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6

한글 전용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한글 전용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한글 전용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
#647 현병호, 교육매체 격월간《민들레》발행인 
2021.06.16
#문해력
#순우리말
#한글
#한자어


한글 전용을 둘러싼 논란



한글 전용과 한자교육을 둘러싼 논란은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70여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말과 글을 빼앗길 뻔했던 역사적 경험 탓에 한글 사랑은 곧 나라 사랑으로 통했다. 1948년 10월 9일 제헌국회의 여섯 번째 법률로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도 그 연장선일 것이다.1 이후 공문서에서는 한글 전용과 한자 병기가 대세가 되었지만 신문은 오랫동안 국한문 혼용을 고수했다. 이는 압축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언론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할 것이다.



1988년 5월 최초의 한글 전용 가로쓰기 신문인 한겨레신문이 창간되고 한글 전용에 대한 편견이 빠르게 불식되면서 1995년 한글날부터 모든 종합일간지들이 한글 전용을 하기에 이르렀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서 통일교육이 강조되고 우리말과 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그즈음부터다. 학교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전교조 교사들을 비롯해 진보적 인사들은 대체로 한글 전용을 지지하는 입장이었고, 한자교육은 교총이나 교장단, 유학자 같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사람들의 주장으로 치부되었다.



90년대 국어교육에 전교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단체는 이오덕 선생을 중심으로 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일 것이다. 그 회원들은 대부분 전교조 조합원이기도 했지만, 노동자의 정체성보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더 뚜렷해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고자 진심으로 애쓰는 교사들이었다. ‘살아 있는 글쓰기’ 운동을 통해 아이들을 살리고 우리말과 글을 살리는 일에 앞장선 글쓰기교육연구회의 영향력은 학교 밖에서 활동하는 글쓰기 교사들에게까지 미쳤다(90년대 이후 사교육 시장을 석권한 것이 운동권 출신들이었다).



90년대 전후로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전교조와 글쓰기교육연구회 교사들의 영향은 세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30~40대 교사들에게 학창 시절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이들은 대체로 그때 그 선생님들일 것이다. 특히 국어교사의 상당수는 학생 시절 존경하던 선생님의 영향으로 교사의 길로 들어선 경우가 많았고, 자신이 배운 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교사들이 한글 전용 세대이고, 한문 과목이 선택이다 보니 한자를 가르치는 학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2



해방 이후부터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드높았지만, 한자교육은 꾸준히 이루어졌다.3 8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한문을 가르쳤고, 90년대에도 대학교재는 국한문 혼용체를 썼다. 그러다 일간지들이 한글 전용을 택하면서 대세는 한글 전용으로 기울어졌고, 민주정부가 수립된 이후 모든 분야에 한글 전용이 보편화되어 공문서에서도 한자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대학교재도 법학 서적 외에는 한자를 쓰지 않게 되었다. 대학생들이 전공서적을 읽어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2002년 역대 교육부장관 13명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건의하면서 한자교육을 둘러싼 논쟁이 일기도 했다. 2008년에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가 관내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실시하면서 또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2014년에는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한자교육 부활을 둘러싸고 논란이 격화되었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는 없던 일이 되었다. 현재 교육부는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입장으로, 학교에 따라서는 자유재량 시간에 한자를 가르치는 학교도 있고 영어 공부를 더 하는 학교도 있다. 때문에 출신 학교에 따라 한자 능력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교육부는 2019년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사용할 한자 300자(字) 표기 기준을 발표했는데, 한글학회와 전교조는 학습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려운 한자어 낱말을 각주처럼 풀이해주는 것조차 반대하는 것은 아직도 한글 전용이 이념의 문제에 머물러 있음을 말해준다. 한자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고 아이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거라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는 한자교육 방법을 개선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한문이 아닌 한자어 낱말을 읽기 중심으로 가르치면 된다. 영어교육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한자교육에 힘을 쏟는 것이 아이들의 문해력을 위해서는 훨씬 나을 것이다.





한자어는 우리말이 아닐까



한자가 들어가지 않은 신문기사 제목이 드물었던 때가 불과 30여 년 전인데, 이제 모든 신문에서 한자가 사라지고 공문서에서도 한자 병기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한때 한자교육까지 폐지되었다가 다시 부활하긴 했지만, 우리말과 글로 의사전달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말과 글의 한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론이 분분하다. 우리말과 글을 살리는 데 평생을 헌신한 이오덕 선생의 공로는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우리말과 글의 순수성에 집착한 나머지 지나친 면도 없지 않다고 본다.



