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3

7년간 무슬림 유학생들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왜 '돌변'했을까 < 사회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7년간 무슬림 유학생들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왜 '돌변'했을까 < 사회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7년간 무슬림 유학생들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왜 '돌변'했을까
대현동 주민들, 이슬람 사원 증축 막기 위해 집기·차량으로 공사 현장 봉쇄…혐오·차별에 두 번 우는 무슬림 유학생들
기자명 나수진 기자
승인 2021.10.19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8년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이슬람 신자는 약 11만 명이다. 한국인 이슬람 신자도 4만여 명에 달한다. 하루 다섯 번 기도할 의무를 가진 무슬림에게는 함께 모여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2018년 기준 전국에 이맘(지도자)·민바르(설교단)·미흐랍(메카 방향을 나타내는 벽감) 등을 갖춘 돔 형태의 사원인 '모스크'가 17개, 소규모 기도처인 '무살라'가 123개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이슬람 사원 70곳을 찾아다닌 이수정 박사(한국외국어대학교)는 '한국 내 모스크 분포와 이용에 대한 현황 연구'에서, 이슬람 사원 대부분은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단 주변에 위치하거나, 유학생들이 있는 대학가·주택가에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에도 무슬림 유학생들을 위한 기도처 '다룰이맘경북이슬라믹센터'가 있다. 지난해 12월 유학생들은 구청의 허가를 받고 기도처를 증축(사원으로 변경)하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동네 주민들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8개월째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주민들과 관계가 나빴던 건 아니다. 무슬림 유학생들과 주민들은 지난 7년간 아무 갈등 없이 공존해 왔다. 주민들은 사원이 들어서면 지역이 '이슬람화', '슬럼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유학생들은 누군가가 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준 탓에 문제가 커졌다고 억울해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대현동 일대를 직접 찾아가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해 봤다. - 기자 주



'국민이 먼저다! 이슬람 사원 건축 결사 반대한다!'

'유럽의 사례처럼 무슬림 밀집 지역이 되어 치안 불안, 슬럼화된다'

'주택 밀집 지역에 이슬람 사원 건축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 일대에는 주민들이 내건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바깥벽을 따라 현수막·피켓을 내건 주택들도 눈에 띄었다. 올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이후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광고물은 부분 철거됐지만, 여전히 동네 곳곳에는 날 선 내용의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다.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은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승용차로 봉쇄됐다. 공사 현장 앞에는 공사 재개를 막기 위한 파라솔과 테이블이 펼쳐졌고, 인근 주택에는 오가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해 CCTV도 설치됐다. 자물쇠로 굳게 잠긴 임시 문 너머로 철골만 세워진 'ㄱ' 자 형태의 녹슨 건축물이 보였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증축 공사는 8개월째 답보 상태다. 현 부지에서 7년 동안 기도처를 운영해 온 무슬림 유학생들은 지난해 12월 구청 허가를 받고 증축을 진행했지만, 얼마 안 가 주민들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주택 밀집 지역에 이슬람 사원을 세워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원 건축 현장 입구엔 주택가에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차량이 세워져 있다. 주택마다 반대 현수막도 걸렸다. 그 뒤로 철골만 세워진 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이 보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좁고 낙후된 기도처


십시일반 돈 모아 증축 추진
'허가'해 준 북구청
주민들 반대하자 당일 '공사 중지'



경북대학교 서문 방면에 있는 대현동에는 주민 2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번화가인 대학교 북문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다. 경북대에서 석·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출신 무슬림 150여 명도 학교와 가까우면서 임대료가 싼 대현동에서 지내고 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2014년 현 공사 부지의 주택을 매입해 7년간 기도처로 삼아 왔다. 기존 기도처가 냉난방에 취약하고 비좁아지자, 돈을 모아서 인근 필지를 추가 구입해 지상 2층에 연면적 245m² 모스크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 증축을 추진했다. 관할 북구청은 2020년 9월 사원 건축을 허가했고, 12월 3일 첫 삽을 떴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올해 2월 수면 위로 떠오르며 본격화했다. 건물 2층 골조가 올라가고, 인근 주민들은 뒤늦게 사원을 건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슬람사원건축허가반대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린 주민들은 2월 16일 북구청에 350여 명의 연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냈고, 북구청은 이례적으로 접수 당일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북구청은 행정명령 근거로 
△'건축주는 공사로 인해 인근에서 민원이 발생할 경우, 민원 사항에 대하여 사전 조치 후 공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건축 허가 조건 
△이슬람 사원 건립으로 인한 인근 지역의 슬럼화로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침해 우려 
외부인들이 입주를 꺼리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 반영 등을 들었다.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 일대. 주택들 사이로 보이는 녹슨 철골 구조물(사진 붉은 원)이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무슬림 유학생들은 사원 건축을 허가해 줬다가 다시 공사 중지를 통보한 북구청에 반발했다. 그러자 북구청은 대안으로 부지 이전을 제시했다. 북구청은 6월 16일 비공개 협상 자리에서, 현 증축 부지를 매입해 줄 테니, 건축주인 무슬림 유학생들이 대체 부지를 직접 물색하라는 안을 건넸다. 유학생들은 매입비·면적이 적정하고 연구소와도 가까운 장소를 찾기 어렵고, 대체 부지를 찾는다 해도 또다시 인근 주민 반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이미 합법적으로 추진된 사원 건립을 북구청의 확실한 보장 없이 중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논의의 진전이 없자 7월 5일 북구청을 대상으로 공사 중지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같은 달 19일, 대구지방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사 중지)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 한편 집행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무슬림 유학생들의 손을 들어 주면서 공사가 재개되나 했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반대는 더욱 거세졌다. 주민들은 차량·집기 등으로 공사 현장 봉쇄에 나섰다. "우리 문화와 동화되지 않는 이슬람,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하는 무슬림은 당장 떠나라. 테러리스트들아 당장",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다" 등 혐오·차별 표현을 담은 현수막을 동네 곳곳에 내걸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9월 3일, '대한민국을 지켜 주세요'라는 제목의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글이 올라와 17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국민주권행동·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주요셉 공동대표) 등 일부 보수 단체 및 개신교 단체도 여러 차례 이슬람 사원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비대위 "생존권·재산권·행복추구권 위해 반대"
일부 주민 "이슬람이 한국 지배할 것"



