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성희엽 교수는 자신이 과거 운동권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혁명을 추구하였지만 프랑스 대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이 각각 공포정치와 스탈린독재로 이어지며 끝내 실패하는 걸 보고 혁명보다는 개혁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보기에 혁명은 그렇게 본디 폭력적인 행위란다.
일본 역사에서도 메이지 유신 이후의 메이지 유신이라는 "혁명"을 일으킨 세력들은 메이지 정부에 불만을 품고 사이고 다카모리를 찾아가 난을 일으켰지만 끝내 실패하였고 많은 이들이 죽은 데서 알 수 있듯이 혁명은 '개인'을 없앤다. 하지만 개혁은 그렇지 않다면서 '개혁의 누적'으로서의 일본 근대에 관심을 갖게 되어 메이지 유신을 새롭게 조망하는 연구를 했고 후쿠자와 유키치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실 여기까지만 와도 나는 이분의 학술적 능력이 일정한 한계를 지니게 될거라고 본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학술적 능력이 왜 갈수록 형편없어졌는가? 스스로가 자신의 이론에 한계를 그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소련 등의 현실사회주의를 옹호해야 하고, 혁명을 옹호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논의를 하다보면 그러한 한계가 창조력을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논의를 단순화하고 한계를 지운다. <문명론 개략>과 <조용한 혁명>을 읽는데 이분은 현재의 일본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구나, 싶어서 더 읽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 사회를 연구하면서도 그 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만을 끄집어내려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일본을 근대의 전형으로 여기고 중국과 조선이 여기에 미달하였다는 이유로 멸시하는 입장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일본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하는 물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낀다. 나는 확실하게 저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중일 중에서 가장 사람 살기 힘든 곳이 일본이다. 봉건제적 유제가 지속되어 사람 숨막히게 하는 동네다. 일본의 학자들은 자신들이 봉건제를 겪었다는 걸 대단히 큰 성취로 여기는 듯하지만 내가 보기에 전근대 일본 봉건제와 유럽 봉건제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시아적 전제국가가 관료제라는 기반을 창출하지 못해 해체된 뒤에 봉건화된 유형으로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아시아적 전제국가"의 한 유형이다.
이 지점에서부터 논의를 해야 비로소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천황제 타파의 계기를 읽어내며 일본사를 보편적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역사이론을 재구성할 때 일본을 염두에 둔 지점이 이 부분이었는데 논의가 번잡해져서 넣지는 않았다. 봉건제 외부의 도시공동체가 건설되고, 거기서부터 점차로 '자유'라는 관념이 성숙해지며 "근대적 시민"이 형성되는 과정이 일본에서 나타날 수 있었을까? 나는 없다고 단언한다. 성희엽이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 일본의 서구 문물의 습득과 축적도 그걸 바꿔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일본에는 자유가 없다고 본다. 개인을 강조하는 성희엽 같은 이들을 보면 나는 아시아가 왜 안되는지 이해가 된다.
자유는 개인한테 있는 게 아니다. 자유는 공동체 속에서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 헤겔의 <대논리학>의 구성이 개젓같은 이유이기도 한데 '자유'나 '진리' 같은 건 그 자체로 외따로 존재해서 과일 따먹듯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 헤겔의 <대논리학>을 다 읽었다고 해서 그래서 결론이 뭐지? 결론만 알면 되는데? 이런 게 아니라 존재에서 본질을 거쳐 개념에 이르는 과정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내 사고방식을 변증법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그걸 읽는 것 자체가 내 사고방식을 훈련시키고 진리에 도달하게 만드는거라고.. 자유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이라는 건 공동체 속에서 개인이 되는 것이지, 외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공동체를 매개로 내가 자유인이 될 수 있는가를 논해야 자유주의가 되고 그런거다.
