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의 야만 - 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 |
한울(한울아카데미)2020-08-31
408쪽
책소개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밀항'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을 낱낱이 밝혀냈다.
1부 '국경 관리와 밀항'에서는 해방 전후를 통해 구조화된 조선인들의 밀항의 조건과 실태, 이를 단속한 권력의 시선을 다루고, 2부 '수용소의 지정학'에서는 냉전-국민국가 체제하 한일 양국의 각축장으로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위치에 초점을 맞추며, 3부 '주권의 틈새에서'에서는 한일 양국의 냉전적 질서 바깥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사상과 운동을 전개한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밀항자’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을까? _권혁태
1부|국경 관리와 밀항
1장조선인의 일본 ‘밀항’에 대한 일제 경찰의 대응 양상 _이승희
2장조선인을 식별하다: 점령기 ‘조선인’과 ‘불법 입국’의 정의에 관하여 _박사라
3장불안전한 영토 밖의 일상: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 제주인들의 일본 밀항 _조경희
2부|수용소의 지정학
4장수용소라는 안전장치: 오무라 수용소, 폴리스, 그리고 잉여 _차승기
5장오무라 수용소와 재일조선인의 강제 추방 법제화 _전갑생
6장예외 상태의 규범화된 공간: 한일 국교 수립 이후의 오무라 수용소 _이정은
7장한일 관계 형성기 부산수용소·오무라 수용소를 둘러싼 ‘경계의 정치’ _현무암
3부|주권의 틈새에서
8장해방 이후 재일조선인 한센병 환자의 ‘삶’ _김귀분
9장밀항·민족·젠더: ‘재일조선인 문학’에 나타나는 ‘인류(人流)’ _고화정
10장1960년대 일본의 사회운동과 ‘자기부정’의 사상: 출입국관리 체제 반대 운동을 중심으로 _권혁태
책속에서
P. 49~50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주로 1946년 무렵부터 시작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밀항의 역사는 재일조선인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를 포함해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횡단하면서 이루어진 이른바 탈(脫)국경의 역사였다. 즉 밀항의 역사에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라는 동북아의 또 다른 현대사가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_서장 접기
P. 111 ‘밀항자’는 조선에서 심야에 출항해 일본에는 심야 또는 새벽에 상륙했다. 해상에서 연합군에게 발견되는 경우에는 발각되지 않도록 갑판에서 배 안 또는 배 밑바닥으로 이동했다. 상륙 시에는 눈에 띄지 않게 소규모로 흩어져 내렸고, 내리자마자 곧장 산속 등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옮겨서 배나 기차를 탈 수 있는 장소까지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간중간,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 혹은 브로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갈아입을 옷이나 식사를 제공하고, 이동 시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었다. _2장 접기
P. 156 1980년대까지 지속된 일본 밀항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숨겨진 역사이지만, 제주인들에게는 “세 집 건너 한 집은 다 밀항 갔다 왔다”라고 할 정도로 ‘평범한’ 경험이었다. “듣젠도 안 허고, 말하젠도 안 허”는 밀항 이야기는 고생담도 영웅담도 아닌, 여전히 역사화되지 않는 일상의 영역에 속한다. 주권국가의 가장자리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경험들을 끄집어내고 그들의 침묵의 언어를 의미화하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것이다. _3장 접기
P. 169 조선인 입국자 수용소는 불법적이고 위험한 밀항자들로부터 일본 사회를 방어한다는 신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일본을 식민지 책임에서 면제시키는 ‘안전장치’로서 기능한다. 다시 말해 ‘단일민족 국민-국가’ 일본의 법과 영토를 침범하는 조선인을 격리 수용하고 외부로 방출해야 할 존재로 만듦으로써 식민지/제국의 역사와 그 시간에 대한 책임의 문제를 ‘범죄자 퇴치’의 문제로 교체해버리는 기술적 장치의 하나가 오무라 수용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치에 의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은 사회불안 요소에 대한 ‘방어’로 대체된다. 수용소를 통해 한반도로 강제송환될 조선인은 이제 더 이상 제국의 신민이었던 자가 아니라 ‘범법자’이다. 그는 외국인등록령을 위반했고,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고, 나아가 이념적으로 불온하며, 전염병의 매개체일 수도 있었다. _4장 접기
P. 236 조사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남성의 경우는 폭력을 당하는 정도가 더 심했다. 남자들은 조사에서 무슨 대답을 하든 일단 맞는 것으로 시작했다. 송환자들이 항상 반복해서 받은 질문은 “김일성 사진을 보았는가, 보지 않았는가” 여부였다. 일주일간의 조사 기간 동안 여러 번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으며 총련과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의심받았다. 김일성 사진을 보았다고 해도 맞았고, 안 보았다고 해도 맞았다. 말 한 번 잘못할 경우, 구타와 폭력으로 일주일 만에 “반불구”가 되어 오는 사람도 있었다. _6장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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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권혁태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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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히토쓰바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야마구치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성공회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릿쿄대학 초빙 연구원, 규슈대학 대학원 초빙 교수를 지냈고, 계간 『황해문화』의 편집위원이다.
