패션의 상징에 그쳤으며, 그 억압적인 근대패션에 대한 저항으로도 보여진다. 기모노를 찢고 나서 옷장에서 한복을 꺼내 트렁크에 담지만 술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이 장면은 빛 바랜 한복처럼 전통적인 자기희생의 모성상으로 되돌아가 어머니로 사는 것이 자신을 사는 것이라고 여기며 모성애에 회귀하는 모습이다.
그 후 부부는 화해하지만 10개월 후 술이는 출산과 동시에 죽고 만다. 죽음의 문턱에서 술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일본에 지배당하고 차별받는 억울한 삶을 거부하고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길 바라다” 며 장술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주체적인 개인으로 살아 갈 것을 당부하고 눈을 감는다.
이 소설은 1인칭 소설임에도 주체적인 개인를 부각하고자 화자가 어머니를 3인칭 어머니와 장술이로 구분해서 서술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조부모가 들려주는 어머니의 어릴 적 이야기와 할머니가 들려주는 어머니의 '신세타령'에는 장술이의 여성으로서의 가능성이 비록 불안정하고 균열이 있지만 젠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민족성, 모성, 주체적 개인 등 여러 중층적 정체성을 산 어머니의 삶은 조국의 봉건적 사회질서와 식민지하의 억압 속에서 한계를 넘지 못하고 만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근대적인 젠더 정체성을 부여하는 위령으로서의 젠더를 획득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통해 <무모한 식민지화가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또 <과거사의 부당성과 이의 비극성>을 증언하면서 어머니 장술이의 전통적 모성, 민족성에만 그치지 않고 불완전하지만 주체적인 개인∙ 젠더 시점을 가시화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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