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우크라전쟁, 미국이 감독하고 젤렌스키가 연기한 드라마”
기자명 강호석 기자
승인 2023.02.24
우크라 전쟁의 기원은 2004년 컬러혁명, 발단은 2014년 유로마이단 쿠데타
전쟁의 원인, 나토의 동진과 돈바스 전장에 등장한 신나치
전쟁은 땅 따먹기 아니다
윤석열, 오로지 미국만 따르는 ‘아찔한 외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특수군사작전’을 전개한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치열한 전황만큼이나 전쟁의 원인과 전세를 둘러싼 극단적인 주장이 난무했다.
대체로 러시아의 팽창주의가 전쟁 원인이라는 주장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물리친 전황만 집중 보도된다. 과연 사실이 그러한가?
지난 1년 동안 영국을 비롯한 서방언론의 편파 보도와 이를 그대로 베껴 쓴 국내 언론에 경종을 울리는 책 한 권이 출판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가 그것이다.
이해영 교수는 책에서 나토의 동진과 돈바스 지역에 나타난 네오나치의 학살 만행을 전쟁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이 전쟁의 성격은 ‘돈바스 해방’, ‘나치 제거’, ‘탈군사화’를 위한 러시아의 정치 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전황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대승론’은 장기 전쟁의 모멘텀(추진체)이라고 비판한 이해영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이 감독하고 젤렌스키가 연기한 드라마”에 비유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나토에서 무기를 지원받는다. 그런데, 탈산업화 이후 미국과 서방은 대량의 탄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막대한 무기 손실을 입은 우크라이나군의 열세가 점쳐진다.
무엇보다 러시아보다 10배 많은 15만 명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군의 사망자 숫자로 볼 때 ‘우크라이나 대승론’은 근거가 미약하다.
이와 관련해 이해영 교수는 “전쟁은 땅 따먹기가 아니다”라며, “전세를 볼 때 전선이 아니라 전투력(화력과 병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러시아 경제 제재의 효과와 관련해 이해영 교수는 “러시아는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 반면 러시아의 수출은 서방의 경제 후생에 결정적이다.”라며, “러시아를 제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도래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미국만 따르는 ‘아찔한 외교’를 펼친다고 비판한 이해영 교수는 전황을 정반대로 분석한 파워 엘리트(군부와 정·재계 지휘부)를 향해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의 말을 전했다.
“미국에게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다만 이익이 있을 뿐이다.”
우크라 전쟁의 기원은 2004년 컬러혁명, 발단은 2014년 유로마이단 쿠데타
Q. 우크라이나 전쟁을 2014년 돈바스 전쟁의 연장이라고 보는 이유는?
▲ 이해영 : 2004년 컬러(오렌지)혁명을 일으킨 친 서방 세력이 2014년 유로마이단 쿠데타로 집권하고, 돈바스 전쟁이 터진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돈바스 지역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에 각각 독립 공화국으로서 특별 자치권을 부여하는 민스크 협정을 체결한다. 돈바스 전쟁의 정전협정인 민스크 협정은 유엔 안보리를 통과해 국제법적 효력을 갖지만, 2주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는 미국의 뒷통수를 맞는다. 소련 붕괴 당시 나토가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데 이어 미국이 또 협정을 깨버린 것. 이렇게 8년을 이어온 우크라이나와 돈바스 사이의 내전에 2022년 2월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펼치면서 확전된다. 이것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부른다.
Q.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펼친 이유는?
▲ 이해영 : 푸틴이 아니라 젤렌스키가 먼저 포격을 개시했다. 2월 13일 이미 우크라이나군 12만 명이 전선에 배치돼 전면전을 준비했고, 젤렌스키가 바이든과 통화한 후 16일 선제공격 단추를 눌렀다. 바이든과의 통화 기록 다 있다. 당시 젤렌스키는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 침공을 영토 회복을 위한 통일대전이라고 했다.
16일 우크라이나의 침공이 시작되자,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총동원령을 내리고 여성과 아이들을 러시아로 피난 보낸다. 그리고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다. 러시아는 ‘유엔의 보호책임 원칙(R2P, 집단학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느 나라든지 보호할 책임이 있다)’에 따라 (돈바스)민족자결을 침해한 우크라를 상대로 24일 특수군사작전을 펼치게 된다.
전쟁의 원인, 나토의 동진과 돈바스 전장에 등장한 신나치
Q.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 땅이라는 근거 있나?
