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petodrSosn944
·
공자는 사람과 사람의 바람직한 관계를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이야기한다.
여러 방면에서 해석이 가능하지만, 어떤 해석이든 서로 통한다.
‘화(和)’와 ‘동(同)’은 밖으로 드러나는 외관이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런데 공자는 ‘화(和)’와 ‘동(同)’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그 차이로 인간의 성숙이나 진화 여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흔히 ‘대동단결’을 이야기한다. 특히 ‘정의(正義)’를 주장하면서 이런 말들이 따라 붙는 경우가 많다.
이 문장에서 화(和)’와 ‘동(同)’을 공자는 어떤 관점으로 비교하고 있을까?
공자의 말을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화(和)’는 자신의 주체적 개성을 잘 살리면서 다른 사람들(전체)과 어울리는 사이좋음이다.
그 이상(理想)을 극기복례(克己復禮)로 이야기한다.
물론 '극기'나 '복례'에 대한 바른 이해가 중요하다.
화(和)’와 구분하여 사용할 때의 ‘동(同)’은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가?
자신의 아집(집단적 확증편향이나 맹신도 아집이다)이나 이익 또는 타자의 압력으로 자신의 주체적 개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개성을 상향적(上向的)으로 살리는 것이 ‘화(和)’이고, 그 반대 방향을 ‘동(同)’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
그 하향적(下向的)인 작용을 ‘동이불화(同而不和)’로 이야기한다.
실제로 타인을 자신에게 동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사이가 나빠지는 지름길이다.
그 반대 방향(남에게 자신을 일치시키려는) 또한 자신을 살리는 길이 아니다. 비주체적이고 부자유한 삶이 되기 쉽다.
어떤 관계에서든 바로 증명된다.
물론 이런 비교 없이 ‘동(同)’이라는 말을 ‘화(和)’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자가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인간(자신)의 진화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런 구분을 통해 말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은 ‘대동세상(大同世上)’이 아니라 ‘대화세상(大和世上)’이리라.
논어 산책을 준비하면서 든 단상이다.
이무열
15 December 2022
·
2~3년전부터 준비한 책 두 권이 다음 주 함께 나옵니다. 둘 다 지역을 주제로 한 책이고요.
#지역의발명 이 지역 해체와 재구성, 시공간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과 사물들로 지역을 발명하는 내용이라면
문화기획자 신현길 대표와 공저한 #예술로지역활력 은 파상력(파괴적 상상력)을 갖은 예술가들과 함께 어떻게 새로운 지역을 디자인하는지를 경험하는 워크북(실용서)입니다.
지역의 발명에는 특별한 현장의 지혜를 나누는 인터뷰로 이남곡 선생님의 인문공동체, 유상용 선생님의 진강산공동체, 양흥모 이사장의 미호동넷제로공판장, Ryo Yamazaki #야마자키료 의 코로나 이후 일본 커뮤니티 디자인 사례도 소개됩니다. … See more
Namgok Lee
31 December 2015
·
어제 밤 비행기로 후꾸오까에 왔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년말과 정초에 세 부자가 가족여행을 해 왔는데, 작년부터는 며느리까지 네 사람이 가족여행을 하고 있다.
올해는 온천이 유명한 이 지역으로 왔다.
밤에 비행기를 타보기는 처음이다.
나가사끼가 가깝다고 한다.
일본은 참으로 인연이 깊은 이웃이다.
특히 우리의 비극이 직접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에 그 원인이 있고, 최근 일본 우경화와 민족주의는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운명을 바꾼 일대 사변이다.
물론 그 이후의 일본 역사의 전개는 당시의 세계정세와 맞물려 바람직하지 못한 길로 갔고,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되었지만,
메이지 유신 자체는 엄청난 변혁임은 틀림 없다.
그 막후에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사카모도 료마라는 31살의 나이에 암살 당한 하급무사 출신의 경세가가 있다.
그가 활동한 무대가 나가사끼라고 해서 생각이 났다.
마침 며칠 전에 티브이에서 료마전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한국의 위성방송에 채널이 있다)
몇회째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암살되기 5달 전 이야기였던 것 같다.
두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여인(아마 박해 받는 크리스챤?)과의 대화다.
'모든 사람들이 웃는 세상을 위해 부탁합니다'
어떤 동지와의 대화다.
"당신이 지금처럼 대정봉환을 추진하면 살해될 것이다"
"목숨을 걸지 않고,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료마가 살아서 계속 활동했더라도 일본의 진로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아무 보장도 없다.
다만 요즈음 료마가 떠오르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운명 때문이다.
살해 당할 위험도 훨씬 줄어든 상황인데, 지금의 갈가리 흩어진 나라의 상황에서 료마 같은 기상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원대한 한국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새벽에 일어나 이런 저런 상념에 젖는다.
모처럼 가족 여행이니, 온천에서 잘 쉬고 가야겠다.
이런 여행이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세상에 한발 다가가는 새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Namgok Lee
7 May 2014
·
왕인박사 유적지를 다녀왔다.
한 ᆞ중ᆞ일 의 여러 사람들이 천자문을 쓴 것을 돌에 새겨놓았다. 한자 한자 누가 쓴 것인지 그 국적 ᆞ이름을 함께...
천자문을 백제가 일본에 전해주었다고 한다.
언젠가 동아시아의 문화교류가 한차원 높은 문명의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
Namgok Lee
2 January 2015
·
외국여행이라야 일본 ᆞ중국이지만,
가족과 같이 오니 좋다.
바람이 참 센 곳이다.
어디를 가나 동아시아 삼국 사람들로 붐빈다.
국가주의니 민족주의니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나면 얼마나 사이좋은 이웃들인가!
중국ᆞ일본ᆞ미국이 옛인연 새인연을 주장하고 있다.
어제는 미군기지 옆을 따라 한참을 해변도로를 달렸다.
평화, 자치, 친교 등이 저절로 생각나는 섬이다.
국가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전망들이 열려가길 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어느 바닷가에 머물어 살아도, 평화와 기쁨 따뜻한 인정속에 지낼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지 않는가?
너무 멀리 보여도...
===
Namgok Lee
20 July 2019
·
같은 시대를 살다 간 두 인물을 검색해 보았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요시다 쇼인과 6년 먼저 태어나고 5년 늦게 사망한 최제우다. 둘 다 각각의 정부에 의해 처형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나라는 전혀 다른 길을 밟았고, 두 사람이 끼친 영향도 두 나라의 운명만큼이나 달랐다.
역사는 돌고 돈다.
미래를 열어갈 큰 설계는 오히려 실패한 것으로 보인 최제우에게서 그 씨앗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큰 설계가 이 땅에서 나오기를 바란다.
그 설계 속에는 한국, 북한, 일본, 중국, 타이완 등이 하나의 연방으로 되는 것이 포함된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명과 새로운 질서다.
*1830년 하급 무사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8세 때 숙부 아래에서 독립해 군사학자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1850년 병법을 연구했고, 이듬해에는 서양 학문과 군사학을 배웠다.
1854년 미군 함선에 승선하여 밀항을 시도했다. 이 시도가 실패하여 국법을 어긴 죄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1858년 다시 체포되어 1859년 처형되었다. 29세의 젊은 나이였다.
요시다 쇼인은 짧은 생을 살았지만 이토 히로부미, 다카스기 신사쿠, 구사카 겐즈이 등 그의 문하에서 세 명의 총리와 여섯 명의 장관이 배출되는 등 메이지 유신의 지도자들이 탄생하여 그의 사상을 실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는 1907년 정미7조약 을 체결한 후 쇼인의 무덤에 이를 고했으며, 2006년 아베 신조 총리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쇼인을 꼽을 정도로 근대 이후 일본의 정치계에 그가 끼친 영향력은 그 누구보다 크다. 그의 위패는 현재 야스쿠니 신사에 신위 제1호로 모셔져 있다.
*1824년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다. 가난하게 살던 그는 여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여덟 살에 서당에 들어가 한학을 공부했는데 열 살 무렵이 되어서는 세상의 어지러움을 한탄할 정도로 어른스러웠다고 한다. 열일곱 살에 아버지까지 여의자 그는 3년상을 마친 뒤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비참하고 어려운 백성들의 생활을 직접 경험하면서 그는 어떻게 하면 많은 백성들이 고통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1860년 4월 깨달음을 얻고, 1년 동안 깨달은 것을 정리하고 체계화하여 동학(東學)을 창시했다.
포교를 시작하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 인간평등 사상을 내세운 동학은 신분 제도 속에서 희망을 잃은 사람이나 천대받던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1864년 ‘사도난정(邪道亂正)’이라는 죄목으로 달성공원에서 효수형에 처해졌다. 40의 나이였다.
최제우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며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주창했다. 신분 계급제인 양반 사회를 부정하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 속에 한울님을 모신 존귀한 인격이라는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가지고 만민평등의 큰 뜻을 전파했다. 또한 평민들도 ‘보국안민(輔國安民)’의 주체로 승격할 수 있다는 자주적 평등의 민족 사상을 국민들의 마음속에 심어 주었다.
왕조 사회의 쇠망을 예언하고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새 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상향을 제시하였으며, 당시 서양과 일본의 침략에 대한 ‘척양왜(斥洋倭)’의 자주적 저항 의식을 서민들의 마음속에 불어 넣었다. 그의 민본주의 사상은 그가 순교한 후 갖은 탄압과 박해 속에서도 나날이 번창해 동학농민혁명에서 3·1운동에 이르는 우리나라 근대 민족사의 정신적 주류가 되었다.
Namgok Lee
25 May 2019
·
오늘 거창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에 간다.
오강남 교수가 '일즉다 다즉일'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다.
엊그제 페북에도 올렸지만 종교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하는 새로운 종교운동이 범종교적으로 펼쳐지기를 바란다.
한국 같은 보기드문 다종교 국가에서 예수 ㆍ석가의 원형질이 살려지는 새 문명이 발흥하기를...
