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인권에 기반 한 ‘북한인권재단’을 촉구한다
전수미 변호사 | 기사입력 2022/12/09 [16:49]
현 정부가 집권하자 북한인권재단에 대한 논의가 재 점화 되고 있다. 북한인권법안은 2005년부터 11년간 발의와 폐지를 반복하다가 결국 2016년에 제19대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제정되었다. 당사자국인 한국은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2006년 일본의 북한인권법보다도 제정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그 배경에는 북한인권이라는 이슈에 좌·우 진영논리가 반영되면서 민주당이 북한과의 관계 - 대화와 소통을 이유로 북한 인권을 거론하는 것을 꺼린 반면, 새누리당은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있으므로 주적국가의 만행을 적극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는 진영은 인권・노동・복지를 중점으로,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진영은 경제・안보에 중점을 둔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는 진영 중 일부는 북한을 화해・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보다 나은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교류 추진을 위해 탈민들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불편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반체제 목소리가 북한이 남북 협력과 교류를 꺼리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진영은 북한 인권과 탈북민 인권에 대해 진심인가. 북향 여성들이 동향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하거나 피해사실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같은 북한 사람끼리의 일이고, 정치적으로 진보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기에 북향 여성들의 인권유린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북한체제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일부 북향남성들만 조명함으로써 북한 인권을 정치적 도구화하였다. 결국 남한 사회 내에서 목소리가 거의 없는 북향 여성은 탈북민 사회에서도 격리된 계층이자 새로운 하위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반도는 70년의 분단 동안 한국전쟁을 거친 화약고 상태로 서로 분노하고 원망하며 서로의 체제를 부정하고, 상대 체제에서 온 사람들은 각 진영 논리에 맞춰 이용당해왔다. 탈북민들은 그 진영논리에 따라 철저히 이용당하는 존재였고, 우리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북향 여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살아왔다. 남한의 안보관을 기초로 구성된 국정원 조사, 하나원에서의 강제 교육, 신변보호담당관 배정 과정은 국가가 탈북민을 ‘이중간첩’으로 간주하고 감시・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북한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기존의 냉전 체제와 군사주의적 논리를 극복하고 걷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가 북한인권재단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북한인권’ 개념이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념화, 정치화 되어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북한 인권’ 에 대한 정치적 담론에서 벗어나,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코리아 인권’ 의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인권법의 북한인권의 범위를 북한영토안의 북한사람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을 ‘코리아 인권’으로 확장할 때 북한에 제기하는 인권 문제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남한 내 거주하는 탈북민들의 인권까지 함께 논의할 수 있다.
지금까지 탈북민 지원법은 있었지만 탈북민 인권법은 없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북한 인권 논의가 공허한 정치적 담론에 그쳐왔다. 북한 인권을 ‘한반도에 살고 있는 북한 사람들의 인권’으로 확장할 때, 북한인권재단은 유의미하다. 또한 북한 인권의 범위 확장은 기존에 정치적으로만 논의되던 북한 인권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재구성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인권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전수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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