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2

알라딘: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 다원적 공공 정치를 위한 철학

알라딘: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 다원적 공공 정치를 위한 철학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 - 다원적 공공 정치를 위한 철학
폴 슈메이커 (지은이) | 조효제 (옮긴이) | 후마니타스 | 2010-10-22 |
 원제 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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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상의 이해 I·II>의 폴 슈메이커가 집필하고 <인권의 풍경>의 조효제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한 현대 정치사상의 교본.
이 책은 오늘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12가지 이념을 횡단 비교하고, 각 이념이 서있는 철학적 바탕과 논쟁적인 정치적 쟁점에 대해 각 이념이 취할 입장을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이념과 이념 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진보, 보수 논쟁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는 좋은 정책의 산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대결을 위한 대결’을 이어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치 이념에 관하여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이 책을 보다보면 이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피상적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먼저 각 정치 이념들이 등장한 역사적 과정과 그 중심 사상에 대해 서술한다. 그리고 정치 이념의 철학적 가정을 4가지 차원(존재론, 인간론, 사회론, 인식론)으로, 정치적 원리를 7가지 차원(정치 공동체, 시민권, 사회구조, 권력의 보유자, 정부의 권위, 정의, 변화)으로 세분해 살핀다.
16장은 한국어판에 특별히 실린 보론으로, 원서가 출간된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변화된 상황과, 오바마 정부를 어떤 이념 틀로 바라볼지에 대한 분석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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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문 13
서론 44

1장 공공 정치철학의 구성 53

1부 정치적 대화의 참여자들
2장 19세기의 주요 정치 이념들 95
3장 20세기의 전체주의 및 다원적 정치 이념들 128
4장 현대 정치의 급진적 이념과 극단적 이념 177

2부 철학적 가정: 정치적 원리의 토대
5장 철학적 가정 1: 존재론 232
6장 철학적 가정 2: 인간론 277
7장 철학적 가정 3: 사회론 317
8장 철학적 가정 4: 인식론 350

3부 정치적 원리: 합의점과 쟁점
9장 정치적 원리 1: 정치 공동체 404
10장 정치적 원리 2: 시민권 448
11장 정치적 원리 3: 사회구조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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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폴 슈메이커 (Paul Schumaker)
 최근작 :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정치사상의 이해 II>,<정치사상의 이해 Ⅰ> … 총 3종 (모두보기)
 소개 :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72년부터 미국 캔자스 대학의 교수로 재직해 온 원로 정치학자이다. 오랫동안 미국 정치의 체계적인 편향에 관심을 두어 왔고, 이를 토대로 다원주의 정치 이론의 재구성을 시도한 Critical Pluralism을 1991년에 출간했다. 이 책에서 슈메이커 교수는 지역 정치 공동체가 세 가지 정치 목표―정치 원칙과 정책의 융합, 책임 있는 대표성, 복합적 평등―를 달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는가를 분석했다. 그 후 규범적 정치 이론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하여 1996년에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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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조효제
 최근작 : <지구를 구하는 정치 책>,<인권의 지평>,<인권을 찾아서> … 총 36종 (모두보기)
 소개 :
현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런던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옥스퍼드대학교 비교사회학 석사, 런던정경대학교(LSE) 사회정책학 박사이며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인권 펠로, 베를린자유대학교와 코스타리카대학교의 초빙교수를 역임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자문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준비기획단 위원, 법무부 정책위원, 서울시 인권위원을 지냈습니다. 주요 저서로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 『인권을 찾아서』 『인권의 풍경』 『인권의 문법』 등이 있고, 『거대한 역설』 『세계인권선언』『인권의 대전환』『세계인권사상사』『잔인한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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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5주_ 한발 앞서 만나는 인문교양 신간 l 2010-10-25
알라딘 인문, 사회, 과학 분야에서는 '한발 앞서 만나는 인문교양 신간'이란 이벤트를 상시 진행합니다. 매주 담당 MD가 10권 이내의 책을 소개하는 공간이자 예리한 관찰과 정확한 판단으로 누구보다 먼저 좋은 책을 알아보시는 독자께 조금이나마 혜택을 드리고자 마련한 자리입니다. 매주 월요일 새로운 책으로 페이지가 바뀌고 도서별 구매자 선착순 50분께 다음 ...

