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8

북한 상류층의 그 많은 달러는 어디서 났을까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북한 상류층의 그 많은 달러는 어디서 났을까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by 주성하기자   2014-08-20 9:00 am
불고기 정식 1인분에 50∼70달러를 받는 북한 ‘해당화관’의 호화로운 실내 모습.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해당화관의 건축을 맡았고 운영권까지 장악했었다. 동아일보DB
‘북한 상류층의 외모나 행색은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상류층과 구별하기 어렵다. 그들이 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외화를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지난해 8월 중국 관영 시사주간지 ‘환추(環球)시보’에 평양에서 1년여 근무한 신화통신 평양특파원 두바이위(杜白羽) 기자의 ‘평양 상류층 생활 탐방기’가 실렸다.

두 기자는 한 번 다녀오면 100달러는 쉽게 ‘깨지는’ 평양의 종합봉사시설 ‘해당화관’에 부유층이 북적인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곳 불고기 정식은 1인분에 50∼70달러이며 안마는 30달러, 수영 15달러, 사우나 5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대동강외교단회관 수영장에선 두바이에서 샀다는 방수 롤렉스시계를 차고 수영하는 중년 남성도 만났다는 것이다.

1년이 더 지난 지금 두 기자는 수수께끼를 풀었을까? 사실 그의 의문에 대한 답은 별로 어렵지 않다.

북한에서 큰돈 버는 최고의 방법은 다름 아닌 국가 돈을 떼먹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외 수출입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부자가 될 조건을 갖고 있다.

비결은 이면계약에 있다. 북한에서 금이나 무연탄, 철광석 같은 지하자원에 대한 수출 권한은 노동당 38호실이나 군부, 특수기관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자원을 수출할 때 장부상엔 t당 얼마 팔았다고 적고는 실제로는 더 많이 받아 따로 챙긴다.

지난해 12월 처형당한 장성택의 죄목에는 중국에 무연탄을 헐값에 팔아넘겼다는 대목이 있다. 당시 국제시세가 t당 130달러 안팎인데 75달러에 팔았다는 것이다.

북한 무역일꾼들이 어리석어서 그렇게 싸게 팔았을까. 전혀 아니다. 75달러는 장부상의 가격일 뿐이다.

실제로는 100달러 이상 받았고 차액인 25달러 이상은 따로 받아 장성택과 측근들이 나눠 먹었다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액이 14억 달러 가까이 됐으니 무연탄 수출을 독점한 장의 측근은 최소 수억 달러를 챙겼을 것이다.

이런 수법은 북한에선 매우 보편화돼 있다. 가령 요즘 가동률이 좋다고 북한 언론이 자랑하는 수출피복공장의 경우도 옷 한 벌의 적정 가공비가 10달러라면 중국 회사와 한 계약서엔 7∼8달러만 적고 나머지 2∼3달러는 몰래 직접 받는다.

이 경우 가공비가 일반적인 가격보다 할인되기 때문에 상대방 회사도 흔쾌히 이면계약에 응한다. 중국 사업가들에게도 이런 방식은 매우 익숙한 일일 터이다.

수입에서도 광범위한 비리가 이뤄진다. 가령 10만 달러짜리 설비를 수입해 온다고 할 때 장부에는 수입가를 20만 달러로 적고는 차액을 기관책임자, 실무책임자, 재정책임자 등 관계자들이 나눠 갖는 식이다.

식료품이나 생필품처럼 가격이 잘 알려진 일반 판매물품은 조작이 어렵지만, 그렇지 않은 수입제품은 수입 가격이 구입가의 2, 3배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북한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기록한 무역 규모는 65억4500만 달러로, 수출과 수입은 각각 29억1200만 달러와 36억3300만 달러였다.

하지만 상세 품목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하나의 공식이 발견된다. 지구상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북한이지만 수출할 때는 국제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팔고, 수입할 때는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비싸게 사는 식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장부상에만 그럴 뿐이다. 실제론 진짜 시세와의 차액만큼인 수십억 달러가 증발해 평양의 고급 아파트와 사치품, 호화 서비스로 변신한다.

무역을 담당한 무역성과 각종 지도국, 총국 등에는 고위간부 자녀나 친인척들이 넘쳐난다.

해외에 나와 있는 각 기관 무역대표들도 수입 건을 한 건 따기 위해 평양 간부들에게 아첨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가격이 투명하지 않은 군수산업 관련 수출입 종사자들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를 수 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최대 수출품목은 무연탄으로 13억7371만 달러어치였으며 최대 수입 품목은 석유로 5억9813만 달러어치였다.

