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6

알라딘: 그날, 나가사키에 무슨 일이 있었나 나가이 다카시

    • 2011-06-18



































      Sales Point :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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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8쪽
      책소개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일어난 그날의 기록. 저자 나가이 다카시는 나가사키 의과대학의 연구실에서 강의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가사키의 모든 사람들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11시 2분, 나가사키의 우라카미 상공에서 한 발의 원자폭탄이 “번쩍, 쾅!”하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평화로웠던 나가사키는 일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토네이도의 열 배에 달하는 위력의 원자 폭풍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렸고, 철을 녹이는 용광로보다 배 이상 뜨거운 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줌의 재가 되었다. 살아남은 이들도 심각한 부상과 방사능 피폭으로 겨우 숨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지은이 나가이 다카시 역시 동맥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고, 아내를 잃었지만, 불바다로 변한 현장에서 남은 의료진을 모아 구호활동을 개시했다.

      나가이 다카시는 그날의 사건을 기록하여 1945년 10월, ‘구호대활동보고서’로 제출했다. 이는 원자폭탄에 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2011년, 인류는 원자폭탄에서 원전으로 변신한 핵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핵의 공포를 겪어왔던 일본인들마저 안전을 장담하며 많은 원전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로 원전과 원폭이 핵의 양면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산업화의 미명 아래, 가장 안전한 에너지라는 맹목적인 믿음 위에, 그들이 건설한 원전의 실체는 문자 그대로 ‘죽음의 신(神)’이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 정책을 원전폐지와 축소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한국과 중국만이 계속 원전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적 실리라는 명분으로 전 세계를 방사능 오염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 발전을 계속하겠다는 그들의 논리는, 핵무기로 자국의 국방을 지키겠다는 군사 위협과 다르지 않다.



      목차


      1장 1945년 8월 9일
      폭풍전야의 나가사키
      번쩍, 쾅!
      태양이 빛을 잃다
      친구의 아이

      2장 세상의 종말
      전멸, 사람을 먼저 구한다
      생존자들의 밤
      죽창과 원자폭탄
      거대한 무덤
      아내의 묵주

      3장 여기애인(如己愛人)
      순례자들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하여
      살아남은 자의 슬픔

      4장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최초의 원자병
      원자병의 치료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아버지의 유산

      5장 평화의 기도
      슬퍼하는 자들은 행복하다
      나가사키의 종
      죽음 앞에서

      유언, 사랑하는 아이들아
      접기


      책속에서


      그는 깜짝 놀라 소의 목을 끌어 당겼다. 우라카미 하늘에는 희고 뭉클뭉클한 솜 같은 구름이 생기더니 점점 커지고 있다. 초롱을 흰 솜으로 두껍게 싼 것 같이 겉은 하얗지만 가운데에는 빨간 불덩어리가 빛나고 있었다. 흰 구름 중심에서는 적색, 황색, 보라색으로 빛나는 섬광이 쉴새없이 번쩍이면서 방전을 일으켰다.
      구름은 만두 형태가 되어 계속 위로 올라가더니 나중에는 버섯 같은 모양이 되었다. 이번에는 그 흰 구름 바로 아래의 우라카미 지상에서 시커먼 연기가 딸려 올라가듯 솟구치기 시작했다. 위의 버섯 모양의 구름은 창공 높이 오르더니 이내 시커멓게 변하면서 형체가 찌그러져 동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아래의 검은 구름도 산보다 높이 솟았다가 일부분은 다시 땅위로 떨어지고 일부분은 동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날씨는 쾌청하여 햇빛은 산과 바다에 비치고 있었으나 우라카미만은 거대한 구름의 그림자에 가려 캄캄하게 보였다. 잠시 후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옷자락이 펄럭거리고 나뭇잎들이 바람에 불려 날아갔지만, 폭풍도 여기까지 와서는 퍽 약해진 셈인지 소도 놀라서 날뛸 정도는 아니었다. 가토는 바로 근처에서 또 다른 폭탄이 터진 줄로만 알았다.
      - ‘번쩍, 쾅!’ 에서 - 접기
      여기저기 사람의 절단된 사지가 굴러다니고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귀와 코에서 피를 흘리는 자도 있었다. 두개골절인 듯하다. 엄청난 힘이 땅바닥에 둘러메친 듯하다. 입으로 피거품을 내뿜는 자도 있다. 토미타 군이 그 사이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을 먹이고 말을 걸며 돌아다니고 있다. 제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 중에 조금이라도 몸을 뒤척이는 자가 있어 ‘혹시 살릴 수 있을까’ 하고 가보면 곧 눈을 하얗게 치켜뜨고 죽어 버린다. 이렇게 20여 명이 앞을 다투어 죽었다. 둘이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오키 교수는 “거기...누구 없어요!” 하고 사방으로 외쳤다. 꼼짝 않고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바람은 아직도 안정을 찾지 못하여 이리저리 돌풍이 일으키고 있었다. ‘휘익 휘익’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에 섞여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도와달라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사람 살려요!” “괴로워요!”, “도와주세요!” “뜨거워요, 타들어 가요.” “물 좀 주세요!”
      “어머니...”