진보·보수 이념의 '뿌리'를 파헤치면… l 2011-03-08
이념 간의 대화폴 슈메이커의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이하 <이념>)은 무려 1000쪽 가까이 되는 방대한 책이다. 더구나 정치 철학과 정치 이론, 이데올로기에 관한 난해한 쟁점들을 다뤘다. 그런데도 이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다.이 책에서 슈메이커는 여러 이념의 논리 구조를 딱딱하게 해부하는 대신, 다양한 정치 이념이 현대...

자기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의식할수록,
자신의 심미안과 지적 성실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조지 오웰

오늘날 인간의 운명은 정치적인 방식으로 그 의미가 제시된다.
-토마스 만

4가지 철학적 가정, 7가지 정치적 원리, 12가지 이념
비교의 관점에서 본 현대 정치사상 교본
진보-보수 논쟁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은 우리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는 좋은 정책을 산출하지 못한 채 ‘대결을 위한 대결’을 이어 가기 때문이다. 이념 간 대립을 타개하는 활로는, 먼저 이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오늘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12가지 이념을 횡단 비교하고, 각 이념이 서있는 철학적 바탕과 논쟁적인 정치적 쟁점에 대해 각 이념이 취할 입장을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이념과 이념 간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하나의 이념으로 전체를 설명하고 모든 문제에 해법을 내리려는 ‘신념’을 내려놓고, 여러 이념들의 장단점을 살려 공적 문제를 다루는 ‘유연함’을 선택했을 때 비로소 개인과 공동체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0. 우리는 이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옮긴이 서문에는 조효제 교수가 독자들에게 낸 퀴즈가 있다. 이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을 보면 이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피상적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시장을 선호하는 사람은 자유주의를 좋아하고, 시장을 비판하는 사람은 자유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차라리 모른다고 하는 것이 나을 법한 방식으로 이념을 구분해 온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1. 정치적 이성과 공적 이성을 인식론에서 발전시킨 정치 이념은?
① 신자유주의 ② 현대 자유주의
③ 마르크스주의 ④ 급진적 좌파

2. 국민국가 형성 및 존립을 정치의 선결 조건으로 간주하고, 국가적 정체성과 국가적 차원의 정책 의제를 중시하는 이념은?
① 보수주의 ② 급진적 우파
③ 공동체주의 ④ 자유주의

3. 고전적 자유주의를 계승하되 그것을 급진적으로 재구성한 이념은?
① 자유 지상주의 ② 현대 자유주의
③ 현대 보수주의 ④ 아나키즘

[정답] 1. ④ 급진적 좌파 2. ④ 자유주의 3. ① 자유 지상주의

1. 이념에서 철학으로

이념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의 원서명은 “From Ideologies to Public Philosophies”이다. 한국어판 부제에서도 다원적 공공 정치를 이루기 위한 ‘철학’[다원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정치적 문제에 대해 이념이 아니라 철학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는 셈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념을 과도하게 평가해 다른 이념을 상대적으로 덜 평가하거나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념만을 강조했을 때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 철학과 이에 바탕을 둔 정치적 원리가 공적 논의에 기여하는 바는 여기에 있다.
경험을 통해 검토할 수 있는 정치의 일반적 지침을 말하는 정치적 원리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가르친다. 따라서 정치적 원리에서 모색하는 목표는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목표가 바람직한지는 정치적 관점의 저변을 이루는 철학적 가정에 의해 결정된다. 이념의 표피에서는 날을 세우더라도, 이면의 존재론·인간론·사회론·인식론적 심층에서는 넓은 차원의 공감과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판단 기준별 횡단 비교 없이 처음부터 하나의 이념만을 살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각 이념의 장단점은, 이 책에서처럼 (철학적 가정과 정치적 원리라는) 공통된 기준으로 이념들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살폈을 때 비로소 선명해진다. 어떤 공공적·정치적 문제를 다른 이념보다 더 잘 다루는 이념이 있다. 그리고 하나의 이념만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인간 삶의 개선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이념이 존재한다고 본다면, 사회문제에 대한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념들 사이의 대화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적 문제에 대해 적대적·배타적 논쟁이 있었을 뿐, 좋은 대화를 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대화의 전제, 다원주의의 인정

