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주성하기자 2015-05-26 5:15 am
북한에선 제일 끔찍한 말이다. 장성택, 현영철을 포함해 숙청된 북한 간부들의 판결문에는 꼭 신임을 저버렸다는 ‘죄명’이 붙는다. 이 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이 너를 핵심 통치 계층에 뽑아주었는데, 이제 더 믿지 못하겠으니 죽이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대신할 것이다.”
통치 계층의 상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엔 조상 때부터 김씨 일가에 충성한 ‘뼈대 있는’ 집안 출신만 매달릴 수 있다.
경쟁자를 물리치며 한발 한발 위로 올라갈수록 꼽기조차 아름찬 갖가지 특혜들이 기다리고 있다. 고급 주택, 외제 차, 자녀 대학 입학권, 최고 의료 수급권부터 시작해 북한 돈 1원으로 1달러짜리 상품도 살수 있는 특권까지….
자신이 어디쯤 올라왔는지는 어떤 공급을 받는지를 보고도 가늠할 수 있다.
최상위 ‘1일 공급제도 대상’이 되면 식모가 주문한 각종 육류, 과일, 수산물 등이 매일 오전 6시 냉동차에 실려 집에 배달된다.
중앙당 비서, 내각 총리, 군단장 이상 군 장성, 각 도 책임비서 정도가 이에 해당된다.
그 아래 3일에 한 번 냉동차가 오는 ‘3일 공급제도 대상’이 있는데 노동당 과장, 내각 장관급이 해당된다. 항일빨치산 연고자, 남쪽에서 송환한 비전향 장기수도 이런 공급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북한의 계층별 공급 제도는 주 공급 대상, 월 공급 대상까지 매우 세분화됐고, 운명도 특권을 누리는 자와 뜯기기만 하는 자로 갈린다.
1990년대 중반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 1일, 3일 공급 대상들의 특권은 오히려 더 커졌다. 김정일은 백성이 아무리 많이 굶어 죽더라도 측근들은 절대 등 돌리지 않게 아낌없이 보상해야 한다는 독재 정권 유지의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오랫동안 마비되다 보니 핵심 계층의 충성을 사던 김정일의 돈주머니도 점점 고갈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이 꺼낸 카드가 바로 ‘부패 허가’였다. 김정일은 직접적인 보상을 줄이는 대신 부패를 눈감아 줌으로써 특권층에 우월감과 보상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이때부터 북한의 통치 계층은 큰 간부는 크게, 작은 간부는 작게 각자 인민을 수탈하며 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김정은 시대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북한에서 부유함은 곧 권력과 비례하게 됐다. 북한판 태자당이라고 표현되는 북한 신흥 부자층에는 당정군을 가리지 않고, 핵심 고위계층의 자녀들이 부모 권력순으로 포진돼 있다.
부패는 한편으로는 김씨 집안이 쥔 칼자루이기도 하다. 마음에 안 드는 인물은 부패로 몰아 죽이면 그만이다. 태자당의 운명도 부모의 용도가 끝나는 순간 함께 끝나는 것이다.
얼마 전 김원홍 보위사령관의 아들인 김철의 외화벌이 세력에 대해 내사가 있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원홍이 무탈한 것으로 보면 여전히 그가 효용가치가 있다고 김정은이 판단한 듯하다.
목을 맡기고 사는 고위층은 “당의 신임을 저버렸다”는 무시무시한 판결을 받고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 목숨 내놓고 충성하게 된다.
사실 이런 식의 통치 방식은 세계의 가난한 장기 독재 국가들에서 아주 보편적인 것이다. 결국 죽어가는 것은 북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난한 인민들뿐이다.
하지만 독재 국가에서 병들고 굶주려 나약해지고 위축된 인민이 반란을 일으키는 사례는 거의 없다. 고위층 역시 부패한 체제가 자기의 부를 담보해주기 때문에 배신할 생각을 갖지 않는다.
결국 북한에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세력은 몹시 궁핍하거나 몹시 윤택한 계층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면 시장에서 돈을 축적하는 시장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김정은 체제 들어 시행되는 시장 및 농업 개혁으로 이들의 만족도는 커지고 있다. 이들 역시 부패의 사슬 속에서 통치 계층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부를 키우고 있다. 이런 북한에선 오랫동안 시민혁명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만 하더라도 북한의 부패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수위를 다툴 정도다. 나는 북에서 그 변질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
북한이 뇌물 없이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어딜 가나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 나라가 되기까진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되돌리자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청렴한 북한은 내 생전엔 볼 수 없을 것 같다.
정권 유지를 위해 북한을 완전히 썩게 만든 것, 이는 김씨 일가가 민족 앞에 용서받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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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으로 여러 번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한 가지 부탁 말씀드립니다.
