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8

01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은 가능한가 / 강종일 이재봉 엮음 . 들녘 펴냄 . 1만3000원 : 데이터베이스 : 한겨레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은 가능한가 / 강종일 이재봉 엮음 . 들녘 펴냄 . 1만3000원 : 데이터베이스 : 한겨레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은 가능한가 / 강종일 이재봉 엮음
. 들녘 펴냄 . 1만3000원

등록 :2001-11-10

서평?(고정물)


금기는 사회질서의 기초다. 통일논의에도 금기는 있다. '영세중립 통일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강대국이 강요하고 있는 분단질서에 갇혀 있는 것이다.

통일운동은 분단질서가 강요하는 금기를 깨는 일에서 출발한다.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은 가능한가)는 영세중립통일협의회가 창립을 기념하면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통일운동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내놓은 책이다.

책 속에는 역사가 있다. 19세기 말 강대국의 침략 앞에 놓인 조선에서 유길준은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조선중립론을 발표하였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영세중립을 위해 국내외에서 일생을 바친 선구자들의 고난과 역경이 여러 글에서 묻어 난다. 해방공간에서 미-소 대립과 좌-우 대결을 극복하고 통일된 조국의 독립을 추구하던 여운형, 고착화된 조국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에서 노력하던 김용중과 김삼규.. 어찌 이들뿐이었겠는가.



한반도 중립화 방안의 역사는 우리 민족만의 것이 아니다. 이미 19세기 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침략자들 스스로도 중립화 방안을 내어놓았다. 심지어 가까이는 미국도 한반도의 중립화를 제안하였다.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안보를 고려하여 한반도의 중립화를 제안한 해외의 논의들도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여러 논의들을 개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중립화 통일방안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책의 필자들은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한다. 하나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전략적 특수성이며, 다른 하나는 국제적.국내적 차원의 이데올로기 대립이다.

냉전체제 아래서 핵심전선이었던 한반도는 탈냉전기에도 여전히 미국과 중국,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두 세계의 경계에 놓여 있다.

당연하게도 한반도는 군비경쟁의 희생물이 될 수밖에 없다. 중립화 통일방안은 우리 민족을, 나아가 동북아 지역을 군비감축과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민주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사회발전의 기초다. 중립화 통일은 이데올로기의 공존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이데올로기의 지배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그러면 중립화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약소국의 위치에서 정치적 독립과 영토보전을 열강의 공동협정에 기초하여 보장받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적 의미의 중립화로는 21세기 세계질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필자들은 민족의 주체성에 바탕을 둔 '적극적 의미'의 중립화 방안을 찾아내려고 한다. 자연히 한반도의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한반도의 중립화와 동아시아 공동시장의 형성을 동시에 사고하려는 노력이 과제가 된다. 필자들은 우리에게 통일과 관련한 오래된 화두를 다른 관점에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낡았지만 새로운 화두가 민족적 접근과 국제적 접근을 두루 요구하는 21세기 민족통일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식의 지평선을 넓혀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순성/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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