다음과 같이 반문할 수도 있다. 정치 이념들 사이의 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대화가 가능하기는 할까? 대화를 시도했다는 알리바이에 불과하지 않을까? 우려는 이해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정치 이념들을 이해한 후 서로 대화에 나서면 상대방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배경을 알게 되어 상대방의 주장을 일률적으로 거부하지 않게 되며, 한층 더 정교하고 타당한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수정·보완할 여지도 생긴다.
대화는 상대에 대한 인정을 전제한다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집회장이었던 아고라 광장의 현재 모습. 현실의 권력관계를 은폐하지 않고, 대화에 참여하는 이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하는지 여부를 통해 다원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원주의는 여기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론 틀은 현대 정치사상에서 다원주의가 얼마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알려 준다. (다원주의는 정치 이론에서 논쟁적인 용어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다원주의는 각자의 이념적 입장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모든 정치 이념들의 저변을 이루는 합의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메타 정치 이론이다. 그런 점에서 다원주의는 여러 이념들이 한데 모여 합의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념들과는 다른 지위를 갖는다. 이 책에서 ‘다원적 공공 정치철학’이라는 말이 ‘다원주의’와 혼용되는 것도, 다원주의가 ‘그릇 이념’의 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다원주의는 일종의 규범적인 정치 이론이다. 그러나 다원주의가 가장 명확하게 지지하는 규범이란, 대단히 추상적인 차원에 속하며, 흔히 과정 지향적이거나 절차적이다. 다원적 정치가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것은, 결국 그 다원적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 각자가 적용하려는 가치와, 그들이 숙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지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는 숙의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공평한 절차를 제공하며, 바로 그 때문에 민주주의가 다원주의에서 주요한 절차적 가치를 이룬다.

19세기 자유주의가 현대 자유주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정치 이념을 몇 마디로 과감하게 요약하거나 정리하기는 어렵다. 정치 이념이 부단한 역사적 발전과 진화를 거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현상인 까닭이다. 그런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특정 이념 내에서, 그리고 이념들 사이에서 크나큰 변화가 일어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전통적 보수주의가 현대 보수주의로 변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자유주의는 그들이 도대체 같은 뿌리의 사상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현재 크게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보수주의는 뿌리가 전혀 다름에도 오늘날 아주 가까운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식의 역사적 변천상을 무시하고 그저 ‘보수주의’ 또는 ‘자유주의’라고 표현할 때 초래될 인식의 혼란과 폐단은 상당히 심각하다.
가령 현대 자유주의는 정부가 자유를 억압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유를 촉진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떨어져 나와 발전했다.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큰 정부가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 시장 체제와 최소한의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가장 잘 보장한다고 가정했지만, 현대 자유주의자들은 순수한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정부뿐이며, 정부가 모든 시민에 대해 더 많은 안전, 안정된 경제 발전, 더욱 평등한 경제적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치권력의 평등한 분산을 위한 다양한 정치 개혁과, 인종차별이나 성적 차별과 같은 각종 사회문제의 해결도 확장된 정부의 권위[권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이념은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념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이 형성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념은 ‘신념’보다 ‘유연함’이라는 말과 더 어울린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무료 급식을 줄서서 기다리는 실업자들의 모습. 이념들은 역사적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하곤 하며, 이때 자신과 대립하는 이념에서 중시되던 가치를 받아들이는 극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3. 비교의 관점에서 본 현대 정치사상

