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노동연구원 공동 주최의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 진단과 해법’ 정책 포럼. 조성재 박사(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노사관계와 노동정책의 과제’, 정흥준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플랫폼 노동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정규직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권현지 서울대학교 교수, 이성균 울산대학교 교수, 임상훈 한양대학교 교수, 조동훈 한림대학교 교수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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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뛰어난 분석과 발제로부터 많이 배웠고 여러 점에서 동의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문제제기. 조성제 박사의 발제에 대해, 이날 토론한 것과 추가적인 것을 보충하여 몇 가지만 지적하자면,
첫째, 처음에 이중화론(dualization theory)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이론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종합한 이론이 아님. 내부자 외부자 개념을 통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특징. 이 이론의 별칭이 내부자-외부자 이론인 것을 상기한다면 분석이 상당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
둘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초래한 요인으로서 숙련편향적 기술발달과 세계화를 들고 있는데 이는 약간 납득하기 힘듬. 노동연구자로서 주목해야 할 요인은 당연히 노동시장제도여야 하는 것.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차이를 초래하는 노동시장 제도로서 EPL(고용보호입법)과 중앙집중화된 교섭구조, 전체 조직률 및 비정규직의 조직률, 비정규직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단체협약의 차이 등등에 주목해야 하는 것. 이미 이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이루어져 있는 것.
셋째, 조박사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을 연대 원리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운동은 왜 저지하지 못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노동운동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단순화하는 것.
87년 이후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확장 과정 자체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형성을 수반. 중간 정도의 품질수준을 통해서 경쟁을 하는 국제분업구조상의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 고임금과 막대한 기업복지, 연공급, 작업장 내 갖가지 규제를 통해서 ‘비경쟁적 내부노동시장’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냈던 것. 파워를 갖게 된 대기업의 노동조합과 정규직은 90년대 초반 이후 힘든 공정과 위험공정을 기피, 급증하는 노무비 부담을 갖게 된 사용자측의 이해관계 및 전략과 맞물려 본격적인 외주화 전략과 비정규직 사용을 초래한 것. 말하자면 비정규직의 폭발적 증가 현상의 배후에는 내부자 중심의 노조운동과 사용자전략의 합작의 측면이 있다는 것. 그러나 최근 비정규직 조합원의 비율이 늘어나고 어쨌든 취약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노조운동의 이데올로기인 것에서 유래하는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
이런 복잡성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직접고용의 임금체계. 조박사는 발제문에서 임금체계의 직무급화 요구에서 비롯된 복잡한 현상을 본격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있으나,
현재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전략은 직접고용된 인력의 공공부분 내 내부노동시장에 흡수되는 것. 그 수단으로서 직무급을 거부하고 호봉급을 주장하고 있는 것. 그러나 호봉급을 통해서 시장과 공공의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순간 공공부문 내 한 분절로서의 무기계약직 고용의 지속가능성은 사라지는 것. 즉 공공기관은 더 이상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할 수 없는 것. 결과적으로 우연히 2017년 7월 20일 공공기관의 기간제나, 파견용역으로 고용되어 있었던 인력들이 운 좋게 혜택을 입는 것으로 종결되는 것. 이를 피하기 위해, 2017년 고용노동부를 지원하여 표준화된 직무급을 만들었던 몇몇 연구자들은 기재부에 대해 공공부문 전체의 직무급화를 요구해왔으나, 이 또한 양대노총의 요구와 이를 수용한 민주당의 선거 이해에 따라서 좌절되어 온 것.
넷째, 조박사는 기업별 교섭구조의 파편화를 넘어서는 긍정적 현상으로서 청년고용을 위한 노조의 임금양보와 지역과 업종 중심의 사회적 대화, 사회연대기금의 조성 등을 들고 있으나 이들 공동기금 조성 및 에피소드로서의 연대와 제도로서의 연대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 둘 사이에는 큰 장벽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 제도로서의 연대는 여전히 기대난망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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