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춘희 할머니 빈소 애도 물결…'좋은 곳 보내달라'
분당차병원 영면기원 목탁소리, 각계 조문 발길 이어져
10일 발인·나눔의 집 노제…유골 합천 해인사에 안치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4-06-08
8일 운명하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배 할머니를 위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 배춘희(91)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분당차병원 장례시장 7호실에는 8일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스님들의 목탁소리가 하루종일 울려퍼졌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배 할머니의 영정 앞에는 생전에 할머니가 그린 그림이 담긴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화보와 평소 할머니가 사용한 1천알 짜리 염주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생생하게 '그 날'의 기억을 화폭에 옮겨놓은 배 할머니의 그림은 영정 속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의 모습과 대조를 이뤄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1930년대 뜻하지 않게 정신대에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 생활을 하게 된 배 할머니는 광복 후 1980년대가 돼서야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가정을 꾸리지 못한 채 오랜 시간 홀로 살았다.
1997년이 되어서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들어와 같은 아픔을 지닌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
박재홍 나눔의 집 과장은 "그나마 하나뿐인 오빠도 오래전 세상을 떠나 혈혈단신 혼자 남았던 것으로 안다"며 "유독 외로움이 많았던 할머니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최근 3∼4년 동안 매년 나눔의 집에 계시던 할머니들을 한분씩 떠나보냈다. 그러면서 당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되내이셨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배 할머니의 장례식은 불교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생전 불교에 귀의하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다'는 배 할머니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다.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을 틈틈이 모아 3천만원이라는 큰돈을 김포시 중앙승가대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았을 정도로 '불심'이 남달랐던 그다.
배 할머니를 가까이서 지켜본 나눔의 집 부원장 호련 스님은 "어제는 나보고 가지말라고 그렇게 붙잡으셨다. 평소 자는듯이 가고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뜻대로 되셨다"고 말했다.
배 할머니와 13년을 함께 생활해온 이옥선(87)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힘들게 빈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두손 모아 영면을 기도했다 .
이 할머니는 "좋은 곳을 보내달라고 기도했다"며 "조선 민요나 일본 엔카를 자주 부르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떠올렸다.
나눔의 집 박 과장은 "할머니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일본 대사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대사관 직원을 나눔의 집에 있는 역사관에 데려가 사실을 보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답답해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의 추모가 이어졌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김재남 정의당 국회의원, 조태용 외교부 1차관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방문할 예정이다.
온라인에도 추모 물결이 계속됐다.
한 네티즌(west*****)은 "이제 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54분이 생존해 계십니다. 일본에 제대로 된 사죄도 못받으시고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며 애통해했다.
배 할머니의 발인은 10일 오전 7시 30분에 치러진다. 나눔의 집에서 노제를 한 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할 예정이다. 고인의 유골은 합천 해인사에 모셔진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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