내가 매번 사상사 연구나 자료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의 동아시아인들이 말하는 '개인'은 "원자화된 개인"이다. 어떤 매개 작용을 거쳐서 "운동" 속에서 자유를 획득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들 하는 말이 존 스튜어트 밀을 읽어도 대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야 하고.. 이러는거다. 윤석열이 자유 어쩌고 하는게 딱 아시아적이다. 풍부한 서구적 맥락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하이에크 등의 자유지상주의, 그것도 자유지상주의도 제일 중요한 건 개인 그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다른 개인들과 협력하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서"라는 거거든? 이걸 국가나 이념이 개입해서 함부로 고치려 하면 안된다는 게 핵심인데.. 그런 얘기는 없고 그냥 무슨 선택의 자유 어쩌고 하면서 기업이 착취할 자유, 유통기한 지난걸 처먹을 자유, 69시간 일할 자유 이러는거다.
나는 이해가 된다. 이게 아시아거든. 이게 풕킹 아시아라고. 빌어먹을 풕킹 개씨발 아시아라고. 19세기 유럽인들이 비웃었던.. 어떻게 사람들을 모아서 조직화해서 의견과 갈등을 조율하고 장기지속하는 공동체, 조직체 등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없고 나만 아니면 된다, 이런 마인드로 사는 원자화된 개인들의 광란의 축제. 얼마 전에 중국공산당 측에서 낸 자료를 읽다가 중국이 왜 서구 자본주의보다 위대한가? 아 우리 중국은 기업들이 계속 분해가 된다.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더 많은 기업체를 만들어서 경쟁도 잘 하고 혁신도 잘된다. 이게 홍성화 선생이 지적한 매뉴팩처가 분해되는 과정이거든? 안되는거야..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아, 중국도 끝이네 했다. 자기네들이 왜 서구 자본주의에 밀렸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다. "다시는 지지 않는 중국"이 기껏해야 강화된 국가로 서구에 대응하는거면 결과는 뻔하다. 성희엽은 후쿠자와 유키치를 읽고도 일본 근대의 문제를 알지 못하니 그로부터 배울 게 많지가 않다..
Sung Hwa Hong
이번에 아다치 책에 관한 서평을 썻는데, 그 한 대목입니다.
=====
문명론 개략 ㅣ 후쿠자와 선집 1
후쿠자와 유키치 (지은이), 성희엽 (옮긴이) | 소명출판 | 2020년 9월
(4) | 세일즈포인트 :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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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론 개략 | 후쿠자와 선집 1
후쿠자와 유키치 (지은이),성희엽 (옮긴이)소명출판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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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출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일본인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이다. 1800년대 동아시아에서 이 책만큼 깊게 서양의 역사와 문화, 사상의 본질을 성찰한 책은 없다. 당대 동아시아의 개혁가와 개혁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특히 조선의 개혁가와 개혁사상, 개혁운동에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목차
일러두기 3
역자 서문_ 1875, 혁명과 문명의 갈림길에서 6
역자 해제 15
머리말(緖言) 71
제1권
제1장 논의의 본위(本位)를 정하는 일 87
제2장 서양의 문명을 목적으로 하는 일 108
제3장 문명의 본지(本旨)를 논함 163
제2권
제4장 한 나라 인민의 지덕(智德)을 논함 193
제5장 앞 논의의 계속 233
제3권
제6장 지(智)와 덕(德)의 변별 267
제4권
제7장 지(智)와 덕(德)이 행해질 만한 시대와 장소를 논함 337
제8장 서양문명의 유래 373
제5권
제9장 일본문명의 유래 401
제6권
제10장 자국(自國)의 독립을 논함 485
참고문헌 541
부록 1_후쿠자와 유키치 연보 553
부록 2_역대 천황 계보도 556
부록 3_일본근대사 주요 연표(1853∼1911) 569
부록 4-1_<난학계제>(1783)에 언급된 네덜란드 도서 현황 573
부록 4-2_<난학사시>(1815)에 언급된 서양번역서 현황 576
부록 5_<역서독법(譯書讀法)>(1883)의 도서분류체계 및 서양번역서 목록 580
부록 6_양현당 목록 도서(1868) 현황 586
찾아보기 589
접기
책속에서
P. 124 따라서 말하노니, 유럽의 문명을 구함에는 어려운 것을 먼저 하고 쉬운 것을 뒤에 하며, 먼저 인심을 개혁하고 이어 정령으로 넓혀가며, 마지막에 유형의 사물에 이르러야 한다. 이 순서에 따르면 일을 행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는 장애 없이 이를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순서를 거꾸로 하면, 일은 쉬운 듯해 보여도 그 길이 갑자기 막혀 마치 장벽 앞에 서 있는 것처럼 한걸음(寸步)도 나아갈 수가 없어서, 그 장벽 앞에서 주저앉든지 아니면 한 마디(寸) 나아갔다가 심한 경우에는 거꾸로 한 자(尺)나 뒤로 물러서게 될 것이다. 접기
