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7

박형중-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 변화에 대한 평가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 변화에 대한 평가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 변화에 대한 평가 (6)

by 주성하기자   2015-04-29 7:42 pm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 변화에 대한 평가 : 1980년대 후반 중국과의 비교

                                      박형중(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정책 방향과 경제현실은 1980년대 후반 중국의 양상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정책 변화의 폭과 깊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책의 일관성과 추진 의지가 취약하다. 때문에 북한의 경제변화가 중국의 경제변화에 상응하는 성과를 낼 개연성은 낮다. 외부 환경 뿐 아니라 내부조건이 제기하는 부정적 제약이 중국과 비교할 때 북한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글의 목적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경제 변화를 자리매김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 변화와 중국의 1980년대 후반의 경제변화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과 차이성에 주목하고 비교한다.  

동질적 양상 (1): 정책과 제도의 측면

김정은 시대(2012~현재)의 북한과 1980년대 후반(1985~1989/1992) 중국의 경제 변화 양상의 동질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첫째, 정책과 제도에서의 변화 측면, 둘째, ‘시장 확산’과 관련된 경제 현실의 측면이다.

먼저 정책과 제도 측면에서의 동질적 양상을 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 도식화 하자면, 사회주의 경제의 일반적 변화양상은 네 가지 단계로 파악할 수 있다. 

  • 첫 번째 단계에서 사회주의 경제는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 생산수단의 국유 + 공산당 통치]로 구성된다. 
  • 두 번째 단계에서는 [분권화된 계획경제 + 생산수단의 국유 + 공산당 통치], 
  • 세 번째 단계는 [계획지령의 폐기 + 생산수단의 국유 + 공산당 통치], 
  • 네 번째 단계는 [생산수단의 민영화 + 공산당 통치]이다. 

  • 김정은 시대와 중국의 1980년대 후반은 세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이 단계의 핵심 특징은 국유기업의 경영이 계획 지령이 아니라, 상업적 원칙에 기반 하는 방향에서 정책이 설정되고 추진이다. 

그 다음으로는 동질적 특징은 경제특구 확대 등 대외 개방 확대 노력이다. 북한이 적어도 공식 정책상으로 위의 세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5 30조치’이다. 

핵심은 궁극적으로 국유기업이 계획지령이 아니라 상업적 원칙에 의해 경영된다는 원칙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국유기업은 원료 설비의 구매,생산품의 판매, 노동의 사용, 이윤의 사용 등에서 계획경제 시대에 비해 대폭 확대된 자율권, 다시 말해 시장원칙에 의거할 권한을 가진다. 

물론 ‘생산수단의 소유자’인 국가는 거시경제 운영과 국유기업의 내부 경영사항에 대해 여전히 매우 포괄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유지한다.

이를 표현해주는 것의 중 하나가 동 단계의 중국경제에서 특징적이었던‘이중경제’ 또는 ‘이중 가격제’이다. 

국가는 직접 관장하는 기간산업에 대해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국정 가격으로 재화를 공급한다. 그렇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유기업의 경영 그리고 주민의 일상적 소비생활은 시장가격에 기초하여 운영된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우에도 수령경제,김정은 치적용 건설 사업, 군수경제 등에는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국정가격이 적용되고 있을 것이다.

동질적 양상 (2): ‘사회주의 모자를 쓴 시장기업’의 등장

여기서 주목하는 사회주의 경제의 세 번째 단계에서는 국가 기간산업 부문에서는 계획이 지배하지만, 그 이외의 부문에서는 ‘사회주의 모자를 쓴 시장형 기업’이 경제의 주축이 되면서 시장이 현저히 확대된다. 

‘시장형 기업’이 ‘사회주의 모자를 써야’하는 이유는 이 시점에서 시장기구는 법적 정치적 존재 정당성을 인정받지만, 민간자본과 민간 사업가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민간 사기업의 존재 정당성은 아직 정치적으로 부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사회주의 모자를 쓴 시장형 기업’에는 세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첫 번째 유형은 일반 국유기업이다. 
이들은 (경영상 여전히 국가의 포괄적 간접 통제를 받고 있지만 적어도) 계획지령의 직접적이고 구체적 통제라는 족쇄에서는 벗어나 확대된 자율성에 기반하여 상업적 원칙에 의해 경영하도록 요구받는다.

