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9

천황제 기둥은 주술적 ‘신도’ : 문화일반 : 문화 : 뉴스 : 한겨레

천황제 기둥은 주술적 ‘신도’ : 문화일반 : 문화 : 뉴스 : 한겨레

천황제 기둥은 주술적 ‘신도’

등록 :2008-05-14 17:50수정 :2008-05-14 19:41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덴진 마쓰리’. 7월24~5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일본 마쓰리(축제). 덴진(天神)은 주군의 아들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아들을 대신 죽게 함으로써 은혜를 갚았다는 사무라이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죽어서 신이 된 뒤 불리는 이름이다. 천둥과 번개를 관장하는 신이자 학문의 신인 덴진은 일본인에게 인기있는 베스트 3신 안에 들어간다.     현암사 제공
‘덴진 마쓰리’. 7월24~5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일본 마쓰리(축제). 덴진(天神)은 주군의 아들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아들을 대신 죽게 함으로써 은혜를 갚았다는 사무라이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죽어서 신이 된 뒤 불리는 이름이다. 천둥과 번개를 관장하는 신이자 학문의 신인 덴진은 일본인에게 인기있는 베스트 3신 안에 들어간다. 현암사 제공
정혜선 연구원이 본 일본
보편적 진리보다 현세 집착
뿌리 같은 한국과 ‘정반대’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지구상에서 일본과 가장 비슷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일본과 가장 다른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도 통용된다.
왜 그런가? <한국인의 일본사>(현암사 펴냄)는 바로 그런 의문에 답하려는 책이다. 일본 도쿄대 문학부 조선사연구실에서 공부한 저자 정혜선 성균관대 인문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종 ‘왜 일본은 한국과 다른가?’에 초점을 맞추고 문학, 철학, 종교, 예술 분야를 오가며 일본사회의 밑바닥 심성과 풍토를 파헤치고 이웃나라들과 비교한다. 연대기적 일반역사서가 아니다. 그리하여 그는 뜻밖에도 자신이 모르고 무관심했던, “일본과 정반대의 문화를 지닌” 경이로운 한국문화에도 새롭게 눈뜬다. 일본을 알아야 한국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얘기다.
1949~53년 오사카대 고하마 모토쓰구 교수는 일본 전국의 5만6천여명의 두개골을 조사해 본 결과 현대 일본인의 원류가 아이누인과 한반도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니하라 가즈오 도쿄대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본 고대국가 형성기인 7세기께 조몬인(석기시대 일본 선주민) 직계자손과 이주민(주로 한반도 출신) 계통의 인구 구성비가 1 대 9.6이라는 추정치를 얻어냈다. <총 균 쇠> <제3의 침팬지> 등을 쓴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일본인의 뿌리는 한국”이라고 단정했다. 물론 뿌리가 그렇다는 것일 뿐 두 나라는 전혀 다른 길을 갔다. 일본정치사상사의 권위자 마루야마 마사오는 “일본은 문명사에서 완전한 예외”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한국인의 일본사
한국인의 일본사
지은이가 이 ‘다름’의 원천이자 “일본을 근원적으로 이해하는 통로”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정령신앙(애니미즘)에서 출발한 ‘신도(神道)’다. 일본 전국에는 8만여개의 신사가 있고, 1억2천만 인구 가운데 1억1천만이 신사를 정기적으로 드나들면서 800만을 헤아리는 신들을 믿고 있다. 그 신들의 정상에 ‘천황’가의 수호신인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있다. 정 연구원은 일본 신도를 주술적인 원시종교가 단절없이 지금까지 한 국가의 주류종교로 존속하는 거의 유일한 예로 파악한다. 일본에서는 부처조차도 수많은 신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일본 불교는 불교적 진리보다는 현세의 이익을 가져오는 신으로서 수용되어(신불습합), 주술적 종교로서 일본사회의 신도적 풍토에 적응했다. 결국에는 장례식, 조상숭배, 주술적 기도처럼 기존의 신도적 의례를 대신하여 각종의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로써 얻는 경제이익을 사원 경영의 재원으로 돌리는 일종의 종교 비즈니스 조직으로 살아남았다.” 불교의 신도화다.
일본의 유교·주자학도 마찬가지 길을 갔다. 핵심 개념인 ‘이(理)’나 ‘천리(天理)’는 17~8세기 유학자 오규 소라이에 이르면 완전히 소멸, 탈락하고 현세적 실천윤리로 변질된다. 외래 고등종교가 토속종교를 제압하는 일반적 패턴과는 다르다.
‘천황’제가 살아남은 것도 신도 때문이다. 다른 세계가 “생과 사, 선악, 도덕, 보편가치 등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면서” 인간성을 왜곡하는 사회에 대해 분노할 때도 일본은 거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일본은 대신 자아를 집단에서 찾으면서 집단에 대한 충성으로 치달았다. “남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형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다. 본질에 관심이 없을 때 모든 관심과 에너지는 형식에 집중될 것이다.” 일본 미학의 특성이다. 가업으로 이어지는 일본적 장인정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 연구원는 신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를 일본의 자연환경, 지리적 특성에서 찾았다. 지진과 화산과 태풍의 거대한 위력에 언제나 노출돼 있는 불안한 삶, 그리고 그 결과로 형성된 일본적 풍토를 외부침략으로부터 지켜준 섬나라라는 특성이다. 또 높은 산들로 나뉜 험준한 지형은 한국 중국과 같은 중앙집권 체제의 확립을 방해했고, 그 결과 정치와 종교가 미분화상태로 남았으며 그것은 또 절대진리나 보편가치 추구를 가로막았다.
교통 통신 발달로 향후 일본적 특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지만, “‘천황이 건재한 신의 나라’라는, 일본이 역사적으로 발전시켜 온 유일한 정체성”에 집착하는 우익들의 위험한 준동을 저지할 사회세력은 대단히 미약하다. 그걸 “좌절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힘뿐”이라고 지은이는 생각한다. 힘은 주변과의 연대에서 나온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87554.html#csidxc386ac103c697a1b5ffd552e7e2dcad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