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2

백승종 | Facebook 한단도 (영세)중립화

(3) 백승종 | Facebook:

백승종 20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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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

0. 현재는 조용한 상태입니다만, 언제든지 재발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북핵 문제야말로 우리로서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100년 넘게 계속된 한반도의 불행한 운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지요.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은 21세기 한국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역사가로서 저는 오래 전부터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1. 한반도의 영세중립화. 

이것이 실은 북핵문제의 온전한 해결책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남북한과 주변 4대 강국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중립화"를 지향하는 중요한 결단을내려야 합니다.  한반도의 영구평화를 보장하고, 동북아시아의 불행을 막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2. 북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전면적 봉쇄/통제를 해제할 것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활로를 보장해야합니다.  대신에 북한의 핵개발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고,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동맹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게 유도해야합니다. 
그리하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거듭나고, 자국의 경제적 번영과 정치, 사회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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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 미국 중심의 이른바 3각동맹체제를 떠나라

우리는 3각 동맹체제를 한시적인 것으로 인식해야합니다. 이 체제의 약점을 인식하고, 조속히 청산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통해 북한, 중국, 소련의 안위를 위협하지 못하게 해야합니다. 우리는 우선 이러한 자국의 의지를 명확히 선언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중심의 "블록체제"에서 해방된 한국은, 그제야 온전한 독립국가로서 주권을 향유하게 됩니다. 이처럼 주주적이고 독립적인 한국이라야 모든 역량을 기울여 인류 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북한과 상호불가침 조약 체결

우리는 주변 4대 강국의 협력과 동의를 얻어, 한반도 안의 두 나라가 상호 평화를 유지할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불가침조약은 필수적인 거지요. 
남북한 당국은 상대 국가에 대한 무력 합병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포기하고, 양국의 통일문제는 오직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국제사회 앞에 내놓아야 합니다. 
이럴 때야 비로소 남북한의 전면적인 교류가 가능해집니다. 장차 두 나라는 느슨한 연방제 국가단계를 거쳐, 역사적으로 그 효용성이 이미 명확히 입증된, 운명공동체로서 한반도의 재통일을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한반도의 영세중립화

중립화야말로 최종적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19세기말 이래로 이런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였습니다.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비롯된 동북아시아의 비극을 종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한반도의 영세중립화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북아시아 또는 아시아에서는 국가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한반도의 두 나라를 분열, 이간질 하면서 때때로 합종연횡의 술책에 다소의 변화를 주며 우리를 소모적인 대립으로 몰아갑니다. 
이제라도 강대국들의 그러한 농간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장단에 춤추는 허망한 짓을 중지하기 바랍니다. 북한과의 불필요한 무기 경쟁과 대립의 시대를 종결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한반도의 영세중립화, 이것은 당사자인 우리 남북한 사람들에게는 물론이요, 4강체제의 주역들에게도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점을 깊이 인식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미해결의 상태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위기에 대처하기를 촉구하고 싶습니다. 집권 초기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을 다짐하였으나, 그 후 어떻게 되었던가요. 봄날의 약속은 허망한 꿈이 되고 말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깊습니다.
역사의 비극을 잊지 말고, 대통령과 민주당은 한반도의 평화와 재통일을 위하여 새로운 역사적 변화를 실천하기 바랍니다. 지금 이때를 놓치면,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백승종
5 Januar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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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의 영구한 해결책

