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2

[서평]야생초 편지 - 황대권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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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야생초 편지 - 황대권

엔자

2016. 12. 16. 18:07


야생초 편지작가황대권출판도솔발매
2002.10.01



황 대권 작가는 수인이 되어 불행과 고통의 현실 속에서『야생초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행복의 조건이 된다. 불행을 다루는 영화나 문학을 보면 인간성 회복이나 인간 존엄을 성찰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긍정의 교훈을 얻는 것과 같다. 『야생초 편지』가 그렇다.

작가는 교도소 즉 자신이 현재 있는 곳과 있고 싶어하는 현실 사이의 메마른 사막에서 보이는 것(야생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이상)을 보았다. 야생초는 불행한 그의 현실을 극복하게 하고, 고통 받은 정신을 부활하게 하는 이상적인 약초이다. 이 책을 통해 이상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야생초 편지』의 사연은 흥미롭다. 제비꽃, 달개비, 딱지꽃, 강아지풀, 닭의 덩굴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잡초(야생초)의 사실과 정보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 해석된 며느리 밑 씻개등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는 ‘니체적 초인’1)이되어 삶을 관조(觀照) 한다. 그곳에서 야생초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세상을 바라본다.



『야생초 편지』는 세상을 향한 전도서이다. 그가 쓴 편지는 자신의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허물었다.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것에서 이상적인 세계와 삶의 법칙을 발견한다. 사람들에게 현실과 떨어진 이상을 좇지 말고 자신이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 이상을 찾으라고 말한다. 야생초는 작가의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는 매개물이다. 이 매개물을 통해 인간과 생태와 세계를 조망한다. 작가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라나는 야생초를 보면서 불행한 현실을 초월하여 인생을 묵상한다.

황 대권 작가는 미국 유학 중 잠시 귀국했을 때 국가안전기획부(現 국가정보원)에 체포 당하는데 ‘양 동화’2) 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3)이다. 당시 국가는 대학생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학생운동을 한다고 판단했다. 정치적 희생양이 된 그는 13년 2개월 동안 수인이 되었다. 후에 국가기관의 조작임이 밝혀지고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자유인이 되었다. 출소 후 전남 영광에서 농사를 짓다가 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국제사면위원회)의 초청으로 유럽에 가서 한 동안 인권 활동을 하였다. 영국에 있는 동안 슈마허 대학(Schumacher College)과 임페리얼대학(Imperial College)에서 생태학 및 농업생태학을 공부하고 2001년에 생태공동체 운동센터 대표로써 생태운동가로 활동한다.

1)‘니체적 초인’ (Friedrich Wilhelm Nietzsche, 독일, 1844년 - 1900년)슈퍼맨적 초인이 아닌 인생의 모든 불행과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니체의 철학사상)


2)미국 웨스턴 일리노이주 주립대학(Western Illinois University)으로 유학 중 구미(구라파와 미주)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됨. 사형선고 후 3년6개월 이후인 1988년 성탄절에 무기수로 감형된 뒤 13년 3개월 수감 후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됨.


3)1985년 9월9일 안기부의 발표에 따르면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은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학(Western Illinois University)에서 만난 양 동화, 김 성만, 황 대권 등이 재미 북학공작원 서정 균에게 포섭되어 간첩이 된 후 국내에 들어와 극렬학생에게 공작금을 주는 등 간첩 활동을 했다는 내용.

황 대권 작가는 30세부터 44세까지 감옥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엘리트 코스’1)를 밟아온 그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면 사회 주류에 속했을 것이다.

작가는 야생초를 알기 전까지 사회 현상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였다. “인간의 의지로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납득 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보니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2)그는 주류사회에서 누릴 수 없는 것을 감옥을 통해 깨우치게 된다. 그러나 감옥생활 초기에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건강이 악화 되었다. 당시 교도소에서는 의사의 도움을 받기 힘든 시대였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스스로 고치려고 의학과 자연의학을 공부했다. 한의학 책을 보면 모든 것이 약초인데 그것이 바로 야생초이다. 한약을 달여 먹을 수 없기에 야생초를 직접 키우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잡초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화단을 만들었다.”2)

그는 감옥에서 사람들이 무시하는 잡초를 키우면서 비싼 난초만을 가꾸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안에 존재하는 이상을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정말 중요한 것은 현실에 있다고 전한다. 출세도 중요하지만 내 주의를 먼저 살펴 그곳에서 이상을 찾으라고 한다. 그의 전도 메시지는 “야생초를 통해서 개인의 마음이 변해야 하고, 너와 나의 범주를 뛰어 넘어 인간과 생물 나아가 물(物)3)까지도 포함하는 인식의 전환” 2)을 말한다.