공자의 '부이호례' '빈이락'을 종교들이 앞에서 이끈다면, 21세기를 희망의 세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엊그제 고택인문학에서 보내준 팜플렛에서 이어령 선생의 말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나를 이끄는 것은 예수이지, 예수교가 아니다'
Namgok Lee
28 December 2013
·
요즘 일본 아베정부의 민족주의(우경화)가 동북아 나아가서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이것을 견제하고 반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참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세계시민의 연대와 각국에서의 약진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큰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이 청년이 출사표를 던지는 비전을 여러 장면들에서 짐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소개한다. 녹색당에 가까운 주장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정치세력으로서 현실성이나 의견들은 다를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방식을 권하고 싶다. 특히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藤井よしひろ糸島市政へ
YOUTUBE.COM
藤井よしひろ糸島市政へ
Namgok Lee
19 Decem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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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독서 일기
박 석의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2013)을 두 번 째 완독했다.(첫번 째는 빼놓고 읽은 것이 많았다)
완독한 기념으로 맨 마지막 부분을 소개한다.
===
“근래 대중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 등의 대중 예술에서 한류가 유행하고 있는데 오랜 세월 중국, 일본, 서양으로부터 문화를 수입하기만 했던 우리나라가 문화의 수출국이 된 것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나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우리가 지닌 역량의 아주 작은 일부가 겨우 드러난 것일 뿐이다. 우리가 제대로 우리 속에 감추어진 잠재적 역량을 일깨워서 그 힘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면 지금의 대중문화의 수준을 더욱 격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급예술, 학술, 철학 등에서도 충분히 세계적 수준의 문화를 창달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의 원류가 어디인가를 따지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문화는 서로 교류하고 발전하면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문화의 원류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영국의 문화와 프랑스 문화의 원류도 결국 모두 그리스로마문화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서양 문화의 원류인 그리스문화 또한 찬란하였던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그리스인들이 새롭게 창출해 낸 것이 아닌가?
또 하나, 문명의 중심지는 이동한다. 서양만 보더라도 그리스에서 로마로, 그리고 근대 초기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잠시 주도하다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그 뒤 독일이 뛰어들어 삼파전을 벌이다 1,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의 힘이 쇠하자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근대는 서양의 시대이므로 이들이 세계의 문명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근래에는 미국을 위시한 서양 문명 전체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태평양 너머의 동아시아가 새로운 부상지로 부각되고 있다.
19세기에 들어 서세동점이 한창일 때만 해도 과학기술력이나 문화의 힘에서 서양과 동아시아의 차이가 엄청났다. 그러나 이제 그 차이는 상당히 줄었고, 이미 오래 전에 역전된 분야도 많다. 최근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힘을 보건데 이 지역에서 미래의 인류 문명을 주도하는 새로운 문명이 창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오랜 강자 중국, 19세기 후반부터 부상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본,
그리고 20세기 말부터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
어느 나라에서 동서 문화가 융합된 더 큰 보편성을 지닌 새로운 문화가 나올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
각자 선의의 경쟁을 하며 노력할 일이다.“
===
눈 앞의 현실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집단마다 보이는 것이 다르고 판단이 다르다.
‘아전인수’의 자기중심성이 작동한다.
하물며 과거 역사에 대해서야 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역사가 흘러온 사실은 있다. 여러 거친 판단이나 왜곡도 있지만, 큰 흐름으로 역사와 문명을 읽다보면, 현재 자신들의 닫혀 있는 옹색한 시각을 해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 또한 박 석 교수의 시각으로 본 문명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문명사를 짧게 요약하는 능력은 위험성이 있음에도 그의 천재성에 도움 받는 것이 크다.
지금 집필하고 있는 책에 대해서 기다려지는 것도 그의 사상이 더욱 무르익는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박 석 교수의 끝말처럼 앞으로 문명의 중심이 이동할 곳의 중요한 후보지가 동아시아일지도 모르고, 그 중에서도 한국이 강력한 후보지가 될 것을 나도 기대하고 있다.
어디가 중심이 되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다중심(多中心) 더 나아가 중심이 따로 없는 인류 문화가 꽃피는 시절이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낙원’일지 모른다.
핵심은 인류사가 존속하여 인류의 자유와 행복을 더욱 확대하는 문명을 보편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그 선두에 한국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 땅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당연한 희망이라고 본다.
실제로 여러 여건들이 지금처럼 좋았던 적도 없다.
정치의 혼돈과 낙후성이 안타까운 것은 이런 희망이 크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두 권의 책 읽기가 끝날 무렵에 새 책이 선물로 왔다.
도법⸳ 신상환 대담집 ‘스님, 제 생각은 다릅니다’라는 책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근래에 들어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아픔이 나에게는 그다지 없다.
내가 무엇을 읽을까 생각할 때 때맞추어 선물이 온다.
이 책이 이제 새벽 독서 겸 명상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Namgok Lee
5 June 2016
·
어제 페북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인데, 그 가운데 무외시(無畏施)에 대한 설명에 눈이 간다.
<보시(布施)는 재시(財施)·법시(法施)·무외시(無畏施)의 세 종류로 나누어진다. 재시는 자비심으로서 다른 이에게 조건 없이 물건을 주는 것이고, 법시는 다른 사람에게 부처의 법을 말하여 선근(善根)을 자라게 하는 것이며, 무외시는 스스로 계를 지켜 남을 침해하지 않고 다른 이의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 주는 것이다.>
‘스스로 계(戒)를 지켜, 남을 침해하지 않고, 다른 이의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주는 것이다.’
여기서 ‘스스로’ ‘침해하지 않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주는 것’에 방점(傍點)을 찍고 읽으면 지계(持戒)가 금지나 터부를 나타내는 부자유의 세계가 아니라, 자유로운 의식으로의 진화하는 자발적 과정으로 읽힌다.
즉 ‘폭(幅)을 넓히는 것, 다른 존재(사람 뿐 아니라 자연도)를 침범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양보하고 싶어지는 사람’으로 되는 과정인 것이다.
지계(持戒)는 그런 의미의 기초 과정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면 현대인들의 자유도(自由度)에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부터 우리 마을 기철 군의 친구들이 휴가차 와서 머문다.
아침에 장작을 패는 청년을 만났다.
아마 돼지를 잡아 바비큐 요리를 할 모양이다.
어디서 왔냐니까, 거제에서 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거제 참 좋지요?’ 했더니, ‘말도 마세요. 아주 안 좋아요’라고 답한다.
나는 풍광을 물었는데, 그는 거제 사람들의 상황을 말한다.
조선(造船)의 붕괴로 전체 거제 사회가 엄청난 타격을 받는 것 같다.
울산, 영암 등지도 그렇다고 한다.
이 청년 말이 예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이 손을 뗀 것을 우리가 누리다가 중국 필리핀 등에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지금 누리고 있는 몇 분야도 머지 않아 그렇게 되리라는 것이다.
노동집약적인 분야는 결국 값싼 노동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결국 통일 밖에 길이 없어요’
경제 전문가도 아닌 이 청년과의 짧은 대화였다.
착잡하다.
값싼 노동력의 공급지로 북한을 보는 현실이 있다는 것과,
그 남북 간의 공동번영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진화’가 없는 통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생각 등...
요즘은 자꾸 졸린다.
아마 늙는 과정이겠지.ㅎㅎ
어제 운동량도 비 때문에 부족했으니, 오늘은 강천산이나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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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열
15 December 2022
·
2~3년전부터 준비한 책 두 권이 다음 주 함께 나옵니다. 둘 다 지역을 주제로 한 책이고요.
#지역의발명 이 지역 해체와 재구성, 시공간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과 사물들로 지역을 발명하는 내용이라면
문화기획자 신현길 대표와 공저한 #예술로지역활력 은 파상력(파괴적 상상력)을 갖은 예술가들과 함께 어떻게 새로운 지역을 디자인하는지를 경험하는 워크북(실용서)입니다.
지역의 발명에는 특별한 현장의 지혜를 나누는 인터뷰로 이남곡 선생님의 인문공동체, 유상용 선생님의 진강산공동체, 양흥모 이사장의 미호동넷제로공판장, Ryo Yamazaki #야마자키료 의 코로나 이후 일본 커뮤니티 디자인 사례도 소개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7020604
예술로지역활력은 2년전 창신동에서 청년 예술가 10명과 함께 지역을 주제로 작품을 창조한 10차례의 워크숍 사례를 따라가며 실행방법을 안내합니다.
🙏🏻 글을 쓴 배경과 내용 등의 책 포스팅은 오프라인 서점에 책이 준비되는 다음 주 말부터 한 권씩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다음 주 21일(수) 4시에 두 권의 책으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준비되었습니다.
어떻게든 해 넘기지 않고 책을 내도록 해주신 #착한책가게 와 #지천 그리고 #이트브릿지 에게 감사드립니다.
신청은 아래 링크를 따라가거나 제게 연락 주시면 됩니다.
https://forms.gle/4V3U6963rDQRWDC2A
Namgok Lee
31 December 2015
·
어제 밤 비행기로 후꾸오까에 왔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년말과 정초에 세 부자가 가족여행을 해 왔는데, 작년부터는 며느리까지 네 사람이 가족여행을 하고 있다.
올해는 온천이 유명한 이 지역으로 왔다.
밤에 비행기를 타보기는 처음이다.
나가사끼가 가깝다고 한다.
일본은 참으로 인연이 깊은 이웃이다.
특히 우리의 비극이 직접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에 그 원인이 있고, 최근 일본 우경화와 민족주의는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운명을 바꾼 일대 사변이다.
물론 그 이후의 일본 역사의 전개는 당시의 세계정세와 맞물려 바람직하지 못한 길로 갔고,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되었지만,
메이지 유신 자체는 엄청난 변혁임은 틀림 없다.
그 막후에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사카모도 료마라는 31살의 나이에 암살 당한 하급무사 출신의 경세가가 있다.
그가 활동한 무대가 나가사끼라고 해서 생각이 났다.
마침 며칠 전에 티브이에서 료마전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한국의 위성방송에 채널이 있다)
몇회째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암살되기 5달 전 이야기였던 것 같다.
두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여인(아마 박해 받는 크리스챤?)과의 대화다.
'모든 사람들이 웃는 세상을 위해 부탁합니다'
어떤 동지와의 대화다.
