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전자책] 다모와 검녀 - (조선의 다섯 여인이 남긴 다섯 빛깔의 삶)
[eBook] 다모와 검녀 - (조선의 다섯 여인이 남긴 다섯 빛깔의 삶) - 조선의 다섯 여인이 남긴 다섯 빛깔의 삶 | 샘깊은 오늘고전 14
안석경,송지양 (원작),고영 (글),이희평,이원명 (원작),성민화 (그림)알마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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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모와 검녀 - (조선의 다섯 여인이 남긴 다섯 빛깔의 삶)
선택한 도서 총 1권 / 구매가 6,000원
종이책 페이지수 : 116쪽
책소개
샘깊은 오늘고전 시리즈 14권.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18~19세기 조선의 한문 작품 다섯 편을 오늘의 한국어로 다듬어 엮은 책이다. 이 책을 다듬어 쓴 고영은 고전문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작품들 중에서 혼자 읽기 아까운, 조선 여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다섯 편을 골라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어썼다.
범죄 수사에 나선 한성부 다모 김조이의 이야기를 다룬 「다모」, 춤추듯 칼을 휘둘러 원수의 목을 벤 여인의 삶을 그린 「검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무딘 식칼을 휘두른 길녀의 삶을 이야기한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 가짜 장례식을 치르고서야 재혼을 할 수 있었던 여인의 슬프디슬픈 사연을 풀어낸 「몰래한 재혼」등이 그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근세 이전의 사회가 여성에게 가한 폭압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은 여기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18~19세기 조선 여성들이 어떻게 관습과 마찰을 일으키며 주체적 삶과 자유를 획득해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글을 열며∥다모∥검녀∥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몰래한 재혼∥귀부인의 유언∥해설
책속에서
P. 24 「다모」
하루는 한성부의 아전과 군졸들이 남촌으로 밀주 단속을 나갔다.
남산 아래 한 동네의 외진 데에 몸을 숨긴 일행은 다모 김조이를 급히 불렀다. 그러고는 나무를 질러 만든 다리 주변의 몇몇 집을 가리키며 임무를 맡겼다.
“이쪽 집은 다 양반네인데, 큰일이네…. 우리 같은 아전, 군졸들이 양반네에 바로 들어갈 수도 없고…. 다모야, 일단 네가 집 깊숙이 들어가라. 몰래 빚은 술이 있는지 찾아보고, 술을 찾으면 신호를 보내! 그럼 우리가 바로 쳐들어갈 테니.”
다모는 까치걸음으로 들어가 이 집 저 집을 깊숙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얼마 뒤, 한 집에 과연 항아리 하나가 있는데, 거기에는 석 되들이나 될까, 뽕나무 잎이 떨어지는 늦가을쯤 담근 듯한 술이 들어 있었다. 접기
P. 30~31 포상금을 받기 위해 아전에게 밀주를 고발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쯤에서 일을 마치고 한성부로 돌아오는 아전을 기다리곤 했다. 다모의 눈에는 대번에 그 젊은이가 들어왔다. 젊은이를 주의해 살펴보니 그 생김새가 아까 주인 할미가 일러준 그대로였다. 뭔가를 결심한 듯한 다모는 젊은이에게 다가갔다. 다가가서는 팔을 휘둘러 젊은이의 뺨을 휘갈겼다. 욕설도 퍼붓고 침도 뱉었다.
“니가 양반이냐? 양반이 병든 형님을 위해 술을 빚은 형수를 고자질하겠다고? 고자질해서 포상금을 받아먹겠다고?”
갑작스런 소동에 행인들이 크게 놀랐다. 십자가의 온 행인들은 다모와 젊은이를 담처럼 에워싸고 그들이 다투는 모습을 구경했다. 다모와 함께 나갔다 돌아오던 군졸들은 군졸들대로 화가 났다.
“다모 네가 주인 할미의 꼬드김에 넘어갔구나! 우리를 속이고 범죄를 숨기고, 도리어 고발한 사람에게 욕질을 하고 행패를 부려?”
군졸들은 다모를 상관에게 끌고 갔다. 이들의 상관인 종6품 벼슬아치 한성부 주부가 다모에게 사실을 확인하니, 다모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파악한 상관이 짐짓 화가 난 체하며 말했다.
“범죄를 숨기려 하다니 용서하기 어렵다! 태형笞刑매질을 하는 형벌. 법률에 따른 정식 형벌이다 스무 대에 처한다!”