그의 고난에서 미학이 읽혀진다. 불행과 고난에서 행복을 보게 한다. 카톨릭 신자가 되어 세례를 받은 작가는 거친 환경에서 악착같이 자라는 야생초를 자신과 민중에 비유하여 삶을 묵상 한다. 또한 야생초는 그림을 그리는 여유도 주었다. 그를 세상과 소통하게 했고, 야생초로 끓인 차는 세상에 없는 맛과 향기를 누릴 수 있는 기쁨도 주었다. 그는 고통을 헤치고, 야생초를 관찰하여 그 속에서 우주를 발견한다. 그것은 작가에게 새로운 이상을 보여준다. 인간의 능력으로 세상을 변화한다거나,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여 민중을 살핀다거나 하는 것 말고, 자신의 현실 속에 있는 이상을 찾게 해주었다. 그 속에 있는 생명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감을 인식하게 했다. 야생초는 그에게 정신적인 고요함을 주었고 허무한 현실의 분노를 삼키게 했다. 『야생초 편지』는 허리를 구부리고 자세를 낮추어 가만히 관찰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세계라고 교훈을 준다.

인간은 생태를 파괴하지만 자연의 아들이다.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배워야 한다. 생태는 인간이 마구 훼손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곳에서 지혜를 배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써야 한다. 인간은 자연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작가는 하찮고 이름 모를 야생초가 인간에게 해로울 것이라는 관념을 뒤엎었다. 자연은 정복당하기 보다 자신의 품 속으로 뛰어들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아는 인간은이 고도의 문화인이다.


1)경복 중/고를 거쳐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미국유학을 함.


2)Ohmynews 2003-09-16 “황 대권, 그는 그렇게 간첩이 되었다.” 인터뷰 중


3)물(物)이란? 눈에 보이지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물질과 무생물을 포함단다. 즉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物)은 나와 함께 호흡하므로 존재의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것들과 자연안에서 모두 동일한 존재들이다.(2010, 02,24 생명평화 등불 모임에서 황대권작가 인터뷰,질문자 나주안)















그는 잡초가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고 여겼다. 잡초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 벌레의 삶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묵상하게 했다.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이해시켰다. 사회적 이성으로는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야생초의 세계는 자신이 뚫고 나온 대지 위에 자리잡아 주변의 환경에 조화롭게 생존한다. 모두가 동일하고 평등하게 대지의 양분을 섭취한다. 그리고 대지를 아름답게 꾸민다. 그가 야생초를 통해 얻은 것은 비판적 이성으로 볼 수 있는 눈이었다. 그것을 통해 자연이 야생초를 주관하는 섭리를 관찰하고 우주의 원리를 깨달았다. 그리하여 사회적인 Stigma(오명)를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성찰(省察)하여 현실을 뛰어 넘는다. 그리고 농업의 산업화로인한 생태 파괴의 심각성을 알리는 생태전도사가 된다.



야생초에서 정신적 자양분을 섭취한 그는 생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것을 통해 얻은 것은 삶에 대한 태도이다. 고통을 대면하는 태도가『야생초 편지』를 통해 전달된다. 야생초를 다시 보게 하고, 생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그것은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다. 야생초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 안에 세계가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 볼 시간적 여유를 갖게 한다. 사회구조 안에서 자신의 역할은 매우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적 여유를 상실해 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문제이다. 그것을 풀지 못하면 우리는 잡초만도 못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도에서 던지는 세상에 대한 정의로운 교훈은 우리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왜? 작가는 야생초 편지를 써야만 했는가!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나에게도 납득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나의 현실에도 야생초와 같은 것이 존재하는가? 나는 그것을 찾을 만한 눈을 가지고 있는가? 의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한다.



자연은 인간을 낳았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다. 그러므로 자연은 인간과 같은 이성을 갖는다. 스스로 피우고 지고 자연으로 되돌아 간다. 인간도 탄생하고 소멸하여 그 곳으로 되돌아 간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되돌아갈 대지를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 대지에서 나고 자랄 것을 제한하거나 약을 뿌려 종자를 전멸시키지 말자는 얘기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필요 없을지 모르나 생태에게는 필요한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태와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은 인간의 영역 까지도 쓸어버리고 그 자리에 잡초를 피울 것이다. 우리는 생태와 함께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은 서양의 자본주의적 구조이다. 그것은 오히려 생태를 위협한다. 인간이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잡초를 파괴하고 필요한 것만 재배하기 위한 시스템일 뿐이다. 그것은 자연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인간을 위한 것은 자본이 아니라 건강과 안녕이다.

『야생초 편지』는 작가의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게 하고 그의 정신을 자유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그곳은 현실에서 찾은 이상이다. 이 책은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각자에 맞는 이상적 통로를 현실에서 찾으라고 전도한다.

나주안( rommar@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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