"당신이 지금처럼 대정봉환을 추진하면 살해될 것이다"
"목숨을 걸지 않고,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료마가 살아서 계속 활동했더라도 일본의 진로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아무 보장도 없다.
다만 요즈음 료마가 떠오르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운명 때문이다.
살해 당할 위험도 훨씬 줄어든 상황인데, 지금의 갈가리 흩어진 나라의 상황에서 료마 같은 기상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원대한 한국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새벽에 일어나 이런 저런 상념에 젖는다.
모처럼 가족 여행이니, 온천에서 잘 쉬고 가야겠다.
이런 여행이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세상에 한발 다가가는 새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Namgok Lee
7 May 2014
·
왕인박사 유적지를 다녀왔다.
한 ᆞ중ᆞ일 의 여러 사람들이 천자문을 쓴 것을 돌에 새겨놓았다. 한자 한자 누가 쓴 것인지 그 국적 ᆞ이름을 함께...
천자문을 백제가 일본에 전해주었다고 한다.
언젠가 동아시아의 문화교류가 한차원 높은 문명의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
Namgok Lee
2 January 2015
·
외국여행이라야 일본 ᆞ중국이지만,
가족과 같이 오니 좋다.
바람이 참 센 곳이다.
어디를 가나 동아시아 삼국 사람들로 붐빈다.
국가주의니 민족주의니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나면 얼마나 사이좋은 이웃들인가!
중국ᆞ일본ᆞ미국이 옛인연 새인연을 주장하고 있다.
어제는 미군기지 옆을 따라 한참을 해변도로를 달렸다.
평화, 자치, 친교 등이 저절로 생각나는 섬이다.
국가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전망들이 열려가길 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어느 바닷가에 머물어 살아도, 평화와 기쁨 따뜻한 인정속에 지낼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지 않는가?
너무 멀리 보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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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21 December 2017
·
몽고(징키스칸)의 기마병(騎馬兵) 10만이 유라시아를 휩쓸었다.
고려는 속국으로 되었다.
전국시대를 통해 잘 훈련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상비군 15만이 명(明)나라를 거쳐 인도까지 진출하려고 조선을 침략했다.
서세동점의 세계사적 착취의 시대에 조선은 망했다.
요즘도 우리는 강대국의 틈에 끼어 갖은 수모를 겪고 있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할 전쟁도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원인을 이 땅위에 사는 공동체가 제공하고 있다는 현실이 앞을 막막하게 한다.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의 존엄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아직도 패권이 지배하긴 하지만, 세계는 우리가 마음먹으면 우리가 나아갈 길을 막지 못할 정도는 진전했다고 본다.
21세기 제2기 르네상스(제1기 축의 시대 르네상스를 보편화)를 이 땅에서 이루고, 21세기 평화의 시대에 모든 이웃이 사이좋게 번영하는 모범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가 우리 안에 있음을 직시하자.
이제 안에서 찾자.
작은 이익들일랑 좀 내려놓자.
자기만 옳다는 근거 없는 아집독선에서 벗어나자.
우선 한국(南)에서 시작하자.
어느 정도 객관적 조건들은 갖춰졌다.
집단지성과 집단욕망의 방향을 바꾸는데 힘을 합쳐보자.
전쟁이나 착취로 먹고 사는 구조에서 세상이 벗어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보자.
그 어려운 속에서도 잃어본 적이 없는 선조들의 비원이다.
만국활계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
평화의 시대에 가능한 꿈이다. 21세기에 가능한 꿈이다!
Namgok Lee
7 Ma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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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안에 있는 국경선 평화학교에서 오전 논어연찬을 마치고 나오면서 차창으로 찍은 풍경, 저너머가 북한이다. 철원은 처음인데,옛날 궁예가 웅지를 펴려고 할 만한 땅인 것 같다.
논어연찬에 82세의 낸시 여사가 함께 참여하셨다. 정말 배우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자와 같은 항렬로 공순이라고 부르자고 한다.ㅎㅎㅎ
Peace maker를 양성하는 것이 이 학교의 목표라고 정기석 목사님이 말씀하신다.
특히 공자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아시아 그것도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로 되고 있는 한국, 조선,중국, 일본 등에서 peace maker 들이 대거 출현하는데, 논어의 재발견도 한 몫 할수 있으면 좋겠다.
Namgok Lee
1 March 2014
·
삼일절이다. 위대한 날이다. 비록 현실의 역사가 뒷받침해주지는 못했지만, 그 시대의 세계정세나 국내의 준비정도를 생각해 볼 때 대단히 뛰어난 세계사적 선언이었다.
가해자인 일본에 시대착오적인 정권이 들어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이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논어 자한편에 '삼군의 장수는 빼앗을 수 있지만,필부의 뜻은 빼앗을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얻는 것의 어려움을 잘 지적하고 있다. 필부 아베와 그 지지자들의 헛된 망상을 바꾸는 것은 지극히 어럽다.
방법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뿐이다.
그럴려면 삼일정신이 시대를 앞질러 선언한 평화와 공존의 보편정신을 우리가 실현해 가는 것이다.
'불인을 미워하고 불인에 반대하는 것은 쉽지만, 불인에 물들지 않기는 어렵다'는 말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아베를 비롯한 망상주의와 '같은 평면'에서 싸우다보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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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9 Augus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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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
9 Augus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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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샤오(李曉) 길림대 경제학과 교수가 졸업생들에게 한 '중국 자성론' 논지의 연설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그의 겸허한 자세와 식견, 통찰력에도 놀랐지만,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학자의 사명감과 열정에 더 감명받았다.
리샤오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을 분석하면서 중국의 과도한 오만이 불러온 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중국과 중국인들이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하느냐를 고민했지만,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의 현실을 더 걱정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엔 나누기만 있지, 전체를 생각하는 우국충정이 사라진 것 같다.
사고의 틀을 국내로만 한정해 정파나 이념이 다른 상대를 제압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우리 지성사회와 정치, 언론이 떠올랐다.
길림대의 한 교수가 이럴진대...우리는 이러고 있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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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리샤오 교수의 연설
친애하는 경제학원, 금융학원의 모든 졸업생 여러분, 존경하는 졸업생 부모님, 경제 학원의 여러 지도자 및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아마 평소와 달리 제가 오늘은 연설문 원고를 준비했다는 것을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성실히 오늘 연설을 준비했고,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수업이자 당부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는 ‘미중 무역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또 이 자리를 통해 ‘여러분의
미래 일과 생활에 대한 당부와 바람’, 이 세 가지 부분에 대해서 말하려 합니다.
1.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지난 3월부터 오늘까지 세계의 관심을 가장 많은 받은 일이라면 시리아, 북한도, 러시아 월드컵도 아닌 미중 관계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중 무역전은 우리가 가장 원치 않았던 일이자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도권이 우리 손 안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무역전에서 제가 주목하는 점은 무역 분야가 아니라 그로 인해 더 깊은 우려 및 위기감을 갖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우선 무역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무역전을 일으켰으니, 미국의 통계에 근거하여 몇몇 데이터들을 한 번 봤으면 합니다. 작년 중국의 대미 수입은 1,300억 달러입니다. 얼마 전 미국은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반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2,000억 달러 상당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이 반격할 경우, 다시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작정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간단한 산술 문제입니다. 이 2,000억 달러 두 번에 다시 500억 달러를 더하면 총 4,500억 달러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면 작년 중국의 대미 수출 약 5,0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정도가 남게 됩니다.
한편, 우리는 작년 대미 수입액 1,3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상당에 대해 관세를 매겼으므로, 800억 달러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추가로 2,000억 달러를 부과한다면 우리는 따라 갈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같은 액수로 반격한다면 대미 수입이 없어지고 마이너스 수입이 되는 것도 이론 및 실제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치욕적인 행위이지만, 미국 시장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너무 커서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글로벌 가치 사슬이 형성되고 발전되고 있으므로, 국가 간 분업 체계가 이미 산업 분업에서 상품 분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생산 프로세스의 전문화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한 국가가 무역에서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 및 실제 무역 수지 상황이 꼭 플러스 관계로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미중 양측의 통계 방식이 다릅니다. 만약 홍콩의 중계 무역 수치를 포함시키고 상품의 FOB 혹은 CIF 가격에 대한 양측 간 차이를 감안한다면,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미국 통계가 중국 통계보다 1,000억 달러 가량 더 많습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1985년 6억 달러에서 2017년 3,752억 달러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미국의 총 대중 무역 적자는 4조 7천억 달러에 이릅니다.
작년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미국 대외 무역 적자 중에서 거의 50%를 차지합니다. 다시 중국을 보면 대미 무역 흑자는 2010년 이후 8년 간 평균 78%가 넘고, 4년은 80%, 1년은 130%를 뛰어넘은 적도 있습니다.
이들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미 무역 흑자가 중국 경상 수지 흑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대미 무역 흑자가 없으면 중국의 경상 수지 흑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미국 제조업 및 핵심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중싱(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 中興)건'이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나타나는 후폭풍으로만 보더라도 십여 억 달러 벌금 문제 외에도 미국 의회는 중싱의 업무 중단을 유예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건을 이미 부결시켰습니다.
최종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미국인들의 규칙에 따라 중싱의 관리층 및 기업 관리 시스템과 운영 규칙이 조정되고 미국은 심지어 감독관을 중싱에 파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우리는 미국과의 거대한 기술 차이 및 미국 핵심 기술에 대한 심각한 의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 농산품에 대한 의존도도 비교적 심각합니다.
작년 중국의 대두 생산량은 1,400만t, 수입은 9,554만t입니다. 대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토지가 많이 필요한데, 평균 매년 1t 생산에 토지 8무(畝)가 필요합니다. 지금 수입하는 양을 중국에서 직접 생산하게 된다면 7.6억 무의 토지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농업 경지로 사용할 수 있는 땅 21억 무 중 1/3을 대두 재배에 투입할 수 있겠습니까? 답은 매우 명료합니다.