이윽고 유시酉時오후 5시에서 7시 사이가 되어 관청이 일과를 마칠 즈음, 다모에게 태형을 내린 한성부 주부가 조용히 다모를 불렀다. 주부는 돈 열 꿰미를 주면서 말했다.
“너는 밀주 범죄자를 숨겨 주었다. 법을 집행하는 벼슬아치가 너를 용서하고 만다면 법이 제대로 설 수 없다. 내가 내린 태형의 뜻을 알겠느냐. 그렇지만 네게는 의로운 데가 있구나. 의로운 데만큼은 칭찬 받을 만하다. 이 돈은 그 상이다. 받아라.” 접기
P. 42~43 「검녀」
하루는 한 여자가 소응천을 찾아왔다. 소응천은 웬 여자가 찾아왔기에 놀랐으나, 찾아온 여자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선생님의 큰 명성을 들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비록 신분이 보잘것없는 미천한 몸이지만 가까이서 모시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소응천이 더욱 놀라 대꾸했다.
“너는 지금 아직 시집가지 않은 처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아낙네의 모습으로 바꾸지도 않고, 사내를 찾아와 버젓이 한다는 말이 스스로 한 사내를 모시겠다니…. 너는 도대체 남의 집 종이냐? 아니면 몸을 파는 여자냐?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다른 남자와 혼인하고서도 짐짓 처녀 행세를 하며 사기를 치고 다니는 여자냐?”
여자는 이번에도 담담히 말을 받았다.
“예, 저는 남의 집 종이었습니다. 한데 주인집이 망해 주인집 사람도, 그 집의 종도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주인집이 그렇게 망했으니 제게는 돌아갈 데가 없습니다. 비록 이런 신세지만 마음속으로 원하는 한 가지가 있기에, 그저 그런 평범한 남자를 남편으로 떠받들다 일생을 마칠 생각은 없습니다.” 접기
P. 49~50 저는 보검 한 쌍을 팔아 500냥 남짓을 마련해 바로 아씨를 장사지냈습니다. 나머지 돈으로는 논밭을 사서 주인집과 아씨의 제사가 끊어지지 않고 받들 수 있도록 했지요. 그러고도 저는 남자 옷을 벗지 않았습니다. 남장을 한 채로 3년을 더 떠돌아다녔답니다.
그런 끝에 이름 높은 선비로 선생님만 한 분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스스로 제 몸을 낮추어 선생님을 모시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휴, 가만히 선생님이 잘한다고 하는 바를 보니… 그 잘하는 바라는 것이 글 쓰는 데서의 잔재주와 천문, 역술, 형법, 산수, 사주, 점보기, 부적 만들기, 도참圖讖 따위의 하찮은 잡술뿐입니다.
이는 마음을 닦고 몸을 지키는 큰 처방과 세상을 다스려 후세에 모범을 보이는 큰 도리에 까마득히 못 미칩니다. 빼어난 선비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닙니까? 실제보다 지나친 이름을 얻은 사람은 비록 태평한 시대에 산다고 해도 화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라면 어떨까요? 이제부터 조심하신다 해도 선생님께서는 화를 당하지 않고 일생을 보내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바라는 게 있습니다, 선생님! 지금부터라도 깊은 산속을 벗어나 남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전주 같은 큰 도회지로 나가십시오. 그런 데서 모나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사십시오. 아전이나 구실아치의 자제들을 가르치시면 입을 옷과 먹을 밥은 나올 테고, 분수에 맞지 않는 희망을 품지 않는다면 세상의 화는 면할 수 있을 테지요. 접기
P. 63~64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
혼인을 마치고 몇 달이 지나 신명희는 곧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고향 인천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고향에 가 보니 이 일 저 일에 발목을 잡히곤 했다. 신명희는 바로 영변에 들러 길녀를 데려가지 못했다. 그런 사이에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갔다. 어느덧 길녀의 친척들은 영변과 인천 사이가 멀기도 하고, 신명희가 다른 마음을 먹어 이 혼인이 어긋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한번 그런 의심이 들자, 친척들은 길녀를 고을의 부자나 권세 있는 남자에게 억지로 다시 시집보낼 궁리를 하게 되었다. 이럴 때의 억지 혼인이란 거의 신부를 팔아먹는 일과 다름없었다. 길녀도 이 낌새를 알아챘다. 그래서 몸가짐을 더욱 조심하게 되었다.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
길녀가 사는 데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바로 평안도 운산이었다. 운산에는 길녀의 당숙堂叔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그때 운산에는 무관 출신의 젊은 원님이 부임해 있었는데 원님은 첩이라도 하나 들일까 싶어 읍내 소식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길녀의 당숙은 이때다 싶었다. 운산 관청을 들락거리며 길녀를 운산 원님에게 팔아먹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어느새 억지 혼인을 할 날짜까지 잡아놓은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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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안석경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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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학자입니다. 과거제도의 모순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과거에 세 번 응시했고, 세 번 모두 낙방했습니다. 과거 응시를 포기한 뒤에는 산림에 묻혀 살았습니다. 저서로《삽교집》《삽교만록》이 있습니다.