천오백 년 가까이 한자어를 빌어 역사를 기록하고 생각을 주고받았으며,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쓰는 수많은 낱말들이 한자에 기초한 낱말들이다. ‘微笑(미소)’라는 한자말을 쓰지 말고 ‘방긋 웃음’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은 언어를 이념의 틀에 가두는 것이다. ‘미소 띤 얼굴’과 ‘방긋 웃는 얼굴’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엷은 웃음 띤 얼굴’이라 표현해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우리말이 갖고 있는 3·4조 운율을 감안할 때 순우리말만으로는 문장의 리듬을 살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우리말 ‘까닭’에 해당하는 한자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理由(이유), 緣由(연유), 緣故(연고)…. 이오덕 선생은 이미 일상적으로 쓰이는 ‘이유’도 쓰지 말고 ‘까닭’으로 쓰기를 권하는데, 일상에서 ‘까닭’보다 ‘이유’를 더 많이 쓰는 것은 무엇보다 발음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언어의 기본은 소리이기에, 소리가 쉽게 나는 쪽으로 언어는 발달하기 마련이다. 영어에서 자주 쓰이는 말일수록 불규칙 변화가 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유’와 ‘까닭’ 중에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은 말은 ‘까닭’일 것이다. 까닭은 발음하기도 어렵지만, ‘까닭’만으로는 미묘한 뜻을 제대로 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로는 ‘연유’, ‘연고’라는 낱말로 뜻을 더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연고 없는 무덤’을 ‘까닭 없는 무덤’으로 표현해서는 뜻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만약 선생의 주장대로 순우리말만 남기고 한자어를 폐기한다면 언어와 사고가 매우 협소해질 것이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언어로는 정치한 사고를 하기도,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어렵다.



주제(主題)와 소재(素材)는 둘 다 글과 관련된 개념어로, 한자어로 표기하면 의미가 선명해지지만, 소리글자의 특성상 ‘제’와 ‘재’를 혼동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뜻글자인 한자의 경우 표제 제(題)와, 재료 재(材)를 알면 개념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제목(題目)과 재목(材木)이 소리가 같고 한글 모양새도 비슷하지만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도 금방 알 수 있다. 결제(決濟)와 결재(決裁)를 헷갈려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도 한자를 모르기 때문이다. 학력(學力)과 학력(學歷)은 한자를 병기하지 않으면 문맥만으로 의미를 짐작해야 하는데, 동음이의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에는 오해하기 십상이다.



이런 기본적인 개념어를 혼동하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낱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어림짐작으로 알다 보면 맥락상 틀린 낱말을 쓰게 되고, 결과적으로 뜻이 전달되지 않는 문장을 쓰게 된다. 한자를 몰라도 다양한 용례를 접함으로써 뜻을 알 수는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확한 개념을 잡기도 쉽지 않다. 개념어들의 경우는 대부분 한자어이므로 한자를 알면 개념을 쉽게 알 수 있을 뿐더러 같은 한자로 된 다른 개념어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자를 알고 한글 전용을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오늘날 한글 전용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까지 덧씌워지면서 언어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글학회는 “한자는 특권층의 반민주적 문자”라면서 한자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옛날에 그러했다고 해서 한자를 쓰지 말자는 것은 문해력을 하향평준화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사회가 되었으니 특권층의 문자였던 한자를 민중도 쓸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민중이 한자를 익히지 못할 정도로 몽매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반민주적인 사고가 아닐까?



한글 전용을 둘러싼 논란은 흔히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 중 하나일 뿐이다. 한자 역시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한국어 명사(名詞)의 태반이 한자어로 되어 있다.4 한글 전용을 한다고 해서 한자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한글 전용을 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하면서 한자교육을 병행하면 된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같은 곳에서는 아직도 국한문 혼용을 주장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한글 전용과 기초한자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한글 전용과 문해력