정치 이념을 다루는 개론서는 대개 두 가지 방식을 따른다. 플라톤, 홉스, 마르크스, 롤스와 같은 독창적 사상가의 고전을 읽게 하거나, 주요 정치 이념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슈메이커의 비교 방법론은 정교하고 입체적이다. 5장에서 15장까지 정치 이념의 철학적 가정을 4가지 차원(존재론, 인간론, 사회론, 인식론)으로, 정치적 원리를 7가지 차원(정치 공동체, 시민권, 사회구조, 권력의 보유자, 정부의 권위, 정의, 변화)으로 세분해 살핀다. 철학적 가정들과 정치적 원리들을 모두 합한 11가지 판단 기준에 의거해 12가지 주요 정치 이념들을 횡단 비교함으로써 총 132개 항목에 걸쳐 정치 이념을 비교 분석한다.
각 정치 이념들이 등장한 역사적 과정과 그 중심 사상에 대해서는 2~4장에서 서술된다. 먼저 19세기와 20세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8개의 주요 정치 이념을 소개하는데, 고전적 자유주의와 현대 자유주의를 구분하며, 전통적 보수주의와 현대 보수주의를 구분한다. 아나키즘·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는 서로 구분되는 별도의 이념으로 다룬다. 파시즘과 나치즘도 전체주의적 이념이라는 유사성이 있지만 둘 사이의 차이점을 고려한다. 이에 더해 현대 정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다양한 견해를 좌우 이념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급진적 견해와 극단적 견해로 세분해 소개한다.
16장은 한국어판에 특별히 실린 보론으로, 원서가 출간된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변화된 상황과, 오바마 정부를 어떤 이념 틀로 바라볼지에 대한 분석을 다루었다. 이로 인해 한국어판은 본서의 개정판이라는 의의를 갖게 되었다.

4.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디자인하기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원주의의 내용, 즉 다원주의를 구성하는 토대적 합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신축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는 이념이라면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다원주의의 토대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정치 이념이 다른 사람들일지라도 모두가 동의할 만한 공통분모, 또는 모두가 반대할 공동의 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어느 수준에서 정할 수 있는지와 곧바로 연결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현실 정치에서도 이런 질문은 중요하다. 시민들은 산출물을 내지 못하는 진보-보수 논쟁에서 피로를 느낀다. 다원주의의 토대 없는 진보 운동 또는 보수 운동이 유권자에 대한 호소력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운동이 정치 공동체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따져 봐야 한다. 기존의 여러 공공 정치철학들의 철학적 가정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또한 정치의 영원한 쟁점들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각종 정치적 원리들 가운데 적당한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일정한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통합하는 식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재구성하여 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진보와 보수의 12가지 이념>은 정치 이념을 창조하는 데 기여하는 좋은 교본이다. 성실한 번역을 통해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제언을 해온 조효제 교수가 10년간의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 책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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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18-24 인권, 연구, 변화와 무던함  새창으로 보기
여울 ㅣ 2012-03-25 ㅣ 공감(2) ㅣ 댓글 (0)
120318 화요모임이다. 연**의 인권선언 발제를 따라가면 생각을 낚아본다. 선언, 실무의 과정에 삼민주의자가 관여했는가? 얼마나? 성안이 되기에 견해차이가 났던 부분은 어딘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지켜지고 있는가? 일주일에 한번 휴식할 자유는 있는가? 레져가 아니라 Rest 할 자유, 아무 일 하지않고 빈둥거릴 자유를 말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살인율과 자살율이 급등지점에 대해 연구를 하다가 보니 이유를 도저히 찾지 못하다가 그것이 집권정권과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을 보는데, 우리나라 현실은 짧고강열한 연구로 이슈화할 수는 없는 것인가? 조폭의 역사? 신종 토크방의 성시? 등 문화현상에 대한 빠른 연구는 필요치 않는가? 법리와 인권이 충돌하는 부분은 없는가? 인간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공간-역사적 개념 속에 있어 고정된 법의 틀로만 가두어둘 수 없다.