▲ 이해영 :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 영토가 된 것은 1922년 소련이 생기고 난 후였다. 당시 우크라이나공화국이 소비에트연방에 가입하면서 돈바스 지역을 요구했고, 레닌은 노동자에 국경은 없다는 프로레타리아 혁명 정신에 입각해 돈바스 지역을 비롯한 동남부 6개 주를 우크라에 편입시켰다. 동남부 6주는 우크라이나와 언어도 민족도 달랐다. 더구나 돈바스 지역은 이미 투표를 통해 독립한 공화국이었고, 러시아와 같은 언어 같은 핏줄을 나눈 한 민족이었다. 그런데 네오 나치와 연합한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 러시아민족을 집단학살하는 만행이 벌어졌으니, 러시아로서는 군사작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Q. 2차대전 때 나치가 우크라이나에서 부활했다고는 믿기 힘들다?
▲ 이해영 : 나치 반데라와 UPA(우크라이나 반란군) 배후에 CIA(미국중앙정보국)가 있었고, 우크라 서부 지역에서 활동했다.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후에는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오렌지혁명 때 두각을 나타냈고, 2014년 마이단 쿠데타 때, 미국의 원조로 아조프 연대는 무장까지 갖추게 된다. 당시 신나치 세력이 만든 자유당은 국회 의석의 1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신나치 부활을 주도한 것은 미 국무부 산하의 세계민주주의기금(NED)이었다. 혹자는 젤렌스키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나치와 손잡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펴지만, 사실 히틀러의 할머니도 유대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쟁은 땅 따먹기 아니다
전황 판단은 전선이 아니라 전력 손실을 기준으로 삼아야
Q. 전쟁 1년이 지났는데, 현재 전황은 어떠한가?
▲ 이해영 : 작년 8월까지 우크라이나군은 70만, 러시아군과 돈바스 민병대는 20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리시찬스크 전투와 마리우폴 등에서 러시아군은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 8월말 러시아군 단기 사병들이 대거 퇴역하자, 하르코프 퇴각을 결정한다. 10월 러시아는 부분 동원령을 내려 30만 군을 모집, 겨울 훈련에 돌입했다. 아직 이 병사들은 전장에 본격 투입하지 않았다. 하르코프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했다고 열광했지만 정작 퇴각한 러시아군은 병력 손실이 거의 없고 우크라이나군만 8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러시아의 작전 개념은 적의 전투력을 파괴하는 ‘소모전’이다.
Q. 우크라 수도 키예프를 점령하지 못하고 퇴각한 러시아가 전세에서 밀리는 것 아닌가?
▲ 이해영 :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에서 키예프는 애초에 공격 목표가 아니었다. 3일만에 키예프를 점령하지 못했으므로 러시아가 패배한 것이라는 주장은 서방 언론이 만든 프레임에 불과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전쟁은 땅 따먹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전세 판단은 전선이 아니라 전투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전투력은 화력과 병력으로 구분된다. 지난 1월 미 국무부 고문 맥그리거 대령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사망자 수는 15만7천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러시아군은 1만5천 명으로 1/10 수준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 수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미성년자와 여성을 징병하고 있다. 화력에서도 러시아가 앞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산업화 이후 미국과 서방은 대량의 탄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 막대한 화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탄약 보충이 어려운 형편이다.
Q. 앞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의 대응 전망은?
▲ 이해영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 나토 불가입, 돈바스 지역의 독립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미국 네오콘은 주전장을 우크라이나에서 중국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 중국 풍선을 걸고 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정전 상태를 유지하며 분쟁지역으로 남겨둔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노르트스트림을 파괴한 자작극이 드러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치명상을 입힐 뇌관을 하나 단 셈이다. 자작극이 들통나면서 바이든 탄핵설까지 나오자 슬슬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다. CSI 보고서는 ‘중국과 싸워야 하는데 무기고가 비었다’고 했고, 랜드연구소는 ‘장기전은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전략에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국제질서 도래
윤석열, 오로지 미국만 따르는 ‘아찔한 외교’
Q.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질서 변화에 준 영향?
▲ 이해영 : 러시아-중국-이란의 정치군사적 전략 관계가 지정학적 코어(중심부)를 형성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재미난 것은 달러 패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독자 화폐, 암호 화폐 등 국제 무역 통화에서 달러 체제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통했던 미국 국채마저 불안해진 것은 국제질서 변화에 시사하는 바 크다.
Q. 미국만 따라가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전략에 대해?
▲ 이해영 : 이 문제는 윤석열 자체보다 한국 파워 엘리트들의 실력 문제다. 한국 지배 계급이 만약 슬기롭고 영리하다면 이런 거대한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말고 하는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지정학적 대전환에 한국의 파워 엘리트들은 아무 개념이 없다. 반응도 없다. 희한한 일이다. 세계질서는 급변하는데 그저 가만히 있다. 여야, 좌우를 떠나 ‘미국 하자는 대로 가면되나?’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않는다. 동맹이 뭐가 중요하냐.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를 보면 아찔하다. 집단 아노미 상태처럼 무감각하고 그저 미국이 불러준 그대로 읽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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