P. 402 인간의 교제에서 정부든 인민이든 학자든 관리든, 그 지위가 어떤지를 묻지 말고 그저 권력(權力)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가령 지력이든 완력이든 그것을 힘(力)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권력은 결코 순정(純精)할 수 없다. 그 안에 반드시 타고난(天然) 악폐를 배태하고 있어서, 때로는 비겁함 때문에 일(事)을 그르치고 때로는 과격함 때문에 사물(物)을 해치는 경우를 천하고금의 실제 경험에서 볼 수 있다. 이를 편중의 재앙(禍)이라고 이름한다. 권력을 가진 자(有權者)는 항상 스스로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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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후쿠자와 유키치 (福澤諭吉)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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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江戶시대 막부 말기에 해당하는 1835년에 나카쓰 번中津藩 하급무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5세부터 유학을 배웠고 19세부터 난학蘭學을 배웠으며 이후 영.미 사상을 공부하게 된다. 1858년 번의 명령으로 에도에 난학숙蘭學塾을 열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게이오대학교慶應義塾의 전신이다. 1860년과 1861년에 막부 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과 유럽을 두루 살펴보고 쓴 <서양사정>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큰 명성을 얻었다. 이후 <학문의 권장>, <문명론의 개략>과 같은 책을 집필하면서 메이지시대 일본의 지적 담론을 주도한 계몽사상가이자 교육가로 손꼽히기도 했으며, 이에 따라 일본 1만 엔권 지폐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접기
최근작 : <[단한권]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큰글자책] 서양사정>,<메이로쿠 잡지> … 총 59종 (모두보기)
성희엽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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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지역학 박사. 일본근대사 전공.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대학교 동북아국제대학원을 거쳐 국립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광역시청,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으며 부산동서대학교 대학원 일본 지역 연구과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했다. 지금은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부에서 일본학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용한 혁명』(2016)이 있다.
최근작 : <조용한 혁명> … 총 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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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한없는 한>,<중국 그림책의 출발 『아동세계』>,<한국 과학소설사>등 총 1,471종
대표분야 : 역사 23위 (브랜드 지수 74,544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본의 스승,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완역!
침략주의자인가, 자유로운 개혁가인가
일본 1만 엔권의 주인공인 후쿠자와 유키치의 명저, 『문명론 개략』이 완역 출간되었다.
일본 명문대인 게이오대학의 설립자이자 일본학술원 초대 회장,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7위를 차지하는 후쿠자와 유키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정한론을 주장한 침략주의자라는 인식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명론 개략』을 이해하지 않고는 그에 대한 어떤 평가도 의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이 책은 후쿠자와 유키치는 물론 근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핵심적인 책이다.
