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5

국방장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전혀 없었다”…판결 정면 반박

국방장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전혀 없었다”…판결 정면 반박

국방장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전혀 없었다”…판결 정면 반박
입력2023.02.17. 
이재훈 기자

이종섭, 정부 배상책임 법원 판결에 “동의 않아”
“베트남 파병 한국군 민간인 학살 전혀 없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국방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리 장병들에 의한 학살은 전혀 없었다”며 “판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난 7일 법원 판결을 부정한 것이다.

이 장관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인정한 법원 판결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장관은 “그 당시 상황은 굉장히 복잡하다. 한국군 복장이 있었다고 해도 (한국군이) 아닌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며 “미군 조사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없었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재판 과정에서 여러가지 자료를 확인하고 증인도 확인해봤는데, 저희가 확인한 바에는 민간인 학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아울러 “당시 채명신 주월한국군사령관도 민간인 학살은 절대 하지 말라고 첫 번째로 강조했다”며 “파월장병에 대한 명예를 생각해서도 그렇고 이 부분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이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중상을 당했다며 당시 8살이던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천만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현지 민병대원 등의 증언을 비롯한 여러 증거를 심사해 응우옌티탄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고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 뒤 국방부는 “항소 여부와 관련해 선 법무부와 함께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는 1999년 초 <한겨레21> 보도로 본격 제기된 뒤 구체적 사실들이 드러나고 시민사회에서 사실 인정과 배상 요구가 이어졌으나 정부는 전면 부인해왔다. 2020년 응우옌티탄이 소송을 낸 뒤에도 증거가 없다거나 당시의 게릴라전 특성상 정당 행위였다는 등의 이유로 책임을 부정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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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adimir Tikhonov
17 February at 16:11
  · 
이런 류의 발언을, 한 나라의 장관이 해도 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학살의 사실을 부정하는 편, 즉 역사 수정주의의 편에 서서 스스로 "나라의 품격"을 훼손시키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장관님이 무슨 "자료"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지만, 학살의 사실은 피해자들의 복수의 진술은 물론이고, 가해자, 즉 한국군 일부의 증언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가해자측 자료만 보더라도, 예컨대 <한국일보>(2021년11월16일),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 논바닥에 모아놓고 죽여" 참전군인 법정 고백"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청룡부대 출신 류모씨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류씨는 1967년 해병대에 입대해, 이듬해 2월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 지역에서 주둔할 당시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어느 날 본인이 속한 2소대 대원들과 부대 근처 도로를 정찰하는데, 민가 근처에서 베트남인 여럿이 길을 막은 채 항의하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그 옆에 민간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도로를 막고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소리 지르고, 악을 쓰고 있기에 깜짝 놀랐다”며 “그 옆에 보니 거적때기 위에 수많은 시체들이 있었고, 그래서 뭔가 큰일이 있었구나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류씨는 “(발견 당시엔) 100구는 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70여 구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 장관님이 "파월장병에 대한 명예" 등등을 운운하시는데, 이건 일본 극우파 역사 수정주의자 수준의 이야기입니다. 인권, 민주 국가에서는 가해자들에게 있지도 않을 "명예"보다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먼저 생각해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반공주의 진영 논리와 "돈벌이 기회"에 이끌려서 남의 나라 침략 전쟁에서 "고용병"으로 참전했다는 것은 "명예로운" 상황일 수는 없었습니다. 일본 정치인이 만약 "황군 명예"를 거론하면서 남경 학살이나 위안부 성노예 착취 제도 등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과연 한국의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는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 만약 국방부가 "항소"에 들어가면 이미 무서운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는 피해 생존자들을 그야말로 두 번 울리는 "2차 가해" 이외에는 그 아무것도 안될 것입니다. 굳이 "명예"를 이야기하자면 이건 대한민국으로서는 엄청난 "불명예"가 될 겁니다. 법원의 판단대로 사과, 배상, 재발 방지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이 상황에서는 민주 인권 사회로서의 명예로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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