「재일조선인과 한국 사회」, 「1960년대 단카이 세대의 반란과 미디어로서의 만화」 등의 논문과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아시아의 시민사회』(공저), 『동아시아 인권의 새로운 탐색』(공저), 『반일과 동아시아』(공저), 『한·중·일 3국의 8·15 기억... 더보기
최근작 : <주권의 야만>,<두 번째 전후>,<주권의 야만 (양장)> … 총 16종 (모두보기)
이정은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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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최근작 : <주권의 야만>,<주권의 야만 (양장)>,<아시아의 접촉지대> … 총 4종 (모두보기)
조경희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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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 일본학/사회학 전공.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하였고 “제국일본/식민지조선의 사회사업과 민중통치” 연구로 도쿄외국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식민지 사회사, 재일조선인, 젠더와 소수자 등이다. 주요 공저에 『주권의 야만-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한울, 2017), 『‘나’를 증명하기-동아시아에서 국적, 여권, 등록』(한울, 2017) 『두 번째 ‘전후’-1960~1970년대 아시아와 마주친 일본』(한울, 2017), 『残余の声を聴く:沖縄、韓国、パレスチナ』(明石書店, 2021... 더보기
최근작 : <포스트 냉전과 팬데믹>,<주권의 야만>,<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 … 총 8종 (모두보기)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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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는 2003년 설립된 이래 비판적 문화정치학의 정립을 통해 학문과 현실에 개입하며 새로운 아시아의 지평을 열어가는 아제(Inter-Asia)적 지식·문화 생산의 거점으로서 연구에 힘써 왔다. 이론적·현실적 차원에서 ‘문화로서의 아시아’를 재구성함으로써 21세기 수평적 관계성이 구현되는 아시아상을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그동안 문화 연구와 지역 연구를 생산적으로 결합하고 아시아의 문화적 구성 과정을 재조명하기 위해 많은 사업을 벌여 왔다. 이 책을 비롯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교양총서는 인문한국(... 더보기
최근작 : <정동하는 청춘들>,<Asia in Mobility (이동하는 아시아)> … 총 15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철옹성 같은 국경에
자신의 몸으로 균열을 낸 사람들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밀항’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을 낱낱이 밝혀냈다.
1부 ‘국경 관리와 밀항’에서는 해방 전후를 통해 구조화된 조선인들의 밀항의 조건과 실태, 이를 단속한 권력의 시선을 다루고, 2부 ‘수용소의 지정학’에서는 냉전-국민국가 체제하 한일 양국의 각축장으로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위치에 초점을 맞추며, 3부 ‘주권의 틈새에서’에서는 한일 양국의 냉전적 질서 바깥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사상과 운동을 전개한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주권의 폭력성에 의해 존재 자체가 불법화되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되살려내어 대한민국, 나아가 동북아의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려는 뜻 깊은 시도이다.
공식 기록에 없는 20세기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와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
이 책은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일본연구팀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 아시아 지역과의 접점을 통해서 일본의 ‘전후’를 사상적으로 되묻는 작업을 해왔다. 2013년 이후 밀항과 수용소에 관련된 문헌을 함께 읽는 세미나를 진행해왔고 홋카이도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에서 각각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드디어 그 연구 결실을 단행본으로 내놓게 되었다. ‘식민지, 분단, 전쟁, 군사독재’와 이에 맞선 ‘독립, 통일, 평화, 민주화’라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좀 더 넓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거시적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시도했다. 그리하여 그 커다란 흐름과는 또 다른 줄기로 끈질기게 이어져온 일군의 사람들, 즉 ‘밀항자’들의 존재를 포착해냈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이러한 20세기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상세히 그려냈다.
