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6

손민석 일본을 '전범국'이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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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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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당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쪽이 무분별하게 일본 우익 담론을 수입해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도 대화를 하다가 민주당이 일본을 '전범국'이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냐며 "국가는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게 일본 우익들의 대표적인 담론으로 "오이오이, 센징들은 역시 근대법이 뭔지 모른다구~?"하는건데.. 그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전쟁범죄의 책임 소재를 개인에게 둘 것인지, 국가에게 둘 것인지, 국가에게 둔다면 어디까지 둘 것인지 등은 현재진행형인데 그렇게 강하게 말해서는 곤란하다고 답하였다.

실상 징용공, 위안부 등의 문제도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1907년 헤이그 육전협약 제3조에서 명시화된 이래로, 설사 개인의 위법행위로 인한 것일지라도 그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개인의 배후에 있는 국가가 진다. 

문제는 이것이 패전국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며, 배상액의 산정에 있어서도 대단히 포괄적으로 "모든 손해"에 대하여 일괄 처리한다는 점이다. 승전국으로서의 연합국의 위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처리 과정에서 한국의 국제법적 지위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그랬던 것이다. 한국과 같은 식민지에 대한 규정이 없었기에 현재까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가 일괄처리를 해버리기 때문에 연합국도 한국처럼 개인청구권은 국가가 관리하여 포기시켰다. 피해받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전쟁책임에 따른 배상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일부 국제법학자들이 식민지 배상문제 등을 축으로 하여 위안부, 징용공 등에 대한 배상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법학계의 일부에서 행하는 사회운동의 일환이기 때문에 그런 입장에서 일본을 전범국으로, 일부 일본 기업을 전범기업으로 부르는 것이 나름대로 맥락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얘기를 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대로 되더라도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가 범죄의 주체가 되는 건 아니다. 범죄의 책임이 있는 국가 정도의 의미가 될텐데, 그정도면 정치적 구호로써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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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Jong-wook Hong
근데 전쟁 범죄와 전쟁 책임은 구별될 수 있지 않을까요?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임은 있다고 해야 돈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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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Jong-wook Hong 이게 좀 난해합니다. 패전국이 배상의 형태로 지불하는 것과 전쟁수행 과정에서 벌어진 비인도적인 행위 등에 따른 손해에 대한 배상 문제가 좀 복잡하다보니.. 전쟁을 일으킨 책임에 대해서도 과연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고 연합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 지도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고 인식하는 등의 여러 역사적 맥락이 있어서요. 기본적으로 전쟁 과정에서 일어난 비인도적 행위 등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집니다. 문제는 국가의 책임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인데, 이 부분은 명령을 내린 상관과 그것을 따른 부하 간의 관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헤이그육전협약 이래로 다루려고 노력해왔는데요, 제가 아는 한에서 말씀드리자면 결과적으로 뉘른베르크 재판이나 도쿄재판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정식화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예컨대 도쿄재판 과정에서는 상관명령에 따라 잔혹행위를 행한 개인의 책임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서 일부 잔혹한 행위 등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의 상관의 명령이나 국가 책임을 논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정식화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상관명령에 관한 규정은 지금은 없는 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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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Jong-wook Hong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자면 국가의 주권 위에 서서 국가를 처벌하거나 책임지게 할 수 있는 국제기구의 존재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차원의 문제인데 이것을 다루려면 결국 근대국가체계를 어느정도 제한해야 하다보니 쉽지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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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wook Hong
손민석 고맙습니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얘기를 꺼내 죄송합니다. 20세기 들어 본격화한 전쟁 불법화 시도가 얼마나 의미가 있었냐는 이야기도 될 텐 데, 여기서 말하는 주권과 영토 보전 존중이 식민지 보유를 인정하는 거라 우리로서는 더 복잡해지는 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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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Jong-wook Hong 별 말씀을.. 저도 전공이 아니라 모르는 바가 많습니다. 오히려 제가 혼란을 드리지 않았나 걱정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식민지 보유의 문제로 인해서 한국으로서는 더 복잡해지는 듯합니다. 연합국과 일본 간의 대일평화조약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과정이나 이런 걸 보면 특히 더 착잡해집니다. 독도 문제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알고 접근해야 할텐데 이 정부가 하는 걸 보면 여러모로 답답함만 더해집니다. 아직 인류사가 식민보유 자체를 불법으로 인지하는데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전제로 한국이 행동한다면 좋을텐데요.. 그런 상황이 연출된다면 선생님께서 갖고 계신 식민주의의 지양이라는 문제의식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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