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0

1912 이우창 - 6. 박정자 선생이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15) 이우창 - 간만에 들어온 김에 짧은 포스팅 하나 더. 6. 박정자 선생이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간만에 들어온 김에 짧은 포스팅 하나 더.
6. 박정자 선생이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이기심 덕분이다: 인문 감성으로 자본주의 공부하기>
(기파랑, 2020, http://www.yes24.com/Product/Goods/85473599)란 책을 출간하실 예정인가보다.
다른 건 차치하고 책의 중심부에 홉스, 로크, 루소, 스미스, 버크, 하이에크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자유주의, 보수주의의 '역사'가 놓여있는 목차를 보자면 한숨이 나온다. 

홉스부터 버크까지 이어지는 스칼라십이 지난 반 세기 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아주 피상적인 수준에서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런 식의 목차를 쓸 수가 없다. 적어도 1970년대부터는 자본주의와 부르주아의 성장,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탄생과 같은 테제로는 영국 18세기 사상사가 전혀 설명될 수 없다는 비판적 교정이 자리잡아가는 과정이 바로 20세기 후반 영국지성사학계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교정을 이끈 연구자들이 좌파라서 그랬냐면, 유감스럽게도 상황은 그 반대다. 한국의 정치적 스탠스에서 볼 때 우파에 훨씬 가까운 역사가들은 저러한 교정을 위해 다른 무엇보다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과 (그리고 더하여 미국의 '정치철학'과) 수십 년에 걸쳐 처절하게 싸웠고, 이제 홉스, 로크, 스미스, 버크 스칼라십의 주류에서는 박정자 선생이 여전히 반복하리라 예상되는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는다. 

극보수적인 스탠스로 영국 장기 18세기에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영향력 있는 통사 중 하나인 J. C. D. Clark의 <잉글랜드 사회, 1660-1832: 구체제의 종교, 이데올로기, 정치>(_English Society 1660-1832: Religion, Ideology and Politics during the Ancien Regime_, 2nd ed(2000)[초판은 1985])에서 로크랑 흄, 스미스를 설명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권의 붕괴 이래, 여러 우파 원로들이 한국에서 괜찮은 우파 사상가들이 안 나온다는 한탄을 토로하고는 한다. 내 생각에 이유는 명백하다. 자칭 우파 지성들은 무능하고, 게으르며, 그에 더해 자신들의 지적 무능과 나태함을 드러내는 걸 부끄럽게 여길만한 반성능력도 없다. 수십 년 전에 폐기된 논의를 반복해도 그걸 교정해줄 지적 네트워크도 없다. 다른 나라 우파들이 열심히 연구를 해놔도 연구를 안 따라가니까 업데이트가 안 된다(우파들은 좌파를 연구한답시고 386의 약점과 과거사를 캐내는 대신 다른 나라의 우파 지식인엘리트들이 뭘 하는지 공부하는 게 인생을 덜 허비하는 게 아닐까 겸손한 제안을 드려본다). 업데이트가 된 사람이 없으니까 서로 비판도 개선도 안 한다. 그리고 젊은 우파들은 거기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 1960년대 냉전기 미국 우파들을 수입하거나 복음주의 성경공부나 하는 게 지적인 활동의 전부인 청년우파들의 우직한 성실함을 봐라--뷔리당의 당나귀라 해도 이들보다는 더 영악할 것이다. 당신이 최소한의 지성을 가졌다고 하면, 이런 데 들어가서 같이 하고 싶겠나?
그러니, 혹시라도 진심으로 우파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이 이 포스팅을 읽으신다면, 오오 박정자 선생 오오 같은 구호를 외치기 전에 이런 책으로부터 단호히 고개를 돌려 공부를 해라. 돈이 있는 분이라면 Liberty Fund Online Library 를 몇 달 정도 살펴본 뒤 한국에도 비슷한 거 만들고, 돈이 없으면 영어공부를 해서 리버티펀드에서 무료로 올려놓은 사상사 고전 최상급 비평판을 읽어라(한국 우파 중에 리버티 펀드 이야기 꺼내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는데, 그것도 안 되는 레벨이면 한국 우파 지식인 집단은 망해서 사라지는 게 더 유익할 것이다). 그게 태극기를 보며 가슴찡해하고 안티페미, 반동성애 활동에 공감하는 것보다 당신들에게 훨씬 도움되는 일이다.
뭐, 말해서 알아먹으면 지금 이 꼴이 됐겠나?^^
Comments
  • Bak Jongseok Do not underestimate the power of human stupid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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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한결 K-극우파의 절멸을 바라는 입장에서 0.0000019%의 확률로 이 글에 감화될 K-극우가 생길까 두렵읍니다. 글을 내려주시ㅁ...... 아, 근데 이 글에 감화될 정도의 지성이면 이미 탈K-극우인가........(무안) 그냥 없던 댓글로 쳐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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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창 포스팅의 마지막 줄이 말씀하신 바와 같은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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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k Jongseok +1. We cannot teach nearly all old dogs new tr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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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한결 이우창 저의 기우가 하찮기만 한듯 하여 민망...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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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한결 박종석 선생님 제가 영어 면접 때문에 몇 군데 취업을 물먹어서 그러니 선생님의 댓글에 비견될 만한 한국어 속담을 알려주시면 감읍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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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k Jongseok +2. 개의 꼬리가 3년을 묵어도 황모가(黃毛[붓의 재료로 쓸 수 있는 진귀하고 비싼 족제비의 꼬리털])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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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한결 박종석 감사합니다 _ㅇㅜ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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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k Jongseok +3. It is my pl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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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준 "자칭 우파 지성들은 무능하고, 게으르며, 그에 더해 자신들의 지적 무능과 나태함을 드러내는 걸 부끄럽게 여길만한 반성능력도 없다. 수십 년 전에 폐기된 논의를 반복해도 그걸 교정해줄 지적 네트워크도 없다. 다른 나라 우파들이 열심히 연구를 해놔도 연구를 안 따라가니까 업데이트가 안 된다(우파들은 좌파를 연구한답시고 386의 약점과 과거사를 캐내는 대신 다른 나라의 우파 지식인엘리트들이 뭘 하는지 공부하는 게 인생을 덜 허비하는 게 아닐까 겸손한 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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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송희 저 요즘 진지하게 생각중인데, 공부 적당히 해서 자유한국당 들어가면 생각보다 빨리 청년대표 뭐시기로 공천받을수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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