최근 남북 간에 대화의 조짐이 보여,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2월에 개최될 평창동계올림픽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외신들도 그렇게 내다본다. 그러나 그 이후는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북핵문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서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북핵의 존재를 이유로 동북아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남북관계를 방해할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이 중대한 고비를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우리의 지향점을 명확히 세우지 않으면 미-일의 간섭으로 한반도 문제는 다시 악화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의 불행한 역사를 반영하는 것이다. 100년 넘게 계속된 우리 역사는 강대국에 휘둘려 방향을 잃고 표류하였다. 북핵위기의 해결은 21세기 한국인들의 필연적인 역사적 사명이라 생각한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역사가로서 나는 내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한반도의 영세중립화. 
이것이 북핵문제의 온전한 해결책이다. 빠른 시일 내에 남북한과 주변 4강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중립화"를 지향하는 중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반도의 영구평화를 보장하고, 동북아시아의 불행을 막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2. 북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전면적 봉쇄/통제를 해제하라. 이로써 그들의 활로를 보장하는 것이 옳다. 그 반대급부로 북한은 핵개발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라. 아울러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동맹관계를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밟음으로써 북한은 "정상국가"로서 거듭날 수 있다. 그리하여 자국의 경제적 번영과 정치, 사회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3. 미국과 일본은 이른바 3각 동맹체제에서 한국정부를 풀어줘야 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통해 북한, 중국, 소련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해석될 것이다. 장차 미국 중심의 "블록체제"에서 해방된 한국은, 온전한 독립국가로서 주권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한국이라야 모든 역량을 기울여, 인류 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4. 주변 4강의 협력과 동의를 얻어, 한반도의 두 나라는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남북한 당국은 상대 국가에 대한 무력 합병의 의사를 포기해야 한다. 양국의 통일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두 나라는 국제사회 앞에 다짐해야 한다. 이것이 남북한의 전면적인 교류의 보장책이다. 두 나라는 느슨한 연방제를 거쳐, 역사적으로 이미 그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된 한반도 운명공동체, 곧 한반도의 재통일을 이룰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5. 한반도의 영세중립화. 이야말로 19세기말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비롯된 동북아시아의 비극을 종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북아시아 또는 아시아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일본이 지역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한반도의 두 나라와 합종연횡의 술책을 구사해,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강대국은 그러한 행위가 결국은 자국의 이익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역사적 경험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그리하여 극한 경쟁과 대립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한반도의 영세중립화는 당사국인 남북한에게는 물론, 이른바 4강체제의 주역들에게도 길이 평화와 안정을 선사할 것이다.

6.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일시 소강상태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언제 다시 악화될지 모르는 것이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이다. 과거의 교훈을 역사의 지렛대로 삼아,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영구한 평화와 재통일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굳게 믿고 기대한다.(20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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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5 September 2017
  · Jiangxi, China  · 
북핵 문제의 영구적인 해결책

0.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100년 넘게 계속된 한반도의 불행한 운명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21세기 한국의 역사적 사명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역사가로서 나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정리한다.

1. 한반도의 영세중립화. 이것이 북핵문제의 온전한 해결책이다.  빠른 시일 내에남북한과 주변 4강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중립화"를 지향하는 중요한 결단을내려야 한다.  한반도의 영구평화를 보장하고, 동북아시아의 불행을 막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다.

2. 북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전면적 봉쇄/통제를 해제함으로써 그들의 활로를 보장한다.  대신에 북한의 핵개발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고,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군사동맹관계를 완전히 청산할 것. 결과적으로, 북한은 "정상국가"로서 거듭나서 자국의 경제적 번영과 정치, 사회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을 미국 중심의 이른바 3각동맹체제에서 풀어줘야 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통해 북한, 중국, 소련의 안위를 위협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하는 결과가 된다.  미국 중심의 "블록체제"에서 해방된 한국은, 온전한 독립국가로서 주권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한국이라야 모든 역량을 기울여 인류 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4. 주변 4강의 협력과 동의를 얻어, 한반도의 두 나라는 상호간에 불가침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남북한 당국은 상대 국가에 대한 무력 합병의 의사를 거부하고, 양국의 통일문제는 장차 평화로운 수단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국제사회 앞에 다짐하는 것이다. 이로써 남북한의 전면적인 교류가 가능해지고, 결국 이것은 두 나라가 느슨한 연방제 국가단계를 거쳐 역사적으로 그 효용성이 이미 입증된, 운명공동체 곧 한반도의 재통일로 나타날 것이다. 

