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문화권력의 위선
[초점] 도정일·김제동 논란이성은 미래한국 객원기자승인2016.10.18수정2016.10.18 08:18이성은 미래한국 객원기자 nomadworker@futurekorea.co.kr
물의를 일으키고도 사과 없이 변명과 거짓으로 일관.
공인으로서 시민적 책임감 없는 행태들은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줄 뿐
“양심 있고 똑똑한 자는 좌파가 될 수 없다.” - 레이몽 아롱
최근 두 좌파 인사가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주인공은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와 연예인 김제동 씨다. 좌익계열 학계의 원로이자 한국 대표 인문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도정일 교수는 최근 학력 위조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그는 1983년 경희대 영문과 교수로 부임해 2006년 2월 정년퇴임했다. 2011년 3월부터 2015년 1월까지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경희대 강단에서만 무려 3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낸 셈이다.
도 교수의 학자 생활 전부를 담고 있는 경희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의 공식프로필은 최근까지 ‘하와이대학교 영문학 박사’였다. 네이버를 비롯한 각종 포털사이트의 인물DB와 출판물에도 동일한 최종학력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의 최종학력은 박사가 아니었다. 전공도 영문학이 아닌 미국학이었다. 미국의 학위 확인 기관인 NSC의 확인 결과 도 교수의 석·박사 학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박사 학위는커녕 석사 학위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30년이 넘도록 박사 행세를 한 셈이다.
▲ 김제동 씨는 정부의 국방 정책에 대해 공공의 장소에서 반대하고 나서면서도 스스로 공인임을 부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도정일, 박사학위 없이 30년간 박사 행세
도 교수는 이와 같은 의혹 제기가 이뤄지자 자신은 하와이대학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했고, 박사 논문의 최종 통과를 인정받았으나 주석이나 참고문헌 정리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하지 못해 학위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자신은 스스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 적이 없으며, 자신의 프로필이 박사로 기재되고 전공이 영문학으로 표기된 것은 학교 측의 실수라고 책임을 돌렸다. 학력을 고의적으로 사칭하거나 허위로 기재한 사실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도 교수의 이러한 변명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논문이 통과된 상황에서 고작 주석과 참고문헌 정리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하지 않아 학위를 포기하다시피 했다는 해명을 사실로 인정한다고 해도, 자신의 프로필이 이곳저곳에서 ‘하와이대학교 영문학 박사’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몰랐을 리 없는 그가 이를 방관한 것은 사실상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본인이 자신의 프로필을 직접 작성하는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연구자정보’와 연합뉴스 한국인물사전(2013)에 각각 1984년 12월 하와이대 박사(영미 문학 비평), 1984년 문학박사로 기재한 것이 드러나면서 거짓으로 밝혀졌다.
도 교수는 이 사실이 드러나자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것에서 “자신의 게으름으로 인해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잘못”이라면서 의도하지 않은 ‘고의성 없는 실수’라고 입장을 바꿨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박사’라는 학력을 기재한 흔적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채 실수라는 이름의 찝찝한 사과만을 남긴 채 의혹을 덮었다.
한편 연예인 김제동 씨는 지난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방위병 복무 시절, 군 간부 행사의 사회를 보던 중 4성 장군 부인을 향해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썼다가 13일 동안 영창에 갔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었다.
이번 국방위 국감에서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은 김제동 씨의 해당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요청했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의 자체 조사 결과 김제동 씨가 영창에 다녀온 기록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답변하면서 진위가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국감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 바로 다음 날 성남시 시민참여 예산축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대로 그는 영창 발언에 대해 사과가 아닌 궤변에 가까운 변명과 책임을 떠넘겼다.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연예인이 공인이냐? 공인은 유명인이 아니라 국가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다. 공인은 공무원이 되는 순간 국민에게 부여된 권리를 잠시 포기해도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다”라며 입을 열었다. 자신은 공인이 아니기 때문에 웃자고 한 이야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김제동 영창행 발언은 거짓?
과연 김제동은 공인이 아닐까?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10월 10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자신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를 상대로 한 모욕 혐의 재판에서 대법원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2심에서 “변희재는 비판에 수반되는 경멸적 표현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공인의 위치에 있다”고 내린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고, 변희재 대표는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김제동의 논리대로라면 변희재 대표는 공인이 아니다. 변 대표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변 대표를 ‘공인’이라고 표현하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인’의 범주는 공무원에 한정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인지도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포함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제동 씨는 평소 정치적 발언에 매우 적극적이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뜻을 함께 할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공인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힘쓰는 그가, 얼토당토않은 사전 논리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지나친 모순이다.
이어서 김제동 씨는 “북한의 핵실험 주기가 짧아지고 소량화, 경량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을 막는 것이 국방위의 할 일이다”라며 열을 냈다.
김제동의 이 발언 또한 아이러니다. 그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사드 반대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띤 반대 주장을 펼쳤다. 성주 주민들을 앞에 놓고, “사드 배치 같은 거 없어도 무기 수입 세계 1위인 우리나라라면 충분히 북한 정도 되는 나라는 막아낼 수 있으니 생업에 종사하라고 하는 것이 국가의 목표다”는 궤변을 늘어놓던 것이 바로 그였다.
북한의 미사일을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사드를 결사반대하던 그가 영창 발언의 거짓 의혹으로 논란이 되자 누구보다도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인양 돌변하더니, 자신의 발언의 진위 여부가 아닌 북핵을 막는 데 신경을 쓰라며 화살을 돌리는 모습은 낯 뜨겁기 짝이 없다.
현재 김 씨는 해당 의혹이 지속되자 “제가 근무한 사단에서는 사단 군기교육대를 사단 영창이라고도 하고 영창을 군기 교육대라고도 했다”, “15일 이하 군기교육대나 영창은 원래 기록에 남기지 않는다” 는 등의 변명을 하고 있다.
거짓 박사학위로 홍역을 치른 도정일 교수와 불분명한 영창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제동 씨. 두 좌파 인사 모두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외부 요소에 책임을 전가시키며 파장을 확대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모습은 두 사람 모두 누구보다도 열심히 정의로움과 진정성을 강조하고 다녔기 때문에 더욱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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