120320 저녁 복*훈이란 평론가를 만나다. 목*대 인문학 강의차 왔다가 지인/SF 학위자인 한*박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기차 예약시간을 몇번씩 되물리며 그는 마지막 참여자인 서*샘의 인연까지 확인하고 막차를 타며 갔다. 그리고 한박사와 수작이야기도 할겸 자리를 옮겨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 뒤 그가 건넨 책을 보다가 이것저것 걸려있는 편린들과 사상가들의 습작에 눈길이 간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120322 대(전충남)인(권)연(대)가 창립식을 갖다. 조효제교수의 강의 내내 스타일과 재미가 한껏 부풀어 좋다. 뒤풀이겸 사*국장의 지인들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갑기도 했고, 젊은 활동가들(나보다 어린)이 얘기를 섞을 수 있어 더 좋은 느낌이다. 방식과 인권, 운영에 대한 사견을 덧보태기도 한다. 혼자 갈 수도 없고, 혼자 책임질 수도 없는 일이기에 비우면서 가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채울 때 제대로 서는 것이라고 말미 이야기를 건넨다. 양*과 인* -나무 분들이 여럿 함께 책이며 인권에 대한 고민을 들을 수 있긴 하였는데, 견해가 나뉜다. 고민을 섞지 않고 나누지 않아 정체된 느낌도 보이고, 선택한 인권이 성원간에 좀 겉도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학번의 위계가 있어 다양성을 포착하는 것이 느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세계인권선언을 기준으로 논쟁과 활동, 고민을 동시에 섞어보는 것이 어떤가 제안을 해보기도 한다.

120323 아카** 안과 대표단-장 식사모임을 갖다. 데미안의 속내와 삶의 이력을 살필 수 있고, 아픔의 언저리도 느낄 수 있어 좋다. 부담감이나 장점, 의욕을 함께 섞을 수 있어 좋은 자리이다. 재주의 뿌리와 섞여있는 아픔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 놓친다. 이래저래 생동감이 돈다. 다음 자리는 어디일까? 어디쯤에서 피울까? 꽃은?

뱀발.

1. 뒤풀이와 모임에서 지난 총회에서 놓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새로운 시도, 신선한 실험, 삶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보탠다. 그러다보니 보듬어가지 말고 끌고 가라는 주문이다. 쭈욱 당겨서 먼저 가고 올 수 있도록 하는 포인트를 준다. 인간, 사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질문에 대해서도 좀더 유연성을 가진 개념이 펼쳐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화*모임의 성원이 안정화되며 논의의 질적수준도 속도를 갖고 가는 듯하다. 짧고 강열한 연구(기자의 수준)에 대한 희망사항을 나누고 싶은데 어떤지 모르겠다. 어떻게 시도를 하고, 구성의 논의를 끌고가야하는지도 고민이다.

2. 조효제 교수의 번역작업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최근 어느책 서문에서 밝혔지만 그 노력의 흔적의 속내를 듣는 순간, 아.. 머리로 가는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먼저가는 사람이구나하구 무릎을 치게 한다. 독일에서 1년간 교수로 생활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를 끈다. 어떻게 저리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단순한 패턴이지만 강열한 교수기법도 눈길을 끈다.

3. 반복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습관들이 있다. 음식 타박을 하지 않는 편이며 애써 그 세분을 즐기기 않거나 못한다. 같이 이야기의 반복을 몹시 꺼려하는 편이다. 매체도 찾아읽기를 그만둔 것이 십여년을 훨씬 지나친 듯 싶다. 그런데 그 변화와 다름에 몹시 신경이 쓰인다. 디테일에 대한 요구가 만들어지는 것인지? 패션처럼 유행하는 것에 밀리는 것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무던함을 재고해봐야 하는 지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매체의 변화와 관계짓기, 그 불편함과 다중성이 혼란스럽다.  오랜만에 모임흔적을 남긴다. 무척이나 빠른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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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치인은 강남좌파다 라는 함의~  새창으로 보기
여울 ㅣ 2011-07-27 ㅣ 공감(2) ㅣ 댓글 (0)
7. 강남 좌파는 이념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엘리트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만 강남좌파에 관한 논의가 생산적일 수 있다.
8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다."라는 전제 아래 우리 모두의 삶에 보탬이 될 진지하고 성실한 논의와 연구를 해보자. 들여다보면 강남 좌파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사람이나 세력이 있을 것이다. 강남좌파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어떤 사회적 함의가 있는지, 그런 걸 차분하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9. 인물 중심주의 문화의 토양에선 이성적인 정치적 논의와 토론은 물론이고 소통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다. 아니, 거의 불가능해진다. 매사를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에 대한 유불리의 관점에서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재앙이라 할 만하다.

13. 정당과 정치인들이 표방한 이념과 노선보다는 각기 생각이 다른 정치 세력과 유권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타협과 화합을 이뤄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

14. 정치에서 아무런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으면서 소통을 열망하는 소통파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이게 우리의 남겨진 숙제다. 우선 공감대부터 넓혀 나가는 일이 필요하겠다.