5. 한반도의 영세중립화. 이것이야말로 19세기말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비롯된 동북아시아의 비극을 종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북아시아 또는 아시아에서는 자국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한반도 내의 누나라와 합종연횡의 술책을 구사해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이들 강대국은 그러한 행위가 무망한 것임을 인지하고, 극한 경쟁과 대립의 한 시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한다. 한반도의 영세중립화는 당사자인 한국인들에게는 물론이요, 이른바 4강체제의 주역들에게도 평화와 안정을 선사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현재 악화일로에 있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역사적 지렛대로 삼아 평화와 재통일을 향한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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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21 February 2021
무위당 장일순, 물질 만능의 세태를 질타하다

장일순(1928~1994)은 평생 단 한 권의 저술도 남기지 않았다. 언어도단(言語道斷) 곧, 말로는 진리를 표현할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동서양의 종교와 고전에 두루 해박하였고 특히 노자(老子)를 믿고 따랐다. “아는 자는 말을 하지 아니하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노자의 이 말씀 따라서 그는 입을 다문 것이 아니었을까.
당호 ‘무위당(无爲堂)’이 상징하듯, 그는 돈과 명예와 지위를 얻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때인가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저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두문불출하고 살다시피 한 사람이다 보니, 뭐라고 붙일 딱지가 없어요.” 
실은 일평생 그가 종사한 일이 여럿이었다. 약자를 구하는 일이라면 언제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그였다. 평화와 정의의 세상을 만들고자 그가 노심초사한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그림과 글씨에도 뛰어났던 재사였다. 
장일순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려우나, 굳이 말하면 ‘생명사상가’요 20세기 이 땅을 대표하는 ‘양심적 지성’이었다고 말해도 좋겠다. 식자들은 그의 사상을 요약해서, 하늘과 땅과 사람의 세 가지를 하나로 보았다고 말하곤 한다. 
장일순의 가장 큰 매력은 언행일치에 있었다. 사소한 일상사부터 어렵고 복잡한 일에 이르기까지, 장일순은 언제나 함께 일하고, 더불어 나누며, 서로를 극진히 모시며 살고자 했다. 그는 세속(朝市)에 숨은 ‘대은(大隱)’이요, 난세의 ‘대현(大賢)’이었다. 

교육사업과 민주화운동을 넘어 

일제 말 그는 경성공업전문학교(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신)에 입학했다. 그런데 해방 직후 점령군인 일개 미군 대령을 서울대학교 총장에 임명한다는 내용의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안(국대안)’이 나왔다. 장일순은 이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제적되었다. 6ㆍ25전쟁 직후에는 도산 안창호의 구국정신을 본받아, 고향 원주에 ‘대성학원’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때아닌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교육자 장일순의 삶을 망가뜨렸다. 군부는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그를 3년간이나 옥에 가두었다. 평소 장일순은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중립화’론을 폈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형기를 마친 장일순은 1963년 대성학원 이사장직에 복귀하였는데, 이번에는 독재정권이 추진하던 한일국교정상화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정치활동 정화법’과 ‘사회안전법’에 걸려 사회활동이 금지되었다. 
정권의 엄혹한 감시 아래서도 그는, 피폐해진 농촌과 광산촌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1968년에는 고향에서 신용협동조합운동을 전개했다. 또 1971년 10월에는 천주교 원주교구의 지학순 주교와 함께 독재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사회정의를 촉구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흥기를 알리는 횃불이었다. 
그 2년 뒤에는 홍수로 재난을 입은 강원도민을 구제하고자 지학순 주교와 함께 ‘재해대책사업위원회’를 조직했다. 또 ‘민청학련사건’의 구속자 석방을 위해 국제사회의 연대를 꾀했다. 장일순은 민주화운동의 숨은 대부였다. 