최근작 : <삽교집 1> … 총 6종 (모두보기)
송지양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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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문신입니다. 성균관대사성, 이조참판 등 여러 벼슬을 했습니다. 저서로는《낭산문고朗山文稿》가 있습니다.
고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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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고전문학 작품을 번역하던 중, 밥 한 끼 짓고 먹기 위해 사람들이 해온 행동에 대해 무지함을 깨달았다. 이후 먹을거리와 연료의 획득에서 조리 기술에 이르는 음식의 실제에 파고들게 되었다. 해온 공부를 바탕으로 대중매체에 음식에 관한 글을 쓰는 한편 음식 관련한 대중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펴낸 책으로 〈다모와 검녀〉 〈샛별 같은 눈을 감고 치마폭을 무릅쓰고 심청전〉 〈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 장화홍련전〉 〈높은 바위 바람 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 춘향전〉 〈게 누구요 날 찾는 게 누구요 토끼전〉 〈반갑다 제비야 박씨를 문 내 제비야 흥부전〉 〈허생전 공부만 한다고 돈이 나올까〉 〈거짓말 상회〉(김민섭·김현호와 공저)가 있다. 이 가운데 ‘토끼전’은 2016년 세종도서에, ‘허생전’은 2017년 올해의청소년도서에 선정되었다. 접기
최근작 :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거짓말 상회>,<허생전 : 공부만 한다고 돈이 나올까?> … 총 16종 (모두보기)
이희평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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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문신입니다. 전주 판관 및 황주 목사를 지냈고 독특한 기행문과 설화집을 남겼습니다.
이원명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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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문신입니다. 높은 벼슬을 두루 지냈습니다. 방대한 야담집인《동야휘집東野彙輯》을 편찬했습니다.
성민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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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브라운슈바이크와 베를린에서 공부했습니다. 1999년부터 베를린에 거주하며 서울과 독일에서 일곱 번의 개인전과 여러 기획전에 참가했습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빼어난 짜임새와 박진감 넘치는 묘사에 담긴
다섯 여인 다섯 빛깔 이야기
샘깊은오늘고전은 2006년《주몽의 나라》를 첫 권으로 시작해 이규보, 이옥, 허난설헌, 박지원, 조위한, 신류, 김시습, 최부, 정약용, 김려, 나만갑, 허균을 비롯한 무명씨의 문학 작품과 역사 기록을 오늘의 한국어로 새로이 다듬어 펴내고 있습니다. 《주몽의 나라》《일곱 가지 밤》《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허생.거지 광문이》《양반전.범이 꾸짖다.요술 구경》《최척》《북정록》《부처님과 내기한 선비》《홍경래》《표해록》《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남한산성의 눈물》《할 말이 있다》의 원전 비평, 문체, 구성, 편집, 미술에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호평을 거울삼아, 앞으로 총서의 목록을 더욱 알차게 채워 나가겠습니다.
샘깊은오늘고전 열네 번째 이야기! 다섯 빛깔 다섯 이야기를 통해
근세 이전의 사회가 여성에게 가한 폭압의 실상을 이야기하다
《다모와 검녀》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18~19세기 조선의 한문 작품 다섯 편을 오늘의 한국어로 다듬어 엮은 책이다. 이 책의 다듬어 쓴 이 고영은 고전문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작품들 중에서 혼자 읽기 아까운, 조선 여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다섯 편을 골라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어썼다.
