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북한 사람들은 차별 받아 당연한가 (471)
by 주성하기자 2014-07-25 8:30 am
이런 논지의 글이 요즘 몇 개 눈에 보입니다.
<통일되면 북한 사람들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다.>
한번 더 강조하면 그냥 몇 개입니다.
이 글은 순전히 그 몇 개 때문에 쓰는 겁니다. 내게 해당되는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예…해당 안되는 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차별…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연하다고 보진 않지만 결과론적으론 여러 이유로 차별을 받을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만들어진 통일인가를 전제로 아주 중요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북한- 제발 통일하자. 우리를 잘 살게 만들어줘.
남한- 오케이. 도와줄게. 그런데 니들 차별받을 수 있다. 그걸 감내하겠냐?
북한- 알았어. (또는) 그렇다면 싫다.
이게 맞는 순서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요? 위의 논리인가요? 아닙니다.
남한- 통일하자. 통일하자. 대박 만들어줄게.
북한- 오 그럼 좋지.(물론 김정은은 절대 이러지 않겠지만)
남한- 그렇지만 너희들은 당연히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어.
북한- ???
차별이 당연하다는 분들께 묻습니다. 지금 이 모양새가 아닌가요?
지금 통일하자고 주장하는 쪽이 어딥니까. 북한입니까. 남한입니까.
북한이 지금 통일 당장 하자고 공세를 폅니까. 전혀 아니죠.
이런 논리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하자고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너 못사니까 떡 줄게…받어…받어…그리고 이걸 받고 너 나한테 멸시 받는 거 당연한거야.”
이게 얼마나 기분 나쁜 논리인가요. 말만 들어도 “어, 이 재수 없는 놈”하고 주먹이 나가지 않으면 다행이겠습니다.
이게 100여년 전에 일본이 “어이, 조센징, 너네 가난하니까 우리랑 합치자. 우리가 너흴 잘 살게 만들어줄게. 하지만 너흰 미개하니 차별이 당연해” 하는 논리랑 뭐가 다른가요.
제가 북한 사람이라면 그런 통일 반대합니다. 가난해도 차별을 감수하면서 살긴 싫죠.
그러니까 차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그러면서 뭘 베푸는 것처럼 생각하지 마세요.
차별할거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통일론자인척 착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과 같이 살 생각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지레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것이죠.
자기 발로 한국 찾아온 탈북자와, 한국이 점령군처럼 들어가는 경우 북한 주민들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남쪽에선 북쪽이 거지니까 당연히 구걸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아시안게임 회담도 북한이 돈 달라고 해서 결렬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 판단에는 이쪽이 쪼잔했습니다.
제가 알기엔 북한은 돈 달란 소리 전혀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의례 짐작하고 먼저 말을 꺼낸 겁니다.
북쪽- 이번에 우리는 응원단은 육로로 오고, 숙소는 만경봉호로 할 것이며…
남쪽- 체류비는 국제관례대로 하겠습니다. 인공기 큰 거 펼치지 마시고요…
북쪽- 야, 우리 언제 체류비 더 달라 했냐. 인공기 펴겠다고 했냐…우릴 거지로 아냐.
이래서 문 박차고 나간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북한이 돈 안줘서 나갔다고 와전됐지요. 와전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입관이 그렇게 믿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북한이 은근히 마음속으론 기대는 했을 겁니다. 하지만 국제관례대로 하겠다고 생각했으면 북한이 체류비 이야기 꺼냈을 때 관례대로 하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맞는데, 먼저 그런 말을 하니 상대방이 얼마나 기분 나쁘겠습니까.
아무리 못살아도, 자기가 알아서 돈 있는 사람에게 가 붙게 만들어야지, 돈 있는 쪽이 먼저 돈주머니 흔들며 건방 떨면 안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건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남한 주도로 통일을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남한 주민들 보기엔 북한 주민들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혼자 속으로 하고 북한 사람들 앞에선 절대 표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북한 사람들 차별받을 것이 걱정스럽다고 쓰니, 주성하가 동아일보에서 차별 받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나, 별소릴 다 듣습니다. 제 글들을 보면 제가 차별 견디며 있을 사람처럼 보입니까?
오히려 남들 보기엔 회사에서 제일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사람이 저라고 할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싸가지 없이 사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인간으로써 지킬 것은 지키고 삽니다.
다만 저는 회사나 선배에게 잘 보여 회사에서 인정받고 부장, 국장으로 승진 발 빠르게 할 목표가 없으니 누구에게 멸시 같은 걸 받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견뎌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제가 당면하게 가고자 하고, 또 가고 있는 길은 회사나 선배를 쳐다보며 일하고 인정받는 직장인이 아닌, 독자들을 쳐다보고 인정받는 길입니다. 이게 꼭 동아일보에서만 실현 가능한 건 아니기 때문에 쫄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남쪽에선 어디 가서 동아일보 기자를 한다면 “오, 탈북자가 한국에 와서 성공했네” 이런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니, 사회적 인식이 그렇습니다. 탈북자는 당연히 못 나가야 하는데 잘 나가 보이네 하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죠.
김일성대 6년 학제 졸업하고 기자하는 것이 성공인가요? 북한에선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김대 졸업생이 북한에 유일한 메이저라 할 수 있는 노동신문 기자를 해도 그냥 평타 쳤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서울대 인기학과 나와서 어디 신문사 기자하면 그리 성공했다고 보지 않을 겁니다.
만약 북한 주민들이 오히려 저를 본다면 김대 졸업하고 고작 기자나 하려고 목숨 걸고 한국에 갔냐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저보고 성공했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통일을 할 때 이런 시각의 차이 역시 교정이 필요하죠.