뱀발.
1. 강남좌파란 말로 조중동을 비롯한 매체는 이야기의 본질은 회피한 채, 강남좌파의 파고에 대응하느라 열을 올리는 듯하다. 진보를 자처하는 그룹에서도 단어에 함몰되어 애초의 논의를 비껴서는 것은 마찬가지 인 듯싶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정치적 냉소주의와 엘리트주의 문제점을 찬찬히 음미해보는 지점으로 논의를 모아야 된다.  그렇지 않다면 강남좌파 논쟁은 자칫하면  갈길을 잃어 버릴 수도 있겠다 싶다.

2. 보다 중요한 것은 좌/우의 이분법의 분류와 인물중심주의 사고를 벗어나서, 얼마나 일반인들이 과일의 종류만큼, 한우의 부위만큼, 좋아하는 생선의 가지수만큼 다양하게 입장을 열어둘 것인가에 있다. 근본적인 물음으로 엘리트주의 한계를 곰곰이 되짚어보아야 한다. 정치냉소주의에 기반한 정치인 인물에 갇히고, 두번째는 -되기에 근간하는 몸말의 저변을 되돌이킬 틈도 없이, 엘리트에 기반한 정치인만 생산하는 구조의 변동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 좌와 우라는 X축만 논하는 삼류정치논법이 아니라, 생활수준을 고려하는 Y축의 매개물을 증폭시키는 일, 보다 중요한 것은 Y축이라는 시간에 얼마나 우리 일반인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바꿔내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가라는 시선을 우리 삶에 내리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3.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철저히 바로 옆에있는 당신의 가족들과 친지들이 고기맛을 보듯 다양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냉소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을 획득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렇게 꼬리표를 붙이고 꼬리표로 논의가 산으로 가는 매체의 저급함이 갈지자 행보를 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SNS 는 가끔 기회가 굴러오기도 하는 것 같다. 올바로 삼켜낼지는 또한 모르는 일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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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19 복지, 선거, 활동 그리고 이념...  새창으로 보기
여울 ㅣ 2011-05-20 ㅣ 공감(5) ㅣ 댓글 (0)
1. 복지국가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숙련도가 높다. 보편적 복지를 통해 선순환구조를 이루므로 저소득, 하위계층의 안전망을 확보할 뿐 아니라 시장안에서도 숙련도를 높이므로 경쟁력이 있다. 2. 선별적인 복지를 하는 입장에서는 국가가 끊임없이 대상자를 의심하고 관리하고 솎아내려는 정책을 취하므로 한편에서는 복지병, 한편에서는 이기적인 존재로 시스템이 고착화된다. 미국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엘리트층에게 선별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기능하는 것이 그나마 생산력 발전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3.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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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08 세속으로 다가서는 길과 세속이 갖는 힘들  새창으로 보기
여울 ㅣ 2011-05-09 ㅣ 공감(0) ㅣ 댓글 (0)

1.

일요일 밤, [나가수]를 보며 든 저녁과 후식, 그리고 막걸리 몇잔에 기우뚱한다. 소화 겸 생각줄기들이 덧보태어지길 바라며  마실을 나선다. 가로등에 여린 목련잎들은 겹쳐 진초록 그림자를 만들고, 느티나무는 벌써 잎새가 무장무장해 숲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철쭉과 붉은 단풍은 가로등에 저리 붉다. 숲사이로 갈증나듯 달빛은 설핏설핏 스며들고, 별 밝은 곳에선 구름이 달빛을 껌벅인다. 이제는 짙은 꽃들만 남고, 짙은 향의 꽃들만 도열할 듯한데 산책길 바람이 알맞다. 6k 60'


2.
두권의 시집이 낯설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시편들 뭔가 이어지기에는 비릿하여 요점을 잡을 수 없다. 이리저리 둘러본 뒤에야  일관성들을 따라나선다. 시대의 불콰함은 선을 넘어서고 혼란스럽다. 언어도 시도 다 쓸모없는 듯한데 이렇게 새로운 말들을 토해낸다. 생경하다. 아직 두렵다. 서사를 만드는 시라고 이름붙여도 될까?  살아내는 이들의 함성과 그들을 불러내는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들꽃처럼 허리를 숙여 가까이 들어봐야 들리는 마 ㄹ...


  youtu.be/ZGPiY1yHGwI
 3.

