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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세계는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 - 한국사회 COVID-19 시민백서>>(김유익 외, 모시는사람들, 2020년 4월)
1.
코로나바이러스 19의 유행으로 인류는 깊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2020년 4월 말일 현재, 뉴욕에 시체가 즐비하게 쌓이고, 모스크바에도 확진자 수가 5만 명을 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근대문명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자랑하던 현대사회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요?
‘모시는 사람들’은 그 문제를 궁금히 여긴 나머지 한 권의 흥미로운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의 필자들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및 유럽에 거주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 또는 활동가들입니다. 그들이 쓴 20편의 글을 통해서 우리는 정치와 경제부터 시작하여 각종 분야에서 새로운 문명이 태동하는 조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2.
이 책이 제 마음을 끈 지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한국현상’이라 부르는 지점에 주목한 거지요. 문재인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 방역에 유례없이 큰 성공을 거두었지요. 필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건에 주목해, 한국사회의 새로운 위상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번에 훌륭하게 작동한 ‘한국적 모델’은 5가지 특징을 가졌다고 하지요. 첫째가 준비된 공공보건 시스템이요, 둘째는 철저한 역학조사와 정보공개, 셋째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검사, 넷째는 선별적이고 체계적인 치료, 끝으로, 민관 협치의 거버넌스라고 합니다(15쪽 참조). 만약에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특징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면 미래의 인류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은 눈부실 것입니다.
그럼 이웃 나라 중국은 어떤 편일까요. 한 마디로, 그 역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규모가 비슷한 미국과 비교하든 유럽연합과 견주어 보아도 훌륭하였다는군요. 다만 아쉬운 점은 시민의 자율성을 존중하기보다는 억압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 역시 중국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 그야말로 반전입니다(36쪽 참조).
잘 알고 보면 일본도 방어에 성공한 지방정부가 있습니다. 와카야마현이죠. 지리적으로 감염 차단이 대단히 어려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독자적인 정책을 펴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52쪽 참조). 실로 대단한 일이지요. 아베 정권 아래서는 한일간에 미묘한 감정적 대립이 격화되어, 우리가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한계도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런 약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3.
이밖에도 몇 가지 흥미로운 논점이 이 책의 이면을 흐르고 있습니다. 서네 가지만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미래에는 다양한 차원에서 사회적 협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될 전망입니다. 이번의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드러났듯,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다양한 공공기관, 학교, 학원, 보육기관, 그리고 크고 작은 시민사회의 단체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이지요(62쪽 참조).
둘째, 언론매체의 개념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기성의 언론기관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SNS)를 사용하는 모든 시민이 언론 활동을 벌이는 셈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흐름이 한순간에 위력적인 매체로 작동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75쪽 참조)
셋째, 한국사회의 자존감 회복이 흥미로운데요. 한국인들은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함으로써 어딘가에 존재하는 ‘모델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 모델이 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한국사회의 역할이 자못 기대됩니다(130쪽 참조).
넷째, 지난 시절의 세계화는 실상 ‘자본의 세계화’였으나 앞으로는 ‘생명의 세계화’가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자본에 굴복한 과거의 인간은 오만하게도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신인간新人間-신인류新人類’임을 자각하여 생명공동체의 재건에 앞장서야 한다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268쪽 참조).
4.
책의 내용이 궁금한 친구들을 위하여 목차를 소개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1부 재난과 국가
한국의 대응, 모델이 될 것인가 /이나미
중국, 우리가 서로 배워야 할 것들 /김유익
일본의 방심과 미주迷走 /야규 마코토
코로나19와 지방정부의 대응 체제 /윤창원
제2부 재난과 매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한국 언론의 시각 /민지오
재난 상황에서 본 저널리즘의 위기와 네티즌들의 반응 /장희욱
이상적인 방역 모델을 보여주다 /조성환
제3부 재난과 공공성
신종 감염병의 시대, 의료 시스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박재현
바이러스 오브젝트Virus Object /이원진
재난에 발휘되는 도덕성 /조성환
재난, 혐오에 날개를 달다 /김진경
제4부 재난과 일상
코로나19가 바꾼 일상과 삶 /이현진
변화된 일상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박지은
영화로 보는 팬데믹 컬쳐의 도래 /이원진
제5부 재난과 종교
코로나19, 종교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허남진
종교와 감염 /이창익
코로나19와 신천지 /홍승진
제6부 재난과 인문학
전환 시대의 새로운 삶의 지침, 멈추고 돌아보는 마음 /유정길
다시 개벽의 그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박길수
인류가 우리다 /심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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