수입하지 않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더 높은 수준의 생활을 동경하게 되면서 식물 단백질이 없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들 단백질을 가공해 돼지, 소 등의 사료로 쓰고 목축업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수입하지 않으면 대두 및 그 부산물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이는 생활 필수품 가격이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브라질에서 수입하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 대두 생산의 상당 부분을 몇몇 미국 기업이 통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라질의 대두 생산, 운영, 판매까지 거의 모두 미국 회사에서 컨트롤합니다.
더욱 본질적인 것은 ‘달러 시스템'에 대한 의존입니다.
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이 원리를 분명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현재의 ‘달러 시스템'은 주로 세 가지 체제에 의해 운행됩니다.
1) 달러화 국제 유통 체제입니다.
중국, 일본, 독일 등의 ‘무역 국가'는 미국에 수출하여 달러를 벌어들인 후, 그 중 상당 부분을 또 다시 미국에 빌려줍니다.
달러는 세계 결제 화폐, 결산 화폐이자 주요 자본 시장의 교역 화폐로, 만약 미국이 달러를 빌리지 않고 자신들이 발행한 달러만으로 만족하여 적게 발행한다면 달러가 평가절하됩니다.
이는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달러 보유고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달러 평가절하는 위안화 평가절상을 의미하는데 이는 수출에 매우 불리합니다.
그러므로 무역 국가로서의 비극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수동적으로 달러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되도록 달러가 평가절하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즉, 세계 최대 채권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 화폐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는 상품 달러 유통 체제로 인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수동적 책임이자, 우리가 미국 국채, 회사채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석유 달러 체제입니다.
1971년 닉슨이 달러의 금 본위제를 폐지하자 달러는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해야 하는 최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발 빠르게 석유를 찾아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연합해 석유 달러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석유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러로 지불해야 하므로 달러를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달러와 금이 연계되지 않아도 계속해서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미국 대외 채무를 달러로 책정하는 체제입니다.
미국 80% 이상의 대외 채무는 직접 달러를 찍어내어 가격을 매길 수 있습니다.
미국 패권 혹은 달러 패권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 있는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인데, 이론 및 실제적으로 미국은 대외 채무를 달러를 발행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달러는 미국이 세계를 컨트롤하는 가장 주요한 도구이기에,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정부는 매우 신중하게 함부로 발행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은 이미 4차례 양적 완화를 하면서 시장에 대규모로 유동성을 공급하였습니다.
수업 중에도 얘기한 적 있는데 경제학을 배우거나 연구하는 이들이라면 ‘미국 몰락'을 쉽게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미국 몰락'의 중요한 지표는 미국의 대외 채무를 대부분 달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닌 유로화, 파운드, 엔화, 위안화로 계산할 때, 이 미국이라는 국가가 정말로 몰락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면 쉽게 미국 몰락을 얘기하지 말길 바랍니다. 바로 중국이 이 같은 달러 시스템 가운데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규모 달러 국채를 보유하게 되고 본원 통화를 발행할 때도 미국 달러 발행에 심각히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지난 10여 년 중국 M2(광의통화) 공급량은 거의 세계 1위였습니다. GDP 대비 M2 비중은 2.1배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0.9배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많은 화폐를 발행했는데 왜 모두들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우리의 본원 화폐 발행은 크게 외국환평형기금에 의하기 때문입니다. 즉, 중앙은행이 매각한 기업 및 회사의 수중에 있는 달러를 시장
환율로 환산해 다시 위안화를 발행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외국환평형기금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 80% 이상일 때도 있고, 현재는 약 60%입니다.
즉, 달러 보유고는 위안화를 발행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신용 기반으로, 이는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2) 더 중요한 원인인 부동산 가격 폭등입니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도 거의 대부분 부동산에 의해 가려집니다. 그러므로
무역전이 정말 일어난다면 그 뒤에는 화폐 금융 분야까지 퍼질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우리의 달러 보유고가 크게 줄어들면 위안화를 발행할 신용 기반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압니다. 또한 우리의 외화 획득 능력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중국은 전형적인 무역국가이며 위안화가 세계 화폐는 아닙니다. 화폐 신용을 달러와 같은 다른 화폐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국내 경제발전, 군 현대화 건설, 대국 외교, 일대일로 모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므로 외화 보유고 규모가 중국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최근 몇 년, 외화 성장 상황으로 보면, 2016년 투자 분야에서 외화 순수익은 마이너스 440억 달러가 넘습니다. 2017년 외화 통제를 강화해 겨우 130억 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올해 1~5월 투자 분야의 외화 수입은 50억 달러도 되지 못했습니다.
무역 분야의 데이터는 더더욱 참담합니다. 작년 상반기 무역 흑자는 540억 달러가 되지 않았으나, 올해 5월 적자는 250억 달러 가까이 됩니다.
6월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달 정도 좋아진다고 큰 틀에서 차이는 없습니다. 즉, 올 상반기 중국의 대외 무역 순적자 구도가 이미
정해졌다는 겁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외화 보유 상황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올해 5월까지 중국 순 외화 보유고는 즉, 외화 보유고에서 외화 부채를 뺀 규모는 약 1조 9천억 달러로 2013년 2조 9,600억 달러보다 30%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결정적 문제는 이 1조 9천억 달러도 모두 우리한테 돌아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국가통계국 데이터를 보면 올해 4월 말까지 일정 규모
이상 외자 기업(홍콩, 마카오, 대만 포함) 총 자산이 21조 6,800억 위안으로, 환율 6.45로 계산할 때 미 달러 자산이 약 1조5,500억 달러가 되는 겁니다.
즉, 1조 9,000억 외화보유고 중 80% 이상이 외자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수업에서도 말했지만 외자기업 투자로 만들어진 외화 보유고는 카지노의 칩과 같습니다.
무슨 개념이냐 하면 카지노에서 다양한 화폐로 칩을 바꾸면 게임을 하고 잃든 얻든 가지고 있는 칩을 다시 필요한 화폐로 바꾸어야 한다는
겁니다. 즉, 이런 투자의 소유권은 외자기업에게 돌아가고 외자기업은 언제든지 혹은 투자 기간이 끝나면 철수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 단계에서 미중 무역전이 일어나더라도 외자가 전부 유실되지는 않겠지만 30%만 유실되더라도 5,000억 달러가 없어지는 것이고 1조
9천억 달러에서 다시 5,000억 달러가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남겠습니까?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을 일으키려는 목적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무역 분야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제조 2025(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프로젝트)'도 영향을 받습니다. 무역전쟁이라는 방식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이 양보하게 하고 화폐 금융 분야에서 더 개방하도록 만들려는 것입니다.
미국은 진정한 금융국가입니다. 저는 십년 이상 줄곧 이 문제를 연구해왔습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키는 무역전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 러스트벨트(낙후된 북부·중서부 제조업 지대) 블루 컬러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함입니다.
지금까지 이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쁘지 않게 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경제 구조 변화, 즉, 점점 고도화된 금융화로 인해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 이익을 반드시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금융 자본의 목표는 세계 금융 시장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인데, 그 전제조건이 바로 세계 각국의 화폐 금융 시장 개방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은 미국에게 쉽게 이 부분을 개방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본이 완전히 개방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트럼프가 일으킨 대중국 무역 전쟁의 많은 핵심 목표 중에는 중국으로 하여금 화폐 금융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하게 만드는 것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더욱 중대한 국가 전략 이익은 바로 중국 굴기를 억제하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되고 트럼프 대통령 개인적 바람이라고 여겨서도 안 됩니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유명 학자 한 분이 미국에서 막 돌아온 자신의 친구가 미국 ‘미중 관계 위원회'에서 겪었던 경험이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이 위원회의 취지는 미중 우호 관계를 촉진하는 것인데,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이 모두 친절했지만 얼마 전에는 은근히 그를 피하는 느낌을 받아 ‘매카시즘'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현재 미국이 중국에 대해 느끼는 공포와 적대심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 무역 제재 이후 그의 지지도는 상승하여 40%에 가까이 올랐고 미국 공화당, 민주당 모두 이 문제에서는 정치적으로 크게 공감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당은 많이 갈등했지만 유독 중국 문제에서만은 의견을 크게 일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이 미중 충돌을 무역 범위에서 국한하며 무역 충돌로만 여기면서 다른 분야로 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합니다. 또 이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지고 중국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여기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추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혼자만의 바람이 일반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국가에 있어서 무역전쟁은 경제적으로 분명 둘 모두 손실을 입지만 대국에게는 훌륭한 패자가 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대국 간, 특히 ‘넘버1'과 ‘넘버2' 간 힘 싸움은 대개 경제 행위나 경제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국제 정치 행위로써
국가 이익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줍니다. 국제 정치 경쟁은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 sum game)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입니다.
경제학과 정치학의 논리는 매우 다릅니다. 주된 차이점은 경제학 연구는 적 1만을 희생하고 자신은 손해 8000이냐 6000을 보느냐의 문제로 되도록 8000 보다는 6000 정도의 손해를 입으려 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제한된 자원 속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반면 경제 행위와 달리 정치 논리는 내가 이기기만 한다면 얼마나 손실을 보느냐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둘의 논리 및 행위 규칙은
다릅니다.
방금, 여러분들이 부른 국가에 ‘중화 민족이 가장 위험한 때에 이르렀다'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현재 저는 가장 위험한 때라고는 감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중화민족이 새로운 위험의 때에 이르렀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에게 가장 큰 위기는 무역 충돌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패권국이 이미 공개적으로 중국을 주요 상대로 삼고 평화의 시기에 경제 전쟁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중국을 전면적으로 억제·공격하는 동시에 초강력 글로벌 군사력으로 중국을 점점 위협하고 주변 충돌 및 위기를 통해 우리의 평화 발전 과정을 간섭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은 약탈국'이라며 공개적으로 공격한 적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개인 기술, 타국의 자원을 침탈하는
국가라고 말입니다. 이런 공격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미중 충돌을 일종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지난 6월 11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2015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제정한 인터넷 망중립성 법안을 폐지했습니다. 인터넷 사유, 원천
기술, 기술 서비스는 모두 미국을 핵심으로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당시 자국 인터넷 운영 업체들 간의 공정 경쟁을 위해
그리고 세계 각국이 미국의 기술을 안심하고 사용하고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망중립성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게 없어졌습니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고지한 상황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사이트 방문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즉 인터넷을 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중국에 이런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의 은행, 교통, 상업, 우편 등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입니다.