지금도 저는 학벌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전문성으로 보나, 일의 양과 질로 보나 어느 하나도 컴플렉스를 느끼지 않고 자신감있게 당당하게 삽니다. 그런데 밖에서 볼 때는 많은 사람들이 단지 탈북자란 것 하나만 보고는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건 저한테만 해당되는 사례는 아니고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을 보는 시각이 그렇습니다. 잠재력보다는 딱지부터 보는 거죠.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보는 적지 않은 탈북자들은 오히려 남쪽에서 사회적 위치는 더 낮아진 경우가 많습니다.
남이나 북이나 최고 대학을 나왔으면 어떤 인간 집단 속에선 나름 애썼다는 것일 겁니다. 동아일보에서 저에게 월급 주는 이유도, 월급 값어치는 한다고 생각해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 정도는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어떤 사람은 또 이런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몇 번 들었던 소리죠.
“당신 같은 탈북자가 남쪽으로 와서 동아일보 기자 자리를 차지하니까 한국의 어느 똑똑한 젊은이 한 명은 동아일보 기자 못된 것 아니냐? 그러니 미안해하고 감사해라.”
그러면 제가 그런 말한 사람에게 미안해하고 감사해야 하는가요? 한국에 저 같은 사람이, 북한 소식을 남쪽에 알려주고, 북한 주민 입장에서 남쪽에 말해주는 사람이 한 명 정도 있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요?
제가 이 회사에 있는 이유는 회사가 나를 배려해 주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 이미지와 이윤 창출에 저 같은 사람이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죠. 그 똑똑한 젊은이가 더 도움이 되면 당연히 회사에서 그를 받았겠죠.
그 똑똑한 젊은이는 나 때문에 밀려나 정 한국에서 일자리 못 찾겠으면 미국이나 중국에 가서 거기 사람 밀어내고 앉으면 안 되는가요. 이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겠죠.
또 이러는 사람도 있습니다. 너는 왜 대한민국에 감사하지 않는가고…제가 광화문에 나가 사람들 모아놓고 넙죽 절이라도 해야 합니까. 아니면 대한민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정부에 대한 비판 같은 것도 하지 말고 살아야 합니까.
그런데 이런 말들이 미국이라면 나왔을까 의문입니다. 여긴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니까 아실 겁니다. 한국인이 미국 신문 기자가 되면 미국인이 “너 미국인들에게 미안해하고 감사해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북한 사람들 왜 김정은 반대해 일어나지 못한다고, 너희들은 당연히 멸시 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북에 태어났다면 김정은 반대해 목숨 걸고 일어났을 겁니까? 자기가 못할 거면 남에게 못한다 손가락질 하지 마십시오.
한국엔 돈 좀 있다고 인성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놓은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돈 있어도 쓰레기 냄새가 나거든요.
제가 없는 말을 하는 것 아닙니다. 오늘 어떤 탈북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몇 개 보여드리죠. 탈북자가 한국에서 과연 차별 받느냐, 그런거 없다고 우기는 분은 한번 보세요.
일부만 딴 것도 아니고, 그 기사엔 이런 댓글들이 주루륵 달려있고, 찬성이 훨씬 많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댓글입니다. 탈북자들이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다보며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통일을 하겠다고 무슨 선언이요, 대박이요 하는 나라에서 메인 포털에 이런 수준의 댓글들이 달립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런 주장과 계속 마주치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까. “우릴 받아준 고마운 한국분들이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하지. 그래도 고맙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까요. 만약 북한 주민들이 이런 댓글을 본다면요.
물론 저도 이런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라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나 일본을 보십시오. 한국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대다수의 숨은 마음이 먼저 보입니까, 아니면 도쿄 한복판에서 조센징 나가라고 소리치는 인간들이 먼저 보입니까.
“너희들이, 너희들이”하고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우리가”하고 생각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까요. 제가 잘못 생각하는 건가요.
제가 극우들을 싫어하는 건 다들 잘 아시겠지만, 그들 상당수가 김정은에 대한 멸시와 북한 주민들에 대한 멸시를 분간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조센징 나가라고 시위하는 인간들과 꼭 같은 부류들이 이곳에 들어와 설친다면 진짜 열 받습니다.
이런 게시판을 북한 주민들이 보면 어떻게 말할까요.
“우리도 니들하고 합치기 싫거든. 그러니까 제발 통일하겠다고 지랄 떨지마” 이럴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결론이 뭡니까. 따로 따로 사는 것이네요. 그걸 원한다면 오케이…따로 살겠다는 생각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대신 따로 살 사람은 북한 미개한 놈들이라고 욕하기 전에 통일하겠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가서 해봐야죠. 왜 미개하고 차별받아 마땅한 종족과 통일하겠다고 하는 가고 말입니다.
“따로 살고 싶은데, 왜 북한놈들은 포 쏘고 지랄이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이런 생각 가진 분들도 많을 겁니다. 나도 화가 납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는 그런 화를 쏟아내라고 만든 곳이 아닙니다.
이번 글은 탈북자로서, 또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썼습니다. 이것이 제가 남쪽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아직도 붙안고 있는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글을 보고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민주화도 이룩한 우월하고 자랑찬 남한인으로서 일개 탈북자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기분 나쁜 사람들도 몇 있겠죠. 아마 댓글을 보면 딱 제가 그럴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들일 거 같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이 나라의 번영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어떤 대단한 희생을 하고 살아왔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독자들을 가려 받을 순 없지만, 최소한 이 사이트에는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따듯한 마음, 무엇보다 역지사지할 줄 아는 사람들이 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최소한 그런 글이 많았으면 합니다. 제가 6년 넘게 이 블로그에서 줄기차게 북한을 이야기해왔는데, 딴 곳도 아닌 이곳은 좀 달랐으면 하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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