[세속의 철학자][자본주의][자본론]을 겹치게 보고 있다. 경제학을 철학의 한 범주로 넣고, 그 앞에 세속을 입혀버렸다. 그만 호흡이 가빠지고 드레스입은 우아한 철학들에만 눈길을 보냈던 것인지 짧은 카운터 펀치를 맞은 듯 멍하다. 다가서는 책보기가 정치철학자들을 애타게 찾는 듯했는데 어느순간 0, 00에서 멈추어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있음을 깨닫는다. 세속에 머물지 못한다는 느낌이 몸을 감싸고 있던 것일까?  그렇게 우아한 철학의 목을 스멀스멀 감으며 책이 껌뻑거리며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속의 철학]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그러다가 제임스 밀의 아들 존 스튜어트 밀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우아한 경이로움에 감탄하는데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대뜸 이렇게 말한다.  공리주의가 그렇게 나누고 있는 자유, 평등, 소유는 이익에만 파묻혀있는 얼마나 허접한 것이냐고 말이다.
[자본론 강독 +]


그리고 강단에서 강의한 내용들로 출시한다는 데이비드 하비의 [자본론 강독]?이 눈에 끌린다.
4.

공화주의에 대한 논의를 담은 책이다. 김상봉 ...의중이 읽혀지는데, 아쉬운 것은 나/너 서로주체성이란 개념이 알속만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선입견이 든다..씨알 사상의 계승자로서 말이다.  [정치철학 관련도서]와 겸하면 어떨까 싶다. 좀더 세밀해지고 예민해져 뭉뚱그린 생각들을 더 반듯하게 펼 수 있으면 하는 느낌이 든다.
5.

낯섬과 공감의 교집합을 평가의 잣대로 삼자고 한다. 낯섬만 가지고는 너무 포스트 모던해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다. 거기에 공감을 넣어 아이디어에 생동감을 넣는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한다. 진보가 마음에 걸린다면 한번 좌판을 펼쳐놓고 싶은 생각이 든다.  통찰 역시 생각하는 길로 가다보면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 속는 셈치고 한번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과제를 나누어서 볼 줄 알고, 거기에 대한 대위를 해서 생각과 아이디어를 고르고, 다음은 낯섬과 공감의 잣대로 불을 지펴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이라면 한번 쯤 속아보자. 대중성과 전문성을 넘어서는 일이 거기에 있다면 말이다. 숙고를 함께 길게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면, 애써 한땀 한땀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서로 채워주거나 이어주거나 하면서 아이디어가 중동나지 않도록 보듬는 일이 우리 일인 듯 싶다.

6.
어버이날, 당직 겹친 일정으로 모임이 순탄치 않다. 연기될 듯한 소식을 듣고 준비한 책 [타타르로 가는길]로 마음을 돌린다. 아톨로니아(태양이 뜨는 동쪽), 소아시아의 터어키, 시리아, 그루지야를 구글로 공간을 옮겨가며 읽는다. 한나라의 정치와 경제는 역사와 문화에 붙어있다. 꼼지락거리지만 정치란 것이 얼마나 여러 들숨과 날숨을 제대로 들이쉴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갈래의 느낌이 든다.  그리고 먼땅의 일이라 무지로 범벅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 대해 민망하다는 느낌도 교차한다.

