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엔 한없이 가혹하지만 본인에겐 왜 관대한가” …고대생들 ‘부글’
“재벌엔 한없이 가혹하지만 본인에겐 왜 관대한가” …고대생들 ‘부글’
입력2020.10.18.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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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대사, 교육부 중징계요구 대상 포함
교수·직원 13명이 6693만원 부정사용
재학·졸업생 커뮤니티서 거센 비판
“자신에게는 관대한가” 꼬집어
2016년 이후 연구비 환수액 136억
장하성 주중대한민국 대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연구비 명목 등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강남 유흥업소에서 부정 사용해 중징계를 받게 된 고려대학교 교수 명단에 장하성 주중대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고려대 재학생·졸업생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끊이지 않는 교수들의 연구비 부정 사용을 막으려면 대학 내 자체 감사와 신고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장 대사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법인카드 부정 사용 사실이 드러난 교직원 13명에 장 대사가 포함됐단 사실이 알려진 뒤다. 한 이용자는 장 대사가 2015년 출간한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의 제목에 빗대어 “교수님 말씀대로 분노하면 되느냐. 남에겐 엄격하고 나에겐 관대한 사람들로 (인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재벌에게는 한없이 가혹하지만 본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신 분”이라고 꼬집었다. 장 대사를 비판하는 게시물의 댓글에도 “한때 장 교수가 워낙 유명해서 청강이라도 하고 싶단 생각을 가졌던 사람인데, 대체 어디까지 실망해야 하나 싶다”, “장 교수뿐만 아니라 경영대 교수들이 포함됐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장 대사는 1990년부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내다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뒤 지난해 3월 주중대사에 임명됐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고려대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장 대사와 보직교수 등 교직원 13명은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221차례에 걸쳐 6693만원을 결제했다. 이들이 사용한 법인카드는 교내·외 연구비와 행정용 등으로 지급된 카드다. 교육부는 이들 13명 중 12명에게 중징계를 내리도록 학교 쪽에 요구했는데, 장 대사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년퇴임을 한 상태여서 실제 징계는 이뤄지기 어렵다. 야당은 이에 “스스로 (대사직) 거취를 정리해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다하라”(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고 촉구했다. 이 같은 비판에 외교부 쪽은 “대사직과 관련 없는 개인사”라며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문제는 꾸준하게 지적돼왔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한국연구재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연구비 부정 사용으로 환수 처분이 내려진 돈은 136억6600만원이다. 지난 5년간 해마다 환수 처분된 연구비는 20억원이 넘고, 올해 7월까지도 20억7700만원에 이르는 연구비에 대해 환수 조처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연구비 횡령을 막기 위해선 대학 내 자체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수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학구조상 횡령은 은밀하기 이뤄지기 때문에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대학 내 자체 감사를 강화하고, 대학원생들이 신고 등을 통해 적극 의견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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