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3

한일관계,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전진호 IJS일본리뷰 제8호202302

IJS일본리뷰 -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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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 REVIEW

한일관계,어디로가고있는가?


최악의한일관계?

지난20여년간'최악의한일관계'라는말이반복되고있다.
실제로2000년대이후의한일 관계를돌아보면양국관계가우호적이었던시기보다양국이대립하고갈등한시기가더많아보인다. 1998년김대중-오부치선언(한일파트너십공동선언)이후 21세기한일관계가전향적인방 향으로출발했지만,2005년일본의 독도영유권주장과 교과서 왜곡문제로 노무현대통령 이'외교전쟁불사'라는발언을할정도로 심각한 대립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는 일시적으로안정되는듯보였지만, 이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천황의사죄요구로 한일관계는다시냉각되었다.
2013년아베총리의야스쿠니신사참배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문제해결과 한일정상회담을연계하여 취임3년간 정상회담도 없는 갈등 상황이 연출되었으나, 2015년12월위안부합의가 성사되어 관계개선의 물꼬가트였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정부에 의한 위안부합의 검증이후 한일관계는 다시악화되었다. 
문재인 정부시절 역사갈등이 일본에 의한 경제제재로 이어지면서 보이콧 재팬(BoycottJapan) 마저 등장했다. 지난 20여년 역사문제가 블랙홀이 되어 한일관계전체가 역사문제속에 함몰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언제가 최악인지 비교하기도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최악의 한일 관계가 반복되는 지난20여년이 '보통의 한일관계'인것은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이후 정부는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문제해결을 통한 양국 관계개선을 모색하고있다. 정부는 가해 일본기업의직접변제가 아닌 '제3자변제방식'을채용하여, 정부산하의일제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이 징용배상판결금을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러한 한국정부안에 대해 일본도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평가하는듯 하다.일본 정부는제3자변제가 확정되면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과거일본정부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표명하고, 동시에 한국이 배상금반환을 일본피고기업에 요구하는구상권을포기하면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용인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제3자 변제방식의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징용피해자와 지원단체들은 가해일본기업의 사죄와배상이 빠진채 한국기업의기부금만으로 판결금을대신지급하는 정부의제3자변제에 반대하고있어, 정부의 해법이 실질적인 징용문제해결로 이어질지 아직은불확실하다.

한일관계를 움직이는 요인들


현재의 한일관계가 안정적인 협력관계가 아니라면 왜 관계가 악화되었는가, 신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는가,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가를 순차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일관계 악화를 만든 요인은 무엇인가? 일본의 역사 왜곡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원인일까?