범죄 수사에 나선 한성부 다모 김조이의 이야기를 다룬 「다모」, 춤추듯 칼을 휘둘러 원수의 목을 벤 여인의 삶을 그린 「검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무딘 식칼을 휘두른 길녀의 삶을 이야기한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 가짜 장례식을 치르고서야 재혼을 할 수 있었던 여인의 슬프디슬픈 사연을 풀어낸 「몰래한 재혼」, 총기 넘치는 말괄량이 소녀가 어엿한 양반집 귀부인이 된 이후 청상과부로 살게 된 고충을 보여준 「귀부인의 유언」 등이 그것이다.
한 시대 안에서도 저마다의 삶은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느낌으로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분위기가 서로 다른 이 이야기들은 시대 상황 그리고 ‘여성’이라는 주제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다듬어 쓴 이 고영은 다섯 편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묶으면서 ‘한 시대 아래 이렇게 서로 다른 세상과 삶이 함께 존재했다’라는 책의 큰 줄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아울러 그는 “다섯 작품의 작품성은 모두 빼어납니다.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고비를 지나 끝나기까지의 짜임새가 매우 뛰어나지요. 인물에서든 상황에서든 묘사는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 빼어난 작품성의 안내를 받으며 독자는 따스한 사람됨에서 나온 진짜 배려, 살면서 말문이 막히는 순간, 떳떳한 사람이 터뜨린 정당한 분노, 거칠 것 없는 삶의 통쾌함, 사람이 미소를 띠고 죽을 수 있는 순간 들을 가로지르게 됩니다”라고 말하며 각각의 이야기들이 뛰어난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분투한 조선의 다섯 여인들
이 책에 수록된 다섯 이야기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을 결정했다. 중세 봉건사회, 특히 조선 후기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대부분 규중에 갇혀 집안을 돌보는 일에 전념해야 했다. 그런데 이 다섯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도 않았고 사회적인 질곡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노력했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순탄하게 흘러갔던 건 아니다. 다섯 주인공들은 일시적으로 보상을 받거나 표창을 받았을 뿐, 사건이 끝난 뒤에는 이름 없이 사라졌다. 다시 말해 결말이 모두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모는 한성부에 딸린 관비라는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고, 검녀의 여종은 주인댁 처녀를 보호하는 여종의 신분 그대로였으며,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는 양반의 소실이 되었을 뿐이다. 또 재상의 딸은 이름 없는 무인의 부인으로서 세상을 마쳐야 했을 것이고, 전라도 장성의 장씨는 당시의 사대부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정절을 중시하여 욕정을 억누르고 수절을 지켜야 했다.
이처럼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근세 이전의 사회가 여성에게 가한 폭압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은 여기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18~19세기 조선 여성들이 어떻게 관습과 마찰을 일으키며 주체적 삶과 자유를 획득해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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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여인들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과거의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지금 내 현실 같기도 하다. 아마도 시대를 뛰어넘는 여인들의 공감대 때문일까. 읽는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산 2013-03-0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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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와 검녀
다모에 대해서는 다들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여형사, 하지원 출연의 드라마 <다모>를 기억하는 이들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알마에서 나온 샘깊은 오늘의 고전 14. 다모와 검녀에는 다섯 이야기가 수록 되어있는데, 개인적으로 샘깊은 오늘의 고전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다 읽을 정도로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일러스트를 포함해 해설이 따로 수록되어있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읽은 이 글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또 어떤 측면에서 어떻게 볼 수 있다는 전문가의 해설은 항상 느끼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제대로 정리를 할수 있는 느낌이 든다.
우선 첫번째이야기는 <다모> 한성부의 다모 김조이가 등장한다. 흔히들 다모가 전문형사라는 착각을 할지도 모르는데, 원래 다모는 관노비로 그 가운데에서도 다과상이나 술상을 차리는 일은 맡은 사람이었다. 물론, 한성부의 관노와 심부름꾼들은 상관의 지휘 아래 범죄 수사에 동원되기도 했고, 그렇기에 김조이가 순조 임금때인 1832년 임진년에 내려진 금주령과 관련해 그들을 잡아들일 수 있었다.