지난 7년간 무슬림 유학생들과 공존해 온 주민들은 무슨 이유에서 '반대'로 돌아선 것일까. 우선 주민들은 이슬람 혐오가 아니라 '생존권·재산권·행복추구권'을 지키기 위해 사원 증축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10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현동에 이슬람 사원이 건립되면 주민들이 동네를 떠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부에서 무슬림 인구가 유입되고, 이슬람 관련 시설이 늘어나면서 동네 전체가 이슬람화·슬럼화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무슬림 유학생들과 사는 동안 피해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도 했다. 냄새와 소음 등 피해가 있었고, 사원 공사를 추진하면서 인근 주택 벽에 금이 가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사원 증축 현장 부근에서 만난 대현동 주민 A도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현동 주민이자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A는 "무슬림들이 처음에는 자기들의 숙소 건물을 짓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거짓말이었다. 처음에는 나그네라고 잘해 줬는데, 주민들을 속여서 사원을 올리니까 그때부터 주민들이 싫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개신교가 이슬람 반대를 위해 활용해 온 허위·왜곡 정보와 유사한 주장도 들을 수 있었다.
A에게 사원 건축 반대에 참여하는 이유를 묻자, 이슬람 사원이 세워지면 이슬람의 선교 전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무슬림들이 우리나라에 온 목적은 대한민국을 이슬람화하려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기독교의 미온적인 선교 방법과는 달리, 주민들을 속이는 등 공격적인 방법을 쓴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50년만 지나면 이슬람 세력이 한국을 완전히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 주민들과 기독교인들이 맞서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외에도 여러 주민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언론이 주민들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10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인권위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무슬림 유학생 측 "비대위 주장 사실 아냐"
"그동안 주민들과 충돌 빚거나,
학교에서 일탈한 적 없어"



무슬림 유학생 측은 비대위와 일부 주민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안타까워했다. 14일 공사 현장에서 만난 경북대 유학생 무아즈 라작(25)은 사원을 증축한다고 해서 주변이 이슬람화·슬럼화될 일은 없다고 했다. 그는 모스크를 이용하는 인원은 경북대에 재학하는 유학생 150여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원을 건축하면 주민들이 언급한 소음·냄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도 했다. 모스크에서 이슬람교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도 울리지 않을뿐더러 굴뚝과 방음 장치도 설치해 냄새·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건축이 끝나면 주변 주택에 발생한 피해도 보상할 것이라고 했다.

라작은 "우리는 2년만 있으면 고국으로 돌아가고, 유학생 대부분이 단기간 머물다가 떠난다. 모스크는 단순히 기도하는 곳이다.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이 들어오면 동네가 이슬람화될 것이라고 주장도 하는데, 전국 각지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 그러면 해당 지역들이 모두 이슬람화·슬럼화되기라도 했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면 무슬림 유입도 많아지고, 그에 따라 범죄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라작은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 없이 잘 지냈는데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북대 대학교회 이상욱 목사도 이들이 과거부터 주민들과 큰 문제없이 함께 공존해 왔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무슬림 유학생들은 7년 전부터 대현동 기도처에서 예배해 왔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주민들과 충돌을 빚거나, 학교에서 일탈을 한 적도 없다. 이번에 사원을 짓게 되면서 주민들로부터 처음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9월 14일 법원에 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사 초기에 비해 자재값이 8000만 원가량 오르는 등 금전적 손해가 커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인 조치와는 별개로,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작은 "우리는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며 "모든 주민이 우리를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슬림을 향한 두려움이 있다면 우리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 공사 현장. 경북대에 재학 중인 무슬림 유학생들은 건축 부지에 기도처로 사용하던 주택을 헐고 2층 규모의 모스크 증축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 2월 공사가 중단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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