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5

김진숙 동지가 문재인 대통령에 전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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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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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동지가 문재인 대통령에 전하는 글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진 걸까요
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91년 박창수 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역위원의 자리에도 같이 있었던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요. 

한 사람은 열사라는 낯선 이름을 묘비에 새긴 채 무덤 속에,
또 한 사람은35년을 해고노동자로, 또 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건, 운명이었을까요, 세월이었을까요. 

배수진조차 없었던 노동의 자리, 기름기 하나 없는 몸뚱아리가 최후의 보루였던
김주익의 17주기가 며칠 전 지났습니다.
노동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데 죽어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노동자들.
최대한 어릴 때 죽어야, 최대한 처참하게 죽어야, 최대한 많이 죽어야 뉴스가 되고
뉴스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누군가 또 죽습니다.

실습생이라는 노동자의 이름조차 지니지 못한 아이들이 죽고, 하루 스무시간의 노동 끝에 ‘나 너무 힘들어요’라는 카톡을 유언으로 남긴 택배 노동자가 죽고, 코로나 이후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죽고, 대우버스노동자가 짤리고, 아시아나케이오, 현중하청 노동자들이 짤리고, 짤린 비정규직들은 수년 째 거리에 있습니다. 

연애편지 한 통 써보지 못하고 저의 20대는 갔고, 대공분실에서, 경찰청 강력계에서, 감옥의 징벌방에서, 짓이겨진 몸뚱아리 붙잡고 울어줄 사람 하나 없는 청춘이 가고, 항소이유서와 최후진술서, 어제 저녁을 같이 먹었던 사람의 추모사를 쓰며 세월이 다 갔습니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인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요.
그저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저의 복직을 응원하겠다고 오셨습니다.
우린 언제까지나 약자가 약자를 응원하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해야 합니까.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까.

옛 동지가 간절하게 묻습니다. 

2020. 10. 20.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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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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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정

글쓴이의 말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공정성을 내세우며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 밀어 넘어뜨리는,
우리안의 짐승같은 모습들에 분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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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현

텍스트로 옮겨적은 분이 오타 낸 부분이 있습니다.
제목에 문"제"인 대통령
그리고 5째 줄에 지"오"위원은 원문과 다른 오타이고
마지막 부분에서 제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다 ->부당합니까
(그 아랫줄에 나오듯이 질문입니다..ㅠㅠ)
조금 전 전태일 다리에서 김진숙 지도의 육성으로 이 글 낭독을 들으며 울컥했습니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인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요." 하는 대목이 특히
머리에 박혀 떠나지를 않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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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
·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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