최근 한 보도에 의하면 미국 사이버사령부가 이미 의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사이버 공격 및 미국 지재권을 침탈하는 행위에 대해 공격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고 합니다.
즉, 루트 서버를 폐쇄하여 사이트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전 세계13대 루트 서버 중, 주된 루트 서버 1대와 보조 루트 서버
9대가 미국에 있습니다. 나머지 3개는 스웨덴, 네덜란드, 일본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국이 지금 더 많이 더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최근 G7 정상회의 사진 한 장을 모두들 보았을 것입니다. ‘최후의 만찬'과 비슷한 장면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 총리을 포함한
나머지 정상들과 마주보며 대치하는 장면으로, 마치 원수를 대하는 모습 같습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G7이 ‘제로 관세, 제로 보조금, 제로 장벽'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는 G7 경제 통합화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고, 독일의 동의도 얻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마 독일이 이에 동의한 것은 표면적으로 시장 분담금 등 복잡한 요소 때문일 것이며, 다른 나라들도 미국과 의견이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시장 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7개 국가 간 경제 통합화가 분명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행위는 정세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WTO 글로벌 다자 무역 규칙을 폐기하기로 이미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이 규칙은 처음에 미국이 만들고 시행하던 것인데, 더 이상 이 규칙을 지키지 않고 새로운 더 높은 기준의 규칙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EU, 일본 및 기타 선진국들에 대한 무역 보호주의를 시행한다고 해서 이들 국가들이 중국과 같은 편에 서게 만들어 함께 미국을 보이콧하는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상 이들 국가들은 지재권 문제, 강제적 기술 이전, 기업 M&A 등과 관련 중국을 비난 공격하는 데 있어 미국과 다를 바 없고 입장이 완전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을 무역 분야에만 국한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본질적으로 국가 운명을 결정짓는 전쟁입니다. 또한 이 분쟁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무역 분쟁만 놓고 보면 1960년대에서 1980년대 말까지 미국과 일본이 무역 분쟁을 치렀고, 30년간 지속한 결과 일본 경제가 붕괴되어‘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되었습니다.
미중 간 충돌은 대국 간 힘 싸움으로써 최소 50년 심지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이 모든 것은 큰 역사적 게임의 시작일 뿐입니다.
2. 두 번째 문제인 ‘지금까지 미중 무역 분쟁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두 가지 교훈이 있습니다. 먼저 스스로 대단하다고 우쭐하는 정서입니다. 100년 동안 서방의 침략, 압박을 받아 온 우리에게는 대국이 되고자 하는 강력하고도 절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개혁개방 40년간 중국 경제가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국가적 자부심에 빠지고 우쭐대는 정서도 같이 따라왔습니다.
미중 무역전, 특히 중싱 사건은 우리와 미국 사이에 기술적 격차가 크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강력한 각성제입니다. 사실 우리는 많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외국과 차이가 아주 많이 납니다.
말레이시아 항공 MH370편 사건 이후에야 사람들은 롤스로이스 사가 자사 제품 엔진이 언제, 어떻게, 어떤 고도에서 운행되는지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한 부품 업체 대표가 말하기를 세계적으로 2~3개 회사의 자동차 인젝션 기술이 가장 좋지만, 중국 군용차의 노즐로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국산 노즐 품질이 좋지 않아도 직접 생산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 해외 업체에서 인젝션 기술을 통제하고 결정적인 시기에 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기술은 가장 핵심인 원천 기술 혁신, 원천 기술 진전 및 산업화(예, 칩), 인터넷 사유와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규모의 경제의 시장
개발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광군절(光棍節:중국 최대의 쇼핑축제)'의 경우, 알리바바이든 징동(京東) 그룹이든 모두 중국의 거대한 시장 경제 규모를
이용해 빠르게 확장한 것이지, 원천 혁신 사고나 원천 기술 진보 및 산업화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술과 산업화 기술, 그리고 중국의 거대한 시장 규모를 이용해 빠르게 발전한 것뿐입니다.
또한 이번 무역 분쟁은 지금까지의 중국 경제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우므로 경제 구조, 경제 운영 체제 등을 더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 해주었습니다.
과거 우리는 시장을 통해 기술을 얻고 자금을 통해 기술을 사고 인재를 발굴해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술 발전을 이루었으나, 앞으로 이러한 방식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중국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은 자주혁신만이 답입니다. 기술 분야의 혁신과 시스템 제도 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더 깊은 차원의 교훈을 얘기하면 이번 미중 무역전 발발을 다음 세 가지 부분에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중국은 미국에 대한 전체·종합·시스템적 연구를 소홀히 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부터 올 3월까지 무역 분쟁,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미국을 잘못 판단했습니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대국 간 힘 싸움 속에서 무역 경제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 외에 미국 정치 사회 문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드물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극히 비정상적입니다.
세계 제2 경제대국으로서 우리가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세계 제1 패권국에 대한 시스템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를 우리는 충분히 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에 대한 지속적이고 이성적인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로 오판을 하거나 심지어 나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다음 두 가지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① 감정이 이성보다 앞섰고 비이성적인 사고들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본질적으로 이는 전형적인 중국인들의 농경민족으로서의 근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농민과 상인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농민은 감성이 이성을 앞서고 상인은 이성이 감성을 이긴다는 것입니다.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남부지방 순시 및 담화)'와 1993년 사회주의 시장 경제가 확립되고부터 오늘까지 20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우리 중화민족이 농경민족에서 상업민족으로 된 과정이 20여 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때문에 농경민족으로서의 근성이 자연스럽게 아직도 매우 강해 이성적으로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감성적으로 세계를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과거 미국이 게리 로케(뤄자후이 骆家辉, 중국 화교)를 중국 대사로 파견하자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드디어 '중국인'을 파견했고, 미중 관계가 이로 인해 더 나아질 것이라며 좋아했습니다. 그는 중국계 화교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뤄자후이는 자신이 더더욱 미국인임을
증명해야 했고, 그래서 중국에 대한 태도 및 입장은 더욱 강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 시점과 향후 미중 관계에서 우리는 이 같은 민족 근성을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더욱 이성적으로 미국을 인지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합니다.
② 우리에게는 과거 다이톈추(戴季陶, 1891~1949, 국민당 우파 이론가) 선생의 ‘지식상의 의화단(권법으로 서양을 몰아내려던 운동)'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에서 ‘모든 대가를 치르더라도'라고 합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경제 글로벌 시대에 그리고 경제가 발전하고 개혁이 심화되는 이 시대에 ‘모든 대가를 치르고서'가 말이 됩니까? 설마 개혁개방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말입니까?
트럼프라는 개인에 대한 연구부족도 ‘지식상의 의화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永不放弃/Never give up)>라는
제목으로 2016년 4월 상하이에서 출간된 중국어 트럼프 자서전은 매우 얇은 책입니다. 저는 세 번 읽으면서 트럼프라는 사람이 보통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 미국 대통령을 인식하는 데에는 다음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납니다.
우선, 우리는 너무 그를 과소평가 한다는 겁니다. 물론 세계도 그를 얕보긴 합니다. 또한, 그가 너무 ‘이랬다저랬다'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가 그를 잘 모르는 것은 진지하게 그를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우선 튼튼히 기초를 세운 다음에 생각하고 세밀하게 설계합니다. 논리가 매우 뚜렷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빌딩은 기울어지고 팔 수 없으니까요.
비지니스맨으로서 그의 특징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 강할 때는 상대의 약점을 잘 파악하여 마지노선을 무너뜨려 위협하면서 목적을 이룹니다.
전력으로 상대를 공격할 때에는 돌연 부드럽게 변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도 합니다. 자서전에서 그는 몇 차례 벼랑 끝에 처했던 일들과 다양한 상대들과 싸웠던 경험들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트럼프가 잘 변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우리가 그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아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 문제인데, 그렇다면 ‘이번 충돌이 중국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느냐?' 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도전은 이론이나 실제로나 매우 크게 다가옵니다. 심지어 이러한 도전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다양한 이론들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또한 우리의 우수한 대책들에 대해서도 진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과거 40년 중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은 덩샤오핑 개혁개방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개방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미국 주도의 글로벌 시장 경제 시스템이 우리에게 들어오도록 한 것입니다. 혹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정치 경제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서 이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인들은 이 시스템으로 인해 자신들은 손해를 본 반면, 중국인들이 이익을 거두었다고 생각해 더 이상 우리와 함께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더 이상 ‘역글로벌화'는 없습니다. 글로벌화는 역행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글로벌화 과정에서 일어난 분열입니다. 글로벌화 분열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글로벌화와 관련한 세계 주요 대국들 간에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혹은 아예 인식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앞으로 미국이 자신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규칙 및 제도를 더 이상 우리와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앞으로 우리의 모든 경제 이론 및 연구에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더 두려운 도전은 사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번 분쟁이 장기적인 대국 충돌 과정으로 변한다면 우리는 냉정하게 우리와 미국의 거대한 차이를 인식하고 겸손히 미국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포퓰리즘의 反美로 가거나 심지어 ‘옥쇄 정신(玉碎: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으로 미국의 모든 것을 보이콧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겪어봤기에 저는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이러한 정치 경제 사상 등에서의 심각한 도전은 앞으로 중국 개혁개방 과정,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큰 문제입니다.
2) 미국의 경제 구조 변화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여 미국 사회 구조 변화 및 그 주류 이데올로기 변화에 대한 연구도 부족해 미국 정치
구조 변화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왜 중국을 겨냥하는 것일까요? 대중 무역 적자는 구실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서 미국이 분열된 게 아니라 미국 사회 분열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입니다.
미국 사회는 경제 구조 금융화로 인해 심각히 분열되었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해지고 중산층은 파산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의 러스트벨트 3개 주는 원래 모두 민주당과 힐러리를 지지하다가 마음이 변했고, 이것이 트럼프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취임 이후 트럼프는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공약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분열된 미국 사회를 어떻게 봉합하느냐 하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잘 해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매우 영리하게 중국이라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중국 위협'은 최근 몇 해 미국에서 나오는 주된 이슈이자 실질적으로 서방 선진국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인식이기도 합니다. 트럼프는 교묘하게 이를 이용해 ‘중국 문제' 혹은 ‘중국 위협'을 손 안의 카드로 삼았습니다.