기록되지 않은 ‘밀항자’들의 경험을 연구 주제로 다룬다는 것에는 어떤 함의가 있는가? ‘주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명백히 ‘비합법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당시 국내에서는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여 취급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위험한(때로는 목숨을 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은 숨겨졌다. 현재 대한민국, 나아가 동북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들의 존재가 거의 ‘소거’되어 있다시피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듯 주권의 폭력성에 의해 존재 자체가 불법화되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되살려낸, 까다롭고 지난한 동시에 매우 뜻 깊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그은 ‘선’ 하나로 획정될 수 없었던 ‘삶’들을 추적하다
‘밀항’은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를 온전히 적대하는 사고와 행위”, “근대국가 체제에서 주권을 위협하는 범법 행위”이며, “국가의 초법규적 조치=폭력을 가장 정당하게 발동시킬 수 있는 계기이자 이유”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수전 벅모스는 법의 범위 내에 있는 제도적이고 형식적인 대중 민주주의가 발동하는 폭력의 영역을 야만지대(wild zone)라고 불렀다. 주권의 핵심을 구성하는 이 ‘야만지대’에서 ‘밀항자’들이 포착되고 수용되며 추방되는 과정을 이 책은 섬세하게 따라가고 있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식민지 제국의 영토와 국경이 재편되고 조선은 해방을 맞았지만, 그 새로운 ‘국경’이 조선인들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점령군의 귀환 정책은 대책 없이 행해졌고, 한반도는 정치·경제적 혼란에 시달렸다. 한편 제국 시대에 한반도와 일본을 오가는 생활권과 사회적 네트워크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 모든 삶의 기반과 조건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 다른 국가니까 넘어가면 불법’이라며 차단되어버린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삶’이 국가가 그어버린 ‘선’ 하나로 하루아침에 획정될 수는 없었고, 따라서 ‘불법 도항’, 이른바 ‘밀항’은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선택이었음을 이 책은 다각도로 보여준다.
이렇듯 ‘구조화된 현상’으로서의 밀항에 주목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것이 바로 ‘오무라(大村) 수용소’의 존재이다. 미군 점령기 나가사키 현 오무라 시에 설치된 오무라 입국자 수용소(1950~1993)는 1970년대까지 주로 강제송환이 결정된 한반도 출신자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기능했으며, 수용자들에게 ‘일본의 아우슈비츠’라고 불린 악명 높은 곳이다. 특히 재일조선인들을 ‘잉여적’ 존재로 만들어 폭력적으로 외부화하고 “전후일본의 국민국가 성원들을 걸러내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며, “냉전 체제하 한일 양 정부가 적대하면서 협조하는 모순이 중첩된 장”이었음을 이 책은 밝혀낸다.
국민의 안위가 담보되지 않은 국가의 ‘해방’과 국경의 재편, 냉전 이데올로기의 줄다리기 속에서 밀항자들과 재일조선인들은 ‘경찰서→수용소→강제 추방→재입국’이라는 악순환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당시 수많은 밀항이 제각기 경제적인 이유, 정치적인 이유, 그 밖에 어떤 이유였건 간에 ‘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이라는 이 책의 세 축을 한데 묶는 것은 무엇보다 그러한 구조적·시대적 모순과 억압이었음이 분명하다.
밀입국 단속 현장에서부터 일본의 출입국관리체제 반대운동까지,
일본 밀항 현상을 입체적으로 파헤친 실증적 보고서
1부 ‘국경 관리와 밀항’에서는 해방 전후를 통해 구조화된 조선인들의 밀항의 조건과 실태, 이를 단속한 권력의 시선을 다룬다. 먼저 1장에서는 조선총독부 및 내무성 경찰이 조선인의 일본 밀항에 어떠한 식으로 대응했는지, 특히 한국의 부산과 일본의 시모노세키 수상경찰서의 활동에 주목해 상세히 서술한다. 2장에서는 점령기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밀항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또한 이동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등을 경험자 대상 구술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밝힌다. 그리고 3장에서는 제주 출신자들의 일본 밀항을 발생시킨 구조적 조건을 살피면서, 밀항의 성격을 시기에 따라 ‘생존을 향한 이탈: 1940~1950년대’, ‘밀항하는 일상: 1960~1970년대’로 크게 나누어 분석을 시도한다.