두 번째 유형은 1980년대 후반 중국 농촌을 중심으로 본격 확산되었던 향진(鄕鎭)기업이다.
 이 기업은 그 이름에서 보듯이 향과 진이라는 지방 관청의 모자를 쓰고 있었고,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출자하고 운영한다는 의미에서 형식상으로도 개인기업이 아니라 집체(集體) 기업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대부분이 집체기업을 위장한 민간 사기업이었다. 북한은 아직 협동농장을 해체하지 않고 있다. 만약 해체 될 경우, 북한당국은 협동 농장의 자산과 농민들의 노동력 및 자본 기여를 바탕으로 중국의 향진기업과 유사한 집체기업 설립을 장려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유형은 반관-반민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은 겉으로는 당 정 군의 각종 기관이 운영하는 하부(상업)조직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간업자가 투자하고 경영 하는 기업이다. 북한의 경우에는 이 세 번째 유형이 ‘시장기업’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주류가 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상황 때문이다. 민간은 자본과 경영 능력이 있지만 사기업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또한 대부분의 상업적 경제활동이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각종 기관은 스스로의 재정을 벌어야 하는데, 자본과 경영능력은 없지만, 일정한 설비 또는 재산을 보유하며 상업적 활동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에서 이와 같은 반관-반민 기업이 비로소 김정은 시대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가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한 정권과 사회가 공히 이러한 반관-반민 기업에 대해 점차로 익숙해지고 경계를 풀게 되는 한편, 둘째, 정권 차원에서 그 활용가치를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의 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첫째, 김정은 정권은 반관-반민 기업에 대해 훨씬 관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둘째, 반관-반민 기업이 포괄하는 업종이확대되고 사업이 체계화되며,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5 30 조치’의 토대가 되는 ‘독자경영’ 개념은 반관-반민 기업의 정치적 존재 정당성을 인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관-반민 기업은 더욱 번성하게 될 것이다.

차이점 (1): 정책의 적극성 문제

김정은 시대 북한의 개혁 조치는 중국의 1980년대 후반 조치와 비교할 때, 기본 개념은 같지만 그 폭과 깊이, 그리고 정치적 의지 표명에서 현저히 취약하다. 

이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시장을 승인하는 문제, 그리고 실제 조치에서의 적극성, 폭과 깊이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이데올로기적으로 시장기구의 존재 정당성을 얼마나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승인 하는가에 관해서 중국과 북한의 차이가 크다. 1980년대 후반 중국에서는 시장이 사회주의 경제를 구성하는 정당한 구성 요소라고 공개적으로 분명히 선포되었다. 

당시 중국은 ‘사회주의 상품경제’라는 개념과 ‘시장이라는 새를 계획이라는 새장에 가두어 놓고 활용한다’는 비유를 사용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북한의 담론에서 이러한 공개적 적극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5 30 조치’와 ‘포전관리제’의 도입 등이 불가피 초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면, 이미 시장과 타협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공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실제 개혁 조치에서의 적극성 그리고 폭과 깊이의 문제이다. 농업부문에서 보면, 중국이 1979년부터 가족농 제도를 점진적으로 도입했고, 1982년에는 인민공사를 해체했다. 

김정은 정권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협동농장 체제를 고수하면서 분조의 규모 축소와 자율성 강화 차원에 머물고 있다. 공업 측면에서 보면, 국유기업 경영과 관련하여 ‘독자경영’ 원칙이 내세워지고 있지만, 그 일반화의 속도와 폭은 분명하지 않다. 

또한 ‘독자경영’의 원칙에 서자면, 경제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지만, 그에 대해 분명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다. 