      교수는 현기증을 느끼고 쓰러졌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 하늘이 온통 고체와 같이 짙은 악마의 형상을 한 구름(魔雲)에 덮여있다. 태양은 빛을 잃고 불그스름한 원판으로 보인다. 주변은 석양이 질 때처럼 어둑어둑하고, 오싹하리만치 추웠다. 귀를 기울이고 들으니,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는 점점 줄어갔다. 엄마를 부르던 아이는 이미 타 죽은 것 같았다.
      - ‘태양이 빛을 잃다’ 에서 - 접기
      단 한 방으로 이렇게 많은 생명을 앗아간 이 엄청난 파괴력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그때 간호부장이 달려와서 한 조각의 종이를 줍는다. 어젯밤에 적기가 뿌리고 간 삐라다. 종이 위의 글을 보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뭐! 원자폭탄!”
      나는 다시 한 번, 어제와 똑같은 충격을 받았다.
      ‘원자폭탄의 달성’
      ‘일본은 패했다!’
      그렇구나! 갑자기 어제부터의 일들이 전부 이해가 되었다. 이 위력은 원자폭탄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제부터 관찰했던 결과는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원자폭탄의 폭발가설과 모든 점에서 꼭 들어맞는다. 어떻게 이 어려운 연구를 완성했단 말인가!
      과학의 승리! 조국의 패배!
      물리학자의 환희! 일본인의 비탄!

      나는 복잡한 감정으로 설레는 가슴을 가다듬어 가며,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원자 벌판을 배회한다. 죽창이 떨어져 있다. 발로 차니까 ‘덜컥 덜컥’ 하며 공허한 소리를 낸다. 집어 들어서 하늘을 항하여 찌르는데 눈물이 났다.
      ‘죽창과 원자폭탄...아아! 죽창과 원자폭탄이라니! 이 얼마나 비참한 희비인가? 이게 무슨 전쟁인가? 이것은 더 이상 전쟁일 수 없다. 우리는 그저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죽기 위하여 땅위에 나란히 줄 세워졌을 뿐이다.’
      - ‘죽창과 원자폭탄’ - 접기
      나라는 망했지만, 부상자들은 아직 살아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구호대의 할 일은 남아있다. 일본은 망했지만, 의학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일은 이제부터가 아닌가? 국가의 흥망과 관계없이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우리의 대상이 아닌가?
      적과 아군의 구별은 본래 적십자정신에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비참한 일을 맞게 된 것은 여태 일본이 개인의 생명을 너무도 함부로 생각하고 소홀히 여겼기 때문이 아닌가? 한 사람의 생명을 존중함으로써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겠다고 모든 것을 참고 목숨까지 바쳐가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노력은 결국 패배로 돌아왔다. 누가 지는 싸움을 하고 싶겠는가. 그것을 보면 지는 싸움판에 끌려 들어가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한 이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억울한 이들일 것이다. 이들을 위로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말고는 없다.
      나는 “우리들이 하지 않는다면...” 하면서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러자 “저도요, 저도요!” 하며 다들 일어선다. 다시 활기가 되살아나고 표정에 생기가 돈다.
      -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하여’ 중에서 - 접기
      이제 바야흐로 인류에게는 원자시대가 개막되었다. 인류는 원자로 인해 행복해질 것인가. 아니면 비참해질 것인가. 하느님이 감추어두었던 원자력이란 보검을 수중에 넣은 인류가 이 검을 휘두르며 어떤 춤을 출 것인가? 선용하면 인류 문명의 비약적 진보가 될 것이요 악용하면 지구를 파멸시킬 것이다. 어느 편이나 쉽고 간단한 일이다. 그리하여 그 어느 편을 택하느냐 하는 것도 결국 인류의 자유의지인 것이다. 인류는 마침내 자기 손으로 얻은 원자력을 소유함으로써 자기의 운명의 열쇠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생각이 이에 이르니 실로 소름이 끼친다. 확실히 참된 종교 외에는 이 열쇠를 잘 사용하고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찌르릉, 찌르릉’ 귀뚜라미가 운다. 내 품에 안긴 가야노가 자꾸만 젖을 더듬는다. 더듬어 찾다가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란 것을 알았던지 소리를 죽여 울기 시작한다. 울다가 다시 잠이 든다. 나뿐 아니다. 이 원자 벌판에는 오늘 밤 얼마나 많은 고아와 홀아비들이 울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밤은 길고 잠은 짧다. 잠이 들었다 깨었다 하는 사이에 어느 새 창이 훤해졌다.
      - ‘나가사키의 종’ - 접기