대중 교역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무연탄과 석유 수출입을 장성택과 심복들이 작년까지 독점했다.

장성택보다 며칠 앞서 총살당한 장수길 노동당 행정부 부부장은 석유 이권을 독점하고 있었다.

장의 측근이 틀어쥔 것은 비단 무연탄과 석유만이 아니었으니 이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해먹었는지는 상상만 할 뿐이다.

이 비리의 노다지판에 끼어들려면 장성택 눈에 들어 심복이 되는 길밖에 없었으리라.

이러니 장의 측근이 다른 간부들의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자명했던 일.

국가 자원을 독점하고 떵떵거리던 장의 측근이 하루아침에 몰락하자 주민들 사이에선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물론 그 자리를 조직지도부와 보위부 연줄의 다른 ‘대도(大盜)’들이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무역 분야 말고도 북에서 외화를 축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차츰 다룰 생각이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장성택 처형 이후 지금까지도 4000여 명이 처형되거나 유배를 갔다고 한다. 이들은 북한의 거부(巨富)였을 것이다.

두 기자가 1년 전 외교단회관 수영장에서 보았다는 롤렉스시계를 자랑하던 중년 남성도 혹시 지금쯤 어느 수용소에 끌려가 채찍을 맞으며 무연탄을 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 뫼등바위
    국가자원을 전인민에게 고른 혜택이 가도록 배분해야 할 책무가 있는 당의 서기, 비서들이 도적질, 난도질을 하는 거죠.
    그래서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밀레니엄 기네스북에 올려야 합니다.
    리플작성2014-08-20 09:24:25
  2. 격변
    장성택의 자본주의적 수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해당화회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역일꾼들이 직접 벌어들이는 외화는 당과 통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가지만 개인들이 삥땅한 외화는 그들의 호주머니를 자연스럽게 열게 해야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마 장성택 처형후 해당화 회관이 파리를 날리고 있다면 외화는 해외로 빠져 나가고 북한내에는 송사리만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마치 김영삼이가 금융실명제를 강력하게 실시하면 사회가 투명해지고 전두환 자금도 백일하에 드러날 것으로 아는 것과 같은 유치한 사고 수준이죠.
    리플작성2014-08-20 09:42:57
    • 종로토박이
      헛소리좀 그만 하지, 자본주의 자짜도 보르는 모지리 티좀 내지말고,
      금융실명제를 하지 말았어야 개대중이 북에 퍼준게 들통이 안나고
      구걸한 정일이 정은이 비자금이 자유로운데 불편해 죽겠는 모양이군
      자본주의가 발전하려면 금융실명제는 필수란다
      리플작성2014-08-21 09:53:57
      • Adrian
        막말을 쉽게 던지시는걸 보니 모자란건 종로토박이님 같군요.
        금융실명제는 자본주의가 보다 투명하고 선순환적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필수인건 맞지만,
        이미 어딘가로 흘러들어간 검은 돈을 자동으로 탐색해주지는 않습니다.
        더 이상 검은 돈이 마구 축적되기 어렵게 해주는 기능은 합니다만.
        금융실명제만 해놓으면 비자금들이 바로 짠하고 드러날 거라고 믿은게 순진했다는 거지
        격변님은 금융실명제 자체가 불필요한 선택이었다고 비판하시는게 아닙니다.
        하긴, 이걸 이해하고 있었다면 저런 막말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리플작성2014-08-24 05:52:19
        • 격변
          제 대신 수고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응할 가치가 없는 댓글에는 그러려니 하고 참아야지 막말로 같이 다툴 수도 없더군요. 아직 우리 사회에는 금융실명제가 되면 경제정의가 바로 서는 만병통치로 아는 사람들이 있듯이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세월호 사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고 유가족들의 억울함이 풀릴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무지가 낳은 사회비용과 부작용을 직시하고 이성적인 대처를 할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참으로 답답합니다.
          리플작성2014-08-24 06:41:08
          • Adrian
            다소 오랜만에 와서 읽은 첫 글 바로 아래에 저런 막말성이 있길래 조건반사적으로..^^;;
