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2

분노에서 사랑과 환대까지

분노에서 사랑과 환대까지

인문 | 분노에서 사랑과 환대까지

기사승인 [197호]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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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에 대하여

  
용서에 대하여 
강남순 글, 동녘
‘르상티망(ressentiment)’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강자의 횡포에 대한 약자의 분노, 원한을 드러내는 말인데, 니체는 이를 ‘복수의 정신’으로 명명한 바 있다. 가진 자의 갑질 현상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국가 최고 권력층의 국정농단으로 정점을 찍으면서 발화된 2016 촛불민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시점에서 ‘용서’라는 뜬금없는(?) 주제를 꺼내드는 이유는 우리들의 분노가 분노의 표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고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용서에 대하여》는 정치, 철학, 종교, 심리학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연구해온 강남순 교수가 용서라는 주제를 철학적, 신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저자는 2015년에 있었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해자 아버지의 분노를 접하면서 용서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용서해야 하는가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홀로코스트·남아공·일본 위안부 문제에서부터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대인관계의 고통과 갈등까지 우리의 삶은 용서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게다가 인간은 지속적인 삶과 생존을 위해서 스스로를 용서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용서가 필요한 상황은 언제나 구체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똑 떨어지는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또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낭만적인 용서와 값싼 용서는 용서하지 않는 강퍅한 마음과 마찬가지로 그 폐해가 크다.
가해자를 악마화 하고 피해 당사자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파괴적인 분노는 우리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반면에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그것에만 분노하는 성찰적 분노는 인간은 불가피하게 상처를 주고받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진실을 알고 바로 잡고자 노력하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용서를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나 제한은 있을까? 저자는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라는 자크 데리다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게 사랑’인 것처럼 용서도 불가능한 것을 무한하게 시도할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용서하지 못할 때 우리는 과거의 감옥에 갇혀 스스로의 인간됨을 포기하며 살 수밖에 없다. 용서는 삶의 혼란과 고통 속에서 진행되는 일이기에 용서에 대한 성찰이 곧장 용서의 실천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저자가 ‘끊임없이 용서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고 독자들이 한번쯤 이 주제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할 이유다. 르상티망에서 성찰적 분노와 용서, 그리고 사랑과 환대까지 갈 길이 멀다.

심정아 서평기자 bookplus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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