요즘 ‘퍼실리테이터’ 같은 영어 단어를 그대로 쓰는 이들이 있다. 지식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그러는 이들도 있겠지만, 한글 전용으로 말미암아 개념어 만들기가 힘들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순우리말로는 개념어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신조어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노트북, 레깅스처럼 대부분의 신조어들이 영어 그대로 쓰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표기만 한글일 뿐 영어식 낱말이 범람하고 있다. 만약 전화가 21세기에 들어왔다면 아마도 ‘텔레폰’ 또는 ‘폰’이라 쓰고 있지 않을까? 한글 전용이 오히려 외래어 범람을 낳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뜻글자인 한자어의 장점은 조어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소리글자인 순우리말은 한자에 비해 조어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한자어 ‘학습’은 체험학습, 현장학습 식으로 합성어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데 비해 우리말 ‘배움’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같은 소리글자인 영어는 라틴어 어근을 활용해 un-learning, inter-net처럼 낱말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순수 영어를 살리기 위해 라틴어 어근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다.



일상에서 한자를 거의 쓰지 않고 학교교육에서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전공서적을 읽어내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도 개념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어도 한자식 표현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리포트를 ‘금일까지 제출’하라는 말을 ‘금요일까지 제출’로 알아듣고는 왜 헷갈리는 표현을 쓰냐고 오히려 교수에게 따지는 학생이 있을 정도다. 연하장에 “새해를 맞아 명복을 빕니다” 같은 문구가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아이들의 어휘력이 줄고 있는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동해’를 ‘동쪽에서 뜨는 해’로 아는 중학생이 태반일 정도로 어휘력이 심각한 상태다. 문해력의 기초는 어휘력이다. 개념어를 정확히 이해하고 다양한 용례 속에서 그 낱말의 쓰임새를 알게 되면 맥락을 읽는 문해력과 사고력이 자란다. 디지털 문해력을 걱정하기 전에 어휘력부터 기를 일이다.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면 맥락만으로 내용을 파악하기가 힘들어 점점 책을 멀리하게 된다. 한글은 알지만 긴 글을 읽어내지 못하는, 사실상의 문맹에 가까운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글 전용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글이 너무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리글자인 한글은 혼자서도 익힐 수 있고, 한번 익히면 못 읽는 글자가 없다. 때문에 읽을 줄 아는 단어는 뜻도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 번쯤 본 단어, 어렴풋이 아는 개념어를 아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이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단어를 대충 알거나 제멋대로 뜻을 짐작하고 있는 경우 책을 읽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개념어를 한글로만 아는 사람은 수많은 용례를 통해 개념이 잡힐 때까지 흐릿한 상태로 글을 읽어야 하므로 문해력이 더디게 자랄 수밖에 없다.



일본인들의 문해력이 높은 까닭은 워낙에 독서 인구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일본어가 한글에 비해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고유 문자도 히라가나, 가타가나 두 가지가 있고, 한자를 섞어 쓸 뿐만 아니라 한자를 읽는 방식도 소리로 읽는 음독과 뜻으로 읽는 훈독이 따로 있다. 한글이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져 배우기 쉬운 문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소리글자가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 읽을 줄 안다고 해서 뜻을 아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자교육 방법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법 천자문』 같은 학습만화가 한자교육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바람 風(풍)’처럼 한자를 익히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풍습(風習), 풍속(風俗) 같은 한자로 된 개념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글로 개념어를 이해하려면 수많은 용례를 통해 익혀야 하지만, 한자를 알면 연관된 개념어들까지 쉽게 알 수 있다. 굳이 쓰는 법까지 익히지 않아도 문해력에는 별 지장이 없다. 교육용 기초한자로 된 개념어를 읽기 중심으로 가르치면 된다. 한자어 낱말 끝말잇기 놀이 같은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문까지 익힐 필요는 없지만 상용한자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자로 된 개념어를 익혀야 한다. 수학의 경우 사칙연산을 모르면 방정식을 풀 수 없고, 방정식을 모르면 함수를 풀 수 없다. 수학적 언어는 알고 모르고가 분명해서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는데 반해, 인문학 언어는 대충 알고도 아는 척할 수 있어 정작 자신이 뭘 모르는지를 모르는 사태가 생긴다. 방정식을 모르면 함수를 붙들고 있어봐야 시간낭비일 뿐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그런 상태에 있다.