『문명론 개략』이 출간되던 1875년 당시 일본은 그야말로 혁명과 문명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이처럼 긴박하고 혼란스러운 정세 아래에서 후쿠자와 유키치는 동도서기와 같은 방식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새로운 국가, 독립적인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서구의 기술뿐만 아니라 사상과 문화, 무엇보다도 ‘자유’ ‘독립’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독립자존하는 개인을 강조하며 봉건체제에서 근대국가체제로의 정치사상적 전환을 촉구했던 그의 주장은 김옥균, 서재필, 윤치호 등 조선의 개혁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일본이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커다란 한 발짝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근대 일본의 사상을 형성한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 원본을 저본으로 하여, 현대일본어 번역본으로는 알 수 없는 메이지 초기 서양개념어의 한자번역어(신한어)를 정확하게 살리고 후쿠자와 유키치만의 독특한 문체와 문장 스타일도 생생하게 번역한 것이 특징이다. 후쿠자와 유키치에 관한 일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은 물론 후쿠자와가 인용한 동서양의 고전, 행간의 의미나 역사적 비화에 관한 주해도 풍부하게 수록하였다. 이 책의 주해만으로도 후쿠자와 유키치를 비롯한 당시 일본의 근대적 지식인들이 서양의 사상, 가치, 사회구성원리 및 운영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뼈 깎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잘 알 수 있다.
1800년대 동아시아에서 가장 깊게 서양의 역사와 문화, 사상을 성찰한 책은 『문명론 개략』이 유일하다고 해도 좋다. 장기간 동안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 다시 말해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보장하기 위해 자유, 공화, 독립자존이라는 서구의 근대적 가치를 동양에 가장 먼저, 가장 체계적으로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일본 근대사, 일본 근대사상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책으로 국내에서 메이지 이후 일본근대사와 근대사상사, 동아시아 근대개념사 등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이고 후쿠자와 유키치를 연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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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만 힐끗 본 사람의 논점일탈, 원천봉쇄적 조롱 대신, 책을 통독한 사람의 책 내용에 대한 근거 있고 체계적인 비평을 기대하며 난 우선 5점을 줍니다. 내 보기에 저런 태도는 '근대의 초극'을 말하며 일본은 서양을 넘어섰고 이제 황국의 미래만을 보아야 한다 부르짖은 국체주의자와 같습니다. 구매
양복순 2020-12-22 공감 (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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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의 두 100자평을 보고 뭐가 문젠지 한 번 책 받고 읽어보자 싶었는데... 2022년에 후쿠자와를 읽으면서도 여전히 이런 역자 서문을 읽어야 하는 게 놀랍다... 일본 학계에서도 이제 이런 소리는 안할 것 같다... 역자 해제를 읽으면서도 한숨만 나온다.. 조선이나 유학에 대한 이해도 좁다.. 구매
S 2022-10-16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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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의 한 문명화 비전 새창으로 보기 구매
『문명론 개략』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저작이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일본의 불평등과 권위주의를 공격하고 일본의 문명화 방향을 제시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외교(“외국교제”)라는 일본에 전에 없었던 새로운 위기 상황과
메이지 유신 이후 8년에 국가 진로를 두고 매우 유동적이었던 상황에서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의 독립을 지키는 일을 우선이라고 보았고,
“나라의 독립은 목적이고 문명은 수단”임을 논증하면서 자신의 문명화 비전을 전개한다.
후쿠자와는 서양 문명의 핵심을 “다사쟁론”에서 비롯되는 ‘자유의 기풍’으로 보았다. 그런데
일본에는 “권력의 편중” 즉 전제(專制)가 오랫동안 만연하여 사회 구조적으로 자유의 기풍이 나올 수 없으니,
일본 사회의 불평등한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여 근대적 평등한 개인을 일본 사회에 세우려 했다.
그는 천황가의 혈통이 국체(國體)라는 의견에 맞서
천황가가 아니라 나라의 독립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진정 국체를 지키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민의 지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명의 본지는 인민의 지덕(知德)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명은 국체를 지키는 수단이다.
여기서 후쿠자와 유키치는 급진적인 평등주의·자유주의·개인주의 사상을 전개하였다.
그의 사상은 당대 동아시아의 근대 사상가들, 특히 유길준과 량치차오, 그리고 후대에 마루야마 마사오 등에게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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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2021-02-26 공감(1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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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혁명 - 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건국, 제2판
성희엽 (지은이) | 소명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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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혁명 - 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건국, 제2판
성희엽 (지은이)소명출판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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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국내 저자가 메이지유신과 근대일본의 건국 과정을 중심으로 일본 근대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이 처음 나왔다. <조용한 혁명 : 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건국>이 그것이다.