      추천글
      원폭피해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세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길을 찾지 못한 나라의 시민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핵도 그 치명적 파괴성을 고려한다면 평화와 생존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저자는 소설 같은 기록을 통해 말한다. 이 책은 핵의 위험에 대한 우리의 불감증을 깨우고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 책은 원폭피해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헌신했던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나가사키 원폭 현장 기록입니다. 아직도 평화로운 핵의 사용을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전쟁이 평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가 온몸으로 고발한 원폭과 전쟁의 비참함 앞에서 우리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 김용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

      「나가사키의 종」은 나가사키 원자폭탄의 희생이 된 한 의사의 기록입니다. 저자는 지옥 같은 곳에서 인간이 얼마나 큰 희생을 바칠 수 있느냐하는 한 숭고한 인간상을 보여준 위대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여러 저서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데 그 모두가 하나같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하고 있어서, 많은 분들에게 삶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 골자는 바로 평화와 이웃사랑이라는 두 마디의 말로 요약됩니다.

      - 최옥식 (한국여기회 회장)




      저자 및 역자소개
      나가이 다카시 (永井隆)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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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이며 원자물리학자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 1908년 2월 3일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무사 집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받은 충격으로 가톨릭에 감화된다.
      1940년 나가사키의대 조교수(방사선학)가 됐고, 1944년에 이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병원에서 결핵 등을 퇴치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변변한 보호장비도 없이 X-레이를 찍다 과다한 방사선에 노출되어 1945년 6월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시 마쓰야마 지역 5백 미터 상공에서 작렬한 원자폭탄으로 머리 오른쪽 동맥이 절단되는 부상을 입었다. 나가이 박사의 부인도 같은 날 원폭에 피폭돼 세상을 떴다. 의료 체계와 장비는 괴멸됐고 그 자신도 백혈병에 더해 피폭과 함께 피를 흘리는 중상을 입은 몸으로 구호대를 꾸려 피폭자 치료와 구호 활동에 나섰다. 일본에서는 ‘원자벌판의 성자’로 불린다.
      이 같은 체험을 담은 『나가사키의 종』은 원폭 피폭자가 직접 원폭 피해 실태를 고발한 최초의 책이자 반전과 평화 메시지를 전한 역작으로 1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인 감동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구호 작업이 일단락된 후, 그는 시한부 투병을 하면서도 1948년부터 한 칸짜리 집에 살며 ‘여기당(如己堂)’이라 이름을 짓고 생활했다. ‘여기당’은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철학을 담은 말로 ‘남을 자기처럼 사랑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곳에서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원폭의 실상과 원자력의 현명한 이용, 그리고 평화를 주장하는 집필을 멈추지 않아, 『로사리오의 기도』, 『아버지의 목소리』, 『묵주알』, 『이 아이들을 남겨두고』, 『영원한 것들』 등의 작품을 남겼다. 문학인으로서 뛰어난 문재와, 의사이자 원자력 전문가로서의 식견, 거기에 피폭 당사자만이 풀 수 있는 현장의 생생한 기록, 체험에 따른 깨달음을 달은 평화의 메시지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평화운동가들의 심금을 뒤흔들었다. 여기당에는 삼고의 천사로도 불렸던 헬렌 켈러 여사가 다녀가기도 했다. 1951년 5월 1일, 피폭 후유증이 악화돼 나가사키의대 부속병원에서 43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이후 『나가사키의 종』은 영화와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접기

      최근작 : <나가사키의 종>,<아버지의 목소리>,<묵주알> … 총 36종 (모두보기)

      김재일 (옮긴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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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한 후 충청북도 남한강변에 있는 베다니교회와 강원도 홍천강변에 있는 보리울교회에서 6년씩 목회했다. 예장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섬겼고 연평도에 있는 연평교회를 섬겼다. 2010년에 소천(召天)하셨다.
      옮긴 책으로는 《내가 틀렸었다》, 《돈 한 푼 없이 무자로 사는 법》, 《사선을 넘는 믿음으로-가가와 도요히코 전기》, 《아미시 그레이스》, 《아이를 변화시키는 두뇌음식》, 《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등이 있다.