주지하다시피 한일관계는 양국의 외교 정책이나 혹은 국내 문제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 다. 1965년의 한일 국교정상화가 그러했고 현재의 징용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국제정치적 요 인, 특히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미중 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나아가 북한 변수 등도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징용 문제 해결에 나선 정부의 대일 접근에도 한일 양국 차원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미중 관계와 같은 국제정치적 요인이다. 앞서 언급한 한일 국 교정상화는 물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체결, 위안부합의 성립 등의 한일관계 변화의 주요한 전환점에는 미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했다. 최근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 개 선 움직임의 배후에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 및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체인 혹은 한미일 가 치동맹의 강화라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연대를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대중 억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한일관계 가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일관계는 양국 차원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정치적인 함의 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로 한일관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한일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정책이다. 역사문제는 물론 경제 및 기타 문제에 대한 양국의 정책은 한일관계를 형성하는 가 장 기본적인 요인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무대응, 역사문제를 이유로 경제 제재를 결정한 대외 정책 등의 일본의 정책은 한일관계를 냉각시킨 일차적인 요인이다. 마찬가지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정상회담 개최와 연계시킨 것이나, 위안부합의 검증이란 명분으로 양국 간의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한 조치와 같은 정부의 대일 정책이 한일관계에 직 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세 번째의 주요한 요인은 북한 변수이다. 북한의 핵무장 및 미사일 발사 등의 무력 시위에 대해 한일 양국이 어떠한 대응 수단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도 한일관계를 구속하는 요인이다. 한국은 남북, 북미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었지만, 일본은 미일 동맹과 국제사회를 통한 압박으로 북핵 문제에 대응했다. 북한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대응 차이는 한 일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동시에 대북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의 공조도 한일관계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자리잡았다. 탈냉전 이후 북한 문제는 한일관계의 주요한 변수가 되었다. 지금까지 한일관계를 움직이는 주요 요인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일관계, 어디로 가고 있 는가”라는 글에서 한일관계를 움직이는 요인들을 살펴본 것은 정부의 대일 정책이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수립되어야 하며, 어떠한 정책과 정합성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기 위 함이다. 즉 정부의 대일 정책은 다양한 영향 요인들과 결합된 종합적인 정책이어야 하며, 단지 한일관계만 바라보면서 대일 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해 야 한다고 할 때 “한일관계 개선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은 무엇이며, 어떻게 한일관계를 개선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한일관계를 개선 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한일관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지난 2, 3년간 한일 양국의 주된 관심은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 해결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 법원 판결에 의해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목전으로 다가왔고, 법원이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징용 문제 해결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 을 보면 징용 문제 해결 자체가 목적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징용 문제 해결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왜 이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일본 기업 의 참여 없이 해결하려 하는지, 징용 문제 해결이 한일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대답 은 보이지 않고, 징용 문제가 해결되면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만 존재한
다. 징용 문제 해결을 통해 우리가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 한국은 일본과 어떠한 미래 이익을 공유할 수 있으며, 한일 협력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적극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또한 징용 문제 해결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대일 정책이 대미 정책이나 미중 갈등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정책과 정책적 정합성을 가지고 제시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일관계 개선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미중 관계 등의 동아시아 국제정치와 긴 밀히 연계되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이나 미중 분쟁 에 대응하는 한일의 협력이 어떠한 형태로 가능한가 하는 청사진의 제시도 필요하다. 즉 정부 의 대일 정책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동아시아 전략, 대미 정책, 대중 정책, 더 나아가 대북 정책 과도 정합성을 가지며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의 대미 정책과 대중 정책, 대일 정책과 대북 정책 이 따로따로 나홀로 걷는 임기응변식의 외교안보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의 외 교, 안보 전략이라는 큰 틀 안에서 국가별 정책이 정합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US 한일관계를 왜 개선하는가,

한일관계 개선으로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
한일관계 개선과 동 아시아 안보협력은 어떤 연관성을가지며, 미중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정책과는 어떻게 조화될 것인가 등의 정책적 정합성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나가며 20여년전일간지에 "우리에게일본은무엇인가"라는시론(R)을기고한 바 있다. 당시 는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자위군({(4)설치와집단적자위권의행사등을담은헌법개정 안초안을발표하였고,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진출시도에 대해 한국이 반대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시기였다. 20년전에도 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하며, 한일관계를 화해와 협력의시대로열것인가,아니면 대립과 갈등을 이어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똑같은 과제를 안고있다. 지난 20여년을 돌아보면 정책적 연관성과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은 임기응변식 대일정책의 연속이었다. 위안부 합의검증과 대법원의강제징용 판결후 정부의 대일정책을 보더라도 20여년전의 상황에서 크게 달라진것 같지않다.국가의 외교전략의 큰틀안에서 구체적인 외교정책들이 맞물려 돌아가는,그리고수단과 목적이혼재되지않는 한일관계개선을 기대한다.



전진호
광운대국제학부교수 <jS일본리뷰>는서울대일본연구소의사회공헌사업의일환으로
일본이슈및한일현안에대한전문가칼럼을발신하고,미래지향적인소통의장을열고자합니다.
서울대일본연구소가기획하고(재)학봉장학회가후원하고있습니다.
※필진의글은일본연구소의공식입장과는무관합니다.
발행인:남기정편집:조관자.오승회,홍유진,
정성훈디자인:김미리표지이미지:2022.11.15
가마쿠라김미리(서울대일본연구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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