그러므로 미국 경제 구조, 사회 구조, 정치 구조의 변화까지 깊이 연구해야 오판을 줄일 수 있습니다. 100년 전 자본주의 발전과 관련해 내린 마르크스의 결론이 시공간적 제한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원리는 정확합니다. 바로 생산력이 생산 관계를 결정하고 경제 기초가 상층 건축물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미국 경제 구조의 변화가 사회 구조의 변화를 결정하고 일정 정도 미국 정치 이익, 국가 핵심 이익의 변화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트럼프가 2년 혹은 6년 후 자리에서 내려오더라도 미국은 대통령 교체로 인해 전략적으로 중국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게 제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3) 미국이 세계를 통제하는 수단, 즉, 패권 방식, 시스템 등에 대한 연구 부족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공업화 국가의 시각으로 포스트 공업화 국가 미국을 인식합니다. 무역국가의 입장에서 금융국가 미국을 바라보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또 개발도상국이 제조업에서 이뤄낸 성취에 근거해 스스로 국제 지위를 매기는 일종의 환상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랜 기간 연구하여 내린 결론은 중국 굴기는 ‘달러 시스템 내의 지위 상승'이라는 겁니다. 이는 매우 냉정하고 이성적인 결론입니다.
위안화 국제화의 목표는 달러를 대체하기 위함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이에 반대합니다.
제 연구의 결론은 위안화의 국제화 목표는 달러를 대체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달러 시스템은 단기간 내에 대체될 수 없습니다. 위안화 국제화의 목표는 달러 시스템 내에서의 리스크와 비용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여기에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점은 일부 매체들이 매우 무책임하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게 협의의 민족주의 정서로 국민들을 선동한다는 겁니다.
40년 간 우리가 달러 시스템에 들어가 주된 수혜자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 시스템을 지탱하는 국가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 국채 대량 매수 등)
또한 이 시스템 속에서 리스크와 비용을 주로 감당하는 나라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논리입니다. 화와 복이 같이 온다는 말처럼
앞으로 우리들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즉, 트럼프의 비장의 무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그는 이미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이란,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 그리고 얼마 전 중국이 사들인 미국 국채를 동결해야 한다는 미국 의원들까지... 소문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시그널들은 양국 분쟁이 심화되면 실제로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찌 되었던 화폐 금융은 미국의 최후의 비장의 무기이자 승리의 열쇠로, 그들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도권은 어디에 있을까요? 국내에 있습니다.
개혁개방 40년 간 중국은 스미스 경제학 원리 속에서 시장 경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분업이 발휘하는 작용을 알게 되면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40년 후의 오늘날 우리는 결국 조지프 슘페터(오스트리아-헝가리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식의 혁신이 경제 사회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19차 보고 국가 최고지도자 발언 중, ‘혁신 국가 건설'이라는 웅대한 청사진의 의미가 매우 중요한 겁니다. 그렇다면 혁신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국가와 개인 두 가지 측면에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국가 측면에서 우리는 개혁해야 하고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체제와 제도를 없애야 합니다. 앞으로 여전히 과거 조상들의 4대 발명품에만 취해 있다면 분명 우리 후대에게 치욕이 됩니다. ‘조지프 니덤(영국의 박물학, 과학사회학 학자)의 난제(중국의 근대 과학은 왜
낙후되었는가)’를 더 생각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경제 글로벌화 시대의 국가 간 경쟁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20여 년 전 저는 제도 경쟁을 언급한 적 있습니다. 즉, 누구의 제도가 경제성장과 발전에 더 유리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혁신을 가로막는 제도를 개혁하여 더 포용적이고 자주 경영, 자주 선택, 자주 유동적인 현대 시장 경제 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3. 혁신과 관련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자리를 통해 졸업생 여러분 모두에 대한 제 바람을 얘기함으로써 당부로 삼고자 합니다. 6가지를 얘기하겠습니다.
첫째, 학습 능력을 기르고 유지하십시오.
입학식에서 매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에 왜 왔는냐?'는 겁니다. 2가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학습 능력을 습득하고 협력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학습 능력을 습득하고 협력하는 습관을 길러야 모든 일이 순조롭고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학습 능력은 지식과 기술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지식이 많을수록 점점 반동화된다는 말이
잘못됐다는 것을 압니다. 베이컨의 ‘지식이 힘이다'라는 말 역시 시대적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보가 폭발하는 오늘날 정보와 기술은 늘 지나간 길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일생동안 자신의 학습 능력을 계속해서 기르고 습득해야만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대학 교육의 취지입니다. 예일대학의 리처드 레빈 전 총장은 ‘예일대 졸업 이후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게 된다면 예일 교육의 실패다'라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학습 능력은 책을 읽는 데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세계를 보고 관찰하며 세계를 사고하고 맛보아야 길러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시야가 넓어지고 다양한 인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이 더 관용력이 있어집니다. 관용은 인류 최고의 지혜 가운데 하나로
인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둘째,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입니다.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없으면 혁신 사회도 없습니다.
<아바타>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저는 70이 넘은 카메룬 감독이 만든 이 영화를 본 뒤 ‘인류의 상상력에 기반하여 인류가 상상하는 세계를 만들었다'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카메룬 감독이 유년 시대의 생각과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70세에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기심과 상상력이 오늘날의 중국,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에게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유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정해진 답만 하고 살아왔습니다. 졸업식에서 원래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하지만, 저는 조금 엄숙하게 여러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앞으로의 생활에서 호기심과 상상력이 없다면 그 인생은 비극입니다. 호기심과 상상력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냅니다. 좋아하는 것이 없는 인생이라면 혹은 부모나 타인에 의해 좋아하는 것이 바뀌는 인생이라면 너무나 무서운 인생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 역시 무섭습니다. 그러므로 학습 능력에 독립적인 사고가 더해진다면 혁신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되는 겁니다.
셋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경제학은 자원이 부족한 조건 속에서 행위 주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계획 경제에서는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선택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조직이 이미 저를 대신해 선택했습니다. 농촌으로 하방(문화대혁명 후기에 도시의 청년들을 농촌과 산간벽지로 보낸 운동)가거나 아니면 공장에 가야 했습니다.
오늘날 여러분은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A나 B 혹은 C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고 리 혹은 자오 교수의 수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시장 경제에서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필요합니다. 시장 경제는 바로 무수한 선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입시 교육 시스템 속에서 모두들 얼마나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까? 대학 동기나 친구들이 전화가 와서 자녀 및
친척이 입시를 치르는데 어떤 전공이 좋은지 많이들 물어봅니다. 그러면 저는 그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지만 모르겠다는 답이 대부분입니다.
자리에 계신 부모님들이 아마 이런 상황을 더 잘 알 것입니다. 이는 매우 슬픈 일입니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면 많은 학생들이 제 눈을 잘 바라보지 못합니다. 눈은 커튼에 가 있고, 저를 보지 않습니다. 문제의식이 없으니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자연히 자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학습 능력을 갖춘 이들은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이런 이들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자연스럽게 혁신 능력도 매우 강해집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해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두들 이미 좋은 직업을 택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제 경험을 참고하는 게 지금도 늦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경제학은 비교 우위 발휘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선택을 할 때에는 자신의 비교 열세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자신의 단점과 부족함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무엇이 이성입니까? 이성은 바로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혹은 자신의 부족을 아는 겁니다.
이를 잘 이해하게 되면 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의 결함 및 부족함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는 되도록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부족함을 피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비교 우위인 것을 선택하게 되어 더 기뻐하고 관용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융 기관에 취업해 잘 하고 있는 친구를 보더라도, 학교 때 성적이 더 좋았던 내가 금융 기관에 가지 못했다는 비정상적인 심리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냉정하게 알면 친구가 분명 뛰어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으며, 다만 그가 뛰어난 부분에서 나는 부족할 뿐임을 알게 되는 건강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부족한 점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회피하지 마십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맹목적으로 따라하면 인생을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넷째, 심미(審美) 능력입니다.
세계 경제 지도를 펴보면 국가마다 비교 우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은 금융 서비스, 일본은 제조업 기술, 중국은 노동력,
유럽은 고대 귀족 문화에서 비롯된 심미를 수출합니다. 거의 모든 사치품들이 바로 이 유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심미는 역사가 쌓인 것으로 그 전제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가 연속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화제는 사실 매우 무겁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만 얘기해보려 합니다. 개인에게 있어 심미는 일종의 인품이자 수양입니다.
심미 능력이 낮은 민족은 소양과 품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수준도 문제가 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심미 능력은 기본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리에 계신 부모님들 모두 ‘문화 혁명' 이후 세대라는 겁니다.
오늘 졸업식에서 모두 가죽 구두, 넥타이,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니 매우 기쁩니다. 제가 자오 서기님께 졸업식 의상을 이렇게 하자고 요청드렸습니다. 왜입니까? 우리 캠퍼스를 보면 많은 남학생들이 털이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신고 다닙니다. 이런 모습으로 정중한
졸업식에 나타나겠습니까? 아름답다고 생각됩니까?
오늘날 세계의 어디를 가든 중국인을 알아보는 기준은 바로 옷과 행동입니다. 개인의 경우 주로 옷을 봅니다. 다른 아시아인들과 비교해
중국인들은 옷, 모자, 양말 등 어울리게 입지 못합니다. 멀리서도 바로 중국인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시아인 중에서 한국인들은 산뜻하고 아름답게 입고, 우아하고 잘 어우러지게 입으면 대부분 일본인입니다.
만약 단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듣고 있다면 일본인입니다. 한 사람이 말하는 데 절반은 듣고 절반은 떠들면 한국인입니다. 한 사람이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 각자 떠들면 거의 중국인입니다.
심미는 일종의 존엄입니다. 일종의 자아 존중이자 타인에 대한 존중입니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예의 없고 멋대로 옷을 입은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낮게 보고 타인도 존중하지 않는 겁니다.