생명 사상으로 

그의 삶에 일대전환이 일어난 것은 1977년이었다. “종래의 방향만으로는 안 되겠다.” 그는 일체의 사회운동을 공생의 원리에 따른 ‘생명운동’으로 전환했다. 1983년에 그는 농촌과 도시의 직거래를 위한 ‘한살림’이 출범하였다. 그로부터 6년 뒤 그는 생명 사상의 원류였던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 선생의 기념비를 원주에 세웠다.
말년의 장일순은 생명사상을 주제로 숱한 강연회를 열었다. 노자에 정통했던 그였기에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도덕경’을 풀이했다. 이현주 목사는 그 내용을 정리해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이 나오고 몇 달 지난 1994년 5월 22일, 67세를 일기로 장일순은 영영 눈을 감았다. 
돈에 환장한 세상! 
“지구 전체가 지금 온통 장삿속으로 돌고 있어요.” 장일순은 어느 강연에서 세태를 그렇게 비판했다. “돈이 기준이 돼 있는 세상이니까, 사람이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데 적당한가, 알맞나 이러한 문제는 얘기도 안 되는 거라.”
“내 자식이 꼭 일등 해야 되고, 요놈이 꼭 출세해야 되고, 요놈이 꼭 돈 많이 모아야 되고. 그러니까 공해가 올 수밖에 없잖아요. 일등만이 가치 있고, 나머지는 무시되는 이건 엄청난 공해입니다.” 
과학을 비롯한 일체의 학문이 인간의 오만과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장일순은 현대문명을 날카롭게 해부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 심지어는 우리까지도 사람 죽이는 무기를 생산하고 있어요. 그게 지금 이익이 제일 많아요. 전부 무기장사라고….” 
이런 사태는 종국적으로 “반(反)생명적이고, 반자연적이고, 반인간적”인 비극을 빚게 될 것이다. 한정된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고 말 것도 당연한 일이다. “도깨비도 이런 짓은 안 해요.” 장일순은 장차 현대문명과는 정반대되는 새 문명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밥 한 사발에 우주가 담겨 있다 
“일체 현상은 유기적 공존체(有機的共存體)요, 서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것이니, 개체와 전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이렇게도 말했다. “하나도 떨어져 있을 수가 없어. (만물이)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이 말이에요.” 그렇다면 관계의 회복이 본질적인 과제로 부각될 터다. 우리가 지나친 욕심을 버릴 때 비로소 생태계의 질서가 되살아날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장일순은 어디서 이런 확신을 얻었을까.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에게서 감화된 바가 있었을 것이다. “해월 선생은 ‘밥 한 사발을 알면, 세상만사를 다 아느니라’,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밥 한 사발이 되려면, 많은 농부가 땀을 흘려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하늘도 땅도 사람도 하나가 되어야만 밥 한 사발의 농사가 이뤄진다. 그러니까 그 밥 한 사발은 우주적인 만남이 있어야 한다. 
생전에 장일순이 자주 언급했듯, 최시형은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以天食天)”고 일렀다. 이때 하늘은 사람을 비롯해 곡식 한 알, 돌멩이나 버러지 하나까지도 포함한다. 모두가 하늘이며, 그 하늘이 서로를 극진히 위해야 평화도 정의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것의 장일순 사상의 중심이다. 

노자의 삼보(三寶)를 실천하며 

우주 만물이 내 한 몸이라는 생각은 노자에게서도 발견된단다. 장일순은 그렇게 보았다. 하여, 그는 노자의 ‘삼보’를 실천하자고 주장했다. 그 첫째는 자애 곧 사랑이다. 어머니가 객지에 두고 온 자식 생각하듯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검약이다. “하늘과 땅과 만물의 도움으로 생긴 모든 물건을 알뜰하게 모시고, (쓰고) 남는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자”고, 장일순은 주장했다. 물론 현대인의 삶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 다들 빚 살림을 하기에 급급한 것이다. 나라도 가계도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더러 지하의 장일순은 과연 뭐라고 일갈할 것인가. 
셋째는 겸손이다. “큰 나무가 이렇게 되자면, 그 밑에 수많은 잔뿌리가 있어야 해요. 잔뿌리 없이 큰 나무가 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대(大)와 소(小)는 하느님 아버지의 차원에서 보면 같은 거라.” 장일순의 비유는 곧 생명과 진리의 본바탕에서 사물과 나의 관계를 세우자는 뜻이다. 
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어지러워진 남북문제도 우리는 풀 수 있겠다. “주인인 우리가 미국이나 소련, 그리고 그네들 욕심으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에 관계 없이, 남북이 스스로 내왕하고 우리 전통, 우리 살던 방식대로 살겠다고 했더라면 분단이 되었겠어요?”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처음부터 우리 현대사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주판을 잘못 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털어야 된다, 이 말이에요.” 장일순의 쩌렁한 목소리가 아직 귓전에 남아 있다.