식물이 뿌리가 내리기까지는 성장이 멈춘 것처럼 보여도 뿌리가 튼튼하게 자리 잡으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하지만 뿌리가 약하면 백날이 가도 시들시들하기 마련이다. 대안학교 출신 중에 수능 준비를 시작한 뒤 수학 기초가 안 되어 있다는 걸 깨닫고 중학교 수학부터 차근차근 공부한 친구는 일 년 만에 고등학교 수학까지 마칠 수 있었던 반면, 고등 수학을 계속 붙들고 있었던 아이는 결국 수학을 포기해야 했다.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는 길이 지름길인 경우가 많다. 기본, 기초, 토대를 튼튼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이 법률은 다음의 한 조항뿐이다.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 이 법률은 2005년 국어기본법 14조로 흡수 폐지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kess.kedi.re.kr)에 선택과목에 대한 학교 통계가 실려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한자를 못 읽는 대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걸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951년 정부는 교육한자 1,000자를 정하고 1957년에 300자를 추가하여 1964년부터 학교에서 가르치다 1970년 한글 전용 정책으로 중단한 뒤, 1972년에 다시 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제정하여 중고등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가르칠 수 있게 하고 있다.
한자 병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흔히 한국어 어휘의 70% 가량이 한자어라고 주장하지만, 국립국어연구원이 2002년 발표한 ‘현대 국어 사용 빈도 조사’를 보면 고유어가 53%, 한자어가 45%, 외래어가 2%다. 그러나 명사의 경우 한자어 비중이 훨씬 높으며, 개념어들은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있다.
한글-전용-세대의-문해력이-떨어지고-있다-현병호.pdf

교육매체 격월간《민들레》발행인현병호

교육 매체 격월간 《민들레》 발행인. 저서로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이 있고, 《대안교육 20년을 말하다》, 《재난의 시대,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다》 외 여러 권을 함께 썼다. 옮긴 책으로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 《소통하는 신체》(공역) 등이 있다.











댓글 10김태균 2021-06-18. 12:19 수정 삭제

필자의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 한자어를 배워 문해력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자를 쓸 수 있게 배우자는 것이 아닌 눈으로 익히는 수준으로 저 한자가 갖고 있는 뜻을 배워 언어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앞으로의 개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담에 비해 얻는 것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답글
김태훈 2021-12-20. 13:34 수정 삭제

라틴어는 절대로 뜻글자가 아닙니다. 소리글자입니다만 영어 입장에서는 고전어라 활용이 가능할 뿐입니다.
답글익명 2022-02-07. 16:14 수정 삭제
현병호 2022-02-07. 16:16 수정 삭제

그렇군요. 라틴어도 영어처럼 소리글자인데 어근으로 쓰이다 보니 뜻글자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네요. 수정하겠습니다.
이철우 2022-02-06. 01:06 수정 삭제

제가 감히 반론을 제기하겠습니다.

1. 한글전용이 문해력을 떨어뜨렸다
문해력 향상 정도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정서안정, 논리적 사고력, 부모의 언어습관, 독서경험 등등 다양한 요인이 상호작용하는데다가 문해력이 한자어휘숙지 이외에 문맥파악, 어말과 어미에 따른 의미변화 등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데 한자교육 부실로 인한 한자단어 미숙지가 문해력 저하를 시켰다는건 밀접한 상관관계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봅니다.
2.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적절성
현행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현재 어린이 발달수준을 고려하여 편성되어 있는데요. 이를 제대로 소화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한자까지 공부시키는건 어린이들에게 지나친 학습부담을 가중시킴은 물론 공부에 대한 흥미도 저하시킬 우려가 큽니다.
3. 일본인 문해력 과대평가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한자를 많이 써서 문해력이 높다고 하셨는데요. 실제 일본은 문해력 격차가 우리나라보다 큰 편입니다. 심지어 일본어는 일본인이 구사하는 한자어휘가 사회적 계급의 척도가 되고 이에 따른 차별도 만연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일본인조차도 한자어가 불편하단 여론이 많음은 물론 그로 인해 일반 서적보다 만화가 판매량이 많으며 애니메이션이 세계 최고인 게 현실입니다. 즉 글보다 그림이 쉽게 느껴지는 게 일본 현실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문해력이 그렇게 높다면 문해력을 통해서 형성되야 할 비판적 사고력은 왜 향상되지 않았는지도 의문입니다. 일본이 성폭력 가해자가 번번히 무죄판결을 받고 야쿠자 두목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가면 갈수록 일본기업 경쟁력이 추락하는 사실이 연일 일본뉴스에 보도되는데도 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 건 문해력이 우수해서 초래된 결과인지 묻고 싶습니다.
4. 한자 자체의 문제
중국과 일본은 획과 구조가 복잡한 한자를 간소화시킨 간자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서 한자 불용설을 일축시켜왔습니다. 그로 인해 한자전용이 지속 중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난히 전통사수란 명분 하에 한자 중 기존의 획이 복잡한 글자를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불편함이 지속되서 한글전용론 및 한자교육무용론의 명분만 더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한문학회의 개선책 없이 한자교육만 강화하자는 건 국민의 언어 사용 편의성을 짓밟는 오만함으로 보입니다.