더 큰 의미에서 심미는 세계의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아는 겁니다. 심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행위에는 절대 선을 넘어서거나 하지 말아야 할 기준선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도덕 수준이 다소 높아질 겁니다.
다섯째, 고난을 극복하는 능력입니다.
인생에 고난이 있는 것은 정상입니다. 행복은 일시적입니다. 헤밍웨이는 ‘용기는 우아하게 압박에 직면하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인생에서
우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자주 고뇌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동료들과 얘기하다가 너무 흥분할 때면 후에 스스로 반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아하게 압박을 대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압박 앞에서 우아할 수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당신이 정말로 어려움을 일상으로 대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여러분 미래의 인생, 직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행복감을 높여줄 겁니다.
마지막으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공허한 사명감이나 우리와는 너무 먼 신성한 인물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인생은 단계별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되도록 완벽히 이뤄내고 심지어 청교도들처럼 자신의 직업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일생이라면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장인 정신이란 본질적으로 이러한 직업에 대한 경외와 사명감에 대한 이해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장인 정신과 공리주의는 관련이 없습니다.
제가 더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오늘의 중국은 더 이상 국토를 잃고 가정이 파괴되는 민족 위기의 상황이 아니나 빠르게 굴기하는 과정 가운데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중화 굴기를 위해 책을 읽자'와 같은 구호는 더 이상 여러분들이 공부하고 학습해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오늘의 중국은 전례 없는 경제 글로벌화의 거대한 환경에 직면해 어떻게 혁신 국가를 만드냐 하는 중임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진정한 사람이 되어야, 즉, 학습 능력, 독립적인 사고 능력,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심미 능력,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사명감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만 행복한 일생을 누릴 수 있고,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진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중화민족에게도 진정 희망이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모두의 건강, 행복, 성공을 바랍니다. 그러나 건강과 행복이 더욱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Namgok Lee
2 Octob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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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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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끼
아침에 집 주위의 풀을 정리했다. 나에게는 겨울 맞이의 준비이기도 하다. 풀을 뽑다 보니까 푸른 이끼와 지렁이가 많이 발견되었다. 특히 푸른 이끼를 보니까 생각이 났다. 지난 번 일본 스즈까라는 곳에 들렸을 때 일본의 다도를 소개 받았는데, 그 때 다도를 진행한 여성분의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었다. 우리 일행 한 사람 한 사
Namgok Lee
19 Sept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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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 극성할 때, 우리의 선택은 십자가뿐입니다”
M.GOSCON.CO.KR
“악이 극성할 때, 우리의 선택은 십자가뿐입니다”
전 지구적 테러 위협, 전 세계 난민들의 아우성, 브렉시트와 국가주의 회귀 경향,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는 오늘날의 세계적 상황을 일컬어 “21세기적 혼돈”이라 했다. 21세기적 혼돈이 한반도 바깥의 이웃집 불구경은 아닌 듯싶다.(옥명...
Namgok Lee
18 Apri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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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강연] 하토야마 전 총리 “한일관계 향후 100년 이렇게 설계를”
KOR.THEASIAN.ASIA
[특별강연] 하토야마 전 총리 “한일관계 향후 100년 이렇게 설계를”
[아시아엔=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 ‘3.1독립운동’으로부터 100주년을 맞은 오늘날, 한일관계의 향후 새로운 100년을 논하는 것은 대단히 의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와 같은 논의의 장에 저를 초대해 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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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전 총리 특별강연 “한일관계 향후 100년 이렇게 설계를”
April 18, 2019 편집국 동북아, 메인슬라이드, 아시아
[아시아엔=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 ‘3.1독립운동’으로부터 100주년을 맞은 오늘날, 한일관계의 향후 새로운 100년을 논하는 것은 대단히 의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와 같은 논의의 장에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 몇년 남북관계가 어떻게 나아갈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00년 앞을 내다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만, 과거의 연장선상이 아닌, 한일관계의 비전에 기대를 담아 생각하는 일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일관계의 향후 100년을 이야기하려면 역시 우선은 과거 100년을 매듭짓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식전에서 “역사를 다시 세우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과제이며, 친일잔재의 청산이 과제다”라고 발언하는 한편, “이웃나라의 외교에서 갈등요인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친일청산도 외교도 미래지향적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언하여 “힘을 합하여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했을 때, 비로소 한국과 일본은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벗이 된다”고도 호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이란 최근 이슈가 된 조선인 징용공과 일본군 ‘위안부’ 분들을 상정한 발언이었을 테지만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요. 한일 간의 외교마찰이 심화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싶다는 마음을 문 대통령의 연설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훌륭한 연설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설에 대해 일본정부측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향후 한일관계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100년 전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였습니다. 개항을 한 일본은 구미열강에 질 수 없다며, 뒤늦게나마 해외로 나가 오키나와, 타이완 등과 함께 한반도를 식민지화 했습니다. 일련의 행동은 ‘대일본주의’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탈아입구’(脫亞入歐)의 사상에 자극받아 식산흥업, 부국강병의 기치 아래 크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식민지 쟁탈전에 참가한 것입니다. 결과는 만주사변에서 태평양전쟁으로 전선이 확대하여 역사적인 참패를 맛보게 됩니다. 문제는 일본이 ‘대일본주의’에 의해 일련의 행동을 일으킨 사실에 대한 일본 스스로의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도쿄재판의 결과를 수용했습니다만, 이는 연합국측이 시행한 재판입니다. 그러므로 식민지화와 전쟁에 의해 고통과 비극을 경험한 분들에 대한 진심을 담은 사죄는 이루어진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일본주의’를 수행한 건 일본정부였습니다만 그 당시 최고책임자는 ‘천황’입니다. 이런 의미로는 지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는 ‘천황’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은 최고책임자가 사죄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 것이며, 한국측으로서는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었을 겁니다. 단,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천황’을 숭상하며 현 헌법체제 하의 ‘천황’은 국정에 관해 권한이 없는 상징적 존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대다수의 일본국민이 “문희상 국회의장은 왜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까” 하며 생각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천황’은 사죄한 적이 없는 것일까요. 현재 아키히토 ‘천황’은 이번 5월에 퇴위할 예정입니다. 아키히토 ‘천황’은 1990년 5월, 한국의 노태우 대통령이 방일했을 당시, 궁중 만찬회를 열어 “한반도와 일본의 오래 되고 풍요로운 교류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쇼와 ‘천황’이 ‘금세기의 어느 시기에 한일 양국 간에 불행한 과거가 있었음은 대단히 유감이며, 두번 다시 되풀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사실이 떠오릅니다. 일본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한 시기에 한국의 여러분들이 경험한 고통을 생각하여 저는 통한의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라며, 사죄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 후 이듬해 탄생일 때에는 ‘천황’이 직접 “간무천황의 생모는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로부터 한국과의 유대감을 느끼는 바입니다”라며, 본래의 상식으로는 금기시 되어온 발언을 한 적 있습니다. 아키히토 ‘천황’이 자신의 출생 계보에 관한 사정까지 언급하는 것은 ‘천황’이 한일관계에 대해 대단히 염려하여 풍요로운 교류가 일어나던 과거의 한일관계로 돌이키고자 하는 의사가 드러난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또한, 1994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을 초대하여 궁중만찬을 열었을 때 ‘천황’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은 일본에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입니다. 사람들의 교류는 역사가 기록되기 훨씬 이전부터 있던 일입니다. 또한 한반도의 선조들로부터 다양한 문물이 저희 일본에 전수되어 저희 선조들은 한반도의 선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양국의 길고 밀접한 교류역사의 일부에는 일본이 한반도에 계신 분들에게 다대한 고통을 초래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번, 이 점에 대해 제 비통한 심정을 표현했습니다만, 지금도 변치 않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전후, 일본 국민은 과거 역사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 서서 한국의 여러분들과 흔들리지 않는 신뢰와 우정을 쌓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천황’이 가장 이른 시기에, 가장 진지하게, 가장 명확하게 한국의 여러분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저는 한국 여러분들에 대한 ‘천황’의 마음을 일본정부, 그리고 일본국민들이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한국의 여러분들이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총리 재직 중,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천황’의 방한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이 취지를 ‘천황’께 전한 바 있습니다. 아쉽게도 ‘천황’의 방한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만, 2019년 5월에 즉위할 새로운 ‘천황’이 한국 여러분들의 환영 속에서 방한하는 기회가 생길 것을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이는 간단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만약 이런 기회가 생겨 새로운 ‘천황’이 아키히토 ‘천황’과 같은 마음으로 한국 여러분들과 마주했을 때 한일관계는 크게 한 발 나아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매듭을 짓는다는 의미에서 ‘천황’보다도 국민의 의사로서 일본정부가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1995년, 전후 50주년의 기념식 자리에서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되었습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우선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 전해 나가야만 한다”고 발언하여 평화의 고귀함과 감사함을 잊기 쉬운 상황에 큰 자극을 주었습니다. 또한, “우리 일본은 멀지 않은 과거에 국책을 오판하여 전쟁의 길을 선택해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고, 식민지 지배라는 침략을 통해 많은 나라들, 이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인민들에 대해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초래했습니다. 나는 미래에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 들여 이곳에서 재차 통절한 반성의 마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진심으로 사과의 마음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또한 이 역사가 초래한 내외의 모든 희생자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바칩니다”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아시아의 인민들을 고통에 빠뜨린 사실에 대해 명확하게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또한 깊은 반성을 전제로 독선적 내셔널리즘을 배제하고 평화이념과 민주주의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면서 말을 맺었습니다. ‘천황’의 마음을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일본이 마땅히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즈음 일본은 이미 그 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경제적 불황에 접어듭니다. 일본은 패전 후, 반성하는 태도로 평화헌법을 제정하여 국권발동으로서의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원히 방기했습니다. 또한 육해공군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헌법 9조에서 맹세했습니다. 이 결과로 일본은 경제 중심의 발전을 이룩해 기적적으로 전후의 복구부흥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잇는 제2 경제대국의 자리까지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경제가 버블을 일으켰고 적절한 대응에 실패하여 그 후 장기적 경제불황 시대가 이어집니다. 일본국민은 자신감을 상실했습니다. 그 사이 중국 등을 필두로 주변국은 급속하게 경제발전을 일구어 왔기 때문에 일본국민은 중국과 한국의 여러분들에 대해 관용적 마음을 갈수록 상실해 가고 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배경이 일본인의 일부에 혐한, 혐중 감정을 증폭시킨 것입니다. 독선적이고 편협한 내셔널리즘이 확산될 빌미가 생긴 것이지요.