출처: 백승종 , <선비와 함께 춤을>(사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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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23 April 2018
  · Pyeongtaek, South Korea  · 
생명운동가 장일순, 농촌 살리기 노력에 반독재 투쟁 앞장

장일순(張壹淳, 1928~1994, 호는 无爲堂)은 평생 단 한 권의 저술도 남기지 않았다. 언어도단(言語道斷) 곧, 말로는 진리를 표현할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동서양의 종교와 고전에 두루 해박하였다. 특히 노자(老子)를 믿고 따랐다. “아는 자는 말을 하지 아니하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노자의 이 말씀 따라서 그는 입을 다문 것이 아니었을까.
당호 ‘무위당(无爲堂)’이 상징하듯, 그는 돈과 명예와 지위를 얻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때인가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저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두문불출하고 살다시피 한 사람이다 보니, 뭐라고 붙일 딱지가 없어요.”
실은 일평생 그가 종사한 일은 한둘이 아니었다. 약자를 구하는 일이라면 언제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그였다. 평화와 정의의 세상을 만들고자 그가 노심초사한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그림과 글씨에도 뛰어났던 재사였다.
장일순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굳이 말하면, ‘생명사상가’요, 20세기 이 땅을 대표하는 ‘양심적 지성’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식자들은 그의 사상을 요약해서, 하늘과 땅과 사람의 세 가지를 하나로 보았다고 말하곤 한다.
장일순의 가장 큰 매력은 언행일치에 있었다. 사소한 일상사부터 어렵고 복잡한 일에 이르기까지, 장일순은 언제나 함께 일하고, 더불어 나누며, 서로를 극진히 모시며 살고자 했다. 그는 세속(朝市)에 숨은 ‘대은(大隱)’이요, 난세의 ‘대현(大賢)’이었다.

교육사업과 민주화운동을 넘어
일제 말 그는 경성공업전문학교(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신)에 입학했다. 그런데 해방 직후 점령군인 미군의 일개 대령을 서울대학교 총장에 임명한다는 내용의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안(국대안)’이 나왔다. 장일순은 이를 극력 반대했다가 제적되었다. 6ㆍ25전쟁 직후에는 도산 안창호의 구국정신을 본받아, 고향 원주에 ‘대성학원’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때 아닌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교육자 장일순의 삶을 망가뜨렸다. 군부는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그를 3년간이나 옥에 가두었다. 평소 장일순은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중립화’론을 폈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형기를 마친 장일순은 1963년 대성학원 이사장직에 복귀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독재정권이 추진하던 한일국교정상화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다시 ‘정치활동 정화법’과 ‘사회안전법’에 걸려 사회활동이 금지되었다.

정권의 엄혹한 감시 아래서도 그는, 피폐해진 농촌과 광산촌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1968년에는 고향에서 신용협동조합운동을 전개했다. 또 1971년 10월에는 천주교 원주교구의 지학순 주교와 함께 독재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사회정의를 촉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흥기를 알리는 횃불이었다.
그 2년 뒤에는 홍수로 재난을 입은 강원도민을 구제하고자 지학순 주교와 함께 ‘재해대책사업위원회’를 조직했다. 또 ‘민청학련사건’의 구속자 석방을 위해 국제사회의 연대를 꾀했다. 장일순은 민주화운동의 숨은 대부였다.

생명사상으로

그의 삶에 일대전환이 일어난 것은 1977년이었다. “종래의 방향만으로는 안 되겠다.” 그는 일체의 사회운동을 공생의 원리에 따른 ‘생명운동’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1983년에는 농촌과 도시의 직거래를 위한 ‘한살림’이 출범하였다. 그로부터 6년 뒤 그는 생명사상의 원류였던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 선생의 기념비를 원주에 세웠다.
말년의 장일순은 생명사상을 주제로 숱한 강연회를 열었다. 노자에 정통했던 그였기에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도덕경>>을 풀이했다. 이현주(1944-) 목사는 그것을 정리해서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이 나오고 몇 달 지난 1994년 5월 22일, 67세를 일기로 장일순은 영영 눈을 감았다.

돈에 환장한 세상!