본인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러나 막연한 한자교육 강화를 외치기보다 구체적인 상황파악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한 합리적인 한자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답글현병호 2022-02-07. 16:09 수정 삭제

선생님의 반론에 저도 공감합니다. 좋은 반론 주셔서 고맙습니다. 문해력을 결정짓는 복잡한 변수들을 너무 단순화시킴으로써 인과관계를 왜곡하고 논리의 비약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반론을 참고해 생각을 다시 가다듬어 글을 손보겠습니다.
다만 한자어 읽기 교육은 초등과정에서 하기보다 중등과정에서 시작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치다 선생도 인정하듯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모순’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대학생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그것이 한자교육을 잘못해서 그런 건지 한자 자체의 문제 때문인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 싶습니다. 근대화 과정에서 엘리트 지식인과 일반인들 사이에 문해력 격차가 컸던 것은 한자 때문이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한자라는 것이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어렵고 참 곤란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현실적인 개선책을 내놓고 학습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한자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어에서 라틴어 어근을 익히듯이 한자의 기본 부수 중심으로 읽기 교육을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나그네 2022-03-06. 12:53 수정 삭제

한글전용이 문해력을 떨어뜨리는게 아니라 영상세대들이 독서를 등한시하기 때문에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 한자어는 중국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외래어다. 한자외래어는 말이다. 우린 한국식 한자독음으로 한자외래어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한자표기를 받아들이는게 아니다. 서양외래어를 알파벳으로 쓰지 않는 것과 같다. 그리고 한자를 안다고 단어를 알 수 있는 건 20%도 안된다. 工자와 夫자를 안다고 工夫가 to study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대부분의 단어가 다 이런 식이다. 수학용어 과학용어도 일본이 번역한 것으로 우리가 굳이 쓸 이유도 없고 한자를 안다고 알 수도 없다. 사전적 정의로써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문해력을 높이려면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국어사전을 영어사전처럼 가까이 하는게 최선이다.
답글현병호 2022-04-07. 18:12 수정 삭제

문해력은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형성되는 것이어서 말씀처럼 영상세대가 독서를 안 해서 문해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크다고 봅니다. 말씀처럼 한글 전용의 문제보다 독서를 안 하는 것이 더 큰 원인이긴 할 겁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어휘력 문제를 짚어보려는 것입니다.
공부(工夫)처럼 한자어를 안다고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낱말도 적지 않지만 한자를 알면 개념을 알기가 쉬운 단어도 매우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자공부의 효용성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견입니다. 소수(素數)의 소가 바탕, 바탕색인 흰색을 의미하고 소복(素服)의 소와 같다는 것을 알면 소수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수학 용어도 한자어가 대부분인데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면 수학이 훨씬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연수 2022-11-28. 10:38 수정 삭제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이런 칼럼이 참 반갑습니다. 댓글들을 보니 역시나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글전용과 한자교육에 대한 주제에는 항상 의견이 팽팽히 맞섭니다. 그만큼 논란이 많은 주제이지요.
한자, 한자어는 외래어이고 표기만 우리 한글로 한다. 라고 인정해버리는 순간 수많은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한국한자, 한국한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자어도 우리말입니다. 한국어를 이루는 요소입니다.
한글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한국어를 이루는 한자를 내팽개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글과 한국어는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사람들이 이 개념을 착각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한글전용세대에게 따로 시간을 들여 한자교육을 해야합니다. 한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우리말과 글에 숨어있고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문해력 저하에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분명 한자, 한자어교육이 제대로되지 않은 이유도 큰 비중을 차지 합니다.
다시금 한자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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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2023-02-20. 15:28 수정 삭제

자라나는 학생들이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2007)과 속뜻사전앱(2019)을 보면 위의 한자어 교육문제가 쉽게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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