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한 게임" 이수만 녹취 깠다…'선생님' 호칭 버린 SM의 반격 | 중앙일보

"심플한 게임" 이수만 녹취 깠다…'선생님' 호칭 버린 SM의 반격 | 중앙일보



"심플한 게임" 이수만 녹취 깠다…'선생님' 호칭 버린 SM의 반격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3.02.16 
박건 기자 구독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와 SM의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격화하고 있다. SM 최대 주주 하이브는 16일 이수만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제안할 SM 새 이사진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이성수 SM 공동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저희 SM이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 여러분들 앞에서 소상히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며 “오늘 발표 중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생략하도록 하겠다”며 이수만을 향한 맹공을 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SM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이성수 성명 발표_1차’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약 28분 분량인 이 동영상에는 ▶SM 제국의 황제 ‘이수만’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 ▶이수만 일가를 위해 희생당한 ‘자회사들’ ▶SM 정상화의 변곡점 ▶프로듀싱 계약 종료 = 모든 주주를 위한 SM 정상화의 첫 걸음 ▶SM 3.0 성공에 필요한 전략적 파트너십 ▶이수만 + 하이브 = 적대적 M&A ▶SM을 헐값에 집어삼키려는 포식자 000 ▶SM을 함께 지켜주십시오 ▶2월 10일 새벽 3시 15분 ▶괜찮아 우리에겐 나무심기가 있잖아 등 경영 과정에서 드러난 이수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14개의 내용이 실렸다. 일부 내용은 ‘OOO’으로 가려져 있어 이후 올라올 추가 영상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SM 공동대표가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성명을 냈다. 사진 이성수 대표 유튜브 캡처

“해외판 라이크기획, 역외탈세 의심”

이 대표는 이수만이 2019년 홍콩에 설립한 개인회사인 CTP(CT Planning Limited)를 통해 SM의 해외 음반·음원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부당하게 가로채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만이 SM과 해외 레이블사 간 계약 과정에서 반드시 CTP를 거치도록 지시했는데, 이렇게 해서 SM과 레이블사가 수익 정산을 하기 전에 CTP가 먼저 매출의 6%를 가져갔다는 게 SM 측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런 해외를 거치는 이상한 구조, 여기에서 해외란 ‘해외판 라이크기획(이수만의 국내 개인회사)’ 바로 CTP를 의미한다”며 “실질에 맞지 않는 거래구조를 통해 홍콩의 CTP로 수익이 귀속되게 하는 것, 전형적인 역외탈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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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와 같은 구조를 글로벌로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해외에서 프로듀싱 로열티를 선취하려는 시도와 지시는 최근까지도 계속 있었다”며 “CTP와 해외 레이블사 간의 앞선 계약들은 작년 연말에 종료된 SM과 라이크기획 간의 프로듀싱 계약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금도 살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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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하이브와 이수만의 주식매매계약 중 ‘이수만의 국내 프로듀싱은 3년간 제한돼 있지만, 해외 프로듀싱은 전혀 제한이 없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하이브는 이수만의 해외 개인회사인 CTP의 위법요소를 알고도 동조하거나 묵인한 것인가 아니면 모르고 계약한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만약 모르고 계약했다고 한다면 1조원 이상의 메가딜을 진행하면서 실사조차 진행하지 않아서 이런 중요한 사항을 놓치게 된 점을 본인들의 주주들에게, 임직원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하이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혹시 SM이 공시해야 할 계약 중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계약이 있을 것에 대비해 지분 인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종결 시점부터 잔여 로열티 채권·채무를 상호 면제하기로 하고 진술 보증을 위반해 대상 회사와 체결된 채권채무거래 관계는 거래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거래를 완전히 해소하기로 돼 있다”고 밝혔다. 이수만 매매 계약 전 그와 SM의 연결 고리를 모두 끊어냈다는 의미다.

또 이날 오후 낸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향후 CTP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CTP가 이성수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SM과 문제가 많은 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러한 법인과 SM 간의 계약을 승인한 SM 내의 주체들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만 SM 창립자

“이수만, 측근들에 ‘이수만 필요하다는 성명 내라’ 지시”

이 대표는 SM과 라이크기획이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한 지난해 12월엔 이수만이 “향후 (SM의) 프로듀싱 계획에 대해 어떤 내용도 발표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경영진과 제작부서는 멀티 제작센터를 기본으로 한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수만이 이를 막았다는 설명이다. SM에 따르면 이수만은 이후 측근들을 통해 “아티스트는 이수만이 필요하다고 언론에 성명을 내라” “100억을 들여서라도 이수만을 위한 주총대응반을 만들어라” “이수만 없는 회사는 매출액이 나오지 않도록 1분기 매출액을 낮출 방안을 강구하라”는 등의 내용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2023년 1월 17일 이수만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이수만의 거수기가 아닌 대표이사로서 경영판단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수만과의 연락을 멈췄다”고 밝혔다. 이어 이수만과 나눈 대화의 녹취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에서 이수만은 “선생님(이수만)이 없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하고 너희들(SM 경영진)을 동조하는 사람들하고 둘이 갈라져요. 근데 네가 (이수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 선생님이 없어도 된다고 하는 애들은 나가야 하는 거야 회사를. 아주 심플한 게임이라고 이게”라고 말했다. 이어 “세금이나 벌금 맞아도 내가 대신 내주겠다”며 SM 경영진을 회유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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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SM 소속 연예인 김민종과 한몽 경제인 만찬에 참석하고 있는 이수만. 사진 뉴스1

“‘나무심기’ 때문에 에스파 컴백 취소”

최근 이수만이 해외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를 건설하겠다고 공표한 것에도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게 SM 측 주장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이라기보다는 ‘이수만 개인 프로젝트’로 불렸다”며 “새로운 시장 개척 및 문화교류를 외치는 이면에는 이수만의 부동산 사업권 관련 욕망이 있다. 실제로 어느 국가에서는 부지의 소유권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사용권으로만 가능하여 이를 조율하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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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을 표방하는 이수만의 대외용 메시지가 SM 프로듀싱에까지 무리하게 영향을 미쳐 걸그룹 에스파의 컴백이 늦어졌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수만은 지속해서 ‘나무심기’를 필두로 한 K팝 페스티벌 등을 주창했으며, 여러 나라에 나무심기 캠페인을 한다며 갑자기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를 강조해 왔다”며 “앞으로 SM에서 나올 모든 중요한 곡들에는 가사에 나무심기, Sustainability, ESG를 투영하기를 지시했다. 공들여 만든 세계관이 돋보이는 그룹 에스파에게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무심기를 투영한 가사를 넣은 노래를 부를 것을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엉뚱한 디렉션으로 인해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콘텐트가 나오게 되었고, 저희 공동대표는 에스파를 위해 이번 곡에 대한 발매를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걸그룹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모범적 지배구조 실현되는 기업으로 도약”

앞서 이수만은 지난 15일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SM 현 이사진에게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수만은 “SM을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가 실현되는 기업으로 도약하게 하고, 주주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본인의 책임을 다하는 자세이고, 이로써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가 함께 제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경영의 전문성과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박건중앙일보 기자

중앙일보 K엔터팀 박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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