이 책은 우선 방대한 분량의 사진자료가 눈에 띤다. 저자는 한 국가의 근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역사지리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이 책을 집필하면서 일본 근대사에서 역동적인 역할을 맡았던 주요 지역(번)의 역사와 지리를 이해하기 위해 가고시마에서 센다이까지 25개 도시를 직접 탐방했고 그 과정에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자료를 실어 놓았다.
거기에 국내외 학자들의 최근 연구 문헌까지 참고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일본 이와나미 출판사의 연표를 활용하여 주요 사건의 세부 일자까지 정확하게 표기하는 등 날짜, 주요인물의 생몰연대, 일본어의 표기법 등 역사책을 집필할 때 부딪히는 기초적인 사료에 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돋보인다. 또한 부록으로 일본근대사의 주요 연표와 도쿠가와 막부가 서양 국가들의 동향과 아편전쟁의 상황에 관한 일종의 정보보고서인 풍설서도 전체를 요약해 실었다.
목차
감사의 글
시작하면서
1. 동아시아 근대사의 거울, 일본 근대사
2. 주요 역사 용어들
3. 유신과 건국의 역사관
제1부 유신과 건국의 기원
제1장 「5개조서약문」과 유신혁명
1. 「5개조서약문(五箇条の御誓文)」
2. 「5개조서약문」과 유신혁명
1) 「5개조서약문」의 정치적 배경
2) 유신의 근본정신과 신정부의 국시(國是)
제2장 정통성
1. 정통성과 천황
1) 천황가의 기원과 정통성
2) 만세일계(萬世一繼) 황통론의 계보학
2. 국학과 유신혁명
1) 국학의 중흥과 발전
2) 국학과 유신혁명
3. 미토학과 유신혁명
1) 미토학(水戸学)의 성립과 발전
2) 후기 미토학과 유신혁명
제3장 근대성
1. 근대성과 일본문명
2. 난학과 서양문명
1) 세계로 향해 열린 작은 창, 데지마(出島)
2) 막부 말기 서양문명의 수용
3. 근대성과 유신혁명
1) 난학과 근대적 세계관
2) 난학과 근대적 개혁사상
제4장 공공성
1. 에도 시대 유학의 발전과 혁신
1) 에도 시대 유학의 발전
2) 경제 사회의 발전과 유학의 혁신
2. 정치 세계와 공공성의 발견
1) 이토 진사이와 천하공공(天下公共)의 도(道)
2) 오규 소라이와 선왕(先王)의 도(道)
3. 공공성과 유신혁명
1) 공의(公儀)와 공공성-대정위임론(大政委任論)
2) 근대적 공공성(公共性)-요코이 쇼난과 공공의 정치
제2부 유신혁명
제5장 혁명전야
1. 중국의 시련과 일본의 대응
1) 서풍에 실려 오는 불길한 소식, 아편전쟁
2) 우국지사들
3) 막부 말기의 부국강병 노력
2. 혁명전야
1) 불가피한, 그러나 치명적인 개국(開國)과 개방
2) 정치적 행동가(Activist)-요시다 쇼인
3) 혁명의 스타팅 피스톨(Starting Pistol)-사쿠라다문밖의 사건
4) 조슈의 지독한 투혼-8·18정변에서 제2차 조슈정벌전쟁까지
제6장 유신
1. 왕정복고 쿠데타
1) 유신혁명의 주력, 사쓰마
2) 쇼군의 승부수-대정봉환
3) 혁명세력의 반격-왕정복고 쿠데타
4) 에도성 무혈개성-가쓰 가이슈의 마지막 담판
2. 유신의 또 다른 행위자들
1) 천황가와 조정
2) 국제적 환경-영국과 프랑스
3. 패자(敗者)들의 유신혁명
1)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
2) 막신들의 유신혁명
3) 아이즈의 풀리지 않는 유신 원한
제7장 유신혁명
1. 구체제와 유신 정부
1) 기도 다카요시
2) 구체제의 특징과 한계
3) 유신 정부의 개혁 정책
2. 유신에서 혁명으로, 구체제를 해체하다
1) 지역(藩) 권력의 폐지
2) 신분 제도의 폐지
3) 특권과 차별의 폐지
제3부 건국
제8장 건국의 구상
1. 유신 정부와 이와쿠라사절단
1) 이와쿠라 도모미
2) 유신 정부와 이와쿠라사절단
