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7

대북전단금지 청문회 여는 ‘톰 랜토스 인권위’ 정체는?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대북전단금지 청문회 여는 ‘톰 랜토스 인권위’ 정체는?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대북전단금지 청문회 여는 ‘톰 랜토스 인권위’ 정체는?


등록 2021-04-08 
이제훈 기자 사진
[정치BAR] 이제훈의 동서남북

톰랜토스 인권위 청문회 15일 개최 전망
하원 정식조직이지만 공식 상임위는 아냐
법안·결의안 등 입법권한 없고
하원 공식 의사록에 기록되지 않아
한국 국회 의원 포럼과 유사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020년 5월31일 김포시 월곶리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장, 메모리카드(SD카드) 1천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이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자유권규약·B규약)’을 위반했다고 앞장서 비판해온 크리스 스미스 의원(공화당·뉴저지)이 공동의장인 미국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가 이르면 이달 중순께 열릴 예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정통한 의회 소식통’의 말을 따서 최근 보도했다. 명문규정은 없지만 통상 인권위 청문회는 개최 일주일 전쯤엔 인권위 누리집에 공지가 뜨는데, 아직은 개최 공지가 없다.

다만 워싱턴 외교가에선 15일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4월15일은 북한이 “최대 명절”로 여기는 ‘태양절’(고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이다. 실제 15일에 청문회가 열린다면 이는 강력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택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

한국과 미국의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라고 대대적으로 예고 기사를 쏟아내는 ‘톰 랜토스 인권위’의 법적 지위와 성격, 권한이 어떤지는 그 수많은 기사에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지 않다. 톰 랜토스 인권위가 연다는 ‘청문회’의 법적 성격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미 하원의원인 톰 랜토스와 존 포터가 1983년에 만든 ‘하원 인권 코커스’를 뿌리로 한다. 2008년 미 하원은 고 랜토스 의원을 추모하는 차원에서 이를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하원 정식 조직’으로 승인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후 인권위는 하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지명하는 8명의 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제임스 맥거번 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과,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북한을 도울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스미스 의원이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미국 하원 정식 조직이다. 그러나 하원의 공식 상임위원회(Committee)는 아니다. 따라서 법안·결의안 처리 등 입법 권한이 없다. 인권위 청문회는 하원 공식 의사록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의원들의 모임이라 부를 수 있는 ‘코커스 모임’의 하나다. 꼭 같지는 않지만, 한국 국회 사무처에 등록된 다양한 성격의 의원 포럼과 성격이 비슷하다.

요컨대 ‘톰 랜토스 인권위’는 법적 구속력을 지닌 공식 회의체가 아니다. 당연히 청문회의 결론은 미국 하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

청문회 개최를 주도하는 스미스 의원의 ‘폭주’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공동의장의 충분한 공감대가 확보되기 전에는 청문회 개최 여부를 언론 등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게 관례다. 그런데 이번엔 스미스 의원이 이런 관례를 깨고 독단적으로 언론에 공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몫 공동의장인 맥거번 의원은 청문회 추진 발표 사실을 스미스 의원이 아닌 구글의 뉴스 알림(Google Alert)으로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이런 사정 탓에 하원 내부에서 스미스 의원의 독단과 폭주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는 게 미 의회 사정에 밝은 소식통의 전언이다.

어쨌든 청문회는 열릴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대면(의회 회의장)과 비대면(화상 회의)을 결합한 혼합 방식으로 진행되리라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을 비난해온 일부 탈북자를 포함한 국내 인사들은 비대면 방식으로 청문회에 참여하게 될 듯하다. 통역이 없는 회의여서 ‘영어 능통자’로 참여 대상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청문회에는 인권위 소속 의원 38명(3월 말 기준)이 아니라도 의원이면 누구든 참석해 발언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의회 공식 상임위가 아닌 이런 청문회는 요즘엔 의원들의 참석이 저조하다고 한다. 예컨대 지난달 24일 열린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 이행 현황 점검을 목적으로 한 제117대 의회 첫 ‘톰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에는 공동의장을 빼고는 의원 1명만 참석했다고 한다.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이란 러시아 정부의 부패를 폭로했다 구속돼 옥사한 러시아인 회계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이름을 딴 미 의회의 러시아 제재법인 ‘마그니츠키법’(2012년 제종)의 적용 범위를 세계로 확대한 미 의회의 법률(2016년 12월 제정)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의 도마에 오를 개정 ‘남북관계법’은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해 12월29일 개정돼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됐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의 금지”를 약속한 ‘4·27 판문점선언’(2018년 4월27일) 합의 이행 차원의 국내법 정비 조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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