현재 동아미디어그룹 차원에서 사원확장대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년 모든 신문사들이 예외 없이 하는 일입니다. 이럴 때마다 학연, 지연 등이 없는 저는 좀 곤혹스럽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오히려 북한 기사 열심히 쓸수록 칭찬대신 죽이겠다는 협박만 늘어나는 특이한 기자죠. 그렇지만 모든 기자들이 열심히 하는데, 저만 남의 일처럼 여길 순 없겠죠.
쑥스럽지만, 여러분들께 호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블로그 매일처럼 찾아주시는 가족 같은 분이 1만 명이 넘는데, 한번 저를 도와주시는 셈치고 동아일보 또는 관련매체를 구독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여건이 돼 여러 부 신청해주시면 더 고맙겠구요. 1년 보는 조건이고 아래 상세한 내용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다시피 기자에게 2~3만 원 확장 수당이 나옵니다.
신청해주신 분들에게 7~8월 경 하루 날을 잡아 제가 밥을 사겠습니다. 또 참석해주신 분들께 제가 출간한 신간 ‘남쪽에서 보낸 편지’에 사인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이 문고 북한 코너에 가 있어야 하는데, 분류가 잘못돼 수필 코너에 박혀있다 보니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많습니다. 초판은 팔려야 체면이 서는데, 책방에 가면 웬만하면 이 책도 한번쯤 찾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 : 구독신청하시는 분들은 제 이메일 zsh75@donga.com에 원하는 매체와 구독기간, 성함과 주소, 전화번호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시 농토 망친다며…두러누워있던 사진보며 실소가…
아마도 1960년대에 김대중이 대통령 되었다면…베트남 필리핀 혹은 북한처럼 살고 있겠죠….
님에게 쓴글이 아니예요…
주로 지조가 없고 ‘쉬운’ 여자라는 뜻으로…
좌파 매체들에게도 대기업들이 울며겨자 먹기로 광고 내 주는데 여기라고 못 할 이유가 없지요.
기업하시는 분들이 십시 일반 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 특정기업 혹은 단체에 지극히 유리한 기사를 써주고 개인블로그광고를 받는다던가..
기자들도 사람인이상 금전에 눈이 어두워 쓰지말아야할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기블로그조차 성인광고나 성형외과광고로 넘쳐나는 꼴은 절대 못보겠습니다..
대기업광고나 정부/지자체광고를 유치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굳이 동아일보 광고면을 두고 또 다른곳에 광고비를 쓸지도 모르겠고..
환향녀라는 말이 화냥년과 발음이 유사하자 같다 붙인 것입니다
현재 국어학계에서는
화랑+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년은 중세 국어에서 여자를 뜻하는 보통명사였고
화랑은 중국어에서 온 말로 윤락녀를 일컫던 말로 조선 전기부터 쓰였습니다
확인해 봐야겠네요…
사옥을 옮기나요?
(저는 저 중에서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특히 관심이 갑니다)
을 지르고 싶지만, 부모님께 돈을 받아 사는 처지여서,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군요.
마침 저희 학교 도서관에 주성하 기자님의 신간이 없네요. 제가 희망도서로 신청하면
학교에서 한 권의 주문량이 늘어날테니, 좋은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왕 신청하는 김에 아직 들어와있지 않은 주기자님이 책이 더 있다면 싹 다 주문 넣겠습니다.
학생 용돈으로도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번 신간은 개인소장용으로도 한 권 사겠습니다. 그럼 건승하십시오.
댓글이 많이 붙을 포스팅인데….
댓글은 안 달지만 아마도 여기 오는 1만명 중 동아일보 정간물 구독신청 500명은 할 겁니다.
그러나 혹시 기대에 미달해 490명만 신청하더래도 실망하지는 마세요. ^^
동아일보 또는 관련 매체 중 하나를
구독하겠습니다.
통일 이후에도 ‘선량한 북한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 기자님의 부탁에 호응 합니다.
그런데 어떤 경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죠 ??
참고로 저의 가족중 일부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만,
구독료는 한화로 입금이 가능합니다.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그렇게 하지요.
한가지 더….
모든 매체를 구독하겠습니다.
최소 신청 단위가 1 년 인가요 ??
아무튼 일단은, 신청하는 절차를
알려 주시지요.
저는 실향민의 자식입니다.
기칸데 기거레이 염려 마시라요.
내래 본국에서 여기 미국으로
한달에 한번정도 보내오는 물건이
있시요. 우리 큰 에미나이래 한국에서
선생딜 하고 있디요.
기 아이래 물건을 보낼때 같이 보내며는
되니끼니 일 없시요.
아, 기카구 내래 한가디 묻같시요.
기런데 내래 기자양반한테 메일로
묻같시요. 기다리시라요.
주기자님께 묻는다면 위에서 처럼 말씀 하셨을 겁니다.
………….
가슴을 쥐뜯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