2. 이와쿠라사절단의 문명론-미구회람실기
1) 자본주의 산업문명
2) 공화주의와 입헌군주제
3) 만국공법(萬國公法, 국제법)과 국제 질서
3. 유신 정부 초기의 건국 구상과 근대화 혁명
1) 유신 정부의 시련-정한론 정변(1873)과 서남전쟁(1877)
2) 이와쿠라사절단과 유신 정부의 건국 구상
3) 이와쿠라사절단과 근대화 혁명
제9장 경제혁명
1. 정부 주도의 공업화
1) 오쿠보 도시미치
2) 서구화 정책과 식산흥업 정책
2. 근대 자본주의 제도의 정초
1) 근대적 시장경제와 재정금융 제도
2) 근대화의 기수, 엔(円)의 탄생
제10장 군사혁명
1. 근대 국민군과 군사 제도
1) 야마가타 아리토모
2) 중앙정부군의 창설과 발전
2. 메이지기의 군비 증강과 대외 팽창
1) 메이지기의 대외 팽창 논리
2) 메이지기의 군비 증강
3. 메이지기 일본군의 특징
제11장 입헌혁명
1. 근대적 입헌 제도와 제국헌법
1) 이토 히로부미와 근대적 입헌제도
2) 오쿠마 시게노부의 정당내각제 입헌론과 1881년정변
3) 유럽 입헌 제도 조사와 대일본 제국 헌법
2. 불평등조약의 개정과 ‘자주독립’
1) 근대 국제 정치 질서와 불평등조약 체제
2) 근대 사법 제도의 구축
3) ‘자주독립’ 문제와 불평등조약의 개정
제12장 유신과 건국에 관한 성찰
1. 유신과 건국의 특징
2. 유신과 건국의 주체-사무라이 혁명가
1) 유신의 영웅들
2) 사무라이를 혁명가로 키운 것
3) 덴포기의 사무라이들
3. 유신과 건국의 운명
1) 건국과 독재
2) 후계자들-유신과 건국의 파괴자
보론-천황과 전쟁책임론
1. 현대 일본의 천황
2. 쇼와 시대의 끝-봉인된 전쟁책임론
참고문헌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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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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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지역학 박사. 일본근대사 전공.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대학교 동북아국제대학원을 거쳐 국립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광역시청,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으며 부산동서대학교 대학원 일본 지역 연구과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했다. 지금은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부에서 일본학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용한 혁명』(2016)이 있다.
최근작 : <조용한 혁명> … 총 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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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한없는 한>,<중국 그림책의 출발 『아동세계』>,<한국 과학소설사>등 총 1,471종
대표분야 : 역사 23위 (브랜드 지수 74,544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본 근대사 100년에 관한 성찰
국내 저자가 메이지유신과 근대일본의 건국 과정을 중심으로 일본 근대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이 처음 나왔다. <조용한 혁명-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건국>이 그것이다.