“지구 전체가 지금 온통 장삿속으로 돌고 있어요.” 장일순은 어느 강연에서 세태를 그렇게 비판했다. “돈이 기준이 돼있는 세상이니까, 사람이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데 적당한가, 알맞나 이러한 문제는 얘기도 안 되는 거라.”
“내 자식이 꼭 일등 해야 되고, 요놈이 꼭 출세해야 되고, 요놈이 꼭 돈 많이 모아야 되고. 그러니까 공해가 올 수밖에 없잖아요. 일등만이 가치 있고, 나머지는 무시되는 이건 엄청난 공해입니다.”
과학을 비롯한 일체의 학문이 인간의 오만과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장일순은 현대문명을 날카롭게 해부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 심지어는 우리까지도 사람 죽이는 무기를 생산하고 있어요. 그게 지금 이익이 제일 많아요. 전부 무기장사라고….”
이런 사태는 종국적으로 “반(反)생명적이고, 반자연적이고, 반인간적”인 비극을 빚게 될 것이다. 한정된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고 말 것도 당연한 일이다. “도깨비도 이런 짓은 안 해요.” 장일순은 장차 현대문명과는 정반대되는 새 문명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밥 한 사발에 우주가 담겨있다

“일체 현상은 유기적 공존체(有機的共存體)요, 서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것이니, 개체와 전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이렇게도 말했다. “하나도 떨어져 있을 수가 없어. (만물이)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이 말이에요.” 그렇다면 관계의 회복이 본질적인 과제로 부각될 터다. 우리가 지나친 욕심을 버릴 때 비로소 생태계의 질서가 되살아날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장일순은 어디서 이런 확신을 얻었을까.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에게서 감화된 바가 있었을 것이다. “해월 선생은 ‘밥 한 사발을 알면, 세상만사를 다 아느니라’,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밥 한 사발이 되려면, 많은 농부가 땀을 흘려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하늘도 땅도 사람도 하나가 되어야만 밥 한 사발의 농사가 이뤄진다. 그러니까 그 밥 한 사발은 우주적인 만남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생전에 장일순이 자주 언급했듯, 최시형은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以天食天)”고 일렀다. 이때 하늘은 사람을 비롯해, 곡식 한 알, 돌멩이나 버러지 하나까지도 포함한다. 모두가 하늘이며, 그 하늘이 서로를 극진히 위해야 평화도 정의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것의 장일순 사상의 중심이다.

노자의 삼보(三寶)를 실천하며

우주만물이 내 한 몸이라는 생각은 노자에게서도 발견된단다. 장일순은 그렇게 보았다. 하여, 그는 노자의 ‘삼보’를 실천하자고 주장했다. 그 첫째는 자애 곧 사랑이다. 어머니가 객지에 두고 온 자식 생각하듯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검약이다. “하늘과 땅과 만물의 도움으로 생긴 모든 물건을 알뜰하게 모시고, (쓰고) 남는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자”고, 장일순은 주장했다. 물론 현대인의 삶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 다들 빚 살림을 하기에 급급한 것이다. 나라도 가계도 부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더러 지하의 장일순은 과연 뭐라고 일갈할 것인가.

셋째는 겸손이다. “큰 나무가 이렇게 되자면, 그 밑에 수많은 잔뿌리가 있어야 해요. 잔뿌리 없이 큰 나무가 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대(大)와 소(小)는 하느님 아버지의 차원에서 보면 같은 거라.” 장일순의 비유는 곧 생명과 진리의 본 바탕에서 사물과 나의 관계를 세우자는 뜻이다.

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면, 난마처럼 어지러워진 남북문제도 우리는 풀 수 있겠다. “주인인 우리가 미국이나 소련, 그리고 그네들 욕심으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남북이 스스로 내왕하고 우리 전통, 우리 살던 방식대로 살겠다고 했더라면 분단이 되었겠어요?”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처음부터 우리현대사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주판을 잘못 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털어야 된다, 이 말이에요.” 장일순의 쩌렁한 목소리가 손에 잡힐 듯하다.

* 이 글은 제 책, <선비와 함께 춤을>(사우, 2018)의 한 대목입니다. 장일순 선생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에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백승종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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