일본국민의 불만은 한 때 산업계-정치계-관료계의 유착체질로 물든 자민당 정권을 향해 2009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여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하토야마 정권이 탄생하였고, 이 하토야마 정권은 일본의 외교 중심을 대미 의존형에서 미일안보를 기본으로 삼으면서도 보다 아시아 지역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정하고자, 한일, 중일관계는 동시에 개선되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자민당의 아베 정권으로 체제가 돌아와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재검토하는 의향을 표명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고노 담화를 검증하겠다고 발언한 사실, 또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등으로 한일관계는 정상회담이 오랫동안 보류되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습니다.
그 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일어나지 않게 되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한일 정부 간의 합의에 도달하는 등 일시적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빠져나온 것으로 보입니다만 최근엔 징용공 문제와 해군의 레이더 조사 문제가 발생하여 한일관계는 대단히 비정상적 상태에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2015년에 미국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한일 외무장관급 회담 결과,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이 합의를 읽은 순간, 이것으로 최종적 결착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합의에 의해 총리의 사죄와 일본정부의 10억엔 출자가 결정되었지만, 이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고 못 박은 점은 일본이 고압적인 태도로 두번 다시 사죄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 한국분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고 염려했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 염려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때 저는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다음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들은 아직까지 한국으로부터 지난 전쟁 당시의 ‘위안부’ 제도에 대해 엄중히 비판받으며 사죄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한일기본조약에서 법적으로는 해결되었다거나, 한국에는 충분히 경제적 보상을 수행했으니 언제까지나 같은 문제를 가지고 들먹이지 말라는 식으로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전쟁의 피해에 대해 패전국이 짊어지는 것은 사실상 ‘무한책임’입니다. 정해진 배상금을 지불하였으니 책임은 이걸로 수행했다는 것을 패전국측은 말할 수 없습니다. 승전국이나 구식민지로부터 ‘이만 했으면 더 이상 책임은 묻지 않을게’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책임은 계속 짊어지고 가야만 합니다” 저는 이 생각이 올바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마음을 일본의 위정자들이 가질 때 비로소 ‘위안부’ 문제는 해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징용공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의 대법원이 배상을 명한 판결이 나왔습니다만, 이에 대해 고노 외무상 등이 비난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당초 1991년 당시 야나이 조약국장이 “개인 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 의미에서 소멸시킨 것은 아니다”고 답변한 바 있으며, 이는 즉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한일 양 정부가 징용공 피해자 분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냉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레이더 조사문제는 작년 말 바다 위에서 한국 해군의 구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에 대해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한 사실에 대해 일본정부와 많은 일본국민이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며 항의한 부분에서 시작된 논쟁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이 한국의 함정은 조난된 북한의 어선을 한창 구조하던 중이었으며, 한국군에게 자위대기를 공격할 의도가 있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다모가미 전 항공막료장에 따르면 최근 화기관제 레이더는 상시 모든 주위에 전파를 발출하고 있으므로 주변에 있는 항공기 등에는 전파 조사가 일어나버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위험하다고 소란을 피울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냉정한 태도로 과한 부분이 있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끝낼 일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냉정함을 상실케 하여 호전적인 분위기로 단번에 기울어지는 일본의 여론에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지금만큼 한일관계에 있어서 미래를 바라보며 냉정함이 요구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역사적으로 이웃으로서 서로가 다양한 은혜와 영향을 주고받았고 앞으로도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웃끼리 서로 증오하면 서로 나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반대로 이웃끼리 서로 사랑하면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것입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더욱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저희 조부 이치로는 1954년에 총리직에 취임해 1956년에 일소수교를 달성하신 후 사퇴하셨습니다. 조부는 전후 얼마 지나지 않아 총리가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조각 직전에 추방처분 되었습니다. 추방되어 유유자적하며 하루하루 보내는 중에 코우덴호페칼레르기 백작의 저서 <전체주의국가 대 인간>이란 책을 읽고 크게 감동받아 그의 ‘우애’ 이념에 공명하여 그 저서를 <자유와 인생>이란 이름의 책으로 번역하셨습니다. 그 후 정계에 복귀한 조부 이치로는 우애를 ‘상호존중’, ‘상호이해’, ‘상호부조’라고 설파하며 우애사회의 실현에 힘을 쏟았습니다.
모친이 일본인인 오스트리아인 코우덴호페칼레르기 백작은 자유와 평등의 징검다리로서 ‘우애’의 소중함을 역설했습니다. 20세기 초두, 히틀러와 스탈린 2개의 전체주의에 지배되던 유럽에서 전체주의와 싸우는 사상으로서 ‘우애’를 제창한 것입니다. 그는 우애이념에 근거해 범유럽주의를 제창하였고 그것은 2차세계대전 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탄생시키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때까지 서로 증오하던 독일과 프랑스는 석탄과 철강 공동관리를 비롯한 협력을 거듭했습니다. 나아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주변국가들에 대해서도 경제를 중심으로 한 협력관계가 심화하여, 우여곡절 끝에 이 노력이 오늘날의 EU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가 재차 전쟁을 할 거란 건 아무도 상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럽이 사실상 ‘부전공동체’(不戰共同體)가 된 것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애는 결코 과거의 이념이 아니라 오늘날 세계정치의 장에서야말로 가장 중요한 이념이란 것입니다. 우애란 자기존엄의 존중과 함께 타인의 존엄도 동등히 존중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타인의 자유에 대해 존중하여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개성을 살리며 돕는 일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우애는 ‘자립’과 ‘공생’으로 인수분해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자립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엄이 존중받게 됩니다. 그러나 자기 혼자 살아갈 수는 없으니 타인과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점을 이해하고 함께 기뻐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겁니다. 이는 의존과 서로 기대기가 아닌, 공생입니다. 공생 없는 자립도 자립 없는 공생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애는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도 성립하는 이념입니다. 근대국가는 한 나라만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타국과의 다양한 협력과 영향 속에서 존재합니다. 국가로서 어떻게 자립을 도모하면서 타국과 공생하는지, 국가운영에 대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로 말씀드리면 저는 현재 일본은 미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으며 보다 중심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이동하는 것이 우애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애이념을 더욱 넓게 이해한다면 인간과 자연 간에도 성립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자립하며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지는 인류에게 가장 큰 주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글로벌리즘이 기능하지 않고 내셔널리즘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 저희들은 무엇을 해야만 할까요. 저는 편협한 내셔널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애이념에 근거한 지역적 기관을 창설하여 구성하는 나라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장을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지역적 이념에 근거해 공동체를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공동체 안에는 결코 무력을 사용하는 일 없이 다양한 분쟁은 철저히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무력행사는 결코 분쟁의 본질적 해결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우애이념에 근거하여 동아시아가 부전공동체가 되는 것을 꿈꾸며 ‘동아시아 공동체’를 창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ASEAN 10개국은 경제를 중심으로 통합되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는 운명공동체이자 2020년까지 동아시아 공동체를 창설하고자 한다”고도 발언한 바 있습니다. ASEAN 10개국에 한중일 3개국이 더해지면 동아시아 공동체의 핵심이 형성됩니다. 중국은 그 의사를 이미 표명하고 있으니 나머지는 일본과 한국의 태도입니다. 저는 일본이야말로 그 선두에 서서 첨병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다름 아닌 일본이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사람들에 대해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초래한 이후 74년이 경과한 지금도 아직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졌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전후 70년이 되는 해, 일본이 역사를 마주하며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의해 고통받은 사람들과 나라에 대해 확실히 사죄와 보상을 수행했더라면 동아시아가 공동체를 향해 크게 한 발을 내딛었을 것입니다.
저는 총리재임 중에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상하는 일의 중요성을 호소해 왔습니다. 그리고 한중일 3국협력 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재개되어 한중일의 협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될 것을 바라는 바입니다.
현재 한반도가 평화를 위해 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수 차례 열려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도 하노이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담은 결렬되어 그것이 실패였다든지 하는 부정적인 논조가 눈에 띱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완전히 중단하고 미국이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하여 북미 간의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것이 한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이 아닌 겁니다.
양자가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낼지, 오히려 이번 회담에서 그 모습이 희미하면서도 비쳐진 것으로, 좋았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을 향후에도 지속하는 것으로 그 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이 없고, 미국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일은 없어야겠지요. 북미관계가 질적으로 개선되어 한반도는 위기적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이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중국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움직임을 지지하는 자세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일본은 한반도의 남북분단에 커다란 책임을 갖는 나라입니다.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을 전면적으로 지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나타내야 할 것입니다. 100년 후를 생각하면 한반도는 어떤 형태가 되어 있든, 하나의 나라가 되어 있을테니까요.
수년 전까지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 중에 어떻게 북한을 포함시킬지는 결코 쉬운 논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북관계가 급진전하여 북한을 그 공동체에 넣어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저는 동아시아 공동체 의회를 설치해 거기서 경제, 무역뿐만 아니라 환경, 에너지, 교육, 문화 그리고 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논의를 시행하는 장이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키나와와 제주도가 그런 회의가 개최되는 지역으로 참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과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세계의 2대 대국 중 하나가 된 중국이 경제적·정치적으로 동아시아 국가와 평화적으로 발전해 가도록 하고 북한도 경제적·정치적으로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가로 발전해 가도록, 그 리드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성숙한 국가가 되어 있는 일본과 한국의 커다란 존재의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발상에 공감해 주시는 여러분들이 함께 일어나 동아시아를 평화롭게 매력있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전진시켜 실현하기 위해, 일본·한국·중국이 중심이 되어 국가를 넘은 국제적인 파티를 만들지 않겠습니까? 이를 제안하며 저의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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