이 책은 우선 방대한 분량의 사진자료가 눈에 띤다. 저자는 한 국가의 근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역사지리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이 책을 집필하면서 일본 근대사에서 역동적인 역할을 맡았던 주요 지역(번)의 역사와 지리를 이해하기 위해 가고시마에서 센다이까지 25개 도시를 직접 탐방했고 그 과정에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촬영하거나 수집한 사진자료를 실어 놓았다. 거기에 국내외 학자들의 최근 연구 문헌까지 참고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일본 이와나미(岩波) 출판사의 연표를 활용하여 주요 사건의 세부 일자까지 정확하게 표기하는 등 날짜, 주요인물의 생몰연대, 일본어의 표기법 등 역사책을 집필할 때 부딪히는 기초적인 사료에 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돋보인다. 또한 부록으로 일본근대사의 주요 연표와 도쿠가와 막부가 서양 국가들의 동향과 아편전쟁의 상황에 관한 일종의 정보보고서인 풍설서(風說書)도 전체를 요약해 실었다.
이 책은 1700년대 후반부터 근대국가체제가 성립되고 서양 국가들과 체결했던 불평등조약이 완전히 개정되는 1900년대 초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한다. 1부 유신과 건국의 기원, 2부 유신혁명, 3부 건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제1부에서는 사상적인 측면에서 메이지유신으로 이어지는 정신적 기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774년 스기타 겐파쿠가 네덜란드 해부학 책을 번역한 <해체신서>의 간행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는 양학(洋學)과 함께, 국학(國學)의 체계화, 유학(儒學)의 근대적 발전 과정 등 다양한 사상적 발전이 메이지유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이어 제2부는 1840년 중국에서 일어난 아편전쟁 이후 1868년 초 메이지유신까지 시기를, 막부독재체제를 지키려는 세력과 막부독재체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국가체제를 건설하려는 변혁세력 사이의 투쟁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천황과 조정, 도쿠가와 막부와 친막부 번, 서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적 번이 이 투쟁의 주요 주체이다. 제3부에서는 메이지정부가 성립된 뒤 정부를 장악한 개혁적 인물들이 22개월간 서구를 순방하는 이와쿠라사절단에서부터 메이지 근대국가의 성립과 불평등조약의 완전개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1,2,3부는 근대일본의 발전과정을 사상사, 변혁운동사, 제도사 측면에서 각각 분석했다. 하지만 세 측면이 각각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순서대로 읽지 않고 관심분야에 따라 각각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아시아 근대사의 거울, 일본 근대사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저자는 1800년대 중반 서구열강이 동남아시아를 식민지화하고 난 뒤 동아시아로 진출할 때, 이들의 군사적, 경제적 침탈에 맞서 일본만이 유일하게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사무라이의 사회적 자살’이라고 불릴 정도로 봉건사회체제에서 근대사회체제로의 근본적인 국가개혁에도 성공한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일본근대사를 동아시아 근대사의 거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본근대사 연구를 통해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보려는 과정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저자는 일본의 근대 계몽사상가였던 후쿠자와 유키치의 말을 빌려, ‘믿음의 세계에 거짓이 많고, 의심의 세계에 진리가 많다’는 화두를 던진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받아들이고 있고, 진리라고 믿고 있는 일본근대사와 한일관계사에도 오류가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식민지강점에 대한 비판과 과거사문제를 중심으로만 일본근대사를 보는 좁은 시각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시각이 아니라 서양의 침탈에 맞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면서 자립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으로서의 일본근대사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1,2,3부의 방대한 서술에서 유신과 건국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을 설명한 뒤, 12장 유신과 건국의 성찰에서 ‘자주독립과 국가개혁’이라는 동아시아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덴포기(1830~1844)에 태어나고 자란 ‘덴포기의 아이들’, 즉 청년 사무라이 혁명가의 형성에서 찾고 있다. 이 사무라이 혁명가들이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키고 근대일본을 건국해 나가는 주체세력이다. 따라서 12장에서는 봉건체제 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무라이 혁명가’가 어떤 교육과정과 정신적 각성을 통해 혁명운동에 뛰어들게 되고, 메이지유신과 근대국가의 건설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일본 근대사 100년을 비극적인 동아시아의 근대사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로 삼아 성찰함으로써 얻은 결론은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그것은 한 시대의 국가지도층의 능력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4대 강국과의 협력과 갈등 속에서 국가의 운명을 개척해가야 한다. 100년 전이나 100년 뒤나 이러한 지정학적 정치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이 4개 강국의 근대사 혹은 현대사에 관해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집필한 체계적인 역사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우리 학계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이 책은 일본근대사 100년을 사상적, 변혁적, 제도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비춰 동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역사를 성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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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열정이 엿보이는 알찬책이다. 다만 책값이 다소 비싸 관심있는 일반인들이라 할지라도 선뜻 구입하기 쉽지 않다. 양장 하드커버를 포기하더라도 좀 저렴하게 만들면 더욱 널리 읽힐 수 있을듯 하다. 구매
닥스훈트 2018-08-22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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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극적인 변화를 성공적으로 그려내다 새창으로 보기
일본은 비서구권에서 자발적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일본은 아웃라이어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전쟁을 일으켰고 팽창했지만, 처참하게 패배했고, 다시 일어서 미국 다음의 최첨단 경제대국이 된 나라다. 비서구권으로 유일하게 선진국 클럽인 G7에 들어가있다. 선진국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논의에도 일본 사람 이름은 꼭 보인다.