2부 ‘수용소의 지정학’에서는 냉전-국민국가 체제하 한일 양국의 각축장으로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위치에 초점을 맞춘다. 4장은 오무라 수용소가 일본의 식민지 책임을 면제하는 ‘안전장치’로 기능했다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재일조선인이 일본인이 아닌 동시에 북한의 국민도 한국의 국민도 아닌, 즉 국민국가의 ‘잉여’적 존재로 기능했음을 근거로 국민국가 체제의 불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5장에서는 구체적인 내부 자료를 통해 전후 일본에서 재일조선인들의 강제 추방이 어떻게 법제화되었는지 살피면서 그들이 폭력적으로 외부화되어가는 과정을 밝힌다. 6장에서는 한일 양국이 ‘동등’한 국민국가로 국교를 수립한 단계에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구조적 위치를 조명하며, 7장은 오무라 수용소와 대조를 이루는 부산수용소를 또 하나의 중요한 경계적 공간으로 부각시키면서 이른바 ‘경계의 정치’에 대해 말한다.
3부 ‘주권의 틈새에서’에서는 한일 양국의 냉전적 질서 바깥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사상과 운동을 전개한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8장에서는 이중으로 더욱 혹독한 배제와 차별을 겪어야 했던 재일조선인 한센병 환자들의 삶을 전후 일본의 출입국관리 체제 강화와 연결지어 추적하며, 9장에서는 1970년 전후로 ‘재일조선인 문학’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이른바 ‘인류(人流)’ 현상을 밀항, 민족, 젠더의 관점에서 다룬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시선을 일본 사회 내부로 옮겨서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중반 ‘자기부정’ 사상을 바탕으로 했던 일본의 오무라 수용소·출입국관리 체제 반대 투쟁을 심층 조명한다. 접기
408쪽
책소개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밀항'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을 낱낱이 밝혀냈다.
1부 '국경 관리와 밀항'에서는 해방 전후를 통해 구조화된 조선인들의 밀항의 조건과 실태, 이를 단속한 권력의 시선을 다루고, 2부 '수용소의 지정학'에서는 냉전-국민국가 체제하 한일 양국의 각축장으로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위치에 초점을 맞추며, 3부 '주권의 틈새에서'에서는 한일 양국의 냉전적 질서 바깥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사상과 운동을 전개한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밀항자’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을까? _권혁태
1부|국경 관리와 밀항
1장조선인의 일본 ‘밀항’에 대한 일제 경찰의 대응 양상 _이승희
2장조선인을 식별하다: 점령기 ‘조선인’과 ‘불법 입국’의 정의에 관하여 _박사라
3장불안전한 영토 밖의 일상: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 제주인들의 일본 밀항 _조경희
2부|수용소의 지정학
4장수용소라는 안전장치: 오무라 수용소, 폴리스, 그리고 잉여 _차승기
5장오무라 수용소와 재일조선인의 강제 추방 법제화 _전갑생
6장예외 상태의 규범화된 공간: 한일 국교 수립 이후의 오무라 수용소 _이정은
7장한일 관계 형성기 부산수용소·오무라 수용소를 둘러싼 ‘경계의 정치’ _현무암
3부|주권의 틈새에서
8장해방 이후 재일조선인 한센병 환자의 ‘삶’ _김귀분
9장밀항·민족·젠더: ‘재일조선인 문학’에 나타나는 ‘인류(人流)’ _고화정
10장1960년대 일본의 사회운동과 ‘자기부정’의 사상: 출입국관리 체제 반대 운동을 중심으로 _권혁태
책속에서
P. 49~50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주로 1946년 무렵부터 시작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밀항의 역사는 재일조선인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를 포함해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횡단하면서 이루어진 이른바 탈(脫)국경의 역사였다. 즉 밀항의 역사에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라는 동북아의 또 다른 현대사가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_서장 접기
P. 111 ‘밀항자’는 조선에서 심야에 출항해 일본에는 심야 또는 새벽에 상륙했다. 해상에서 연합군에게 발견되는 경우에는 발각되지 않도록 갑판에서 배 안 또는 배 밑바닥으로 이동했다. 상륙 시에는 눈에 띄지 않게 소규모로 흩어져 내렸고, 내리자마자 곧장 산속 등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옮겨서 배나 기차를 탈 수 있는 장소까지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간중간,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인 혹은 브로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갈아입을 옷이나 식사를 제공하고, 이동 시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었다. _2장 접기
P. 156 1980년대까지 지속된 일본 밀항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숨겨진 역사이지만, 제주인들에게는 “세 집 건너 한 집은 다 밀항 갔다 왔다”라고 할 정도로 ‘평범한’ 경험이었다. “듣젠도 안 허고, 말하젠도 안 허”는 밀항 이야기는 고생담도 영웅담도 아닌, 여전히 역사화되지 않는 일상의 영역에 속한다. 주권국가의 가장자리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경험들을 끄집어내고 그들의 침묵의 언어를 의미화하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것이다. _3장 접기
