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말 친일문학은 자발적 선택’
"일제 말기 친일 문학은 문인들이 자발적으로선택한 것이며,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친일에 가담했다는 통념은 근거가 없다" 문학평론가 김재용 원광대 교수(한국어문학부)는 최근 출간한 저서 「협력과 저항」(소명출판 刊)에서 1938년 10월 이후부터 1945년 8월까지 일제 말기의 문학을주체의 의지에 따른 '친일'과 '저항'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는 일제 말기에는 강요에 의해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친일에 동참했다는 통설을 부정하며, 당대에도 친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문인과 이에 저항한 문인이 분명히 나누어진다고 주장했다.
친일 문학의 자발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그는 당시 '협력'의 편에 섰던 문인들의 행동에 나름의 내적 근거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크게 1938년 중일전쟁 이후 정세상 독립은 요원하기 때문에 일본에 협력해차별을 극복해야 한다는 내선일체론, 서구 근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계로서 동양과일본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대동아공영론으로 구분된다.
저자는 특히 후자의 지지자들에게 친일의 자발성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며,그 대표적 인물로 채만식과 서정주, 여류문인 최정희와 카프작가 송영을 들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채만식의 경우 1938년말 이광수를 비롯한 작가들이 내선일체론을 주장할 때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1940년 중국에 친일 정권인 신남경정부가 들어서자 일본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의 도래를 확신하게 된다.
이후 채만식은 새로운 질서의 창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결심, '나의 꽃과병정' '혈전' '위대한 아버지의 감화' '여인전기' 등 군국주의와 전쟁을 옹호하는일련의 작품을 발표했다는 것. 그러나 저자는 "채만식의 경우 해방 이후 과거를 참회하는 '민족의 죄인'을 발표하고 일체의 문학단체에 적을 두지 않은 채 냉전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면서 "그의 친일에는 통렬한 자기 반성이 뒤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초기 시세계에서 서구 근대 문명의 속물성을 비판했던 서정주는 그 대안으로 '동양'에 대한 자각과 대동아공영론을 구분하지 못한 채 친일 문학에 경도된 것으로 분석됐다.
서정주는 이후에도 친일에 대한 일관된 반성이 결여됐다고 저자는지적했다.
'저항'의 편에 섰던 작가들이 택한 경로는 세 가지. 이들은 절필로서 침묵하거나, 우회적 방법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전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해외로 망명했다.
이중 다수를 차지했던 '침묵'의 대표적 사례가 김기림. 일체의 작품활동을 중단했던 1941년 이전까지 그는 다작했으며, 그 논조가 식민주의 정책의 비판에 있었다는 점은 절필의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우회적 방법을 택한 인물로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피' '그림자' 등의 소설을 발표한 카프 작가 한설야를 들었으며, 망명을 택한 작가로는 이육사와 김사량이 있었다.
김 교수는 "친일 협력을 했던 이들보다 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 엄연한 문학사적 현실"이라며 "저항 문학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지 않은 지적 태만이 옳지 않은 통념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262쪽. 1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