            금융실명제는 일종의 최소조건으로 여겨지면 되는 그런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거기까지 닿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일정 단계를 넘어서려면 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오는 그런 것 말이죠.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던 시기는 제가 너무 어릴 때였고 해서 그때가 그걸 하기에 적당한 시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격해진 자기 감정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아직 너무 많은 것 같고, 그런 게 표출되면 그걸 이용하면서 자기 (정치적) 이익 챙기는데 골몰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는 점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지금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나중에 부메랑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밀어붙이고 있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봤을까요? 그게 계속 궁금하더군요.
            2014-08-24 11:15:24
  3. corea
    마적 수령이 인민들 것을 홀라당 마적질하고 마적 꼬봉들은 수령 곳간을 털고…
    잘~~~하는 짓이다. 저런 것들이 남한을 통째로 날릴려고 하다니….
    리플작성2014-08-20 09:48:38
  4. 저거시 과연 국가인가 싶을 정도로 개차반 이네요. 동네 장터보다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쓰러지지 않고 여태 버티고 있는 게 용 합니다.
    취권을 쓰는 놈은 꺼꾸러뜨리기가 더 어렵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것을 증명하듯 말이죠. 언제 황천길 갈 줄 모르는 자가 맛있는 불고기가 입맛에 맞겠습니까 또 무엇이 그리 즐겁겠습니까. 제아무리 풍요 해 봤자 소태 씹은 인생인 것을. 모르긴 해도 여차하면 튈 준비로 온 정신을 다 쏟고 있을게 뻔한데. 요는 언제 술래에게 잡히는 기미를 느껴 재빨리 튀는 게 정답이겠죠.
    리플작성2014-08-20 09:53:50
    • 이민애국자
      그러니까 그런 북한사람들이 통일 된 후에는 남한을 얼마나 사기치고, 돈떼어 먹고, 부정 부패하고, 국제 신용은 얼마나 떨어 뜨릴 것이고, 그래도 통일이 대박이라구요?
      또, 년봉 10만불 받다가 9만 5천불만 받게 되어도, 얼마나 큰 타격을 받는지 아세요? 그런데, 북한수입 플러스 남한수입 나누기 = 평균수입이 되면 …
      솔직히 지금 당신의 수입의 반을 당신의 가족을 협박공갈이나 하는 깡패동생이나 형과 함께 평생 노나 쓰고 싶읍니까?
      리플작성2014-08-23 08:25:29
      • 이민애국자
        “북한수입 플러스 남한수입 나누기 = 평균수입이 되면”를…
        “(북한수입 + 남한수입) 나누기 2 = 평균수입”으로 고침니다.
        리플작성2014-08-23 08:29:44
  5. Garry
    그렇군요. 이 방의 jkangldn님도 북한과 무역을 하려했더니 김일성대 학생회장 했었다는 사람이 나와서 이면 계약을 요구하더라 라고 회고했었지요.
    그런데 변명을 하자면 북에서의 부정은 부정이라 보기도 어려운 성질이 많을 겁니다. 어차피 배급도 제대로 못 주는데 간부들에게 이슬만 먹고 살라 할 수도 없으니까요.
    북에서는 아무리 위세가 있고 살만한 간부들일지라도, 하루 아침에 전 가족이 관리소행이 될 수가 있으니까 얼마나 불안하고 무섭겠습니까?
    남 같으면 자신이 잘못했다고 가족까지 죽여버리지는 않죠. 돈과 관련된 부정에 관한 처벌 수위도 북보다 훨씬 약하고.
    차라리 당당하게 돈 벌고 권리를 보호받는 자본주의 체제가 되는 것이 간부들에게조차 사실 나은 은거지요.
    리플작성2014-08-20 10:02:24
    • 격변
      이미 먹이사슬이 고착화된 사회에서 갑자기 등을 후려치면 토할 것은 얼마 없고 당하지 않으려면 요령껏 피하는 기술만 늘 뿐이죠. 그래서 수 많은 사람의 호주머니를 한꺼번에 턴 이후에는 더 이상의 경화회수가 어려워지게 마련입니다.
      리플작성2014-08-20 10:36:57
  6. 허참
    이런 이중 가격으로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행위가 북한에만 있는것은 아닙니다.
    중국도 공무원이 기업의 수장을 했지요..중국의 거부들도 상당 수 국가의 돈을 개인이 갈취한 것이고, 국가의 신뢰성이 낮은 곳은 아직도 빈번하죠.
    한국 공무원들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겁니다.
    허구헌날 터지는 방위산업 예산, 원전 납품 비리 등등 다 중간에 먹이를 누구 주무니에 넣느냐..
    게임이죠..
    일반 사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반 사기업도 자기 월급에 비해 높은 소비와 재산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항상 비꼬는 말이 있었지요…너는 지금 호의호식 해도 그 죄는 니 아들과
    손자에게 갈것이다 라고…
    북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한 공공시스템이 국제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거…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일입니다..
    오십보로수백보라….
    북한의 엘리트를 탓하기 전에 남한의 엘리트는 도덕적으로 깨끗한가 ?
    되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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