P. 169 조선인 입국자 수용소는 불법적이고 위험한 밀항자들로부터 일본 사회를 방어한다는 신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일본을 식민지 책임에서 면제시키는 ‘안전장치’로서 기능한다. 다시 말해 ‘단일민족 국민-국가’ 일본의 법과 영토를 침범하는 조선인을 격리 수용하고 외부로 방출해야 할 존재로 만듦으로써 식민지/제국의 역사와 그 시간에 대한 책임의 문제를 ‘범죄자 퇴치’의 문제로 교체해버리는 기술적 장치의 하나가 오무라 수용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치에 의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은 사회불안 요소에 대한 ‘방어’로 대체된다. 수용소를 통해 한반도로 강제송환될 조선인은 이제 더 이상 제국의 신민이었던 자가 아니라 ‘범법자’이다. 그는 외국인등록령을 위반했고,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고, 나아가 이념적으로 불온하며, 전염병의 매개체일 수도 있었다. _4장 접기
P. 236 조사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남성의 경우는 폭력을 당하는 정도가 더 심했다. 남자들은 조사에서 무슨 대답을 하든 일단 맞는 것으로 시작했다. 송환자들이 항상 반복해서 받은 질문은 “김일성 사진을 보았는가, 보지 않았는가” 여부였다. 일주일간의 조사 기간 동안 여러 번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으며 총련과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의심받았다. 김일성 사진을 보았다고 해도 맞았고, 안 보았다고 해도 맞았다. 말 한 번 잘못할 경우, 구타와 폭력으로 일주일 만에 “반불구”가 되어 오는 사람도 있었다. _6장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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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태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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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히토쓰바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야마구치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성공회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릿쿄대학 초빙 연구원, 규슈대학 대학원 초빙 교수를 지냈고, 계간 『황해문화』의 편집위원이다.
「재일조선인과 한국 사회」, 「1960년대 단카이 세대의 반란과 미디어로서의 만화」 등의 논문과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아시아의 시민사회』(공저), 『동아시아 인권의 새로운 탐색』(공저), 『반일과 동아시아』(공저), 『한·중·일 3국의 8·15 기억...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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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 일본학/사회학 전공.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하였고 “제국일본/식민지조선의 사회사업과 민중통치” 연구로 도쿄외국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식민지 사회사, 재일조선인, 젠더와 소수자 등이다. 주요 공저에 『주권의 야만-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한울, 2017), 『‘나’를 증명하기-동아시아에서 국적, 여권, 등록』(한울, 2017) 『두 번째 ‘전후’-1960~1970년대 아시아와 마주친 일본』(한울, 2017), 『残余の声を聴く:沖縄、韓国、パレスチナ』(明石書店, 2021... 더보기
최근작 : <포스트 냉전과 팬데믹>,<주권의 야만>,<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 … 총 8종 (모두보기)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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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는 2003년 설립된 이래 비판적 문화정치학의 정립을 통해 학문과 현실에 개입하며 새로운 아시아의 지평을 열어가는 아제(Inter-Asia)적 지식·문화 생산의 거점으로서 연구에 힘써 왔다. 이론적·현실적 차원에서 ‘문화로서의 아시아’를 재구성함으로써 21세기 수평적 관계성이 구현되는 아시아상을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그동안 문화 연구와 지역 연구를 생산적으로 결합하고 아시아의 문화적 구성 과정을 재조명하기 위해 많은 사업을 벌여 왔다. 이 책을 비롯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교양총서는 인문한국(... 더보기
최근작 : <정동하는 청춘들>,<Asia in Mobility (이동하는 아시아)> … 총 15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철옹성 같은 국경에
자신의 몸으로 균열을 낸 사람들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밀항’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을 낱낱이 밝혀냈다.