과거 일본은 수많은 다이묘들이 나누어 통치했고 실질적 통치자인 쇼군에게 충성을 바쳤다. 천황은 상징적 존재로 남아있었다. 사무라이라는 엘리트 집단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일반 백성과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일본이라는 한 나라라는 의식조차 없었다. 실제 서양 함포가 나타나도 대다수의 백성은 남의 일처럼 여길만큼 파편화되고 봉건적인 사회였다. 그런 나라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근대적인 정치, 사회, 경제, 사법, 군대체계로 일시에 넘어간 것이다. 그런 혁명에 가까운 극적인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자신을 내던진 사회 지도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거부터 일본은 외세에 침범당한 적이 없는 나라다. 경계심과 함께 바다 밖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수집이 전통적으로 강했다. 또한, 중국처럼 자기가 대국이라는 자만심도 없었다. 서양의 대포나 함선등을 경험해본 뒤로 당대의 리더들은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파악했고빨리 개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물론 이런 과정에는 정신을 못차린 채(?) 더욱 쇄국하고 서양 오랑캐를 몰아내야 한다는 복고주의 반동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조선이나 중국에서도 쇄국론과 개화론이 부딪힌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일본은 개화 세력이 압도한다. 그들이 영국에서 대량으로 몰래들여온 신무기와 군대 편제로 이미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결국엔 물리적인 군사력이 중요했다. 그들은 보수세력인 막부 체제를 끝내버린다. (조선 개화파의 '3일 천하'나 갑신정변의 허약함과 비교하면 씁쓸한 지점이다.)
개혁 세력이 단지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의한 것은 아니었고, 서양세력의 침범에 따른 사회변혁에 대한 이상이 컸다. 안중근의 탄환에 죽은 이토 히로부미는 혁명의 중심인물이었다. 그는 조슈라는 유력 지역의 사무라이부터 시작해서, 외국을 다니며 대학이나 독일, 영국 등 정부 관료들과 만나 앞선 문물을 부지런히 익히고 일본의 사법과 정치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 개조해서 강하게 만들고자 했던 인물들이 많았다. 일본의 빛나는 시기 중 하나다. 그 이후의 세대에는 그런 열정이 비뚤어져 전체주의와 파시즘으로 흐르기도 한다.
일본은 조선과는 다르게 봉건주의 사회였고, 지방이 어느정도 독립적인 경제주체로 있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조선처럼 꽉 짜여진 중앙집권적인 체제에서는 현실적으로 내부의 변화가 어려웠던 것 같다. 결국에는 군사력이 중요한데, 빈약한 중앙 정부를 무너뜨릴 정도의 경제적 기반이 지방에 없었다고 할까.
이 책은 이러한 일본 근현대사의 중요한 시점을 자세하게, 그리고 다방면으로 잘 그리고 있다. 가장 극적인 성공적인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역사적 사건이고, 그에 대한 충실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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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azy 2017-06-26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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