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2

손민석 윤석열 독도 문제

(1) Facebook

손민석
Favourites  · 12 h  ·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논의가 오갔다면 상당히 문제적이라는 나의 발언을 놓고 지인 중 한 명이 일본 측은 왜 그러냐고 질문해서 
일본 특유의 "고유영토론"과 관련하여 일본측의 논리와 그에 대한 한국 측의 대응을 주욱 설명하였는데 지인이 매우 당황하였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매국노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라는 것과 함께 이승만 정부의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이 이승만=친일파라 여겼던 점과 많이 달라보여 당황한 듯하다. 

 나는 이 문제의 근원에는 미국이 있다는 정병준의 연구에 동의하고, 미국의 한미일 삼각관계에서의 헤게모니 행사 의도를 타파하려면 결국 한일 간에 협상을 통해서 독도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본다. 지인이 당황했던 부분은 이승만이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과정에 개입하여 독도와 울릉도를 한국의 영토로 삼고, 쓰시마 섬 즉 대마도를 "배상"의 형태로 할양받으려 했다는 거였다. 내가 평소에 한국(인)은 적어도 일본에 대해서 승전국 행세를 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 사실을 말해주니 이해가 된다고 해서 이걸 진작에 말할 걸 그랬나 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독도를 자국이 전근대, 늦어도 17세기 이래로 영유해왔다는 점에 대한 이런저런 근거를 댈 수 있다. 호리 가즈오가 1987년에 태정관의 결정을 다룬 "1905년 일본의 다케시마 영토 편입"이라는 논문을 내면서 일본 정부가 독도와 울릉도를 조선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한국 측은 주요한 논거로 삼는데, 호리 가즈오가 대표적인 "식민지근대화론자"이자 "중진자본주의론자"로서 한국 뉴라이트와 긴밀한 의견교환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하다. 한국 정부의 독도영유권 주장에서 가장 주요한 근거를 일본인 "경제사학자"가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치욕적으로 느껴진다면 내가 너무 과하게 민족주의적인 것일까. 아무튼 그런데 호리 가즈오가 들고 온 결정문에 나온 "다케시마 외 1도(島)"라는 발언이 구체적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하나로 묶어 지칭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다. 적어도 일본 정부는 그러한 해석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 전근대에 어떻게 인정했든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근대에 접어들어 주권국가로서 영유권을 누가 먼저 행사했는지가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1904년 이래 러일전쟁 과정에서 강제편입한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센카쿠 열도의 경우에는 일본인 어민들의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편입시킨 것과 달리 독도의 경우에는 일본인 어민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거절하였다가 러일전쟁의 상황에서 발틱함대의 진군을 염두에 두고 편입한다. 내무성이 한국의 영토로 보이는 바위섬을 굳이 편입하려 하다가 한국 병합의 의도를 지녔다고 서구열강으로부터 비판받을 것을 우려하여 거절하였지만, 외무성이 군사적 가치 등을 운운하며 실현시켰다. 이 지점에서 한국 측은 독도의 점령이 이어지는 통감부-식민화라는 연쇄효과를 가져왔다고 보기에, 다시 말해서 침략의 시작점이라 보기에 이승만 정부 때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격하게 반발하였다. 1954년에 아예 실질적으로 점유해버린다. 
 패전 이후 일본이 연합국과 평화조약을 맺는 과정에서 영국은 독도를 명시하여 일본 영토에서 배제하는 조약안을 들고 왔고, 일본 측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미국의 외교고문 시볼드가 일본의 입장에 따라 독도를 한국 영토에서 배제하는 미국안을 내세웠다. 영미측의 합의 과정 속에서 독도의 영토적 지위는 애매하게 처리되었고 미국은 초기에 한국의 편을 들어주던 것에서 일본의 반발에 직면하여 중립적인 위치로 이동하며 전후 처리 문제를 애매하게 다뤘다는 데서 영토문제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솔직히 누구의 영토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 우리만 논거가 있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미국조차도 설득을 못 시킨 게 현실이다보니..
 일본은 자신들의 논리가 일관되기 때문에 한국이 무단점유하고 있는 독도를 반환해야 한다고 이승만 정부 때부터 주장해왔다. 박정희 정부와의 한일협정 당시에도 일본은 사회당 등의 야당이든 자민당이든 간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로 한국이 무단 점령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우월한 일본의 지위를 활용하여 한국으로 하여금 독도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야당과 여당 간의 차이라고 한다면 이승만 라인, 평화선의 설정을 철폐하면 자연스럽게 독도 점령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게 야당의 입장이었고, 정부와 여당은 한일협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포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독도를 건드리면 한일협정 문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에서 언급을 피해버렸다. 
 일본의 고유영토론에 따르면 중국, 러시아, 한국 등이 모두 일본의 고유영토를 강제점령하고 있게 된다. 자위대를 활용하여 이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우익진영에서 심심찮게 나온다. 다시 말해서 고유영토론은 일본의 보통국가화 및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상태로의 전환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내 입장에서는 일본이 정신나가지 않은 이상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자위대를 동원할 수 있겠는가 싶지만.. 러시아가 아무리 우크라이나 하나 못 이기는 것처럼 보여도 일본이 러시아를 침공해서 영토를 방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가장 좋은 해법은 한국이 실질적으로 점유하면서 한일 양국이 실질적인 연합관계를 형성하면 된다. 동해를 한일의 호수로 삼자는 식으로 나아가는 수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아니면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가 미진하게 한 전후 영토 처리 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데 일본 입장에서 한중일(과 북조선 및 대만까지)을 포함한 주변국 전체와 이 협상을 다시 한다면 버텨낼 재간이 있을까?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여기서 독도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형태로든 협상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주변국들 중에 한국이 첫 스타트를 끊게 되고 일본은 한국에서의 경험에 기초하여 중국, 러시아 등을 대할 것이니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커질 여지가 있다. 제발 가만히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좀더 정리해서 글이나 올려볼까..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