1부 ‘국경 관리와 밀항’에서는 해방 전후를 통해 구조화된 조선인들의 밀항의 조건과 실태, 이를 단속한 권력의 시선을 다루고, 2부 ‘수용소의 지정학’에서는 냉전-국민국가 체제하 한일 양국의 각축장으로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위치에 초점을 맞추며, 3부 ‘주권의 틈새에서’에서는 한일 양국의 냉전적 질서 바깥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사상과 운동을 전개한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주권의 폭력성에 의해 존재 자체가 불법화되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되살려내어 대한민국, 나아가 동북아의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려는 뜻 깊은 시도이다.
공식 기록에 없는 20세기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와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
이 책은 식민지 제국 붕괴 후 주권의 상징인 국경을 넘어 ‘밀항’을 감행한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를 조명한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일본연구팀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 아시아 지역과의 접점을 통해서 일본의 ‘전후’를 사상적으로 되묻는 작업을 해왔다. 2013년 이후 밀항과 수용소에 관련된 문헌을 함께 읽는 세미나를 진행해왔고 홋카이도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에서 각각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드디어 그 연구 결실을 단행본으로 내놓게 되었다. ‘식민지, 분단, 전쟁, 군사독재’와 이에 맞선 ‘독립, 통일, 평화, 민주화’라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좀 더 넓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거시적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시도했다. 그리하여 그 커다란 흐름과는 또 다른 줄기로 끈질기게 이어져온 일군의 사람들, 즉 ‘밀항자’들의 존재를 포착해냈다. 공식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은 이러한 20세기 조선인들의 탈국경의 역사적 경험과, 이를 관리하고 외부화한 ‘주권의 폭력’의 실체를 상세히 그려냈다.
기록되지 않은 ‘밀항자’들의 경험을 연구 주제로 다룬다는 것에는 어떤 함의가 있는가? ‘주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명백히 ‘비합법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며, 실제로 당시 국내에서는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여 취급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개인들이 양국 사이에서 위험한(때로는 목숨을 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즉 미완의 탈식민화와 동아시아의 냉전 질서가 갖는 구조적 모순은 숨겨졌다. 현재 대한민국, 나아가 동북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들의 존재가 거의 ‘소거’되어 있다시피 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이렇듯 주권의 폭력성에 의해 존재 자체가 불법화되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되살려낸, 까다롭고 지난한 동시에 매우 뜻 깊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그은 ‘선’ 하나로 획정될 수 없었던 ‘삶’들을 추적하다
‘밀항’은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를 온전히 적대하는 사고와 행위”, “근대국가 체제에서 주권을 위협하는 범법 행위”이며, “국가의 초법규적 조치=폭력을 가장 정당하게 발동시킬 수 있는 계기이자 이유”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수전 벅모스는 법의 범위 내에 있는 제도적이고 형식적인 대중 민주주의가 발동하는 폭력의 영역을 야만지대(wild zone)라고 불렀다. 주권의 핵심을 구성하는 이 ‘야만지대’에서 ‘밀항자’들이 포착되고 수용되며 추방되는 과정을 이 책은 섬세하게 따라가고 있다.
일본이 패전하면서 식민지 제국의 영토와 국경이 재편되고 조선은 해방을 맞았지만, 그 새로운 ‘국경’이 조선인들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점령군의 귀환 정책은 대책 없이 행해졌고, 한반도는 정치·경제적 혼란에 시달렸다. 한편 제국 시대에 한반도와 일본을 오가는 생활권과 사회적 네트워크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 모든 삶의 기반과 조건이 어느 날 갑자기 ‘이제 다른 국가니까 넘어가면 불법’이라며 차단되어버린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삶’이 국가가 그어버린 ‘선’ 하나로 하루아침에 획정될 수는 없었고, 따라서 ‘불법 도항’, 이른바 ‘밀항’은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선택이었음을 이 책은 다각도로 보여준다.