금주령은 흉년이 들거나 나라에 난리가 있을때만 잠깐 내려졌다 풀리는 금령인데, 그만큼 몰래 술을 빚는 이들도 많았다. 하루는 남촌으로 금주령을 단속하러 갔는데 그 집 주인 할미를 만나게 되는데, 나이 많은 주인 어른이 있는데 고질병이 있어 술 없이는 음식을 넘기길 못 한다고 그래서 밀주를 빚을 수 밖에 없었다고 자신의 처지를 말하는데, 다모 김조이는 그 모습을 보고 그 할미를 잡아 갈수 없었고, 되려 자신이 콩죽을 사다 나이 많은 주인 어른께 드리라 말한다. 그러면서 밀주를 빚은 걸 아는 이가 있나 하니, 시동생에게 한번 주었단다. 다모가 일을 마치고 군졸들과 한성부로 들어가려는데 경복궁 근처 십자가를 지나다 한 젊은이를 발견했다. 포상금을 받기 위해 아전들에게 고발하는 이들이었는데, 행색을 보니 그 할미의 시동생 같았고 김조이는 그이 뺨을 휘갈리게 된다. 물론 그 일로 곤장까지 맞게 되지만, 한성부 주부로 부터 의로운 행동을 했다며 돈을 받게된다. 또 그걸 김조이는 할미에게 드린다. 여기까지가 다모의 이야기다. 한 여성의 몸으로, 어쩌면 자신이 다칠지도 모르는 일을 타인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김조이에게서는 단순히 법 집행관으로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모습,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뿐 아니라 시동생의 행동 속에서 물질적인 것에 의해 인륜을 저버리는 파렴치한 일을 할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되고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번째 이야기 <검녀>는 전라도에 숨어 살던 선비 소응천에게 누가 찾아오게 된다. 남의 집 노비였다가 주인이 죽고 남장행세를 하다 세상을 떠돌던 여인이었는데 그녀는 주인집 아씨와 함께 태어나 자랐지만, 권세있는 집의 모략에 걸려 주인집은 몰락하게 되고, 열살 넘는 아씨와 남장을 하고 길을 떠나 검객을 만나 자유자재로 칼을 쓰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러다 원수의 집에 가 검무를 추다 원수를 칼로 베어버린다. 아씨는 그뒤로 자결을 하게 되고, 혼자 남은 여인은 3년을 떠돌다 이름 높다는 선비 소응천을 찾아와 자신을 맞기기로 한것이 었다. 허나 3년을 같이 지낸 여인은 선비가 빼어난 선비가 아닌줄을 알고, 또 다시 남장을 한채 길을 떠난다.
여인의 몸으로 원수를 갚고, 자결을 한 아씨나, 남장을 하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떠돌았던 여인, 그녀가 바로 검녀인 것이다. 조선의 여인이라고 집에서 조신히 바느질만 하고 있을 줄 착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자신의 적에게 단호히 맞서고, 자신의 의지를 말하고 행동 할수 있는 검녀, 참 멋있다
<억지 혼인을 물리친 길녀>는 이미 결혼을 한 길녀를 서방님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숙이 원산원님에게 시집을 보낼려고 했는데, 길녀가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 혼인날 식칼을 휘둘러 혼인을 피한다는 내용이다. 해설에도 나오지만 실지로 고을의 수령을 위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여성의 정절로 지배층의 파렴치함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당당한 여성상을 또 한번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몰래한 재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 몰래 여성이 재가를 한 내용이다. 예전에는 남편이 죽고 나면 정절을 지키기는 것을 당연히 강요받았고 아니면 자결을 해서라도 집안의 명예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팽배했었기에 여성들의 자유를 억압받았던 게 사실이다. 딸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딸 아이의 행복을 지켜주려 했던 아비의 마음에 더 감동했는지도 모른다. 조선시대고, 현대고 아비의 마음은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뿐인 듯 하다.
마지막 이야기 < 귀부인의 유언>은 임진왜란때 병사 모집으로 진주성 전투에서 죽은 임희진의 집안의 조상에 관한 이야기다. 한 선비가 서울로 과거를 보던 길에 장씨를 만나 반해, 과거 시험 후 혼인을 하게 되는데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수절을 지켜온 장씨부인이 죽으면서 재가를 할수도 있다고, 억지로 정절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말을 남긴다는게 주요 이야기다. 몰래한 재혼과 상통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을 압박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 할 수 있고, 강요받는다고 해서 꼭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이야기는 말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성리학 중심 사상 속에서 억압받았던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어떻게 삶을 살아갔는지를 이 책은 여실히 들려주고 있다. 우리 생각과는 사뭇달랐던 당당한 여인들의 모습 속에서 오늘 날 우리 여성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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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햇님 2013-04-12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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