뱀발.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버거워한다. 이틀 산책삼아 몸마실이 그나마 기운을 보태고, 짬을 내어 읽은 책마실이 그나마 중동난 생각쉼표를 이어준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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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1 진보가 양보해야 한다  새창으로 보기
여울 ㅣ 2011-04-22 ㅣ 공감(2) ㅣ 댓글 (0)
책을 잃어버렸다. 일터 약속에 따로 챙겨간 것이 화근이다. 호프집에서 일어나면서 둔 것 같아 전화를 주니 따로 챙겨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구입을 고민하던차였다. 며칠뒤 일터 한켠에 그 책이 버티고 서있다. 반갑기도 한데 챙긴 이가 확실하지 않다.  모임과 집안행사가 겹쳐 빈 몇꼭지를 보지 못해 책에 대한 여운이 있던 차, 십여일이 지나서 모임의 말미에 시간이 난다. 어느 이는 책을 보면 외롭다고 하지만, 어느 이는 외로워서 책을 본다고 하지만, 이렇게 책안에서 외로움이 찔끔거리며 나오면 난감하다. 그래서 외로움을 뒤돌아본다. 절망의 그늘에 드린 희망, 그리고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난감함들. 그리고 그 결들을 건드려보지만 아무도 움찔거리지 않아, 또 다시 울먹거리며 다시 들여다봐야하는 곤혹스러움들.

처음뵙는 분이 말한다.복지라는 정책의 선명함, 이렇게 하면되지 않겠느냐구 말이다. 민주주의를 발라내는 것이 아니라 한몸으로 드리워야하며, 머리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과 선입견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다른 이들이 보태는데, 날선 입장과 해야할 일정이 선명하기만 하지 일상이 들어있지 않다. 활동가는 바쁘고 조직은 얇디얇고 단단해 이런저런 고민을 스며들게하는 쿠션이 없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민에 멈춰서기도 급급하다. 어김없이 선거는 다가왔고 또 한탕을 건지려는 이들의 말은 내일 세상이 바뀔 듯 선동적이다. 나에게는 외려 그런 말보다 [진보가 양보해야한다]라는 것에 더 솔깃하다. 오히려 정규직의 일자리는 별반없다. 들어가기가 이렇게 힘들다라는 것이 실업을 산술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정책보다 더 가슴을 기울이게 된다.

곧 생각을 고쳐 진보가 양보해야 한다는 순간,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팔, 다리를 채가고 분열시킬 데마고그가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선다. 하지만 대학강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교협의 어떤 이들이라도 교수의 월급을 줄여 그 비용으로 등록금과 강사처우개선에 쓴다고 하자. 또 전교조교사가 기간제 교사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월급을 이렇게 줄일테니 이렇게 해달라고 하자. 노조가 정규직의 월급을 이렇게 줄일테니 이렇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해달라고 하자. 내가 비록 돌을 맞더라도 행여 그렇게 조금씩 달라져 이 정규직은 더 안달하고 비정규직은 더 황폐하고, 삶의 호흡마저 곤란해져가는 이땅의 현실을 바꾸는 거름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행여 행여, 진보가 조금이라도 믿을 구석이 있다라는 신뢰의 싹이 돋아날 수 있다면, 사회적 타협의 여지는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전에 진보의 악다구니 속에 입에 재갈을 먼저 물리게 될까?

정책도 믿고, 열정도 믿는다. 하지만 정책만을 믿지 않고 열정만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갑자기 출몰하는 부류를 경계한다. 복지라는 놈과 친해지려 정치의 외연을 차려입으며 앞으로 몇년을 갑론을박하겠지만, 자꾸 그 틈에 민주주의든, 삶의 결을 집어넣으려하지 않는 이는 계속 패배만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삶의 척박함을 핑계로 피폐해지는 현대차노조의 이기심중독증들. 여기저기 곰팡내나는 현실을 깨뜨리는 일은 역시 운동의 몫인 것 같다.  너무도 너가 간절하다. 너없이는 아무것도 도모할 수 없다. 생각도 고민도, 일보도 이보도, 양심선언도, 고기를 줄이는 일도, 자식키우는 일도 너의 일거수일투족 살림살이 하나하나, 네마음 하나하나 모두 절실하다. 머리 속으로만 다르게 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르게 살 수 있는 것인지 타산해보고 싶다. 단 한발이라도 내일 명이 다하더라도 생각의 한걸음, 삶의 한걸음을 다르게 딛고 싶다.

뱀발.
1. 정치철학 5강 뒤풀이를 조금 가로챈다. 오버에 대한 책임은 제 몫이다. 표현은 거칠지만 진심은 아니다. 좋은 이들을 보면 늘 설렌다. 미숙함은 더 매만지고 싶다.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매만져달라. 그렇게 빚지고 살자.
2. 저자의 결들을 뒤척여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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