이렇듯 ‘구조화된 현상’으로서의 밀항에 주목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것이 바로 ‘오무라(大村) 수용소’의 존재이다. 미군 점령기 나가사키 현 오무라 시에 설치된 오무라 입국자 수용소(1950~1993)는 1970년대까지 주로 강제송환이 결정된 한반도 출신자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기능했으며, 수용자들에게 ‘일본의 아우슈비츠’라고 불린 악명 높은 곳이다. 특히 재일조선인들을 ‘잉여적’ 존재로 만들어 폭력적으로 외부화하고 “전후일본의 국민국가 성원들을 걸러내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며, “냉전 체제하 한일 양 정부가 적대하면서 협조하는 모순이 중첩된 장”이었음을 이 책은 밝혀낸다.
국민의 안위가 담보되지 않은 국가의 ‘해방’과 국경의 재편, 냉전 이데올로기의 줄다리기 속에서 밀항자들과 재일조선인들은 ‘경찰서→수용소→강제 추방→재입국’이라는 악순환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당시 수많은 밀항이 제각기 경제적인 이유, 정치적인 이유, 그 밖에 어떤 이유였건 간에 ‘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이라는 이 책의 세 축을 한데 묶는 것은 무엇보다 그러한 구조적·시대적 모순과 억압이었음이 분명하다.
밀입국 단속 현장에서부터 일본의 출입국관리체제 반대운동까지,
일본 밀항 현상을 입체적으로 파헤친 실증적 보고서
1부 ‘국경 관리와 밀항’에서는 해방 전후를 통해 구조화된 조선인들의 밀항의 조건과 실태, 이를 단속한 권력의 시선을 다룬다. 먼저 1장에서는 조선총독부 및 내무성 경찰이 조선인의 일본 밀항에 어떠한 식으로 대응했는지, 특히 한국의 부산과 일본의 시모노세키 수상경찰서의 활동에 주목해 상세히 서술한다. 2장에서는 점령기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밀항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또한 이동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등을 경험자 대상 구술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밝힌다. 그리고 3장에서는 제주 출신자들의 일본 밀항을 발생시킨 구조적 조건을 살피면서, 밀항의 성격을 시기에 따라 ‘생존을 향한 이탈: 1940~1950년대’, ‘밀항하는 일상: 1960~1970년대’로 크게 나누어 분석을 시도한다.
2부 ‘수용소의 지정학’에서는 냉전-국민국가 체제하 한일 양국의 각축장으로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위치에 초점을 맞춘다. 4장은 오무라 수용소가 일본의 식민지 책임을 면제하는 ‘안전장치’로 기능했다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재일조선인이 일본인이 아닌 동시에 북한의 국민도 한국의 국민도 아닌, 즉 국민국가의 ‘잉여’적 존재로 기능했음을 근거로 국민국가 체제의 불가능성에 대해 말한다. 5장에서는 구체적인 내부 자료를 통해 전후 일본에서 재일조선인들의 강제 추방이 어떻게 법제화되었는지 살피면서 그들이 폭력적으로 외부화되어가는 과정을 밝힌다. 6장에서는 한일 양국이 ‘동등’한 국민국가로 국교를 수립한 단계에서의 오무라 수용소의 구조적 위치를 조명하며, 7장은 오무라 수용소와 대조를 이루는 부산수용소를 또 하나의 중요한 경계적 공간으로 부각시키면서 이른바 ‘경계의 정치’에 대해 말한다.
3부 ‘주권의 틈새에서’에서는 한일 양국의 냉전적 질서 바깥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사상과 운동을 전개한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8장에서는 이중으로 더욱 혹독한 배제와 차별을 겪어야 했던 재일조선인 한센병 환자들의 삶을 전후 일본의 출입국관리 체제 강화와 연결지어 추적하며, 9장에서는 1970년 전후로 ‘재일조선인 문학’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이른바 ‘인류(人流)’ 현상을 밀항, 민족, 젠더의 관점에서 다룬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시선을 일본 사회 내부로 옮겨서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중반 ‘자기부정’ 사상을 바탕으로 했던 일본의 오무라 수용소·출입국관리 체제 반대 투쟁을 심층 조명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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