또한 북한의 경우, 표면적으로 ‘민생 강조’에도 불구하고 군비 지출, 정치적 전시성 사업 지출, 그리고 공공서비스 지출 간의 상호 비중에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 (2): 대내외 여건의 차이

김정은 시대 경제변화가 중국의 1980년대 후반과 같은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다. 

그 이유는 김정은 시대 북한과 1980년대 후반 중국의 대내외 조건과 환경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정은 시대 북한은 중국의 80년대 후반에 상응하는 개혁 조치를 도입했지만, 중국의 80년대 후반 경제제도와 정책이 성공할 수 있게 만들었던 대내외 여건을 구비하고 있지 않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여기서는 세 가지만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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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환경의 차이

첫째, 대외 환경이 매우 다르다. 개혁개방 당시,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투자, 기술,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고, 군비를 감축할 수 있었으며, 대서방과의 접촉과 지적 교류를 어렵지 않게 고도화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김정은 정권의 핵 무력 확대 정책은 대외 긴장을 높이면서, 경제조치의 성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대내 체제의 차이

둘째, 대내 체제가 매우 다르다. 상대적으로 볼 때, 1980년대 중국은 김정은 시대 북한에 비해 현저히 분권적이었다

일반적으로 권력체계가 집권적일 수록 기득권 세력의 발언권이 커지며, 현상 변경의 개혁 조치에 대한 저항이 증대한다. 결국, 권력이 집중되어 있을수록 개혁의 도입과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이 구 소련 시절 고르바초프의 개혁은 실패했지만, 중국 등소평의 개혁은 성공했다는 차이에 대한 중요한 설명을 제공한다.

경제노선의 차이

셋째, 경제 노선이 매우 다르다. 중국은 수출 제조업 중심의 경제노선을 선택한 데 반해,자원수출형 경제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후진국에서 지속적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고도화라는 선순환은 수출 제조업의 발전에 입각할 때만 가능했다.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가 그러하다. 

자원 수출형 경제에서는 사회적으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초래되며, 정권은 강하지만 국민은 가난하고, 궁극적으로 독재와 경제침체가 영속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수출 제조업 경제든 자원 수출형 경제든 사회경제적으로 이익과 기득권의 구조가 한 번 정착되면 기득권 구조 때문에 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의 제도적, 현실적 변화 수준은 대체로 중국의 1980년대 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경제의 변화가 중국 사례에 상응하는 긍정적 성과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을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북한에서 시장경제는 내부 동력 때문에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정권은 이미 시장과 타협했으며, 또한 각종 기관은 시장 확대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염려하지 않아도 북한에서 시장은 어차피 확대될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서의 ‘시장경제 확대 촉진 방안’에 대해 너무 심각히 고민할 필요는 없다.

둘째,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서의 시장 확산이 민생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돕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역사적으로 시장은 다양한 수탈체계와 결합 해왔다.

권력이 집중된 북한에서의 시장도 결국 정권의 수탈체계의 효율화에 이바지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에서의 시장 확산은 환영하고,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만들고 민생안정에 이바지하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제기하는 것이다.

셋째,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 개혁은 주변국과의 긴장완화이다. 주변국과의 긴장완화가 진척되지 않는 한, 북한경제의 안정적 성장 그리고 민생증진은 불가능하다. 군사비 부담을 줄이고 외부로부터 자본, 기술, 시장을 확보하자면, 북한은 주변국과 긴장완화를 진정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궤도에 복귀하는 것은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북한의 ‘시장화’와 관련하여 여러 종류의 과잉 기대를 접으면서 현실적 관점을 취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유효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시장화’자체가 반드시 북한의 민생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촉진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북한에서 ‘개혁 조치’가 취해지고 ‘시장경제가 확대된다’고 해서, 반드시 북한이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 장기 지속 성장 궤도에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장은 북한의 내부 동력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지만, 그 결과가 꼭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남북관계의 수립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KINU 2015
* 본 연구는 2015년도 연구과제 ’21세기 통일시대 준비를 위한 대전략’의 일부로 수행됨.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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