      최근작 : <내가 꿈꾸는 하나님의 웰빙> … 총 1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본 대지진 100일!
      후쿠시마 원전사태!
      다시 돌아보는, 1945년 나가사키의 절규

      핵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

      지난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지대를 덮치면서 전 세계를 방사능 오염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6월 18일로 일본 대지진은 100일을 맞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아직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했고,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까지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핵의 공포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일본은 핵의 공포를 가장 잘 학습하고 있는 나라였다. 그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투하를, 그것도 두 차례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한 발씩 투하되었다. 그렇게 투하된 원자폭탄은 일거에 두 도시를 날려 버렸다. 1945년 연말을 기준으로 총 사망자만 21만에 달했다.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한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족히 100만을 헤아릴 것이다.

      이 책은 1945년 8월 9일, 그날의 기록이다. 그날, 저자 나가이 다카시는 나가사키 의과대학의 연구실에서 강의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가사키의 모든 사람들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11시 2분, 나가사키의 우라카미 상공에서 한 발의 원자폭탄이 “번쩍, 쾅!”하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평화로웠던 나가사키는 일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토네이도의 열 배에 달하는 위력의 원자 폭풍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렸고, 철을 녹이는 용광로보다 배 이상 뜨거운 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줌의 재가 되었다. 살아남은 이들도 심각한 부상과 방사능 피폭으로 겨우 숨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나가이 다카시 역시 동맥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고, 아내를 잃었지만, 불바다로 변한 현장에서 남은 의료진을 모아 구호활동을 개시했다.

      나가이 다카시는 그날의 사건을 기록하여 1945년 10월, ‘구호대활동보고서’로 제출했다. 이는 원자폭탄에 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것이었다. 원고를 검열했던 미국 국방성이 그 충격적인 내용에 놀라 한동안 출판을 금지하였을 정도였다. 그들은 그날, 나가사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기를 바랐다. 하지만 저자는 이 끔찍한 기록을 남긴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만 두라, 멈춰라, 전쟁만큼은 하지 말아다오. 사람들은 원자폭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진상을 그대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곧바로 연필을 잡고 나가사키 최후의 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기록했다.”

      나가이 다카시는 원자병으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 지독한 고통과 싸우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은 바로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고 원폭의 실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의 글에는 방사선 의학자였던 자신이 몸소 겪은 원폭의 현실이나 원자병 치료 사례 등의 학술적인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감 없는 현장 기록이다. 또한 고아로 남겨질 어린 남매에 대한 절절한 부성 역시 곳곳에 녹아 있어 독자로 하여금 눈물짓게 한다. 특히 이 책, 「그날, 나가사키에 무슨 일이 있었나(원제 : 나가사키의 종)」은 베스트셀러로서 전후 수많은 일본인의 심금을 울려 영화와 노래로도 제작되었다.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2011년! 인류는 원자폭탄에서 원전으로 변신한 핵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핵의 공포를 겪어왔던 일본인들마저 안전을 장담하며 많은 원전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로 원전과 원폭이 핵의 양면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산업화의 미명 아래, 가장 안전한 에너지라는 맹목적인 믿음 위에, 그들이 건설한 원전의 실체는 문자 그대로 ‘죽음의 신(神)’이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 정책을 원전폐지와 축소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한국과 중국만이 계속 원전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적 실리라는 명분으로 전 세계를 방사능 오염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 발전을 계속하겠다는 그들의 논리는, 핵무기로 자국의 국방을 지키겠다는 군사 위협과 다르지 않다. 핵은 더 이상 인류와 공존할 수 없다!

      여기 1945년 나가사키에서 울려 퍼진 한 사람의 절규가 우리에게 그 사실을 증명한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평화와 반핵’을 외쳤던 나가이 다카시.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마다 우리는 그가 방문객들에게 적어주었다는 한 문장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여기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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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




      원폭과 원전이 다를 수 없음을 생각할 때, 다시 한 번 핵의 위험함을 실감하게 된다!
      요한 2011-06-2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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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은 핵무기다.` 우리의 폐부를 이보다 더 신랄하게 찌를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그날, 그리고 지금까지 울고 있는 나가사키의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sternness 2013-04-30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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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가 아닌 바로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묘한 이야기!
      deborah 2011-07-0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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